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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2. 14. 선고 94다21818 판결
[해고무효확인등][공1995.3.15.(988),1324]
판시사항

가. 노사 간에 취업규칙에 정해진 징계절차 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져 상당한 기간 그 합의에 따라 징계절차가 운영되어 왔고 근로자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경우, 그와 같은 징계절차 운영의 효력

나. 노사 간의 합의에 따른 징계절차의 변칙운영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단체협약의 명문규정에 어긋나 무효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에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를 취업규칙에 정해진 징계절차 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져 상당한 기간 그 합의에 따라 징계절차가 운영되어 왔고, 이에 대하여 근로자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그와 같은 징계절차의 운영은 취업규칙의 징계절차에 따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나.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에 징계절차의 변칙운영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합의가 서면으로 작성되어 노사쌍방의 대표가 서명한 바가 없다면 새로운 단체협약으로 보아 기존의 단체협약을 개정하는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고, 또한 위와 같은 합의가 노사 간에 하나의 규범으로 인식되어 정착되기에 이른 이른바 노동관행으로 성립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근로자에 대한 징계가 노사 간의 합의에 따른 절차에 의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단체협약의 명문에 규정된 징계절차에 어긋나 무효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석태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한양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인섭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당초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상 사원에 대한 징계권을 행사하는 인사위원회의 구성은 노사 동수로 하되, 그 위원장은 사업소 대표로 하고, 징계양정에 대한 표결에서 가부(가부)가 동수일 경우에는 위원장이 결정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실질적으로는 인사위원회가 사용자측의 의사에 좌우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자, 1989년 설립된 피고 회사 노동조합이 이의 시정을 요구한 결과 1990년 단체협약(제22조)에서 상벌위원회라는 기구를 신설하여, 그 구성은 인사위원회와 동일하게 하되 가부 동수일 경우에는 위원장이 결정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15일 이내에 재심을 하도록 하고, 위 상벌위원회에 대하여 규약 및 규칙위반자의 인사위원회에의 회부에 관한 사항과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연속 5일, 월 7일, 연간 통산 15일 이상 무단결근을 한 경우) 외의 근태불량자 처리에 관한 사항 등의 징계사안에 대한 사전 심의권을 부여하였는데, 그뒤에도 상벌위원회의 심의사항이 아닌 대부분의 징계사안의 경우 상벌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인사위원회에서 바로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근로자의 권익보호에 충분하지 못하게 되자, 피고 회사와 그 노동조합은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인사위원회는 사용자측 위원만으로 구성하여 운영하되, 노동조합측에 인사위원회의 징계결의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 노동조합이 인사위원회의 결의를 거부하고 상벌위원회의 개최를 요구하면 따로 상벌위원회에서 인사위원회의 결의를 번복할 수 있도록 운영되어 온 사실, 원고에 대하여 1991.7.16. 자 이 사건 징계해고결의를 한 인사위원회에는 사용자측의 인사위원 5인만이 참석하여 그 결의를 한 사실, 피고 회사 노동조합에서는 같은 달 13. 상무집행위원회를 개최하고 원고에 대한 인사위원회 회부 안건에 대하여 상벌위원회의 개최 요구를 하지 아니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이 인사위원회와 상벌위원회를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인사위원회는 사용자 측만으로 구성하되, 그 결의에 대하여 노사 동수로 구성된 상벌위원회에서 재심하는 방법으로 운영하기로 합의하였고, 단체협약상으로 상벌위원회가 인사위원회의 징계결의를 번복할 권한이 없고, 그 심의권한도 인사위원회에 비하여 훨씬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상벌위원회가 인사위원회의 징계결의에 대하여 재심의 기능을 가지도록 운영된 것은, 기존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정한 바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징계권이 행사되는 것 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를 결의한 1991.7.16. 자 인사위원회의 구성이 노사 동수의 인사위원으로 구성하기로 규정한 취업규칙의 명문규정에 위반된 것이기는 하지만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생각컨대,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에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를 취업규칙에 정해진 징계절차 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져 상당한 기간 그 합의에 따라 징계절차가 운영되어 왔고, 이에 대하여 근로자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그와 같은 징계절차의 운영은 취업규칙의 징계절차에 따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3.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 과연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에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징계절차의 운영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가에 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 회사 의정부 공장에 근무할 당시 레미콘 잔량을 임의처분한 행위로 인하여 1990.10.17. 원고를 포함한 6명이 사용자측 인사위원들로만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권고사직의 징계결의를 받았으나, 노동조합이 위 결의 중 원고를 포함한 5인에 대한 징계결의에 반대하면서 상벌위원회의 개최를 요구하여 같은 해 11.12.열린 첫번째 상벌위원회에서 표결결과 가부 동수가 되어 재심하기로 결의하였고, 같은 달 19.열린 두번째 상벌위원회에서 원고를 포함한 5인 모두에 대하여 권고사직은 면하는 선에서 징계를 다시 하기로 결정되었으며, 그에 따라 같은 날 다시 소집된 인사위원회에서 5인 모두에 대하여 각 정직 5일 및 각 근무지를 변경하기로 하는 내용의 징계결의(원고에 대하여는 이천공장으로 전출)가 이루어졌는데, 원고를 포함한 5인 모두 위와 같은 징계절차의 운영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으나, 우선 위와 같은 징계절차의 변칙운영에 대하여 원고를 포함한 징계대상자 5인 및 노동조합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것은 반드시 그 절차의 적법성을 인정하였기 보다는 결과적으로 징계의 등급이 대폭 감경된 데에 기인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다음으로, 만일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에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징계절차의 변칙운영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본다면, 첫째 1991.7.20. 자 이 사건 징계에 이르기까지의 8개월 동안 위 인정과 같은 징계절차의 변칙운영사례 외에도 또 다른 징계절차의 변칙운영사례가 있었을 터인데, 이 점에 관하여는 피고의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고, 둘째 노동조합으로서도 징계절차에 있어 노동조합의 권한이 크게 강화된 피고 회사와의 합의내용을 단체협약에 반영하여 상벌위원회의 재심권한을 명문으로 규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임에도 이 사건 징계절차가 있고 난 뒤인 1991.7.31.체결된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의 1991년도 단체협약에 그와 같은 합의내용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 등은 기록에 의하면 명백하다.

해고무효소송에 있어 해고절차의 적법성에 관한 입증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법리에 비추어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또 다른 징계절차의 변칙운영사례가 있었는지 여부와 1991년도 단체협약에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징계절차의 운영에 관한 노사간의 합의내용이 반영되지 아니한 사유 등에 관한 심리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피고 회사의 주장내용에 부합하는 피고 회사 노무담당직원인 원심 증인 최인호의 증언내용은 선뜻 믿기 어렵고, 앞서 본 바와 같은 변칙운영사례가 한번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원심판시와 같은 노사간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거시의 증거만으로 그 판시와 같은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뿐만 아니라 원고에 대한 징계혐의는 원고가 근무하던 피고 회사 분당공장의 시업시각이 07:30임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1991.5.8.부터 7.3.까지 29회에 걸쳐 연속으로 08:30 이후에야 출근하였다는 것이므로, 원고의 위와 같은 비위사실은 앞서 본 바가 있는 단체협약상 상벌위원회가 사전 심의권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된 징계사안인 단체협약 제20조 제3항 외의 근태불량자 처리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바, 가사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에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징계절차의 운영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합의가 서면으로 작성되어 노사쌍방의 대표가 서명한 바는 없기 때문에 새로운 단체협약으로 보아 기존의 단체협약을 개정하는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또한 기록에 나타난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합의가 노사간에 하나의 규범으로 인식되어 정착되기에 이른 이른바 노동관행으로 성립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 당원 1993.1.26. 선고 92다11695 판결 참조), 상벌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바로 인사위원회에서 결의된 이 사건 징계는 원심판시와 같은 노사간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하더라도 단체협약의 명문에 규정된 징계절차에 어긋나 무효라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고 이 사건 징계절차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징계절차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도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한 논지 또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다른 상고이유에 나아가 판단할 필요도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다시 심리판단받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석수 이돈희 이임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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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4.3.15.선고 93나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