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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도12 판결
[사기][미간행]
판시사항

[1] 사기죄에 있어서 편취 범의에 대한 판단 기준

[2]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확신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기 범행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태기정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1. 공소사실

피고인들은, 사실은 1996. 9.경 피고인들과 공소외 1이 공동으로 투자하여 낙찰받기로 한 남원시 주천면 용담리 344 전 1,491㎡(이하 '344 토지'라 한다)에 대해 지적도와 경매정보지를 소지하고 미리 사전답사를 한 후 같은 달 30.경 위 344 토지를 낙찰받은 상태였고, 또한 344 토지는 묘자리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공소외 2(여, 당시 40세)가 묘자리로 쓸 토지를 구한다는 정을 알고 피해자에게 남원시 주천면 용담리 172 목장용지 612㎡(이하 '172 토지'라 한다), 같은 리 173 답 1,859㎡(이하 '173 토지'라 한다) 등 묘자리를 쓰기에 좋은 다른 토지를 보여주고, 이를 344 토지인 것처럼 매도하기로 마음먹고,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1996. 12. 22. 15:00경 위 172 토지에서, 피해자에게 공소외 3 소유의 173 토지, 공소외 4 소유의 172 토지, 같은 리 151 답 787㎡, 같은 리 152 전 169㎡, 공소외 5 소유의 같은 리 153 전 1,329㎡ 등의 토지를 보여주면서 "이 토지를 우리들이 경매로 낙찰 받았는데, 이 토지를 매수하라, 묘자리로 사용하기 좋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18:00경 남원시 쌍교동에 있는 공소외 1 운영의 풍년슈퍼에서 계약금 명목으로 160만 원, 1997. 1. 10. 남원시 향교동에 있는 대청마루 앞 노상에서 잔금 명목으로 1,840만 원, 합계 2,0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그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위 344 토지를 172 등 토지로 착각하여 경락받은 후, 344 토지가 그 위치와 토질 등의 사유로 타인에게 매도하기 어려운 토지임을 알고 나서 남편과 사별한 후 피고인 1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피해자에게 344 토지가 아닌 172 등 토지를 보여주면서 묘자리로 사용하기 좋은 토지라고 기망하여 344 토지를 매수하게 함으로써 토지 매수가격인 2,000만 원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3.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원심의 사실인정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은 위 344 토지를 172 등 토지로 알고 낙찰받았다는 것인데, 그 이후 피고인들이 위 344 토지를 피해자에게 전매하기까지 어떤 계기와 경위로 위 344 토지의 정확한 위치나 형상, 위 토지가 묘자리로 적합한지 여부 등을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어 그 자체로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나.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 등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도2048 판결 등 참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기죄의 주관적 요소인 범의를 인정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위 344 토지를 낙찰받을 때부터 피해자에게 이를 전매하기까지 사이에 위 344 토지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음에도 위 172 등 토지를 마치 344 토지인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 공소외 6, 공소외 1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 정도가 있는데, (1) 먼저 피해자의 진술은, 사후에 위 344 토지의 실제 위치가 다른 것을 확인하였고 피고인들이 사전에 답사까지 하고 이를 낙찰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매도할 당시에 위치를 속였음에 틀림없다는 내용이어서 단순한 추측에 불과하고, (2) 다음 공소외 6의 진술은, 1996. 9. 중순경 피고인들이 공소외 6에게 위 344 토지의 위치를 물어본 적이 없다는 내용인데, 기록상 피고인들이 위 344 토지에 대한 입찰에 참가하기에 앞서 경매대상토지의 위치 등을 확인하러 현장 부근에 갔을 당시 그 곳에서 만났던 사람이 공소외 6이라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그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사전에 위 344 토지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3) 끝으로 피고인들과 공동으로 자금을 투자하여 위 344 토지를 피고인 1 명의로 낙찰받은 공소외 1은 검찰에서, '입찰에 참가하기 전에 피고인들과 함께 경매대상토지의 위치를 확인하러 갔는데 당시 산에 붙어 있는 밭으로 쟁기질이 되어 있었고 주변에 개막사 등 건물이 전혀 없는 밭이었으며, 개막사 등 건물이 없었다면 위 344 토지를 정확하게 확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요지로 진술하여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바 있으나, 공소외 1 스스로 그와 같은 진술 직후 검찰수사관과 함께 현장 부근에 가서 위 344 토지와는 전혀 다른 토지를 당시 확인한 토지라고 지목하였을 뿐 아니라, 원심 법정에서는 '당시 확인한 토지는 개막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고개를 넘지 않고 양지바른 곳에 있었으며 검찰 수사관과 함께 실제로 가본 344 토지는 산 속에 있어 당시 확인한 토지가 아닌 것 같았고, 수사관에게 이런 땅이면 사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기까지 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전후 일관성이 전혀 없으므로,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위 진술은 도저히 믿기 어렵다.

오히려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들과 공소외 1은 대체로 전매차익을 노리고 위 344 토지를 낙찰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이 위 344 토지의 위치나 형상, 토질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면 이를 전매하기 어렵다는 사정도 잘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를 낙찰받은 이유를 선뜻 납득하기 어렵고, 실제로 그들 모두 위 344 토지의 위치 등을 제대로 알았다면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통상 자기 소유의 토지를 매도하는 사람은 그 토지의 위치, 형상, 당해 토지가 묘자리로 적합한지 여부 등에 관해 알고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하겠으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은 위 344 토지가 유찰을 거듭하여 최저입찰가격이 크게 저감된 상태여서 낙찰받을 경우 상당한 전매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낙찰을 받은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그 위치나 형상, 특정 용도에 적합한지 여부 등에 관해서는 관심을 덜 가졌을 것으로 생각되고(따라서 전매할 때까지 그 위치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방치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 피고인들이 입찰에 참가하기 전에 경매정보지와 지적도를 지참하고 경매대상토지의 위치와 현황 등을 확인하러 갔다고는 하지만, 경매정보지에 위 344 토지의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어 있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데다, 위 344 토지나 172 등 토지가 모두 산과 농지들로 둘러싸여 있고 당시 172 토지 주변의 논들도 휴경상태여서(수사기록 315면) 지목이나 이용현황, 형상 등으로는 위 344 토지를 찾아내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지며, 여기에다 피고인 1과 공소외 1은 이 사건 입찰 이전까지 경매에 참가한 경험이 전혀 없고, 피고인 2도 그런 경험이 한 번뿐이었던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들이 반드시 위 344 토지의 위치 등을 제대로 알고 이를 낙찰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있는 점,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위 344 토지를 매도하기 전 피고인 1이 1996. 11. 중순경 피해자와 함께 현장을 다녀왔고, 매매계약을 체결하던 당일인 1996. 12. 22.에는 피고인들과 피해자 및 피해자의 고종사촌 시누이인 공소외 7이 함께 172 등 토지를 찾아가 현장을 확인한 바 있는데, 당시 위 172 토지상에 성명불상자가 관리하는 개막사가 존재하고 있던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현장에서 위 개막사의 관리자를 만나 물어보면 금방 들통 날 일을 대담하게 피해자의 친척까지 대동하고 가서 매매대상토지의 위치를 속일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점, 더구나 당시 피고인 1은 피해자와 내연의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고(이는 피해자를 제외하고 피고인들, 공소외 1, 공소외 7이 공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피고인 2도 공소외 7과 친분이 있는 관계였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위 344 토지의 가격을 다소 높게 받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아예 위치를 감쪽같이 속여 이를 매도하였을 것이라고는 쉽사리 생각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들과 공소외 1이 위 344 토지를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이를 전매함으로써 얻은 경제적 이익도 1인당 100만 원을 조금 넘는 정도에 불과하고, 그것도 피고인들이 당초 요구한 매매가격에서 250만 원을 할인한 결과인데 반하여, 피고인들은 모두 농촌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 피해자는 1999. 3.경 자신이 매입하였던 토지가 172 등 토지가 아님을 알았으면서도, 자신이 1996. 6.경 피고인 1과 공동으로 구입하였던 또 다른 부동산인 남원시 광치동 548-3 토지와 관련하여 피고인 1과 분쟁이 심화된 2002. 3. 11.에야 피고인 1을 사기죄로 고소한 점, 피해자가 위 광치동 548-3 토지와 관련하여 피고인 1을 고소하면서 제출한 고소장에 '농지원부가 없어서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못하였다.'고 기재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수사기록 143면), 위 344 토지에 관한 피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늦어진 것도 피해자가 농지원부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피고인 1의 변소를 배척하기가 쉽지는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위 344 토지의 위치를 알고 있었음에도 위 172 등 토지가 위 344 토지인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확신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중대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하겠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배기원(주심)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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