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요건인 ‘위계’의 의미
[2] 국립대학교의 전임교원 공채심사위원인 학과장 갑이 지원자 을의 부탁을 받고 이미 논문접수가 마감된 학회지에 을의 논문이 게재되도록 돕고, 그 후 연구실적심사의 기준을 강화하자고 제안한 것은 해당 학과의 전임교원 임용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공정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137조 에서 말하는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3] 국립대학교의 전임교원 공채 지원자인 을이 학과장 갑의 도움으로 이미 논문접수가 마감된 학회지에 논문을 추가게재하여 심사요건 이상의 전공논문실적을 확보하였더라도, 이는 을이 자신의 노력에 의한 연구결과물로서 심사기준을 충족한 것이고 이후 다른 전형절차들을 모두 거쳐 최종 선발된 것이라면, 을의 행위가 형법 제137조 에 정한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하는 것으로서,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위 죄가 성립한다. 만약, 그러한 행위가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
[2] 국립대학교의 전임교원 공채심사위원인 학과장 갑이 지원자 을의 부탁을 받고 이미 논문접수가 마감된 학회지에 을의 논문이 게재되도록 도운 행위는 다소 부적절한 행위라고 볼 수 있지만, 그 후 갑이 연구실적심사의 기준을 강화하자고 제안한 것은 해당 학과의 전임교원 임용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공정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설사 갑의 행위가 결과적으로는 을에게 유리한 결과가 되었다 하더라도 형법 제137조 에서 말하는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3] 국립대학교의 전임교원 공채 지원자인 을이 학과장 갑의 도움으로 이미 논문접수가 마감된 학회지에 논문을 추가게재하여 심사요건 이상의 전공논문실적을 확보하였더라도, 이는 을이 자신의 노력에 의한 연구결과물로서 심사기준을 충족한 것이고 이후 다른 전형절차들을 모두 거쳐 최종 선발된 것이라면, 을의 행위가 공채관리위원회 위원들로 하여금 을의 자격에 관하여 오인이나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였다거나 그로 인하여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형법 제137조 에 정한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2][3] 대법원 1997. 2. 28. 선고 96도2825 판결 (공1997상, 1032)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4293 판결 (공2003상, 847)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도7724 판결 (공2008상, 541)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윤재식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이 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도7724 판결 참조), 만약 그러한 행위가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는 전임교원 수에 비해 수업이 과다하여 주로 역사교육 관련 과목을 담당할 신규 교원을 채용하기로 하였는바, 피고인 2는 2003. 9. 4. 채용공고 직후 당시 위 사회과교육과 학과장이던 피고인 1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이에 피고인 1은 2003. 9. 초순경 자신이 부회장 겸 편집위원으로 있던 한국○○학회의 학회지 ‘ (학회지 명칭 생략)’의 편집위원장 공소외 1에게 논문접수가 마감되었음에도 피고인 2가 논문을 투고할 수 있도록 부탁하여 피고인 2 작성의 역사교육 관련 전공논문인 ‘ (논문 명칭 1 생략)’이 2003. 9. 30. 발행 ‘ (학회지 명칭 생략) 제42권 제3호’에 게재되도록 함으로써 피고인 2로 하여금 역사교육 관련 전공논문실적 150%를 확보하게 하였다. 그 후 피고인 1은 2003. 9. 24. 학과회의에서 연구물발표실적 ‘수’의 요건을 500% 이상에서 900% 이상으로 올리고, 전공논문발표실적 ‘수’의 400%에 ‘역사교육 관련 논문 150% 이상’이 포함되도록 하자고 강화된 심사기준을 제안하기도 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연구물발표실적 ‘수’의 요건은 600% 이상, 전공논문발표실적 ‘수’의 요건은 학술진흥재단 등재지 400% 이상으로서 그 중 역사교육 관련 논문이 100% 이상 포함되어야 하는 것으로 수정·의결되었고, 2003. 10. 15. 열린 제2차 전임교원공채관리위원회에서 그와 같이 확정되었다. 피고인 2는 2003. 11. 5. 위 사회과교육과 교원 공채에 지원하면서 위 ‘ (학회지 명칭 생략)’에 실린 위 역사교육 관련 논문을 연구물발표실적에 포함하고, 이를 다른 논문과 함께 연구내용 심사용으로도 제출한 다음, 이후 진행된 어학시험, 교수능력심사 및 면접심사를 거쳐 2003. 11. 26. 최고 점수를 받아 위 사회과교육과 교수로 선발되었다. 그 직후 위 사회과교육과 공소외 2 교수 등은 피고인 2의 위 역사교육 관련 논문이 2002. 12.에 ○○사학에 발표된 ‘ (논문 명칭 2 생략)’을 표절하거나 중복하여 게재한 경우 등에 해당한다는 의혹을 제기하였으나 학교 차원의 검증 결과 그러한 의혹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위 인정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국립대학교의 전임교원 공채와 관련하여 학과장인 피고인 1이 서류전형에서 연구실적심사의 일부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제안을 한 것이 공채에 지원하려는 피고인 2에게 유리한 결과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제안은 당초 위 사회과교육과가 전임교원을 새로 임용하려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전문성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가점을 주는 공정한 경우에 해당하고, 또한 그 제안이 학과회의를 거쳐 적정한 수준으로 변경되었으며, 피고인 1이 피고인 2가 논문을 추가게재할 수 있도록 도운 행위가 공채심사위원으로서 다소 부적절한 행위라고 볼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2로서는 자신의 노력에 의한 연구결과물로써 그러한 심사기준을 충족한 것이고 이후 어학시험, 교수능력심사, 면접심사 등의 전형 절차를 거쳐 최종 선발된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계로써 공채관리위원회 위원들로 하여금 피고인 2의 자격에 관하여 오인이나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였다거나 그로 인하여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형법 제137조 소정의 위계에 해당하고, 이로써 공채관리위원회 위원들의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판단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