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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5. 14. 선고 96도410 판결
[사기(인정된 죄명 횡령)][공1996.7.1.(13),1957]
판시사항

횡령죄에 있어서 조리에 의한 위탁관계의 성립을 긍정한 사례

판결요지

채무자가 채무총액에 관한 지불각서를 써 줄 것으로 믿고,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그 액면금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가계수표들을 교부하였다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는 만약 합의가 결렬되어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지불각서를 써 주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그 가계수표들을 채권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횡령죄에 있어서 조리에 의한 위탁관계가 발생하였다고 본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화백 담당변호사 오상현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권내영에게 금 60,000,000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으로 지불각서를 써 주기로 하고, 과연 위 권내영이 소지하고 있는 가계수표들의 액면금이 위 권내영이 주장하는 채권액과 일치하는가를 확인할 목적으로 위 권내영으로부터 이 사건 가계수표들을 건네받아, 피고인의 동생인 공소외 1은 수표번호와 액면금을 불러주고 피고인은 이를 적는 방법으로 가계수표들의 매수와 액면금 등을 확인하던 중 위 권내영이 건네준 가계수표들의 액면금 총액이 채권액에 미치지 못한다 하여 위 공소외 1이 위 권내영에게 이의를 제기하다가 갑자기 가계수표들 중 일부를 손으로 찢은 사실 이외에도, 그 직후에 위 권내영이 피고인에게 "어, 수표 찢었어. 법대로 해보자 이거지? 법대로 하겠어." 등으로 항의하자, 피고인은 위 권내영에게 "괜히 그것 때문에 잠못자고 며칠간 신경썼잖아.", "보소, 보소, 아지매 내가 누군줄 알아요? 헌병수사관이요, 수사관. 참말로 웃기고 있네.", "오늘 일어난 일들을 경찰서로 가든지 법무사 사무실로 가든지 가보라"고 말하고, 동석하였던 공소외 이명숙이 위 공소외 1에게 "합의를 보러 온 사람에게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항의를 하자 위 공소외 1은 "아지매, 가소, 가소. 우린 일 다 끝났으니까 가 보소."라고 말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위 권내영은 피고인이 지불각서를 써 줄 것으로 믿고, 피고인이 그 액면금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피고인에게 위 가계수표들을 교부한 것이었으므로, 위 권내영과 피고인 사이에는 만약 합의가 결렬되어 피고인이 위 권내영에게 지불각서를 써 주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그 가계수표들을 위 권내영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조리에 의한 위탁관계가 발생하였다 할 것 이고( 당원 1987. 10. 13. 선고 87도1778 판결 참조), 또한 위 공소외 1이 위 가계수표들 중 일부를 찢은 후 피고인은 위 공소외 1과 더불어 위 권내영에 대하여 위와 같은 언동을 함으로써 반환거부 의사를 명백하게 드러냈으며, 그와 같은 반환거부 행위는 반환거부의 이유 및 피고인의 주관적인 의사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논하는 바와 같이 횡령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는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석수 이돈희 이임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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