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이라 한다) 제18조 및 우리 헌법 제19조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로부터 도출되는 권리이므로,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2. 판단
가. 입영기피에 대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는 원칙적으로 추상적 병역의무의 존재와 그 이행 자체의 긍정을 전제로 하되 다만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에 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다른 한편,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사람이 그 거부 사유로서 내세운 권리가 우리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나아가 그 권리가 위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 대해서까지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적용하여 처벌하게 되면 그의 헌법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므로 이 때에는 이러한 위헌적인 상황을 배제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그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양심 실현의 자유도 그 제한을 정당화할 헌법적 법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 할 것인데,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위와 같은 헌법적 가치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