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자회사가 대리점 계약 당사자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회사를 상표법 제23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대리점 계약 당사자인 모회사와 자회사와의 관계 및 영업형태, 상표사용계약의 체결경위 등을 종합하여 위 자회사를 상표법 제23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상표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의 대리인으로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7호 , 제23조 제1항 제3호 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상표법 제23조 제1항 제3호 에서 말하는 '대리인이나 대표자'라 함은 일반적으로 국외에 있는 상표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의 그 상품을 수입하여 판매·광고하는 대리점, 특약점, 위탁판매업자, 총대리점 등을 가리키는 것이고, 대리점 등 계약의 당사자가 자신과 법인격은 다르지만 그 소유와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회사의 명의로 상표등록을 하면 대리점 등이 스스로 상표를 등록한 것과 동일한 결과가 초래되어 위 규정을 잠탈하는 행위를 방지할 수 없게 되고, 나아가 공정한 국제 상거래 질서를 확보하고 수요자 사이에 혼동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계약 등에 의하여 대리인이 된 자가 위 상표법 규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법인을 편의상, 형식적으로 설립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회사가 계약 당사자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관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회사를 계약 당사자와 동일시하여 당연히 그 회사가 상표소유권자의 대리인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2] 대리점 계약 당사자인 모회사와 자회사와의 관계 및 영업형태, 상표사용계약의 체결경위 등을 종합하여 위 자회사를 상표법 제23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상표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의 대리인으로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1] 상표법 제23조 제1항 제3호 , 제73조 제1항 제7호 [2] 상표법 제23조 제1항 제3호 , 제73조 제1항 제7호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타임아이엔씨 (소송대리인 변호사 나세근)
피고,피상고인
프레쉬 에 피스 어쏘시에(FRECHE ET FILS ASSOCIES)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두우 담당변호사 조문현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가. 원심은, 상표법 제23조 제1항 제3호 에서 말하는 '대리인이나 대표자'에는 대리점 등 계약에 의하여 직접 대리인이 된 계약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소유와 경영에 있어서 계약 당사자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회사도 포함되는데, 주식회사 한섬(다음부터는 '한섬'이라고 한다)은 "LOFT design by ..."와 같이 구성된 상표를 조약당사국인 프랑스에 등록한 피고와의 상표사용계약에 의하여 그 국내 대리인이 되었고, 그 뒤 "LOFT"와 같이 구성된 이 사건 등록상표를 등록한 원고는 그 소유와 경영에 있어서 한섬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는 자회사이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는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7호 에 따라 그 등록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나.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7호 , 제23조 제1항 제3호 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상표법 제23조 제1항 제3호 에서 말하는 '대리인이나 대표자'라 함은 일반적으로 국외에 있는 상표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의 그 상품을 수입하여 판매·광고하는 대리점, 특약점, 위탁판매업자, 총대리점 등을 가리킨다 ( 대법원 1996. 2. 13. 선고 95후1241 판결 참조). 그리고 대리점 등 계약의 당사자가 자신과 법인격은 다르지만 그 소유와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회사의 명의로 상표등록을 하면 대리점 등이 스스로 상표를 등록한 것과 동일한 결과가 초래되어 위 규정을 잠탈하는 행위를 방지할 수 없게 되고, 나아가 공정한 국제 상거래 질서를 확보하고 수요자 사이에 혼동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 것은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계약 등에 의하여 대리인이 된 자가 위 상표법 규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법인을 편의상, 형식적으로 설립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회사가 계약 당사자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관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회사를 계약 당사자와 동일시하여 당연히 상표소유권자의 대리인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한섬이 위 상표법 규정의 적용을 회피하려고 원고를 형식적으로 설립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심이 원고가 한섬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는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원고가 피고의 대리인으로서의 지위에 있었다고 본 것은 잘못이다.
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보면, 한섬은 1987. 5. 25. 컴퓨터 도소매 및 프로그램 개발 용역업, 직물의 제조·판매업 및 디자인 개발용역업 등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회사이고, 원고는 1994. 1. 18. 의류, 구두 및 장신구의 제조·도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회사로서, 두 회사는 본점 소재지, 전화번호, 팩스번호 등이 서로 같고, 한섬 명의로 피고와 사이에 1995. 2. 2. 체결된 독점적 상표계약서에 소외 1 또는 소외 2가 한섬을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그 당시 소외 1은 한섬과 원고, 한섬의 자회사라는 주식회사 마인에스에이의 각 대표이사 및 한섬의 다른 자회사라는 한섬통신 주식회사의 이사로, 소외 2는 한섬과 원고, 주식회사 마인에스에이의 각 이사 및 한섬통신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되어 있었고, 위 두 사람은 부부 사이인 사실, 소외 1은 2000. 7. 30.을 기준으로 할 때 한섬 주식의 30.8%를, 그 해 12. 31.을 기준으로 할 때 원고 주식의 19.1%를 소유한 대주주이고, 한섬은 그 무렵 원고 주식의 32%를 소유한 대주주인 사실, 소외 1은 이 사건 상표사용계약의 체결에 앞서 1994. 9. 12. 피고에게 보낸 한섬을 소개하는 내용의 서신에서 한섬은 매 시즌마다 각기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3개의 자회사로 구성되어 있다고 기재하면서, 한섬뿐만 아니라 원고, 주식회사 마인에스에이 등의 설립 시기, 매출액, 직원 수, 대표이사, 이사에 관한 사항을 기재한 '한섬패션그룹(HANDSOME FASHION GROUP)'의 현황을 알리는 자료를 보낸 후 한섬이 계약서상의 상표사용권자가 되어 1995. 2. 2. 피고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5년간으로 하여 한섬이 국제 상품 분류 제25류에 속하는 상품에 관하여 피고의 위 상표를 국내에서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권한과 그 상표가 부착된 상품을 배타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권한 등을 부여받고, 그에 대한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독점적인 상표사용계약을 체결한 사실, 위 계약체결일 무렵 원고, 한섬, 주식회사 마인에스에이가 각각 '타임', '시스템' 및 '마인'이라는 상표로 의류 제품을 제조·판매하여 오고 있었음에도, 그 상표가 부착된 상품을 모두 한섬이 제조·판매하는 것처럼 일반인들에게 소개되고 있었고, 위 계약을 체결한 후 1996. 12. 27.에 이르러 한섬이 'TIME(원고를 가리킨다)' 명의로 "LOFT"를 상표등록하여 두는 것이 한국에서의 장기적인 "LOFT"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팩스를 피고에게 보내면서 한섬이 아닌 '원고'를 상표등록 명의자로 하고자 하는 이유를 별도로 설명한 바 없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상표등록의 당사자로 지정된 것에 대하여는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아니한 채(그에 대하여 동의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은 아니다) 원고나 한섬이 이와 같은 결정을 함에 있어 피고와 상의를 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놀라움을 표시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 이와 같은 사실 등에 나타난 한섬과 원고의 관계 및 영업형태, 위 상표사용계약의 체결경위 및 그 뒤의 경과 등 이 사건 상표사용계약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종합하면 그 계약 당시 이미 국내에서 이른바 한섬패션그룹의 일원으로서 의류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었던 원고나 한섬의 다른 자회사도 피고와 사이에 위 계약내용에 따라 한국 내에서 피고의 상표를 사용하거나 피고의 상표가 부착된 제품을 수입·판매하도록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고, 그렇다면 원고 또한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위 계약서에 당사자로 표기된 한섬과 마찬가지로 위 법조항의 대리인에 해당하게 된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등록상표의 등록 당시 원고가 위 법조항의 대리인이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등록상표에 등록취소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없다.
2. 한편, 원고 또는 한섬이 피고의 동의를 받고 원고 명의로 이 사건 등록상표를 등록한 것이라고 상고이유로 든 주장은 이 상고심에서 비로소 처음 나온 것이어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한 원고가 부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