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국가가 육교의 관리사무의 귀속주체로서, 서울특별시가 육교의 비용부담자로서 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이들이 국가배상법 제6조 제2항을 들어 구상권자인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러한 경우 구상권자에 대한 국가와 서울특별시의 채무의 성질(=부진정연대채무)
판결요지
트랙터가 서울특별시 내의 일반국도를 주행중 육교에 충돌하여 그 육교상판이 붕괴되면서 이로 인하여 때마침 육교 밑을 통과해 오던 버스운전사가 사망함으로써 위 트랙터에 관하여 공제계약을 체결한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그 유족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 공동면책된 경우, 피고 대한민국은 위 육교의 관리사무의 귀속주체로서, 피고 서울특별시는 위 육교의 비용부담자로서 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이고, 국가배상법 제6조 제2항의 규정은 도로의 관리주체인 국가와 그 비용부담자인 시, 구 상호간에 내부적으로 구상의 범위를 정하는 데 적용될 뿐 이를 들어 구상권자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므로, 피고들은 부진정연대채무자로서 각자 피고들 전체의 부담 부분(전체 손해액 중 구상권자인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부담할 부분을 제외한 전액)에 관하여 구상권자의 구상에 응하여야 하는 것이지 피고별로 분할채무를 지는 것이 아니다.
원고,피상고인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연합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주곤)
피고,상고인
서울특별시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종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임갑인 외 2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서울 동대문구 소재 종암삼거리에서 서울 강북구 소재 미아사거리에 이르는 폭 30m의 종암로(이하 이 사건 도로라 한다)는 1990. 10. 30. 대통령령 제13154호에 의하여 일반국도로 지정되어 있고, 피고 서울특별시(이하 피고 시라 한다)는 1971. 6. 14. 이 사건 도로 중 서울 성북구 종암시장 앞을 가로질러 시민의 보도용으로 육교(이하 이 사건 육교라 한다)를 설치하였는데, 이 지점은 제1심 공동피고이었던 서울특별시 성북구(이하 성북구라고만 한다)의 관할구역 내에 있다.
나. 최초에 이 사건 육교에는 그 아래를 통과하는 차 높이를 4.5m로 제한하는 차높이제한표지판이 육교 양측면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1991.경 피고 시가 이 사건 육교 밑을 통과하는 도로의 덧씌우기 공사 등을 시행함으로 인하여 아래에서 보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당시에는 이 사건 육교 아래로 실제 통과할 수 있는 높이가 위 표지판의 제한표시와는 달리 4.5m 아래로 낮아져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위 육교 북쪽 방향의 제한표지판은 정정되지 않았고, 이 사건 육교의 남쪽 방향의 차높이제한표지판은 떨어져 나가서 1992. 11.경 다시 표시하면서 그 동안의 아스팔트덧씌우기 공사를 감안하여 4.4m로 표시하였다.
다. 피고 시는 서울특별시행정권한위임조례중개정조례(서울특별시 조례 제2523호, 이하 행정권한위임조례라 한다) 제5조 별표 도로국사무 제2항, 서울특별시공공시설물안전관리규정개정규정(서울특별시 1993. 2. 10. 훈령 제759호, 이하 공공시설물안전관리규정이라 한다)에 의하여 이 사건 육교의 유지, 관리업무를 관할구청장인 성북구청장에게 위임하여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육교는 사실상 성북구청장이 관리하고 있었는데, 성북구청장은 1994. 8. 13. 서울특별시장으로부터 도로시설물 통과제한높이 등을 일제 조사하여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고 같은 달 30. 그 결과를 보고함에 있어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육교의 실제높이가 제한표지상의 높이보다 낮아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육교의 차높이제한표지상의 통과 높이와 실제 높이가 모두 4.5m라고 보고하였고, 이에 서울특별시장은 1994. 9. 9.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차높이제한표지판 일제정비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낼 당시 성북구에는 정비대상 시설물이 없다고 기재하였다.
라. 한편 당시 성북구청장이 관장하는 도로시설물관리카드 중 구 카드에는 이 사건 육교의 통과 높이가 4.2m로, 신 카드에는 4.4m로 각 기재되어 있었다.
마. 소외 동남트렉타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 소속의 운전사인 소외 현만식은 1994. 11. 19. 부산에서 소외 회사 소유의 부산 9바5112호 트랙터(이하 이 사건 트랙터라 한다)에 적재함 높이 1.46m의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그 트레일러 위에 중량 28.5t, 높이 3.04m의 도시고속도로 건설용 자재인 사각형 철구조물 1개를 싣고 이를 지름 3cm의 쇠사슬로 묶어 고정시킨 뒤, 이 사건 트랙터를 운전하여 경부고속도로 등을 거쳐 서울에 진입하였다.
바. 위 소외 1은 다음날 09:50경 이 사건 트랙터를 운전하여 월곡로터리 방면으로부터 고려대학교 방면으로 이 사건 도로의 2차선을 따라 진행중 이 사건 육교의 약 20m 전방에서 이 사건 육교의 북쪽 측면 중앙에 설치된 차높이제한표지상의 높이가 4.5m로 표시되어 있음을 발견하였다.
사. 위 소외 1로서는 그가 운전하고 있는 위 트레일러의 총 높이(적재물 및 이를 묶은 쇠사슬을 포함)가 차체 및 화물의 하중에 의해 타이어가 내려 앉는 것 등을 감안한다 하여도 4.5m 남짓되고, 이 사건 육교의 차높이제한표지상의 높이 또한 4.5m로 기재되어 있어 이 사건 육교 밑을 통과할 때 도로의 굴곡이나 차량의 진동 등에 의하여 위 트레일러에 실린 위 적재물이 위 육교의 상판 하단 부분에 충돌할 위험이 예견되므로, 이 사건 트랙터의 속도를 대폭 줄이고 서행하면서 후사경 등을 통하여 위 트레일러에 적재된 적재물과 이 사건 육교 상판과의 충돌이나 접촉 여부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안전하게 진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위 차높이제한표지상의 높이가 충분한 여유고를 두고 표시되었으리라 과신한 나머지 시속 40km 이상의 속력으로 그대로 진행하다가 위 트레일러에 실려 있는 화물의 상단 부분으로 이 사건 육교의 상판 하단 부분을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위 상판이 붕괴되면서 때마침 반대방향 2차선에서 이 사건 육교 밑을 통과해 오던 소외 김충환 운전의 서울 5사3255호 시내버스 위로 위 붕괴된 상판이 무너져 내려 위 김충환으로 하여금 좌측늑골골절 등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하였다.
아. 이에 위 망 김충환의 어머니인 소외 박공례와 그 형제들인 소외 김연환, 김우환, 김광환 등은 소외 회사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94가합19936호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995. 5. 19. '소외 회사는 소외 박공례에게 금 268,953,481원, 소외 김연환에게 금 4,500,000원, 소외 김우환, 김광환에게 각 금 3,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자. 원고는 소외 회사와의 사이에 이 사건 트랙터에 관한 공제계약을 체결한 육운진흥법상의 공제사업자로서, 소외 회사를 대위하여 1995. 6. 23. 위 박공례 등의 소송대리인인 변호사 엄도희에게 위 판결금 중 금 276,000,000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원금 및 그 때까지의 지연손해금을 면제받았고, 위 소송에서 소외 회사를 대리한 변호사 윤재식에게 그 무렵 소송비용으로 금 1,600,000원을 지급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지출한 손해배상금 및 그에 소요된 경비는 합계 금 277,600,000원이 되었다.
2. 원심은 위 인정 사실을 기초로 하여 도로법 제22조 제2항에 의하여 서울특별시장이 이 사건 도로의 관리청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서울특별시장이 피고 대한민국으로부터 그 관리업무를 위임받아 그 국가행정기관의 지위에서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이 사건 육교의 관리사무의 귀속주체로서 이 사건 육교의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피고 시는 관리청인 서울특별시장이 속하는 지방자치단체로서 도로법 제56조에 의하여 이 사건 육교에 관한 비용을 부담하므로, 국가배상법 제6조 제1항이 정한 배상책임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며,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의 구상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3. 피고들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육교에 대한 유지관리책임은 서울특별시행정권한위임조례에 의하여 성북구청장에게 재위임되어 있으므로, 성북구청장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인 성북구도 도로법 제56조에 의한 비용부담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며,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과 피고 시의 손해배상책임 및 원고에 대한 구상의무는 각 전체 손해의 2분의 1씩이 아니라 3분의 1씩으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은 이 사건 육교의 관리사무의 귀속주체로서, 피고 시는 이 사건 육교의 비용부담자로서 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이고, 국가배상법 제6조 제2항의 규정은 도로의 관리주체인 국가와 그 비용부담자인 시, 구 상호간에 내부적으로 구상의 범위를 정하는 데 적용될 뿐 이를 들어 구상권자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므로 (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다2684 판결 참조), 성북구에게도 이 사건 육교의 비용부담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피고들은 부진정연대채무자로서 각자 피고들 전체의 부담 부분(전체 손해액 중 원고가 부담할 부분을 제외한 전액)에 관하여 원고의 구상에 응하여야 하는 것이지 피고별로 분할채무를 지는 것이 아니며, 성북구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의 여부는 피고들과 성북구 사이의 내부의 구상에 영향을 미칠 뿐이다.
따라서 서울특별시장의 성북구청장에 대한 재위임이 유효한지의 여부에 대하여는 살필 필요 없이 피고들의 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판결에는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분할채무로 판시한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원고는 상고하지 아니하고, 피고들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 있어 피고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는 없으므로 위와 같은 잘못은 원심판결을 파기할 사유로 되지 아니한다.
4. 피고들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할 것인바(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다24340 판결 참조), 원심이 위 판시사실에 터잡아 위 소외 1의 과실비율을 전체의 20%로 본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지적하는 바와 같이 과실비율에 관한 형평성을 위배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이에 관한 피고들의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