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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0. 8. 28. 선고 90다카9619 판결
[사원확인][집38(2)민,219;공1990.10.15.(882),2018]
판시사항

가.징계처분이 있은지 오래된 뒤에 한 소의 제기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주장에 소멸시효의 주장도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나. 사원임의 확인을 구하는 청구가 민법 제162조 제1항 의 채권관계인지 여부 (소극)

다. 조건부 징계해고처분을 받고 의원면직된 후 10년 남짓 경과된 뒤에 조건부 징계처분 등이 무효이므로 원고는 피고의 사원임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이 신의칙에 위반되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소멸시효기간의 만료로 인한 권리소멸의 효과는 그 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가 시효완성의 항변을 하지 않는 한 그 의사에 반하여 이를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인바, '조건부징계해임처분에 승복하여 그 효력을 다투지 아니한 채 약 10년이 경과한 뒤에 새삼스럽게 소를 제기하여 징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주장에는 소멸시효의 주장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나. 원고가 피고의 사원임의 확인을 구하는 청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개별적으로 구체화되어 존재하는 고용계약상의 권리의무, 예컨대 책임청구권 등과 이에 대응하는 의무들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권리의무의 전제가 되고 또한 이들이 파생되어 나온 기본적인 고용에 관한 법률관계 그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취지로 볼 것이어서 이러한 법률관계는 민법 제162조 제1항 이 규정하는 채권관계가 될 수 없다.

다. 권리행사가 이른바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가 되어 허용되지 않는 경우라는 것은 권리자의 주관적인 동기가 고려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에게 권리행사의 기회가 있어서 이를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 한하는 것인바, 조건부 징계해임처분을 당한 원고가 퇴직금을 수령하였다 하여 위 조건부 징계해임결의절차에 하자가 있어서 그 결의 자체가 무효라는 것까지 알면서 이를 승인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또한 그 후 원고와 같이 조건부 징계해임결의에 따라 사직원을 제출하여 의원면직으로 처리된 사람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대법원의 상고기각판결로 피고패소가 확정되자 곧바로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 징계처분일로부터 10년 남짓 기간이 경과된 후인 경우에는 원고의 권리행사의 지체가 그의 단순한 주관적인 동기에 비롯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상대방인 피고로서도 이제는 원고가 그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니, 원고의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그 권리가 실효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태현

피고, 피상고인

한국전력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기

주문

원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가 1978.6.16. 징계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피고의 성동지점 송배전원으로 근무하던 원고가 수용가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같은 해 7.5.까지 원고 스스로 사직원을 제출하면 의원면직으로 처리하되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징계해임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징계해임결의를 하고 그 사실을 같은 해 6.28. 원고에게 통지함에 따라 원고가 같은해 7.5. 사직원을 제출하여 같은 날 의원면직된 것으로 처리한 사실을 확정한 다음, 피고의 취업관리요령에 의하면 인사위원회가 징계결의를 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본인을 출석시켜 그의 진술을 듣도록 되어 있음에도 위 인사위원회는 원고의 출석 없이 징계결의를 하였으니 위 조건부 징계해임처분은 무효이고 이에 따른 의원면직처분 또한 무효이므로 원고는 피고의 사원임의 확인을 구한다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는 원고가 피고에게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즉 고용계약상의 채권채무가 있다는 것의 확인에 지나지 아니하고, 이러한 채권채무는 민법 제162조 제1항 에 의하여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데 원고는 위 징계처분에 따라 사표를 제출한 1978.7.5.부터 10년10개월이 지난 1989.5.8.에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이전에 시효중단의 사유가 있었다는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원·피고간의 고용계약상의 채권채무관계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고, 따라서 위 채권채무가 존재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소멸시효기간의 만료로 인한 권리소멸의 효과는 그 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가 시효완성의 항변을 하지 않는한 그 의사에 반하여 이를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조건부 징계해임처분에 승복하여 그 효력을 다투지 아니한 채 약 10년이 경과하여 피고는 원고가 더이상 위 징계처분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하고 새로운 인사질서를 구축하였는데 이제와서 원고가 새삼스럽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위 징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측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을 뿐이고(1989.7.11. 준비서면)피고가 소멸시효완성의 항변을 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으며, 또한 피고의 위 주장을 원심설시와 같이 소멸시효의 주장도 포함한 것으로 볼 수도 없는 것이고, 뿐만 아니라 원고가 피고의 사원임의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개별적으로 구체화되어 존재하는 고용계약상의 권리의무, 예컨대 임금청구권 재해보상청구권, 휴업수당청구권, 퇴직금청구권 등과 이에 대응하는 의무들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권리의무의 전제가 되고 또한 이들이 파생되어 나온 기본적인 고용에 관한 법률관계 그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취지로 볼 것이어서 이러한 법률관계가 민법 제162조 제1항 이 규정하는 채권이 될 수도 없는 것이므로, 이 점에서 원판결에는 변론주의에 반하여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사실을 판단하고 민법 제162조 제1항 소정의 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원심은 나아가 원고는 위 사직원을 제출한 1978.7.5.부터 10년 10개월이 지난 1989.5.8.에 이르기까지 위 징계처분이나 의원면직처분에 대하여 아무런 법적구제절차를 취하지 않았고, 원고와 같은 날에 유사한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았던 직원들은 1980.경부터 1983.경 사이에 그 설시와 같이 수차에 걸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일부는 승소판결을 받았음에도 원고는 그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반면에 피고는 위 징계처분 이후 원고가 고용관계의 소멸을 다투지 않을 것으로 믿고 10여년간에 걸쳐 새로운 인사체계를 구축하여 이제 이를 번복한다는 것은 피고의 인사노무관리 및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능히 추단되는 바이므로, 위와 같이 새로운 인사체계가 형성되고 10년이라는 장기간의 세월이 흐른 이제와서 새삼 위 징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비록 위 징계처분에 원고주장과 같은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자의적인 고용관계상의 권리행사로서 비난을 면할 수가 없고 따라서 신의칙에 반하므로 위 징계처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풀이함이 상당하고, 원고주장과 같이 장기간 권리행사를 하지않은 이유가 위 징계처분이 무효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거나 승소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고의 내심의 문제로서 주관적인 동기에 불과하여 이유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쫓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남용할 수가 없는 것이고, 특히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그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를 갖게 되거나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추인하게 되고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법리에 따라 그 권리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것이나, 여기서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비록 권리자의 주관적인 동기가 고려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에게 권리행사의 기회가 있어서 이를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 한하는 것인바 ( 당원 1988.4.27. 선고 87누915 판결 참조), 이 사건을 원판결과 기록에 의하여 보면 원고는 위 조건부 징계해임결의의 통보를 받고 사직원을 제출한 후 소정의 퇴직금을 수령하였고, 당시 원고와 함께 유사한 비위사실로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원심설시와 같이 피고를 상대로 징계결의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일부 승소한 사실이 있고 원고는 이를 알고서도 이 사건 징계결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다가 징계처분일로부터 10년 남짓 기간이 경과한 후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원고가 위와 같이 퇴직금을 수령하였다 하여 이 사건 조건부 징계해임결의절차에 원고 주장의 하자가 있어서 그 결의자체가 무효라는 것까지 알면서 이를 승인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또한 그 후의 위 일련의 소송에서 원고와 같이 조건부 징계해임결의에 따라 사직원을 제출하여 의원면직으로 처리된 사람으로서 승소판결을 받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가 1984.경부터 원고와 같은 경위로 의원면직처분을 받은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하였으나 하급심에서 승패가 엇갈리자 원고는 그 최종적인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1988.4.25.경에야 대법원의 상고기각판결로 소외 인의 승소가 확정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하게 된 것이고, 한편 피고로서도 그동안 이 사건 징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이 잇달아 제기되어 왔고 그 중 일부에 대하여는 피고가 패소판결을 받아 확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었던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이로써 보면 원고의 이 사건 권리행사의 지체가 그의 단순한 주관적인 동기에 비롯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상대방인 피고로서도 이제는 원고가 그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니, 원고의 이 사건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그 권리가 실효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모름지기 원고가 주장하는 그 무효사유의 유무를 심리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원고의 권리가 소멸시효기간 만료로 인하여 소멸되었고, 나아가 그 권리행사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신의칙위반 내지 권리실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할 것이고, 이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제2항 소정의 파기사유에 해당하므로 논지는 모두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케 하기 위하여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주한(재판장) 이회창 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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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0.2.28.선고 89나46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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