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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4도52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미간행]
판시사항

[1] 강제추행죄에 있어서 추행의 의미 및 판단 기준

[2] 직장 상사가 등 뒤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여 어깨를 주무른 경우,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추행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와 원심의 판단

이 사건에 공소사실 중 2002. 4. 중순경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깨를 주물러 추행하였다는 점에 관한 요지는 "피고인은 2001. 9.경부터 공소외 1 주식회사 서울지사의 영업부 대리로 근무하던 자로서, 2002. 3.경부터 부하 여직원인 피해자 피해자(여, 22세)에게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게 한 후 이를 거절하면 큰소리로 화를 내 피해자로 하여금 이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였고, 피고인이 위 회사 회장 공소외 2와 대표이사 공소외 3의 조카인 관계로 위 회사 관계자들이 피고인을 제지하지 않아 계속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어깨를 주무르게 하여 오던 중, 2002. 4. 중순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소재 공소외 1 주식회사 서울지사의 영업부 사무실에서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라는 요구를 피해자가 거절하자 피해자의 등뒤로 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하면서 양손으로 피해자의 어깨를 주물러 업무상 위력에 의하여 피해자를 추행한 것이다."라고 함에 있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도 피해자나 그 동료 여직원인 공소외 4에게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한 적이 있고 그에 따라 피해자나 공소외 4가 피고인의 어깨를 주물러 준 적도 있는 점, 위 행위시에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하였다가 피해자가 거절하자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깨를 주물렀으며 이러한 행위가 비록 피해자의 의사에는 반할 수 있으나 그 당시에는 적극적으로 반항을 하지는 않았고 나중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행위 때문에 이러한 행위도 비로소 문제삼게 된 경위, 어깨를 주무른 장소가 공개된 사무실인 점 등의 사정과 이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및 피고인의 위 행위가 통상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와 혐오의 감정을 일으킬 정도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의 위 행위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성폭력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항 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4. 26. 2001도2417 판결 , 2002. 8. 23. 선고 2002도286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30대 초반의 가정을 가진 남성인 데 반해 피해자는 2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인 사실,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근무하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서울지사는 같은 계열 회사인 공소외 5 주식회사의 서울지사와 40평 가량 되는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두 회사 직원은 전부 합하여 10여 명 정도로서 피해자와 공소외 4는 각각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공소외 5 주식회사 서울지사의 유일한 여직원인 사실, 피고인의 직장 상사들도 피고인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회장 및 대표이사의 조카라는 점 때문에 그가 동료나 부하직원들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어깨를 주무르게 하는 것을 제지하지 못하였고, 피해자도 이러한 사정 때문에 어깨를 주물러 달라는 직장 상사인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여러 차례 이에 응하여 준 사실, 피고인은 2002. 4. 중순경 평소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에게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곧바로 등 뒤로 가 양손으로 피해자의 어깨를 서너 번 주무르다가 피해자의 반발로 이를 그만 둔 사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어깨를 주무르는 것에 대하여 평소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왔었는데 피고인이 등 뒤에서 자신의 어깨를 주물렀을 때에는 온 몸에 소름이 돋고 피고인에 대하여 혐오감마저 느꼈다고 진술한 사실(수사기록 제2책 제2권 제160면), 피고인은 그 뒤인 2002. 4.경 및 같은 해 5. 11. 두 차례에 걸쳐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서울지사 사무실에서 피해자를 갑자기 껴안았고(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성폭력법 제11조 제1항 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유죄를 인정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상고를 하지 아니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러한 일들이 겹치자 피해자는 공소외 1 주식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인데, 위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의 어깨를 주무르는 것에 대하여 평소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오던 피해자에 대하여 그 의사에 명백히 반하여 그의 어깨를 주무르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도록 혐오감을 느끼게 하였고, 이어 나중에는 피해자를 껴안기까지 한 일련의 행위에서 드러난 피고인의 추행 성행을 앞서 본 추행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는 2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행위라고 평가할 만한 것이라 할 것이고, 나아가 추행행위의 행태와 당시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범의나 업무상 위력이 행사된 점 또한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성폭력법 제11조 제1항 에서의 '추행'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이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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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3.12.11.선고 2003노8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