판시사항
[1] 서울특별시의사회가 진단서 등 의료기관 증명서의 발급수수료를 현행보다 2배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의결하고 이를 소속 회원들에게 시행하도록 한 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정한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아 과징금을 산정한 것이,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한 사례
[2] 재량권을 일탈한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하여 법원이 적정한 처분의 정도를 판단하여 그 초과되는 부분만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서울특별시의사회가 진단서 등 의료기관 증명서의 발급수수료를 현행보다 2배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의결하고 이를 소속 회원들에게 시행하도록 한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납부를 명령한 사안에서, 그 행위가 경쟁질서의 저해 정도가 매우 강하고 다수 소비자에게 직접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가격담합행위의 일종으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특히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유형에 속하는 점 등에 비추어, 이를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정한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아 30%의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적용하여 과징금을 산정한 것이,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한 사례.
[2] 처분을 할 것인지 여부와 처분의 정도에 관하여 재량이 인정되는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하여 그 명령이 재량권을 일탈하였을 경우, 법원으로서는 재량권의 일탈 여부만 판단할 수 있을 뿐이지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판단할 수 없어 그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고, 법원이 적정하다고 인정하는 부분을 초과한 부분만 취소할 수는 없다.
참조판례
[2] 대법원 1998. 4. 10. 선고 98두2270 판결 (공1998상, 1377) 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5두3172 판결
원고, 피상고인
서울특별시의사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임영철외 3인)
피고, 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디카이온 담당변호사 박노창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서울특별시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을 회원으로 하는 원고가 2005. 4. 22. 진단서 등 의료기관 증명서의 발급수수료를 현행보다 2배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의결하고 이를 소속 회원들로 하여금 시행토록 하였음을 이유로, 피고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원고에게 3억 500만 원의 과징금납부명령을 한 것에 대하여,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의 이 사건 위반행위는 법 위반의 내용 및 정도가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는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05. 7. 31.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5-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하 ‘과징금고시’라 한다)}에서 정한 바에 따라 10%의 과징금 부과기준율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피고는 이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아 그에 대하여 30%의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적용하였으니 이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어 이 사건에서의 적정한 과징금은 1억 100만 원이라고 보아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 중 이를 초과하는 부분만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원심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의 이 사건 위반행위는 경쟁질서의 저해 정도가 매우 강하고 또 다수 소비자에게 직접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가격담합행위의 일종으로서 공정거래법이 특히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유형에 속하고, 따라서 원고가 사업자단체로서 회원들의 권익을 유지·발전시킬 책무가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위반행위를 하여 회원들에 의한 부당한 가격담합행위를 조장하는 것은 사업자단체의 정당한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용인될 수 없는 점,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당시 원고가 보건복지부에 발급수수료의 인상을 건의한 바 있고 또 그에 대해 담당공무원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바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인상결의를 한 이후인 2004. 4. 26. 비로소 이루어진 일이며, 나아가 그 직후인 2005. 5. 7. 보건복지부가 원고에게 원고의 이 사건 위반행위는 보건복지부와 협의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시정을 요구하였는데도, 원고는 2005. 5. 20. 재차 각 구의사회장 등에게 인상안내문을 통보하고 2005. 7. 7. 소집된 각 구의사회 회장협의회에서도 기존 방침대로 수수료 인상을 계속 추진할 것을 독려한 바 있는 점, 증명서 발급수수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현행의 발급수수료만으로도 의료행위에 따른 비용부담보다 더 클 수 있고, 더구나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이 사건 위반행위를 전후로 한 2004년부터 2006년 6월까지 2년 반 동안 전국 39개 종합병원에서 진단서 등의 발급을 통해 얻은 수입이 300억 원을 넘는다는 점까지 고려해 보면, 현행 수수료 상한이 비록 10년 전에 설정된 것이라는 사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 인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2배 수준으로까지 인상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의료관계 증명서의 발급은 부수적인 의료서비스로서 원칙적으로 의료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만이 행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 발급수수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경쟁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가이드라인의 설정에는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이익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므로 그러한 점에서 사업자단체에 의한 일방적인 가격인상행위는 더욱더 통제될 필요가 있는 점, 그 외 원심이 들고 있는 사유로서 원고의 이 사건 위반행위에 동조한 회원의 비율이 높지 않고 그 구속력도 약하다는 등의 사정은 이미 피고가 이 사건 위반행위에 대한 중대성을 평가하면서 고려하였던 내용인 점 등과 함께, 과징금 고시에 의하면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 ‘중대한 위반행위’,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따른 각각의 부과기준율이 10%, 30%, 50% 정도이고, 또 이 사건 과징금은 피고가 원고의 위반행위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한 후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다시 50%를 감액한 금액인 점까지 아울러 고려해 보면,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위반행위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하여 과징금을 산정한 것에 사실오인이나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의 사유가 있어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기록상 이를 인정할 만한 뚜렷한 자료도 보이지 아니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이 사건 과징금부과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과징금 부과의 재량권 일탈,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뿐만 아니라 처분을 할 것인지 여부와 처분의 정도에 관하여 재량이 인정되는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하여 그 명령이 재량권을 일탈하였을 경우 법원으로서는 재량권의 일탈 여부만 판단할 수 있을 뿐이지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판단할 수 없어 그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고, 법원이 적정하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초과한 부분만 취소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 대법원 1998. 4. 10. 선고 98두2270 판결 , 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5두3172 판결 등 참조), 피고의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면서 적정하다고 인정되는 과징금을 산정한 후 이를 초과한 부분만 취소한 원심판결은 이 점에서도 파기를 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