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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4도1656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미간행]
판시사항

[1]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의 대가로 제공되는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 알선수재죄의 성립 여부(소극)

[2] 피고인에 대한 금품 제공의 경위, 구체적인 청탁의 유무 및 피고인과 공여자의 신분·친분 관계 등에 비추어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손일원 외 4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금원 제공자인 주식회사 나라종합금융(이하 '나라종합금융'이라 한다) 대표이사 공소외 1의 검찰 최초 조사 이래 제1심 및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일관된 진술은, 그의 연령, 경력, 직업, 성행 및 진술의 일관성·명확성 외에도, 공소외 1이 가져간 3천만 원을 준비해 준 나라종합금융 부사장 공소외 2,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 동행한 보성그룹 회장 공소외 3의 각 진술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점, 공소외 1은 변호인과 접견을 마친 다음 여러 사람들에 대한 금품제공사실을 일괄하여 자백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금원 교부사실을 진술한 점, 대우그룹 부도로 인하여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던 나라종합금융으로서는 영업정지 또는 영업인가 취소에 관하여 권한을 가진 고위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인 피고인에게 나라종합금융에 대한 금융 지원과 퇴출저지 청탁을 하면서 금품을 제공할 충분한 동기가 있었던 점, 피고인이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공소외 1, 공소외 3을 만나 나라종합금융과 관련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그 자리에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인 공소외 4에게 전화를 하여 공소외 1, 공소외 3 등을 만나 사정을 들어보도록 부탁하여 공소외 1 등이 그 다음날 청와대로 공소외 4를 찾아가 선처를 호소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점, 그 직후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나라종합금융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회사 대우, 대우캐피탈, 다이너스클럽코리아의 회사채를 담보로 1,300억 원을 나라종합금융에 예치하여 나라종합금융의 유동성을 지원한 점, 공소외 4는 검찰에서 ' 공소외 1의 부탁을 들어 줄 수 없다는 보고를 받은 피고인이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고 진술한 점, 피고인의 오랜 측근으로 피고인이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재직 시에는 피고인의 수행국장이었던 공소외 5는 원심 법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을 방문하는데, 서류가방을 들고 오는 방문객도 비일비재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비서실장 공관의 관리체계나 출입절차상 쇼핑백을 들고 들어와 금원을 수수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의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대통령 비서실장인 피고인이 비서실장 공관에서 공소외 1, 공소외 3으로부터 나라종합금융에 대한 금융지원 및 퇴출저지 등의 청탁과 관련하여 3천만 원을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징역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의 형이 과중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소정의 알선수재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알선할 사항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이고, 금품 등 수수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고, 단지 금품 등을 공여하는 자가 금품 등을 수수하는 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그로부터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과 관련하여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 속에 금품 등을 교부하고, 금품 등을 수수하는 자 역시 공여자가 그러한 기대감을 가지고 금품 등을 교부하는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이를 수수하였다는 정도의 사정만으로는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도5655 판결 , 2004. 11. 25. 선고 2004도664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공소외 3은 1999. 3. 초순경 고등학교 선배인 피고인이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정된 상태에서 피고인의 선거참모인 공소외 6 등의 요청에 따라 선거자금을 지원하고 아울러 차후에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집권여당 내에서의 위치나 영향력 등을 이용하여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에서 공소외 1과 함께 피고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공소외 3은 공소외 1을 피고인에게 소개할 의도로 5천만 원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공소외 1에게 건네주었고,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조금 준비했습니다."라고 인사하면서 쇼핑백을 건네 준 사실, 이후 피고인, 공소외 3, 공소외 1, 공소외 6은 함께 술을 마시면서 피고인은 공소외 1과 주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피고인은 지역구를 옮겨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과정이나 지역구 조직의 인수에 관한 어려움 등 주로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으며, 공소외 1은 주로 정부의 금융정책이나 종금사의 경영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뿐,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나라종합금융 경영상의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부탁을 하지는 아니한 사실, 공소외 3과 피고인은 1999. 3. 하순경 다시 공소외 6의 안내로 구로동에 있는 피고인의 아파트를 방문하였다가, 1시간 여를 기다린 끝에 선거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피고인을 만나 시간 관계상 별다른 얘기를 나누지 못한 채, 잠시 선거에서의 승리를 격려하는 취지의 말과 함께 3천만 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주고 돌아간 사실을 인정한 다음,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나라종합금융 경영상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향후 나라종합금융이 정부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정부쪽의 도움을 받을 일이 있으면 도와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공소외 1, 공소외 3, 공소외 6의 검찰 및 법정에서의 일부 진술은, 공소외 1이 법정에서 '구체적인 현안 없이 다음에 어려운 일이 닥치면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과 당시 피고인에게 선거자금 명목의 돈을 건네는 공소외 1이 정부의 금융정책이나 종금사의 경영 일반 등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한 것에서 더 나아가, 당시 정부쪽의 도움이 필요한 뚜렷한 현안이 있는 것도 아님에도 나라종합금융의 장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경영상의 문제점 등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정부쪽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피고인이 나서서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상 이해하기 어려운 점, 공소외 3, 공소외 6은 공소외 1과 피고인 사이의 대화를 정확하게 청취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려운 것으로 보아 배척하고, 나아가 공소외 1이 한 구체적인 청탁의 내용이 없는 위와 같은 부탁의 말은 당시와 같이 선거를 앞두고 선거자금 명목으로 돈을 전달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고 있고, 공무원이 아닌 피고인에게 의례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취지라고 보여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도 선거자금을 지원해 주는 측에 대한 의례적인 답변으로 '도와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보아, 위와 같은 이 사건 당시의 피고인에 대한 금품 제공의 경위, 구체적인 청탁의 유무 및 피고인과 공소외 3의 신분·친분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금원을 교부한 것은 공소외 3이 피고인의 고교 후배로서 선배인 피고인의 선거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일 뿐, 청탁의 대가로서 제공하겠다는 의도에서 행해진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고, 피고인으로서도 위와 같은 청탁의 대가라고 인식하면서 금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며, 공소외 3,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선거자금을 지급함으로써 장차 나라종합금융을 운영함에 있어 직·간접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위 금원을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의 대가로 제공되는 금품까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제공되는 금품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증거취사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위배, 심리미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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