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두36358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익산경찰서장
원심판결
광주고등법원 2014. 3. 31. 선고 (전주)2014누95 판결
판결선고
2015. 2. 12.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기본권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의 전제로서 자유롭게 의견을 형성하고 표명할 수 있기 위하여는 개인이 정보에 충분히 접근하여 이를 알 수 있어야 하므로 알 권리가 인정되어야 하며, 알 권리의 내용에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에 접근할 권리가 포함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라 한다)은 제3조에서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는 정보공개의 원칙을 선언하고, 제5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며, 제6조에서 공공기관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 국민의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이 법을 운영하고 소관 관련 법령을 정비하며 정보관리체계를 정비하여야 한다는 등의 공공기관의 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한편 모든 권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행사하여야 하므로 신의칙에 반하여 권리를 남용하는 경우 그러한 권리의 행사는 허용되지 아니하며, 이는 정보공개청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실제로는 해당 정보를 취득 또는 활용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거나, 오로지 공공기관의 담당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경우 또는 무익한 청구를 반복하는 경우 등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한 때에는 예외적으로 정보공개청구권의 행사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알 권리의 중요성과 정보공개법이 정보공개청구의 목적·이유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목적이나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정보공개청구가 권리남용이라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아 복역중에 있으면서 수백 회에 걸쳐 전국 검찰청 또는 지청의 검사장, 지청장, 외교통상부장관, 안전행정부장관, 구치소장, 교도소장, 경찰서장 등 다수의 행정청을 상대로 '최근 수년간 검찰청이 피고가 되었던 행정소송, 민사소송의 판결문, 최근 수년간 정보공개신청 중 공개를 결정한 정보공개결정통지서, 원고가 직무유기로 고소한 영사 또는 구치소 직원에 대한 수사기록, 영사 또는 구치소 업무처리 매뉴얼 및 해당 영사 또는 해당 직원에 대한 인사조치 내역' 등 다양한 내용의 정보공개청구를 반복하였다.
나. 원고는 위와 같이 정보공개를 청구함에 있어서 하나의 사건에 해당하는 정보를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누어서 공개청구를 하기도 하였다. 원고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 여러 행정청이 공개 또는 부분공개의 결정을 하였으나, 원고는 해당 정보를 수령하지 아니하였고, 이러한 정보공개청구가 거부당하면 그 거부처분에 대하여 전국의 각 법원에 취소청구소송(이하 '정보공개청구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다.다. 원고는 이 사건을 포함한 대다수의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특정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였고, 교도소 직원과의 상담에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승소하여 소송비용 확정절차를 거쳐 변호사보수를 지급받으면 이를 변호사와 자신이 배분하기로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수감 중 정보공개청구소송의 변론에 출석한다는 명목으로 약 90회 이상 전국 법원에 출정 하였는데, 수백만 원의 출정 비용을 납부하지 아니하고 있다.
라. 원고는 교도소 직원과의 상담에서 '자신이 진행해 온 정보공개청구는 권리구제를 위한 것이 아니었고, 자신의 시간과 국가기관의 행정력을 헛되이 소모시키는 행위였으므로 이러한 행위를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정보에의 접근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이 아니라, 청구가 거부되면 그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소송비용 확정절차를 통해 자신이 그 소송에서, 실제 지출한 소송비용보다 다액을 소송비용으로 지급받아 금전적 이득을 취하거나, 수감 중 변론기일에 출정하여 강제노역을 회피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고, 앞서 본 법리에 의할 때 이러한 정보공개청구는 권리를 남용하는 행위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원고가 정보공개청구를 하여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지 등에 관하여 나아가 심리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원고의 이 사건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정보공개청구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고영한
주심대법관이인복
대법관김용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