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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2. 5. 선고 98다24136 판결
[약정금][공1999.3.15.(78),446]
판시사항

기부채납의 법적 성질(=증여) 및 지방재정법시행령 제82조 소정의 기부서와 권리확보서류의 교부가 기부채납의 성립요건인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구 지방재정법(1995. 1. 5. 법률 제48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구 예산회계법(1991. 11. 30. 법률 제44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관계 규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일정한 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하고, 담당공무원과 계약상대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함으로써 계약이 확정되도록 정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계약에 관한 위의 법률규정 외에 기부채납에 관하여는 별도로 지방재정법 제75조에서 "공유재산에 편입할 물건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채납한다."고 규정하고, 지방재정법시행령 제82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기부를 채납하는 때에는 기부서와 권리확보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계약에 관한 위 법률규정은 기부채납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또한 기부채납은 기부자가 그의 소유재산을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으로 증여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승낙하는 채납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증여계약으로서 같은법시행령 제82조에서 규정하는 기부서와 권리확보서류도 증여계약의 내용과 성립을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것일 뿐이지 그 교부가 증여계약의 성립요건이라고는 볼 수 없다.

원고,상고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기 외 2인)

피고,피상고인

대한주택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곽동헌)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의 요지

(1) 원심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한국토지공사와 함께 1985년경부터 서울 노원구 상계동·중계동·월계동 일대에서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던 중, 그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노원구 월계동 314 등 일원에 월계하수처리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1986. 7. 29. 당시의 건설부로부터 건설예정지 약 70,000㎡에 대하여 택지개발예정지구의 지정을 받아 그 용지보상비로 금 35억 원을 책정하고 토지를 매수하기 시작하였는데, 인근 주민들이 월계하수처리장의 설치를 반대하는 집단민원을 일으켜 사업추진에 곤란을 겪게 되었다.

이에 피고는 1986. 10. 28.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설치·운영중인 중랑하수처리장의 시설을 확장·증설하여 상계택지개발지구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함께 처리하고 증설공사비 금 155억 원을 피고와 한국토지공사가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던바, 원고는 1986. 12. 19. 원고가 중랑하수처리장을 증설하여 통합 처리하되 그 대가로 증설공사비 금 금 182억 원을 피고가 부담하고, 증설에 소요되는 시설용지에 대한 대체토지로서 피고가 매입하는 월계하수처리장 건설예정지(이하 건설예정지라 한다)를 기부채납할 것을 피고에게 요구하였다.

원·피고는 위와 같이 상계택지개발사업지구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중랑하수처리장의 시설을 확장·증설하여 처리하는 것과 피고가 증설비용을 분담하고 건설예정지를 기부채납한다는 기본원칙에는 합의하였으나, 피고가 부담할 증설공사비의 액수와 대체토지의 기부채납에 관한 구체적 방법에 관하여는 원심 판시와 같이 쌍방이 공문의 발송·접수를 통하여 오랫동안 협의를 진행하여 왔는바, 피고는 1987. 7. 13. 종전의 입장을 정리하여, 건설예정지 중 75%는 이미 피고가 매수취득하였으나(이하 취득토지라 한다) 나머지 토지는 소유자들의 불응으로 취득할 수 없고(이하 미취득토지라 한다), 월계하수처리장 건설계획이 변경된 이상 피고가 미취득토지를 수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므로, 사업시행자를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한 다음 토지의 용도나 사업 내용을 변경하여 원고가 직접 강제수용 등의 방법으로 매수할 수밖에 없으니, 피고가 미취득토지의 보상금액을 부담함과 아울러 취득토지를 원고에게 기부채납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달라고 요청하였고, 이에 원고는 사업시행자 변경에 관한 피고의 요청을 거절하고 피고가 직접 미취득토지를 취득하여 기부채납하라고 요구하였다. 그 이후 쌍방이 위와 같은 각자의 입장을 유지하여 오던 중, 1990. 2. 22.(원심의 1990. 10. 22.는 오기로 보인다) 원고가 피고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업시행자를 원고로 변경하겠다고 통보하였다.

원고는 1991. 4. 6. 건설부로부터 위 택지개발계획의 시행자를 피고로부터 원고로 변경하는 승인을 받은 다음, ㉠ 1991. 7. 25.부터 1992. 9. 30.까지 사이에 미취득토지 중 사유지 14,994.1㎡의 소유자들에게 금 10,901,426,293원을 지급하고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 1991. 9. 24.부터 1993. 11. 10.까지 사이에 위 토지 내의 지장물 소유자들에게 금 796,577,660원을 지급하고 지장물을 철거·이전하게 하였으며, ㉢ 미취득토지에 포함된 감정평가액 금 1,260,970,750원 상당의 국·공유지 9필지 1,867㎡ 중 2필지는 위 감정평가액에 따라 실제 비용을 지출하여 취득하고, 나머지 7필지는 원고의 소유로서 위 감정평가액에 기초하여 원고 산하 재무국의 일반회계에서 주택국의 특별회계로 재산이관 및 회계간 정산처리하였으며, ㉣ 미취득토지의 취득에 소요된 경비로서 감정평가비 금 84,588,500원과 지장물 등 철거비 금 7,082,250원을 지출하였다.

(2) 원고는 원·피고 사이에 미취득토지의 매수비용을 피고가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가 지출한 전항의 합계 금 13,050,645,453원의 지급을 구하였는바,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먼저 원고는 지방자치단체로서 1990. 2. 22. 당시 시행중이던 지방재정법(1995. 1. 5. 법률 제48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3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구 예산회계법(1991. 11. 30. 법률 제44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장 또는 그 위임을 받은 공무원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에는 계약의 목적·계약금액·이행기간·계약보증금·위험부담금·지체상금 기타 필요한 사항을 명백히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담당공무원과 계약당사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하여 계약이 확정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원고 주장의 위 합의가 성립하려면 위와 같은 계약서의 작성이 필요하다 할 것인데, 그러한 계약서를 작성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우선 이 점에서 이유가 없다.

뿐만 아니라 피고의 1987. 7. 13.자 제안은 원고가 사업시행자가 되어 직접 미취득토지를 강제수용 등의 방법으로 취득하는 경우 그 보상금액을 피고가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를 전후하여 원·피고 사이에 계속된 증설공사비의 구체적 비용부담액과 미취득토지의 취득 방법 및 그 비용부담 등에 관한 쌍방의 주장에 비추어 볼 때, 위 제안은 피고가 미취득토지의 취득 방법에 관한 종전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면서, 피고의 사업지구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원고가 통합처리하되 하수처리장 증설공사비를 피고가 부담함과 동시에 건설예정지 중 이미 취득한 토지를 원고에게 기부채납하고, 미취득토지는 원고가 사업시행자를 변경하여 직접 취득하는 대신 그 비용을 피고가 부담한다는 기본원칙만을 확인·제시한 것에 불과하고, 증설공사비와 미취득토지의 취득비용에 관한 피고 측의 부담액수와 지급시기 등은 여전히 쌍방이 협의하여 결정할 문제로 남긴 것으로 해석되므로, 원고의 1990. 2. 22.자 의사표시에 의하여 원·피고 사이에 원고 주장과 같은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설사 피고의 1987. 7. 13.자 제안이 피고가 미취득토지의 취득비용을 전액 부담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보더라도,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있던 1987. 10. 29. 피고는 원고의 증설공사비 납부 요구에 대한 회신을 보내면서 피고가 종전에 주장한 바와 같이 증설공사비를 토지 매입대금을 포함하여 금 182억 원의 범위 내에서 부담할 수 있도록 하여 달라고 요청하였고, 1987. 11. 4.에는 다시 원고에게 미취득토지의 수용에 따른 피고의 비용부담 등에 대하여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므로, 피고의 1987. 7. 13.자 제안은 확정적인 의사표시로 보기도 어렵거니와 가사 그러한 의사표시라 하더라도 그 후 내용이 변경되거나 철회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원고가 1990. 2. 22. 피고의 1987. 7. 13.자 제안을 청약으로 삼아 이를 승낙함으로써 원고 주장과 같은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2. 이 법원의 판단

(1) 합의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여 원·피고 사이에 진행된 협의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는 1986. 10. 28. 주민들의 집단민원으로 월계하수처리장의 신설이 불가하다고 하면서 피고와 한국토지공사가 '공사비 전액(약 금 155억 원)'을 원고에게 납부하겠으니 원고가 운영하는 중랑하수처리장에서 통합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줄 것을 건의하자(갑 제3호증의 1), 원고는 1986. 12. 19. 통합처리방안의 건의를 수용하되 피고가 매입한 건설예정지를 원고에게 기부채납하고, 최소한의 건설공사비인 금 182억 원을 부담할 것을 통보하였다(갑 제3호증의 2). 그 이후 피고는 1987. 3. 31.까지 수차례에 걸쳐 원고가 증설공사를 하여 하수를 통합처리하는 대신 피고는 증설공사비를 부담하고 건설예정지는 피고가 매수하여 원고에게 기부채납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면서, 다만 증설공사비는 금 155억 원 또는 금 147억 원의 범위 내에서 부담할 수 있도록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그 때마다 건설예정지의 기부채납과 공사비 금 182억 원의 지급을 요구하였다(갑 제3호증의 3 내지 8).

피고는 1987. 5. 12.에 이르러, 월계하수처리장 건설계획이 취소되고 하수를 통합처리하는 방안이 확정됨으로써 피고가 당초의 개발계획을 유지한 채 건설예정지를 나대지로 원고에게 기부채납하면 사업준공이 불가능하므로 사업시행자를 원고로 변경하여 미취득토지를 직접 매수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줄 것을 원고에게 요청하였으나(갑 제3호증의 9), 원고는 1987. 6. 29. 시행자 변경은 민원재발의 위험이 있으니 피고가 토지를 매수완료할 것을 요구하였다(갑 제3호증의 10). 피고는 다시 1987. 7. 13.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사업시행자를 변경한 다음 미취득토지를 직접 강제수용 등의 방법으로 매수하면 피고가 그 보상금액을 부담하고 이미 매수한 토지를 기부채납하겠다고 요청하였고(갑 제4호증의 1), 이에 대하여 원고는 1987. 8. 5. 이를 거절하면서 피고가 가능한 절차를 강구하여 건설예정지를 취득한 후 기부채납하라고 요구하였다(갑 제4호증의 2).

이후 피고는 1987. 10. 29. 당초의 건설예정지 매입비용으로 예정한 금 35억 원을 포함하여 총액 금 182억 원의 범위 내에서 비용부담을 할 수 있도록 선처를 요청한 바 있고(갑 제4호증의 3, 4), 원고는 거듭 공사비 금 182억 원과 건설예정지의 매입 후 기부채납을 요구하였으며(갑 제4호증의 7, 8), 피고는 내부검토 결과 피고의 안에 의하더라도 공사비는 금 178억 원이 소요되므로 원고의 요구대로 공사비 금 182억 원을 납부하기로 결론짓고 1987. 12. 9. 원고에게 공사비는 1988년에 금 100억 원, 1989년에 잔액을 납부하겠다고 통보한 다음(갑 제4호증의 9, 을 제25호증), 실제로 1988년부터 1990. 6.경까지 사이에 공사비 금 182억 원 전액을 납부하였다.

피고는 그 이후 1989. 12. 18.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시행자 변경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의 토지매입 완료 후 시행자 변경을 고집하여 오다가 1990. 2. 22. 태도를 바꾸어 사업자를 원고로 변경하여 시행할 예정임을 통보하였다(갑 제5호증의 2 내지 13).

공사비가 위와 같이 완납된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건설예정지 중 취득토지의 기부채납과 미취득 토지의 매입비용을 납입할 것을 거듭 촉구하자, 피고는 취득토지에 대하여는 종전 소유자와의 민사소송이 완료된 후에 기부채납하겠다고 미루어 오다가 그 소송이 종결된 후 1994. 12. 6. 원고에게 기부채납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하였고, 미취득토지의 매입비용에 관하여는 그 지급의무 자체는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피고가 당초 예상한 총액 금 35억 원 중 이미 금 26억 원을 집행하여 금 9억 원밖에 남지 않았음을 들어 금액의 하향조정을 주장하다가, 1994. 6. 29. 이후에는 원고가 지출한 매입비용은 시일경과에 따른 지가폭등으로 인한 것으로 과다하다고 하면서 1987년 협의매수 당시의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지급하겠다고 주장하여 왔다(갑 제7호증의 7, 갑 제8호증의 12, 14, 16).

(나) 위와 같은 원·피고 사이의 협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보면, ㉠ 1987년경 원고가 피고의 제의를 받아들여 기존 중랑하수처리장을 증설하여 하수를 통합처리하는 방안이 확정될 무렵에 비록 하수처리장 증설공사비의 액수까지 명확히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공사비를 피고가 부담함과 아울러 피고가 월계하수처리장 건설예정지를 소유자로부터 매수하여 원고에게 기부채납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졌고, ㉡ 1987. 12. 9. 원고가 주장하여 오던 증설공사비 금 182억 원의 요구를 피고가 받아들임으로써 증설공사비의 액수에 관한 합의도 성립되었으며, ㉢ 1987. 5.경 이후 건설예정지를 피고가 전부 매수한 후 기부채납하기로 한 기존 합의 부분에 관하여, 건설예정지 중 피고가 이미 매수한 토지는 그대로 원고에게 기부채납하되 미취득토지는 사업시행자를 원고로 변경하여 원고가 이를 직접 매수하면 피고가 매수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변경하자는 피고의 계속된 제의에 대하여 원고가 1990. 2. 22.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기존 합의에 관한 일부 변경의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피고가 1988년부터 1990. 6.경까지 증설공사비 금 182억 원을 완납하였고, 건설예정지 중 취득토지는 1994. 12. 6. 원고에게 소유권을 이전하였으며, 미취득토지에 관하여는 그 매수비용의 액수만을 다툴 뿐 그 부담의무 자체는 인정하여 온 피고의 태도와도 들어맞게 된다 할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이 미취득토지의 매수비용을 피고가 부담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하였다면, 그 매수비용의 액수나 지급시기 등이 합의 내용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같은 사항은 법원이 심리를 통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확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위 매수비용의 액수와 지급시기 등을 원·피고가 별도로 협의하여 결정하기로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미취득토지의 매수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합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거나 그 매수비용의 액수와 지급시기 등을 따로 협의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당사자의 의사의 해석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2)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점에 관하여

이 사건 합의 당시에 시행중이던 구 지방재정법구 예산회계법의 관계 규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일정한 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하고, 담당공무원과 계약상대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함으로써 계약이 확정되도록 정하고 있음은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계약에 관한 위의 법률규정 외에 기부채납에 관하여는 별도로 지방재정법 제75조에서 "공유재산에 편입할 물건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채납한다."고 규정하고, 지방재정법시행령 제82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기부를 채납하는 때에는 기부서와 권리확보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계약에 관한 위 법률규정은 기부채납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기부채납은 기부자가 그의 소유재산을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으로 증여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승낙하는 채납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증여계약으로서 위 영 제82조에서 규정하는 기부서와 권리확보서류도 증여계약의 내용과 성립을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것일 뿐이지 그 교부가 증여계약의 성립요건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4031 판결 참조).

기록을 살펴보면, 원·피고는 처음부터 이 사건 협의사항을 기부채납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하여 업무를 처리하여 왔음이 분명할 뿐 아니라,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더라도, 원고로서는 피고가 시행중이던 택지개발사업의 월계하수처리장 설치계획이 취소되고 원고가 중랑하수처리장을 증설하기로 하는 계획이 확정됨으로써 피고와의 합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위 변경계획에 따라 이미 중랑하수처리장의 증설의무를 확정적으로 부담하게 되었고, 이에 의하여 월계하수처리장 설치의무를 면하게 된 피고와의 사이에서 원고는 어떠한 채무를 부담함이 없이 피고로부터 건설예정지 및 증설공사비를 이전·지급받는 문제만이 남은 것이므로, 위와 같은 원·피고 간의 권리관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을 기부채납의 건으로 취급한 원고의 업무처리가 잘못이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의 건설예정지를 기부채납하기로 합의한 다음 미취득토지에 대한 매수비용을 지급받기로 합의를 변경함에 있어서 그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여 위 합의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 합의의 효력을 부인한 원심판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잘못 해석하였거나 기부채납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원심판결에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위법사유가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송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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