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8. 5. 26. 선고 97므25 판결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집46(1)민,383;공1998.7.1.(61),1760]
판시사항

부부의 공동의사에 기하지 아니하고 출생신고의 방식으로 한 입양의 효력

판결요지

입양이 개인간의 법률행위임에 비추어 보면 부부의 공동입양이라고 하여도 부부 각자에 대하여 별개의 입양행위가 존재하여 부부 각자와 양자 사이에 각각 양친자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므로, 부부의 공동입양에 있어서도 부부 각자가 양자와의 사이에 민법이 규정한 입양의 일반 요건을 갖추는 외에 나아가 위와 같은 부부 공동입양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으로 풀이함이 상당하므로, 처가 있는 자가 입양을 함에 있어서 혼자만의 의사로 부부 쌍방 명의의 입양신고를 하여 수리된 경우, 처의 부재 기타 사유로 인하여 공동으로 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와 양자가 될 자 사이에서는 입양의 일반요건 중 하나인 당사자 간의 입양합의가 없으므로 입양이 무효가 되고, 한편 처가 있는 자와 양자가 될 자 사이에서는 입양의 일반 요건을 모두 갖추었어도 부부 공동입양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처가 그 입양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으나, 그 취소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그들 사이의 입양은 유효하게 존속한다.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광희 외 2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노승행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와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의 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서울가정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관하여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망 인(이하 망인이라고 한다) 이 1967. 12. 5. 원고와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 부부가 되었으나 불화로 별거하던 중 1982년 말경 성명불상자들 사이에서 태어나 당시 생후 5개월 가량된 피고를 입양하기로 하고, 위 성명불상자들로부터 입양의 승낙을 받은 다음 자신의 집에 데려와 양육하다가 1988. 7. 20. 혼자서 피고를 자신과 원고 사이에 태어난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하여 그대로 호적에 등재된 사실 및 위 망인은 1995. 2. 9. 사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당사자 사이에 양친자관계를 창설하려는 명백한 의사가 있고, 기타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구비된 경우에 입양신고 대신에 친생자출생신고가 있다면 형식에 다소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입양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는바, 이 때 입양의 실질적 요건을 일부 구비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민법상 입양취소사유에 해당하는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입양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하고, 다만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전제하고서,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망인이 피고와의 사이에 양친자관계를 창설할 의사로 위 출생신고를 하였고, 피고의 부모로부터 입양승낙을 받는 등 입양을 함에 있어서 구비하여야 할 다른 실질적 요건을 갖추었으나, 다만 처가 있는 자는 처의 부재 기타 사유로 인하여 공동으로 할 수 없는 때를 제외하고는 공동으로 함이 아니면 양자를 할 수 없다는 위 출생신고 당시의 민법 제874조가 규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여지는 있지만 위 요건은 입양취소사유에 불과할 뿐으로서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하였다는 점에 대한 주장·입증이 없고, 또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도 이미 지났음이 역수상 명백한 이상 원고 및 위 망인과 피고 사이에 각 양친자관계가 유효하게 성립하였다 할 것이고, 그 양친자관계를 파양에 의하여 해소할 필요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으므로, 위 법률상 친자관계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는 이 사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의 소는 부적법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전부 각하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망인이 입양의 의사로 피고에 대한 친생자출생신고를 하였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은 옳게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그릇 인정한 위법이 없다.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제2점에 대하여

피고에 대한 위 출생신고 당시 시행되던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민법이라고만 한다)에 의하면 처가 있는 자는 공동으로 함이 아니면 양자를 할 수 없고(제874조 제1항), 다만 처의 부재 기타 사유로 인하여 공동으로 할 수 없는 때에는 부(부) 일방이 부부 쌍방의 명의로 양자를 할 수 있을 뿐이며(제874조 제2항), 입양이 이에 위반한 때에는 처가 법정기간 내에 법원에 입양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바(제884조 제1호, 제888조, 제894조), 입양이 개인간의 법률행위임에 비추어 보면 부부의 공동입양이라고 하여도 부부 각자에 대하여 별개의 입양행위가 존재하여 부부 각자와 양자 사이에 각각 양친자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므로, 부부의 공동입양에 있어서도 부부 각자가 양자와의 사이에 민법이 규정한 입양의 일반 요건을 갖추는 외에 나아가 위와 같은 부부 공동입양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으로 풀이함이 상당하다 .

그리하여 처가 있는 자가 입양을 함에 있어서 혼자만의 의사로 부부 쌍방 명의의 입양신고를 하여 수리된 경우, 처의 부재 기타 사유로 인하여 공동으로 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와 양자가 될 자 사이에서는 입양의 일반요건 중 하나인 당사자 간의 입양합의가 없으므로 입양이 무효가 되고(민법 제883조 제1호), 한편 처가 있는 자와 양자가 될 자 사이에서는 입양의 일반 요건을 모두 갖추었어도 부부 공동입양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처가 그 입양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으나, 그 취소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그들 사이의 입양은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이다 .

그런데 당사자가 양친자관계를 창설할 의사로 친생자출생신고를 하고, 거기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구비되어 있다면 그 형식에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입양의 효력이 발생하고, 양친자관계는 파양에 의하여 해소될 수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법률적으로 친생자관계와 똑같은 내용을 갖게 되므로, 이 경우의 허위의 친생자출생신고는 법률상의 친자관계인 양친자관계를 공시하는 입양신고의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고 함이 대법원의 견해(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492 판결, 1988. 2. 23. 선고 85므86 판결 등 참조)인 만큼 이 경우에도 역시 위와 마찬가지의 법리에 따라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먼저 위 망인과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하에서라면 위 망인이 피고와의 사이에 양친자관계를 창설할 의사로 친생자출생신고를 하고 기타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구비됨으로써 입양의 효력이 발생하여 그들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성립하였다 할 것이므로,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가 민법 제888조, 제894조의 규정에 따라 적법한 기간 내에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상 원심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법률상 친자관계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하여 이를 각하한 것은 정당하고(위 85므86 판결 참조), 거기에 상고이유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원고와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 부분에 관하여는 위에서 본 것처럼 망인의 처와 양자간에 입양합의가 있는데도 처의 부재 기타 사유로 인하여 공동으로 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 망인이 혼자서 한 출생신고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까지 입양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망인이 출생신고를 함에 있어서 그 처인 원고와 입양합의가 있었지만 처의 부재 기타 사유로 인하여 공동으로 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였는지를 심리하여 위 출생신고에 따른 입양의 효력발생 여부를 가려 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 출생신고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도 입양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여 이에 이르지 아니하였으니, 결국 원심판결에는 부부의 공동입양 또는 입양의 무효 내지 취소의 법리를 오해하고 법률의 적용을 그르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위 상고이유의 주장 중 위 망인과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를 다투는 부분은 이유가 없으나, 원고와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를 다투는 부분은 이유가 있다.

3. 결 론

이에 원심판결 중 원고와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의 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며,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서성(재판장) 최종영 이돈희(주심) 이임수

arrow
본문참조조문
기타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