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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도1729 판결
[업무방해][공1996.1.1.(1),119]
판시사항

[1] CD를 어음보관계좌에 보관하는 행위가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 소정의 금융거래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는지와 같은 주관적인 요건의 인정방법

[2]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을 위반한 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CD를 어음보관계좌에 보관하는 것이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 소정의 금융거래에 해당한다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었는지와 같은 주관적인 요건은 피고인이 부인하는 한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있을 수 없는 것이므로,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간접증거만에 의하여 이를 인정하더라도 무방하다.

[2]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을 위반한 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본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김인섭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89. 8.경부터 공소외 주식회사(이하 위 회사라 한다)의 전무이사로 근무하여 오다가 1993. 8. 12. 20:00을 기하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 제16호, 이하 긴급명령이라 한다)이 시행됨에 따라 위 회사에 설치된 금융실명제 대책본부의 본부장으로 임명되어 금융실명제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여 오던 중, 같은 해 8. 13. 위 회사의 강남출장소 차장 1으로부터 자기 출장소 고객 공소외 2가 같은 해 6. 21.자로 안창호란 가명으로 어음보관계좌(계좌번호 24062)를 개설하여 그 계좌에 액면 금 50,000,000원의 양도성예금증서(CD, 이하 CD라 한다) 17매를 보관한 바 있는데, 위 CD 17매가 원래부터 위 공소외 2의 다른 실명 어음보관계좌(계좌번호 22096)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처럼 처리하여 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게 되자, 위 회사 대책위원인 공소외 3과 상의하여 그렇게 처리하여도 긴급명령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답변하여 주는 한편, 같은 날 위 회사 전산실장 공소외 4과 위 공소외 1으로 하여금 전산기록상의 위 가명계좌원장을 삭제하고 위 CD 17매가 원래부터 위 6. 21.자로 위 실명계좌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처럼 실명계좌의 원장을 전산으로 조작하고, 그에 대한 거래자료인 거래신청서 등 관련 장표를 작성, 정리하게 하여, 위계로 위 회사의 실명전환업무 및 전산처리업무를 방해하였다.

2.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단기금융회사가 어음보관계좌에 CD를 보관하는 것은 긴급명령 제2조 제3호 소정의 금융거래에 해당한다. 그러나 위 CD보관은 은행의 보호예수와 유사성이 있고, 재무부가 1993. 8. 15. 간행한 금융실명제 문답자료집에 의하면 어음의 단순 보관행위는 실명거래와 관련이 없다고 기재되어 있으며, 같은 해 8. 17.자 한국경제신문과 그 다음날의 매일경제신문에는 단기금융회사에 CD를 맡기는 것은 단순 보관행위로서 금융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사가 실렸는바, 위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긴급명령 시행 초기에 CD보관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어 논란이 있었으나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이를 단순 보관행위로 보는 것이었다고 인정되고, 피고인이 위와 같은 전산조작 내용을 실명제 대책일지에 기재하고 위 회사 소정의 절차를 밟아 전산조작을 하였으며 위 회사도 CD보관을 고객에 대한 서비스행위의 하나로 홍보하고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당시 CD 보관행위를 긴급명령 소정의 금융거래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되며, 피고인에게 긴급명령 위반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 위 회사의 실명전환 업무 및 국세청통보 업무를 방해한다는 인식도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당원의 판단

가. CD를 어음보관계좌에 보관하는 것이 긴급명령 소정의 금융거래에 해당한다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었는지와 같은 주관적인 요건은 피고인이 부인하는 한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있을 수 없는 것이므로,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간접증거만에 의하여 이를 인정하더라도 무방하다고 할 것이다 ( 당원 1993. 3. 23. 선고 92도3327 판결 참조).

단기금융회사의 간부인 피고인이 긴급명령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이 사건에 있어서는, 첫째, CD를 어음보관계좌에 보관하는 것이 어떤 이유로 긴급명령 소정의 금융거래에 해당되는 것인지, 둘째, 그와 같은 이유를 피고인이 몰랐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셋째, 피고인이 긴급명령 위반의 점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 어떠한 방법을 선택하여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었는지, 넷째, 피고인이 위 공소외 2의 원장을 전산조작함으로써 위 공소외 2가 긴급명령을 면탈하여 어떤 이익을 얻게 되었는지 등을 밝혀 봄으로써, 피고인에게 긴급명령 위반의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의 여부를 규명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나. 먼저, CD를 어음보관계좌에 보관하는 것이 긴급명령 소정의 금융거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근거에 관하여 살펴본다.

기록에 의하면, 단기금융회사의 어음보관계좌에는 단기금융회사가 취급하는 각종 어음과 CD를 보관하게 되는데, 그 어음보관계좌에 계좌번호가 부여되고 그에 상응한 통장과 원장이 작성되며 보관된 어음과 CD의 만기, 잔고, 인출 등이 전산에 의하여 원장과 통장에 기록됨으로써 체계적인 원장과 통장의 관리가 가능하게 되는 사실, 어음과 CD를 어음보관계좌에 보관하는 행위는 거의 대부분 당해 단자회사와 고객 사이에 행하여지는 어음과 CD의 매매 및 할인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므로, 고객은 단자회사에 직접 나가지 않고 전화를 통하여 어음관리구좌(CMA)에 입금되어 있는 돈으로 CD를 매입하여 종합보관통장의 원장에 보관케 하거나 반대로 종합보관통장에 보관되어 있는 어음 등을 당해 단자회사에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 중의 일부로 CD나 다른 유가증권을 매입하여 당해 통장에 보관시키고 남은 매각대금을 CMA에 입금토록 할 수도 있으며, 한편 단자회사는 당해 계좌에 보관되어 있는 유가증권을 원장에 의하여 관리하면서 다른 유가증권으로의 재투자를 유도하기도 하는 사실, 위 회사의 어음보관계좌약관 제4조에 의하면 어음보관통장에 보관된 기업어음에 대하여 만기일 전일까지 반환요청을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위 회사가 이를 지급은행에 교환회부하고, 그 결제대금에 대하여 별도 지시가 없을 경우에는 위 회사가 임의 보관하면서 소정의 이율에 의한 이자를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위 회사는 위 약관규정을 CD에도 준용하여 고객으로부터 만기 전일까지 매도의뢰가 없으면 위 회사가 소정의 이율에 의하여 그 CD를 매입한 후 만기일에 위 회사의 명의로 CD를 발행은행에 상환하여 온 사실, 유가증권의 단순 보관행위에 해당하는 은행의 보호예수는 유가증권을 예치인 입회 아래 보호예수 의뢰서의 내용과 예수하는 실물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한 후 포장하거나 용기에 넣어 봉인하고 이를 금고에 엄중 보관하는 것이어서, 어음보관계좌에 의한 어음 및 CD의 관리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CD를 어음보관계좌에 보관하는 것은 결국 그 계좌에 의하여 CD거래를 가능케 하기 위한데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어서, 이를 은행의 보호예수와 유사한 단순 보관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긴급명령 제1조 , 제2조 , 제3조 , 제6조 , 제10조 , 그 시행령 제4조 등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긴급명령은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금융기관과의 거래에 있어서 확보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긴급명령 제2조 제3호 가 금융거래의 하나로 예시하고 있는 "수탁"의 개념에, 금융기관이 예탁자를 위하여 임의로 자금이나 유가증권을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형태의 수탁만이 포함되고 어음이나 CD를 단기금융회사의 어음보관계좌에 보관하여 그 계좌에 의하여 어음과 CD의 거래를 가능케 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게 되면, 가명으로 어음보관계좌를 개설하여 CD와 각종 채권 및 기업어음 등을 보관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 가명계좌에서 다른 가명계좌로의 유가증권의 이체가 실명확인의 절차 없이 자유로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어, 부정한 자금의 은신처를 차단하고 자금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경제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금융실명제의 목적은 달성될 수 없게 될 것이다.

더욱이 긴급명령 제10조 제2항 은, 긴급명령 시행 전에 발행된 채권·수익증권 및 양도성예금증서를 금융기관에 일정 기간 이상 예탁하는 경우에는 국세청에 대한 통보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단기금융회사에 대하여는 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증권회사 등 다른 금융기관에 예탁하는 경우와 단기금융회사에 예탁하는 경우를 구분하여 처리할 합리적인 근거를 발견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단기금융회사의 어음보관계좌에 CD를 보관하는 행위가 긴급명령에 의한 실명확인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이상과 같은 이유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CD 보관행위가 긴급명령 소정의 금융거래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피고인과 같이 오랜 기간 동안 단기금융회사에 종사하고 있던 사람에게 있어서 그렇게까지 불확실하였다고는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다. 다음으로, 피고인이 어음보관계좌에 CD를 보관하는 것은 긴급명령의 소정의 "수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식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원심은, 은행의 보호예수와의 유사성, 재무부 발간의 금융실명거래 자료문답집과 한국경제신문과 매일경제신문의 해설기사의 내용, 회사 내부의 절차를 밟아 전산내용의 수정이 이루어진 점, 피고인의 회사에서 어음보관계좌에 의한 CD 보관을 금융서비스의 일종으로 홍보하였던 점 등을 들어, 긴급명령 시행 초기에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위와 같은 어음보관계좌에의 CD 보관을 단순 보관행위로 보고 있었고, 피고인도 마찬가지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어음보관계좌에 CD를 보관하는 것이 은행의 보호예수와는 그 성질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재무부 간행의 문답집에는 "보관어음 등 단순 보관행위는 실명거래와 관계없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어서, 위 문답집을 통하여 재무부 공무원들이 처음에는 어음보관계좌에 의한 어음과 CD의 보관을 실명거래의 대상에서 제외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견해를 번복하였다고 확대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며, 경제신문의 해설기사의 내용도 그것이 단순 보관행위만이 실명거래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어음보관계좌에 의한 보관도 단순 보관행위에 해당하여 실명거래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인지 그 취지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위 신문은 피고인의 전산 조작행위가 있은 후에 발간된 것이므로, 위 신문기사의 내용을 가지고 당시의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일반적으로 어음보관계좌에 의한 CD 보관이 단순 보관행위에 해당하여 실명거래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는 근거 자료로 삼기에 부족하고, 그 밖에 피고인이 은밀하게 전산조작을 한 것이 아니라 회사 내부의 절차를 거쳐 전산조작을 하였다거나 피고인의 회사에서 어음보관계좌에 의한 어음이나 CD의 보관을 금융서비스로 홍보하고 있었다는 것 등은 피고인에게 긴급명령 위반의 점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자료가 될 수 없다 할 것이다.

라. 오히려 검사 작성의 피고인, 공소외 3, 장한규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회사에서의 전산자료의 수정은 오입력이나 오류 등을 정정하기 위한 때에만 행하여져 왔으며 이 사건에서와 같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소급하여 삽입하거나 진실에 부합하는 기존 원장을 삭제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적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특히 피고인은 긴급명령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굳이 소급하여 사실과 다른 전산 조작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더욱이 위 전산 조작이 행하여진 시점은 긴급명령이 시행된 바로 다음 날로서, 긴급명령의 시행범위에 관하여 재무부로부터 세부기준이 시달되기도 전이었으므로, 금융실명제 대책본부장의 직책에 있던 피고인으로서는 실명확인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기 전에는 재무부의 세부기준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가 그 세부기준에 따라 행동하였어야 할 것이고, 만약 피고인이 진정으로 실명확인의 대상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부기준이 시달되는 것을 기다릴 필요조차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위 가명계좌(24062)가 실명확인의 대상이나 국세청에의 통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고객인 위 공소외 2에게 가르쳐주면서, 그 날짜로 가명계좌를 실명계좌로 전환하여 주면 충분하였을 것이고, 원장을 소급하여 조작하는 등의 사회상규상 용인되기 어려운 행위까지 감행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마. 위 가명계좌의 소유자인 위 공소외 2는, 위와 같이 소급하여 계좌이체가 이루어짐으로써 긴급명령 제3조 소정의 실명확인 절차를 면하게 됨과 동시에, 긴급명령 제6조 , 시행령 제4조 소정의 국세청에의 통보 대상에서 제외되게 되었고, 긴급명령 제10조 제2항 소정의 국세청에의 통보 대상에서도 제외되게 되었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긴급명령이 시행된 바로 다음날 위와 같은 부정한 수법으로 원장 조작행위를 한 이면에는 적어도 위 가명계좌가 실명확인의 대상이 됨으로써 위 공소외 2가 어떤 불이익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바. 그렇다면, 피고인에게는 자신의 행위가 긴급명령에 위반되고, 따라서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장차 회사의 실명전환과 관련된 제반 업무가 방해될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여러가지 간접사실들을 기초로 하여 피고인에게 적어도 업무방해에 대한 미필적인 고의라도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지 아니한 채 단편적인 자료만을 기초로 피고인에게 업무방해의 점에 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제대로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가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석수 이돈희 이임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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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1995.5.12.선고 94노4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