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7779 판결
[대여금등][미간행]
판시사항

사업자등록 명의와 통장을 빌려준 등의 사정만으로 거액의 차용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수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임의대리권은 그것을 수여하는 본인의 행위, 즉 수권행위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어느 행위가 대리권 범위 내의 행위인지 여부는 개별적인 수권행위의 내용이나 그 해석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 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3372 판결 참조), 사업자등록 명의와 통장을 빌려준 등의 사정이 있다 하여 당연히 거액의 차용행위까지 할 수 있는 포괄적인 대리권을 수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엔터테인먼트의 사업자등록이 피고 명의로 되어 있고, 이 사건 투자계약에 따른 소외 1 콘서트의 운영자금도 피고 명의의 통장으로 송금된 점, 피고가 소외 2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로서 이벤트 행사에 관한 광고물을 제작하거나 디자인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며, 소외 2가 원고를 집으로 초대한 자리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소외 1 콘서트에 투자해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한 일이 있었던 사실에 비추어 피고는 소외 1 콘서트의 전반적인 내용에 관하여 소외 2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사업 운영에 관여하였을 가능성이 큰 점, 피고가 원고에게 자신이 ○○○엔터테인먼트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소외 2가 피고 명의로 이 사건 투자계약서와 이 사건 지불각서를 작성하였음에도 이에 대하여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등 별다른 이의를 하지 않았던 점, 원고가 지급한 운영자금 1억 1,500만 원 중 1억 원이 피고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되었는데, 그 돈의 사용처가 명백하지 아니하여 피고가 그 돈의 일부를 사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소외 2에게 피고 명의로 ○○○엔터테인먼트라는 상호로 공연기획사업을 하도록 승낙하고 위 사업과 관련하여 직접, 간접적으로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위 지불각서에 따른 약정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우선 피고가 원고에게 투자를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한 것은 남편의 사업에 도움을 준 원고에 대한 의례적인 감사의 표시로 볼 수 있고, 피고가 이 사건 투자계약서 및 지불각서의 작성에 대하여 소외 2를 고소하지 않은 것은 부부 사이인 관계에서 이를 이해할 수 있으며, 남편의 사업에 관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다는 말을 했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리고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원고가 운영자금을 송금한 피고 명의의 통장은 소외 2가 사무실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한 것으로서 소외 2는 원고로부터 받은 금원으로 직원들 월급, 콘서트 광고비, 대관료, 소외 1 개런티 등으로 사용하였다고 그 사용처를 밝히고 있고, 또 당시 소외 2는 그 외에도 변제해야 할 채무가 많은 상태였음을 알 수 있어 피고가 위 금원을 사용하였을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엔터테인먼트의 사업자등록이 피고 명의로 되어 있고, 이 사건 투자계약에 따른 운영자금이 피고 명의의 통장으로 송금된 점 등 원심이 인정한 사실들을 모두 모아 보아도, 피고가 신용불량상태에 빠져 사업자등록이나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 된 남편 소외 2에게 자신의 명의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명의대여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가 소외 1 콘서트의 전반적인 내용에 관하여 소외 2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사업체의 운영에 관여하였을 가능성까지 합리적으로 추정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원심이 근거로 든 위 사정들만으로는 피고가 소외 2에게 이 사건 투자계약의 체결 및 지불각서의 작성 등을 포함하여 사업과 관련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한편, 피고가 소외 2에게 자신의 명의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명의를 대여해주었다 하더라도,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면, 소외 2는 피고가 사업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하고 있고, 원고도 사업체의 실제 운영은 소외 2가 하였고 피고와는 의논한 바 없으며 소외 2가 통장 명의자를 불러줄 때 피고의 이름을 처음 알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실제 거래의 내용을 보더라도 원고는 (상세 명칭 생략)의 아나운서인 소외 2의 지위 및 소외 1 콘서트의 기획이라는 사업 내용을 보고 소외 2만을 상대하여 이 사건 투자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 수 있어, 원고가 피고를 영업주로 오인하고 거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위 명의대여로 인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소외 2에게 사업과 관련하여 직접, 간접적으로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포괄적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인정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위 지불각서에 따른 약정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반하고 권한의 위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박일환 안대희(주심) 신영철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