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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임금등][공2005.4.1.(223),463]
판시사항

[1] 사용자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의 휴직근거규정에 의한 사용자의 명령휴직처분이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에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2]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구속취소로 불구속 기소된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명령휴직처분이 근로자가 구속취소로 석방된 후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한 사례

[3]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및 근로자 본인과 협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대기발령이 당연무효로 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휴직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의 휴직근거규정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일정한 휴직사유의 발생에 따른 휴직명령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정해진 사유가 있는 경우 당해 휴직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불구속 기소된 이상 사용자의 인사규정에서 정한 명령휴직의 사유 그 자체는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근로자가 석방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명령휴직처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구속취소로 석방된 후에는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명령휴직규정의 설정 목적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라고도 볼 수 없어 위 명령휴직처분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한 사례.

[3]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대기발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와의 협의 등 대기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며,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대기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원진)

피고,피상고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주문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2000. 1. 1.부터 2001. 8. 19.까지의 기간에 대한 임금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사실관계

원심이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1987. 11. 3. 축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축협'이라 한다)에 신규채용되어 근무하던 중 1998. 8. 6. 업무상 배임의 혐의사실로 구속되었는데, 그 혐의사실은 "원고가 축협 서울시지회에서 금융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위 지회 영업부장이던 소외인과 공모하여 1997. 9.경 주식회사 북원농산에 축산발전기금을 대출함에 있어 북원농산이 자기부담금을 투자한 사실을 확인하고 충분한 담보를 확보한 후 대출하여 줄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북원농산이 자기부담금 20억 원을 투자하였다는 근거가 되는 공사선급금 영수증이 허위로 작성되었을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다른 담보를 확보하지 아니한 채 감정가 12억 2,500만 원 상당의 부동산만을 담보로 확보하고 36억 2,000만 원을 대출하여 줌으로써 축협에 위 대출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라는 것이었다.

나. 축협의 인사규정 제32조 제3호, 제33조 제3호는 휴직의 종류를 질병휴직·병역휴직·명령휴직·육아휴직·청원휴직·유학휴직 등으로 구분하면서, "형사사건으로 구속 또는 기소되었을 때에는 판결확정 후 1월까지 명령휴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바, 원고가 위와 같이 구속되자 축협은 1998. 8. 14. 위 인사규정을 적용하여 원고에게 명령휴직을 하였다.

다. 원고는 같은 해 9. 1. 검사의 구속취소로 석방된 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로 불구속 기소되자 그 무렵 축협에 복직을 신청하였으나 축협은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라. 원고는 위 형사사건의 제1심에서 1998. 11. 6.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항소심에서 1999. 2. 23.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각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2001. 4. 27. 위 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고, 환송 후 항소심은 같은 해 7. 20. 북원농산에 대한 위 대출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고의로 업무상 임무에 위배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며, 그 판결은 같은 달 28. 확정되었다.

마. 한편, 축협은 1999. 1. 28. 원고에 대한 변상판정위원회를 개최하였으나 축협의 손실액이 정확하게 산출될 때 재부의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의결보류결정을 하였다.

바. 1999. 9. 7. 법률 제6018호로 제정되어 2000. 7. 1.부터 시행된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피고는 위 법 부칙 제7조 제1항 에 의하여 축협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면서 원고를 비롯한 축협 직원들에 대한 고용관계도 승계하였다.

사. 피고는 원고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2001. 8. 20. 원고를 복직시켰으나,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 및 변상조치 여부를 확정하기 위하여 같은 날 원고에 대하여 대기발령을 하였다가, 2002. 1. 3. 대기발령 사유가 해소되자 대기발령을 해제하고 원고를 피고의 목포신안군 지부에서 근무하도록 명하였다.

아. 2000. 7. 1.부터 원고에게 적용되는 피고의 인사규정 제15조 제2항 제1호, 제16조 제1항 제1호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을 때에는 판결확정 후 1월까지 명령휴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4조 제1항 제4호는 "징계사유에 해당되어 인사위원회에 부의될 때에는 대기발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 원고에게 2001. 3. 31.까지 적용되던 축협의 급여규정 제7조 제2항 제6호는 "명령휴직기간 중에는 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에게 2001. 4. 1.부터 적용되는 피고의 직원급여규정 제8조 제2항 제6호, 제4항은 "명령휴직자와 대기발령중인 직원에 대하여는 고정급여의 80% 해당액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는 2001. 4. 1.부터 원고에게 적용되는 피고의 직원급여규정에 의하여 같은 날부터 2002. 1. 2.까지의 명령휴직 및 대기발령의 기간에 대하여 본봉에 직책수당을 합한 고정급여의 80% 해당액을 지급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가 1998. 9. 1. 구속취소로 석방된 후에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으므로 원고의 복직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명령휴직을 계속하여 유지한 축협 및 피고의 조치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2000. 1. 1.부터 2002. 1. 2.까지의 기간에 대한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위 사실관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원고는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북원농산에 대한 축산발전기금의 대출을 실행하여 축협에 손해를 가하였다는 혐의로 구속되었는데, 원고에게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이 취소된 것이 아닌 점, 위 대출과 관련하여 원고가 제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점, 무죄판결의 사유가 위 대출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업무상 배임의 고의가 없다는 것이고 과실의 존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은 점, 원고에 대한 징계 및 변상조치 여부에 관하여 논의하는 피고의 인사위원회가 개최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직원에 대하여 명령휴직을 할 수 있다는 축협 및 피고의 인사규정은 구속기소된 경우에만 적용되고 불구속기소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없고, 따라서 축협과 피고가 원고에게 적용되는 인사규정에 따라 원고에게 한 명령휴직 및 대기발령은 정당하고, 나아가 급여규정에 따라 급여를 제한하여 지급한 것도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전부 배척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이 원고의 청구를 전부 배척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명령휴직 기간 동안의 임금청구에 대하여

휴직이라 함은 어떤 근로자를 그 직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 불능이거나 또는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 그 근로자의 지위를 그대로 두면서, 일정한 기간 그 직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사용자의 처분을 말하며, 통례적으로 이러한 휴직제도는 사용자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의하여 규정되고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휴직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휴직근거규정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일정한 휴직사유의 발생에 따른 휴직명령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정해진 사유가 있는 경우, 당해 휴직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2. 11. 13. 선고 92다16690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는 1998. 8. 6. 구속되었다가 같은 해 9. 1. 검사의 구속취소로 석방된 후 불구속 기소되었고, 축협과 피고의 인사규정은 '형사사건으로 구속 또는 기소되었을 때(축협)' 또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을 때(피고)'에는 판결확정 후 1월까지 명령휴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불구속 기소된 이상 축협이나 피고의 인사규정에서 정한 명령휴직의 사유 그 자체는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36억 2,000만 원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업무상 배임의 혐의사실로 구속된 원고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축협의 명령휴직은 원고가 석방되기 전까지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1998. 9. 1. 검사의 구속취소로 석방된 후 재차 구속되지는 않았으므로, 원고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더 이상 해당하지 않게 되었음이 분명하고, 다만 원고가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만이 문제된다고 할 것인바, 축협의 인사규정 제34조 제1항은 "직원이 복직을 신청한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0일 이내에 복직을 명하여야 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의 기일 내에 복직을 명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휴직기간의 연장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석방된 후 앞서 본 바와 같이 축협에 복직을 신청하였으므로, 명령휴직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명령휴직권 발동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원고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원고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축협이 원고의 복직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또 축협과 피고가 종전의 명령휴직을 계속 유지한 조치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축협의 급여규정은 명령휴직기간 중에는 급여를 전혀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1998. 9.경 불구속 기소된 원고에 대하여 2001. 7. 28.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인 같은 해 8. 20.경까지 명령휴직을 계속 유지한 것은 그 실질에 있어 해고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고, 한편 축협의 인사규정은 제35조 제1항에서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하거나 근무태도가 심히 불성실한 자(제1호), 징계 부의를 요구 중이거나 징계 부의된 자(제3호), 중대한 부정, 불상 사고와 관련하여 사건의 수습 또는 확대방지에 필요한 경우와 증거를 인멸시킬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제4호), 기타 사무형편상 부득이하다고 인정될 때(7호)' 등의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대기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축협의 급여규정은 제7조 제3항에서 이러한 대기발령을 받은 자에게는 본봉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비록 원고가 축협에 36억 2,000만 원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업무상 배임의 혐의사실로 구속되기까지 하였다가 불구속 기소되어 제1심 및 항소심에서 유죄의 판결을 선고받음에 따라 원고에게 축협 또는 피고의 업무를 맡기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업무상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궁극적으로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되었으며, 더 나아가 원고의 과실이 문제되어 원고가 인사위원회 및 변상판정위원회 등에 회부되기는 하였으나 그 후 원고가 실제로 징계처분이나 변상처분을 받았다고 볼 자료도 없고, 축협의 인사규정이나 급여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 명령휴직규정에 의하여 명령휴직처분을 받게 되는 경우, 급여 등에 있어서 해고와 마찬가지의 매우 불이익한 처분을 받는 결과가 된다는 점과 약 3년에 걸친 이 사건 명령휴직의 기간 등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명령휴직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명령휴직권 발동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원고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보면, 원고가 앞서 본 범죄사실로 불구속 기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근로를 제공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판단하여 일체의 근로제공을 하지 못하도록 명령휴직권을 발동한 조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결여한 처분이라고 아니할 수 없고, 그 후 제1심 및 항소심에서 유죄의 판결이 선고되기는 하였으나 근로의 현실적인 제공에 지장이 없는 집행유예의 판결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그러한 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명령휴직처분에 정당한 이유가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나아가 원고가 휴직자에 대하여 본봉에 직책수당을 합한 고정급여의 80% 해당액을 지급한다는 피고의 직원급여규정을 2001. 4. 1.부터 적용받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명령휴직의 사유에 변동이 없는 이상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에 대한 명령휴직처분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가 구하는 2000. 1. 1.부터의 기간에 대한 명령휴직은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는 위 2000. 1. 1.부터 이 사건 대기발령이 있기 전인 2001. 8. 19.까지는 축협 또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자신의 근로계약상의 의무인 근로제공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원고는 위 기간 동안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임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명령휴직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위 기간 동안의 임금청구에 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 채 이를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명령휴직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원심의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나. 대기발령 기간 동안의 임금청구에 대하여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대기발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와의 협의 등 대기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며,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대기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 (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두801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의 인사규정은 징계사유에 해당하여 인사위원회에 부의될 때에는 대기발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형사사건에서 원고에게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고의로 업무상 임무에 위배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받았으며, 원고는 징계 및 변상조치 여부를 확정하기 위하여 인사위원회에 부의되었고, 대기발령을 받은 자에게는 본봉에 직책수당을 합한 고정급여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징계사유에 해당하여 인사위원회에 부의되었음을 이유로 한 피고의 2001. 8. 20.자 이 사건 대기발령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대기발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로서 적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같은 취지에서 위 대기발령 일자부터 그 해제시까지의 기간에 대한 원고의 임금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대기발령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2000. 1. 1.부터 2001. 8. 19.까지의 기간에 대한 임금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변재승 박재윤 고현철(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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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3.10.23.선고 2003나29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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