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구 건축법에 의하여 진입로가 없는 맹지의 지상에 건축허가를 받기 위한 요건
나. 오랫동안 갑의 묵인하에 갑 소유의 대지를 진입로로 사용하여 온 맹지 소유자 을이, 갑의 진입로 확보 약정상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하여 그 약정과 동시이행하기로 한 다른 부동산의 매매계약을 해제한 것이,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구 건축법(1991.5.31. 법률 제4381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에 건축물의 대지는 2m 이상을 “도로”에 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맹지인 대지상에 건축허가를 받기 위하여는 “도로”에 접하여야 하는바, 폭 2m 이하의 골목길과 같은 사실상의 도로는 건축법상의 도로가 아니므로 맹지가 그와 같은 골목길에 접한다 하여 구 건축법 제27조 제1항 소정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맹지상에 건축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그 자체로는 건축허가가 불가능하여 위 골목길을 도로로 지목변경하여야 하며, 그 경우 구 건축법시행령(1992.5.30. 대통령령 제1365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62조 제1항 소정의 3m 노폭을 갖추어야 한다.
나. 오랫동안 갑의 묵인하에 갑 소유의 대지를 진입로로 사용하여 온 맹지 소유자 을이, 갑의 진입로 확보 약정상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하여 그 약정과 동시이행하기로 한 다른 부동산의 매매계약을 해제한 것이,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원고(반소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의섭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영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관계 증거를 살펴보면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가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의 부탁을 받아 이 사건 부동산을 경락받았다고 인정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없을 뿐 아니라 위 사실은 피고가 자신의 돈으로 위 부동산을 경락받은 동기에 관한 것에 불과하여 경락받은 이후에 이루어진 별개의 매매계약에 기하여 청구하는 이 사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바도 아니므로, 논지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시 위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이 사건 대지상에 당시 피고가 거주하던 전주시 완산구 (주소 1 생략) 대지상의 주택의 신축에 따른 설계 및 준공검사상 필요한 진입로를 피고가 원고로부터 확보받음과 동시에 이행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시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원고가 이행할 반대급부 내용 중의 하나로 판시와 같은 통로를 확보해 주는 조치를 강구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사실을 인정한 취지로 해석되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다소 그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논지는 이 사건 매매계약은 위 진입로 확보를 정지조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피고에게 위 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 의무가 발생하기 위하여는 원고가 위 조건을 이행하였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있어야 함에도 위 조건의 이행여부에 관하여 심리, 판단하지 아니한 채 위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피고의 주장을 다른 사유를 들어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입증책임의 분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것이나,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진입로 확보가 이 사건 부동산 매매계약의 정지조건이라고까지 볼 수는 없으므로, 위 진입로 확보가 위 매매계약의 정지조건임을 전제로 하는 논지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제3점에 대하여
1. 먼저 처분문서의 증명력과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관하여 본다.
처분문서라 함은 증명하고자 하는 법률적 행위가 그 문서 자체에 의하여 이루어진 경우의 문서를 말하는 것인바, 갑 제3호증(영수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영수증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수령한 금원의 액수와 그 내역을 기재하면서 일방적으로 부가하여 금원 수령의 조건을 기재하고, 서명날인한 피고 명의의 문서에 불과하고 상대방이 위 조건을 받아들이는 취지의 기재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처분문서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원심은 영수증에 기재된 금원 수령의 조건을 그대로 약정 내용으로 인정한 터이므로, 영수증의 증거력을 배척하였다거나 의사표시의 해석을 잘못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위 영수증이 처분문서임을 전제로 원심판결에 처분문서의 증명력과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가 있다는 논지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2. 나아가 건축법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관하여 본다.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진입로는 대로에서 위 (주소 1 생략) 대지에 이르는 길이 약 13m의 골목길인데, 위 골목길은 지목이 도로도 아니며 도로로 개설된 바도 없는 사실, 이 사건 대지는 도시계획상 상업지역에 위치하고 그 면적이 200㎡ 미만이므로, 분할이 불가능한 대지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골목길은 건축법상 막다른 도로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 폭이 3미터일 필요가 없고, 위 (주소 1 생략) 대지는 2m이상 도로에 접하면 신축이 가능한데 이 사건 대지는 분할할 수 없으므로, 피고는 위 (주소 1 생략) 대지 위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하여는 원고의 사용승낙을 받으면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구 건축법(1991.5.31. 법률 제4381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에 건축물의 대지는 2m이상을 “도로”에 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맹지인 위 (주소 1 생략) 대지상에 건축허가를 받기 위하여는 “도로”에 접하여야 하는바, 위 골목길과 같은 사실상의 도로는 건축법상의 도로가 아니므로, 위 (주소 1 생략) 대지가 위 골목길에 접한다 하여 위 법 제27조 제1항 소정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 (당원 1994.1.28. 선고 93누20023 판
결 참조).
그렇다면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위와 같은 내용의 진입로확보 약정을 한 이유는 맹지인 위 (주소 1 생략) 대지상에 주택의 건축허가를 받기 위한 것인바, 관계 법령을 살펴보아도 원심설시와 같이 맹지인 경우에도 인접토지 소유자의 사용승낙을 받으면 도로에 접하지 않아도 건축허가가 가능하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고, 오히려 원심이 배척하지 않은 증거들인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건축허가관청인 전주시 완산구청장과 대한건축사협회 전북건축사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대지와 위 (주소 1 생략) 대지의 2필지에 걸쳐 하나의 건축물을 건축하는 경우에는 각 소유자의 대지사용승낙으로 건축허가가 가능하나. 위 (주소 1 생략) 대지상에만 건축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위 대지는 맹지이므로, 그 자체로는 건축허가가 불가능하여 위 골목길을 도로로 지목변경하여야 하는데, 그 경우 구건축법시행령 제62조 제1항 소정의 3m 노폭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 (주소 1 생략) 대지상에 건축허가를 받기 위하여는 장차 위 골목길을 건축법상의 도로로 변경시킬 수밖에 없고, 그 경우 3m의 노폭이 필요하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대지중 3m의 노폭에 해당하는 부분은 도로의 형상을 갖추도록 원고가 다시 취득하게 될 위 건물부분을 철거하겠다는 것을 확약해 줄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또 위 진입로 확보에 관한 약정내용이 위와 같은 이상 위 영수증에 노폭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거나 원고가 법령상 소요되는 노폭을 알지 못하였다 하여 달리 볼 이유도 없다.
따라서 이와 달리 현재 위 골목길이 건축법상의 도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3m의 노폭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거나, 사실상의 도로인 위 골목길에 2m 이상 접하면 인접 대지소유자의 승낙만으로 건축허가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건축관계 법령의 법리를 오해하여 결국 당사자 사이의 약정 내용을 잘못 판단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마지막으로 신의법칙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관하여 본다.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가 원고의 묵인하에 이 사건 대지의 일부를 오랫동안 진입로로 사용하여 온 사실, 원고가 위 매매계약 이후인 1988.6.22.경 위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하여 자신의 건물을 일부 헐어내고 벽면과 담을 새로 쌓는 등의 방법으로 그 당시 노폭 1.2m이던 위 골목길을 입구부분은 1.7m, 끝부분은 2m로 확장하였는데, 원고가 위 확장공사를 여러 날에 걸쳐 할 당시 피고는 그 곳에 거주하면서 이를 목격하고서도 공사진행 중이나 공사후 진입로의 폭에 대하여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진입로 확보의 의미는 소유권의 이전이 아닌 사용권의 보장의 의미에 지나지 아니하고, 원고는 피고의 건물신축에 필요하다면 추가로 부족한 부분을 확장하여 폭 2m를 확보하여 줄 의사를 수차 표시하고 있으므로, 위 진입로가 입구부분이 0.3m 정도 부족하고 매매계약시 이를 선이행의무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확장공사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점, 위 진입로의 물리적 공간의 확보만으로는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 점, 피고가 아무런 대가 없이 수십 년 동안 이 사건 대지의 일부를 진입로로 사용하여 왔고, 앞으로도 사용하여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를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신의법칙에 반하므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지 못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에게 확보해 주어야 할 진입로의 노폭이 3m가 되지 않으면 피고가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어 위 매매계약에서 확보해 주어야 할 노폭을 3m로 해석해야 하는 이상 원심 판시와 같은 사유들만으로 원고가 피고에게 이행할 반대급부중의 하나인 도로확보를 이미 충분히 이행해 준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원고가 노폭 2m의 확보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 원심 판시내용과 같을진데 그러한 경우 피고가 원고의 위 진입로확보보장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않을 것을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신의법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끝까지 위 3m의 노폭을 확보해 줄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일 때에는 피고의 위 해제권 행사가 적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이르지 못하고, 미리 피고의 해제권 행사를 신의법칙에 반한다고 배척한 것은 필시 신의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도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은 나머지 점에 대한 판단을 할것 없이 유지될 수 없음이 명백하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