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보도행위에 대하여 위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
[2] 방송사 기자가 과거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이 불법적으로 도청, 제작한 녹취보고서와 녹음테이프를 입수하여 그 대화내용을 보도한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 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만, 그 보도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도 목적의 정당성, 법익의 균형성, 수단의 상당성 및 비례성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 사례
[3] 시사 월간지 기자가 과거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이 불법적으로 도청, 제작한 녹취록과 녹취보고서의 내용 전문을 월간지에 게재한 행위가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될지라도 수단,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 내지 비례성을 결여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보도행위에 대하여 그 위법성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들로는 개념적으로는 통신의 내용, 취득과정에 있어서 불법과의 관련성, 편집·보도에 있어서 수단·방법의 상당성 등의 사항들이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으나,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는 위의 요소들과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다른 요소들 또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즉, 같은 사람들 사이의 같은 내용의 대화라고 하더라도 대화를 나눈 장소가 어디인지, 그 분위기가 단지 사적인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 불과한지, 비밀리에 공적인 문제를 의논하는 자리인지 여부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그 외에도 위법성 판단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요소들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그 기준이 변화할 수 있는 것이며, 결국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보도행위에 대하여는 위의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되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 해당 여부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요소들은 언제나 고정된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종합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2] 방송사 기자가 과거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이 불법적으로 도청, 제작한 녹취보고서와 녹음테이프를 입수하여 그 대화내용을 보도한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 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만, 그 보도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도 목적의 정당성, 법익의 균형성, 수단의 상당성 및 비례성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 사례.
[3] 시사 월간지 기자가 과거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이 불법적으로 도청, 제작한 녹취록과 녹취보고서의 내용 전문을 월간지에 게재한 행위가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될지라도 수단,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 내지 비례성을 결여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 제16조 제1항 제2호 , 형법 제20조 [2]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 제16조 제1항 제2호 , 형법 제20조 [3]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 제16조 제1항 제2호 , 형법 제20조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검사
성지경
변 호 인
법무법인 정세 담당변호사 한상혁외 5인
주문
피고인 2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피고인 1은 무죄.
이유
1. 피고인 1에 대한 공소 부분
가.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피고인은 문화방송(주)의 보도국 기자로서, 누구든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의 규정에 위반하여 지득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내용을 공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 방송의 보도국장인 공소외 1 및 소위 ‘안기부 X파일’ 관련 특별취재팀 기자들과 공모하여, 2004. 12. 5. 서울 마포구 공덕동 소재 불교방송 부근 상호불상 커피판매점에서 재미교포인 공소외 2( 영어 이름 생략)로부터 전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이 1997. 4. 9.경, 같은 해 9. 9.경, 같은 해 10. 7.경 등 3회에 걸쳐 서울의 호텔 일식집 등지에서 공소외 3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공소외 4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정치권 동향 및 대권후보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등에 대하여 논의한 대화를 도청하여 작성한 녹취보고서 3건을 전달받아 그 내용을 확인하고, 같은 달 30.경 서울 동작구 상도동 12-116 소재 공소외 2의 부친 집 앞 도로에서 위 녹취보고서 중 1997. 9. 9.자 대화내용을 녹음한 테이프 복사본을 전달받아 독자적으로 그 녹취록을 작성하고 보도국장 공소외 1 등에게 보고하여 전문 업체를 통하여 위 녹음테이프에 대한 성문분석을 마침과 동시에 잡음이 제거된 마스터 CD를 제공받는 등 사전준비를 하다가, 위 도청자료의 보도를 위한 소위 ‘안기부 X파일’ 관련 특별취재팀이 발족되자 위 마스터 CD와 녹취록을 위 특별취재팀에 제공한 다음, 2005. 7. 22.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문화방송 사옥에서 방송된 ‘9시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에 취재기자로 출연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4 기재와 같이 위 도청자료의 입수경위와 내용을 설명하는 등,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2005. 7. 21.경부터 같은 달 27.경까지 17회에 걸쳐 위 녹취보고서와 녹음테이프의 내용을 보도하여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지득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내용을 공개하였다는 것이다.
나. 피고인 1의 주장
위 피고인은 자신이 우연한 기회에 공소외 2로부터 얻은 녹취보고서나 녹음테이프가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의 소위 ‘미림팀’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도청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기는 하나, 자신이 위 공소사실과 같이 도청된 내용을 보도한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부득이한 행위로서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에 해당되어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하는바, 위법성조각에 관한 구체적인 피고인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2) 개인의 대화와 통신의 비밀은 모든 경우에 보호받아야 할 절대적 권리가 결코 아니고, 중대한 공익 등 더 큰 법익을 위하여 제한 가능한 권리인바, 헌법상 기본권인 통신의 비밀과 국민의 알 권리 및 언론의 자유가 서로 상충되어 후자가 우선적으로 보장받아야 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즉 통신의 비밀에 의하여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공적 인물이고 그 내용이 중대한 공익과 직결될 경우에는 통신의 비밀은 제한됨이 당연하다.
(3) 공공적,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경우보다 더욱 완화되어야 하고 이러한 경우에까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경우에는 우리 사회의 근간인 민주주의가 형해화될 우려가 있으며,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감시와 비판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인바, 피고인의 보도행위를 위와 같은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는 정당행위로 보지 않고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는 행위로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법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다. 통신비밀보호법의 관련 규정 및 그 의의
(1)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 1의 보도행위에 대하여 적용될 조항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 로서 위 조항 및 그에 관련된 조항들은 다음과 같다.
○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벌칙)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1. 제3조 의 규정에 위반하여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2. 제1호 의 규정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
○ 같은 법 제3조 (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3. 구속 또는 복역중인 사람에 대한 통신 : 형사소송법 제91조 , 군사법원법 제131조 , 행형법 제18조 · 제19조 및 군행형법 제15조 · 제16조 등의 규정에 의한 구속 또는 복역중인 사람에 대한 통신의 관리
4. 파산선고를 받은 자에 대한 통신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84조 의 규정에 의하여 파산선고를 받은 자에게 보내온 통신을 파산관재인이 수령하는 경우
(2) 위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및 제16조 는 우리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들이다. 우리 헌법 제18조 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조항들을 통하여 같은 법 및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에 규정된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 대화의 녹음, 청취 및 그 내용의 누설과 공개를 금지하고 그에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통신이란 구술, 서신, 전화, 인터넷 등 그 방법이나 유·무선을 막론하고 특정한 발신인과 수신인 사이에 행해지는 모든 의사소통행위를 포괄하는 것이다. 전자기술이 날이 다르게 발전하고 각종 감청장비가 시중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통신비밀의 침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없고, 통신비밀보호법상의 위 조항들은 이와 같은 통신비밀의 침해에 대항하여 통신비밀의 보장, 즉 통신의 내용을 보호할 뿐 아니라 나아가 통신의 장소, 시간, 횟수, 방법, 당사자의 신원 등 통신에 관련되는 모든 요소를 보호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가진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자 함에 그 의의가 있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통신비밀보호법은 제16조 제1항 제1호 에서 ‘불법적인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 타인간 대화의 녹음, 청취’를 처벌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같은 항 제2호 인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 제1호 의 규정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도 제1호 와 마찬가지로 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제1호 에서 정한 불법적인 우편물의 검열, 전기통신의 감청,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 타인간 대화의 녹음, 청취 등 통신의 비밀에 속하는 내용을 수집하는 행위와 별도로, 불법적으로 수집된 내용을 그 정을 알면서 공개, 누설하는 행위를 독립된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통신비밀보호법은 위 조항에 위반되어 처벌되는 불법적인 공개나 누설에 관하여 별도의 예외조항이나 위법성조각사유를 따로이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법률체계를 종합하여 보면, 입법자는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여 불법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그 정을 알면서 공개, 누설하는 행위는 그 불법성이 통신의 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불법적으로 수집하는 행위와 동일한 것이라는 전제하에 그 행위자가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내용을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어떠한 방법으로 지득하였는지 또 그 행위자가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이를 일단 예외 없이 전면적으로 처벌함으로써 통신의 비밀을 강하게 보호하고자 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위 법에 위반되는 비밀의 공개나 누설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정한 요건하에서는 이를 긍정함이 당연하다고 판단된다. 통신비밀보호법의 존재의의가 통신의 비밀에 대하여 법률상 강한 보호를 주고자 함에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지만, 통신의 비밀 역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 의 기본권제한의 법리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할 수 있는 상대적 기본권에 해당되는 것이고, 통신비밀보호법 자체도 국민의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는 한편, 같은 법 제3조 제1항 각 호 의 규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헌법 제37조 제2항 의 법리에 따라 통신의 비밀을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인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통신의 비밀과 헌법상의 또 다른 기본권인 국민의 알 권리 내지 언론의 자유가 상충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상충되는 두 가지 기본권이 각각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법이 제정, 해석, 운용되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우리 형법이 명예훼손 행위를 처벌하면서도 같은 법 제310조 에서 “그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형법상의 일반적 위법성조각사유와 별개의 특별한 위법성조각사유를 마련하여 두고 있는 것도, 사회의 구성원간의 커뮤니케이션에는 타인에 대한 사실의 적시가 수반되게 마련이고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 언론기관을 통하여 이루어질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언론의 자유 내지 알 권리와 개인의 인격권이 충돌할 수밖에 없음을 고려하여 상충하는 법익간의 조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다. 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에서 “언론은 생명·자유·신체·건강·명예·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초상·성명·음성·대화·저작물 및 사적 문서 그 밖의 인격적 가치 등에 관한 권리(이하 ‘인격권’이라 한다)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면서도, 같은 조 제2항 에서 “인격권의 침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 피해자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거나 또는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부득이하게 이루어진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통신비밀의 공개, 누설에 대하여 비록 통신비밀보호법 자체에서는 아무런 위법성조각사유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에는 형법상의 정당행위 조항 내지 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에서 정한 위법성조각사유의 적용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만약, 이렇게 해석하지 않을 경우 통신의 비밀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에서 예외적으로 열거한 몇 가지 경우 외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제한이 불가능한 기본권으로 되고, 따라서 기본권의 규범조화적 보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헌법상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 비밀의 공개, 누설행위에 적용될 위법성조각사유의 내용
(1) 형법 제20조 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됨을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 2004. 6. 25. 선고 2003도4934 판결 등 참조).
(2) 또, 앞서 본 바와 같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은 언론에 의한 “인격권의 침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 피해자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거나 또는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부득이하게 이루어진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위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는 이른바 초법규적 위법성조각사유를 실정법화한 것으로서,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위 피고인의 보도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면 그 행위의 위법성은 당연히 조각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의 규정을 살펴보더라도, 위 조항은 언론에 의한 인격권 침해의 경우 사회상규의 의미를 보다 구체화하여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부득이하게 이루어진 때’를 위법성조각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바, 통신비밀보호법상 금지, 처벌되는 비밀의 공개, 누설행위에 대하여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별도의 위법성조각사유를 정하고 있지 아니한 이상,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될 위법성조각사유의 내용은 위와 같은 조항을 중심으로 헌법상의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리, 헌법상 기본권 상충에 있어서의 규범조화적 해석의 원칙 등에 근거하여 그 구체적인 원칙을 정립하지 않을 수 없다.
(4) 위법성조각사유의 구체적 내용
(가) 통신의 내용에 관한 문제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극히 중요한 공적인 사항에 관련된 것으로서 정당한 공중의 관심의 대상이 아닌 한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이 때의 공익 내지 공적인 관심사란 일반적인 의미보다는 더 좁은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통신의 비밀이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인간 본연의 권리로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 제한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단순히 공개의 필요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제한을 쉽게 허용하는 것은 통신의 비밀에 관한 기본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통신의 내용이 공적인 관심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통신의 주체가 일반 공중에 별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일반 시민에 불과하다면 그 내용을 공개한다고 하여 아무런 실익이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통신의 공개가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에서도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부득이하게 이루어진 때’라는 규정을 통해 이러한 원리를 선언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나) 취득과정에 있어서 불법과의 관련성 문제
언론기관이 적극적으로 정보의 불법적인 수집에 관여하였다든지, 제보자 내지 취재원에 부당하게 막대한 금원을 제공함으로써 불법적인 정보의 수집을 조장하는 등 언론기관이 정보수집과정에서의 불법에 깊이 관련되었다면 그러한 언론기관이 보호받을 이유는 없으므로, 전쟁 내지 국가의 내란 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위기상황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언론기관이 정보의 불법적인 수집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하더라도, 정보의 취득 당시 그 불법성을 인식하였거나 정보의 성격상 당연히 불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원칙적으로 언론기관이 임의로 그 내용을 보도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언론기관의 취재 및 보도업무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 하에 예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기관의 경우 그 종사자가 취재 및 보도를 함에 있어서 취재원의 제보에 일정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필연적이고, 그 제보된 내용 중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및 같은 법 제3조 에 위반하여 불법적으로 수집된 정보도 포함될 개연성이 높으며, 그 정보의 성격상 당연히 정보수집과정에서의 불법성에 대하여 언론기관이 이를 인식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정보수집과정의 불법과 언론과의 관계가 그다지 강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수집된 정보의 공익관련성이 매우 강한 경우, 즉 언론기관이 우연히 취재원을 통하여 취득한 정보의 내용이 국가의 안전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의 근간을 이루는 매우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직결되는 것이어서 그 정보에 대한 공공의 관심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언론기관에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정보의 공개가 부득이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편집, 보도에 있어서 수단, 방법의 상당성 문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에 의하여 불법적인 정보의 공개가 허용되는 경우에도 언론기관은 그로 인한 권리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 내지 수단에 의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불법적으로 수집된 통신의 공개에 위법성 조각의 효과를 부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통신의 비밀에 대한 권리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예외적인 공익상의 필요가 있을 경우 인정되는 반사적인 효과이지 언론기관에 특정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므로, 언론기관은 통신의 공개에 있어서 개인의 기본권이 최소한으로 침해되도록 최대한의 노력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라) 기타 고려하여야 할 요소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보도행위에 대하여 그 위법성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들이 앞서 본 요소들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개념적으로는 위에서 본 사항들이 그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겠으나,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는 위의 요소들과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다른 요소들 또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같은 사람들 사이의 같은 내용의 대화라고 하더라도 대화를 나눈 장소가 어디인지, 그 분위기가 단지 사적인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 불과한지, 비밀리에 공적인 문제를 의논하는 자리인지 여부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그 외에도 위법성 판단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요소들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그 기준이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보도행위에 대하여는 앞서 본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되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 해당 여부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요소들은 언제나 고정된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종합적으로 판단되어야 함이 상당하다. 앞서 통신의 공익관련성이 매우 강한 경우 언론기관의 정보획득과정에서의 불법관련성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는 논의도 이러한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 이 사건 피고인 1의 보도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
앞에서 불법도청의 결과, 지득한 통신의 내용을 보도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될 수 있는 위법성조각사유의 기준 내지 일반적인 내용에 관하여 살펴보았으므로, 여기에서는 이 사건 피고인 1의 보도행위가 앞서 본 원칙에 따라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1) 이 사건 보도에 이르기까지의 사실관계
이 사건 공판에서의 피고인의 진술 및 공판과정에서 현출된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공소외 5는 1991. 7.경부터 1993. 4.경까지, 1994. 7.경부터 1998. 2.경까지 국가안전기획부 내 정보수집기관인 미림팀장으로 활동하던 중, 1997. 12. 중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장차 자신의 신변에 불안을 느끼고 신변보호를 목적으로 미림팀의 활동과정에서 폐기되지 않고 있던 녹음테이프와 녹취보고서를 임의로 반출하여 보관하고 있었다.
(나) 공소외 5는 1998. 4. 13. 같은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인 공소외 6과 함께 대기발령을 받았고, 그와 함께 1999. 3. 31.자로 퇴직하게 되었는데, 1999. 9. 말 공소외 6으로부터 공소외 7 장관과 가깝다는 이유로 재일교포인 공소외 2를 소개받게 되자, 공소외 2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보고서(97. 4. 9.자, 9. 9.자, 10. 7.자) 및 녹취테이프(9. 9.자)를 넘겨주었고, 그 후 공소외 2는 삼성그룹의 기업구조조정본부장 사무실에서 공소외 3에게 녹취보고서를 제시하면서 5억 원을 요구하였으나 공소외 3이 국가정보원에 신고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다) 그런데 그로부터 5년여가 경과한 2004. 12. 5.경 문화방송의 기자로 재직 중이던 피고인 1은 외신기자 클럽 회장을 지낸 공소외 8을 통해 대기업 비자금에 관한 기사거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소외 2를 처음 만나게 되었고, 이 자리에서 위 녹취보고서 3건을 최초로 받아 그 내용을 검토하였다. 이 자리에서 공소외 2는 피고인 1에게 위 자료가 과거 안기부에서 녹음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라) 피고인 1은 2004. 12. 23. 문화방송 공소외 9 사장이 주최한 간부회의에서 취재내용을 보고한 후 녹음테이프가 없는 이상 보도할 수 없다는 결론 하에 당시 미국에 있는 공소외 2에게 녹음테이프를 요청하였고, 2004. 12. 28. 녹음테이프를 받기 위하여 미국으로 출국하였다. 그 직전에 피고인 1은 문화방송 공소외 10 부장에게 녹취보고서 사본을 전달하였다.
(마) 피고인 1은 2004. 12. 29. 미국에서 공소외 2를 만났으나 테이프를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테이프를 건네받지 못하였다. 이 날 피고인 1은 공소외 2에게 취재사례비조로 1,000달러를 주었다.
(바) 피고인 1은 2004. 12. 30. 공소외 2와 함께 귀국하여 그로부터 그의 부친 집앞에서 도청테이프를 받아 새벽에 자신의 사무실에서 베타테이프로 내용을 복사하였고, 다음날 공소외 2에게 원본테이프를 돌려준 후 베타테이프 안에 녹음된 음성의 성문분석을 위하여 미국으로 공소외 2와 함께 출국하였다.
(사) 피고인 1은 미국의 헐리우드에서 성문분석을 마친 결과 도청테이프 안에 녹음된 음성이 공소외 4와 공소외 3의 음성임을 확인하였고, 2005. 1. 10. 귀국하였다.
(아) 피고인 1은 2005. 1. 30.부터 같은 해 2. 2.까지 사이에 베타테이프에 녹음된 내용을 CD 2장으로 만든 후 자택에서 녹취록을 작성하였다.
(자) 이 무렵 피고인 1의 소속이 ‘사실은’ 프로그램 팀에서 ‘2580’ 프로그램 팀으로 바뀌었고 방송국의 내부 사정으로 인하여 일단 취재가 중단된 상태에 있었는데, 2005년 2월 내지 3월경부터는 피고인 1이 이른바 X-파일을 입수하였다는 소문이 언론계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차) 피고인 1의 소속은 2005. 3. 4.자로 보도국 라디오 뉴스로 바뀌게 되었고, 이에 피고인 1은 2005. 3. 7. 공소외 1 보도국장에게 정식으로 취재 재개를 요청하였는바, 다음날인 2005. 3. 8. 국장단 회의 후 취재 재개를 허가받게 되었는데, 당시 문화방송은 도청자료의 출처가 명확하여지고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도청을 하여 작성을 한 사실이 명확하게 인정되지 않는 한 보도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하였다고 보여진다.
(카) 문화방송은 2005. 3. 15. 피고인 1의 건의로 다시 성문분석의뢰를 하기로 결정하였고, 2005. 3. 23. 한국법음향연구소와 1,000만 원에 성문분석계약을 체결하고 위 연구소에 피고인 1이 가지고 있었던 CD 2장을 맡겼으며, 위 연구소에서는 2005. 4. 8. CD 안에 담겨져 있는 음성이 성문분석 결과, 공소외 4와 공소외 3의 음성임에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피고인 1에게 통보하였고, 그와 동시에 원래의 CD와 함께 잡음이 제거된 마스터 CD를 제작하여 피고인 1에게 교부하였다. 이 때 피고인 1은 마스터 CD를 제외한 다른 자료는 모두 폐기하였다.
(타) 피고인 1은 2005. 4. 중순경 공소외 1 보도국장으로부터 도청테이프의 출처 취재를 다시 지시받고, 2005. 4. 25.경 공소외 2로부터 들은 공소외 6에 대한 취재를 위하여 공소외 6의 집으로 찾아갔으나 취재에는 실패하였다.
(파) 문화방송은 2005. 5. 말경 고문변호사들 등으로부터 녹취보고서 및 녹음테이프의 내용 공개에 대한 법률검토를 받았고, 공익 및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 또, 그 무렵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공소외 11, 4, 3 등 3인에 인터뷰 신청을 하였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
(하) 2005. 6. 8.경 인터넷 언론기관인 데일리스프라이즈에서는 ‘MBC와 피고인 1 기자는 침묵을 깰 때’라는 기사를 게재하여 X-파일의 존재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였고, 이 무렵을 전후하여 X-파일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점차 언론을 제외한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하였는바, 문화방송은 2005. 6. 중순경 인맥 등 여러 가지 경로로 대법원, 검찰, 법무법인 등에 근무하는 실무가들에게 자문을 구하였으나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고, 보도국 내에서도 보도에 관한 의견이 갈려 실제 보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거) 그런데 2005. 7. 21. 조선일보에서 특종 형식을 통하여 안기부 도청실태와 X-파일의 대강의 내용을 보도하였고, KBS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보도하게 되자, X-파일의 공개를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게 되었고, 이에 따라 문화방송에서도 더 이상 보도를 미룰 수 없다는 내부적 판단을 하게 되었다.
(너)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가자, 녹음테이프 속 대화의 당사자인 공소외 4와 공소외 3은 같은 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문화방송을 상대로 테이프 관련 내용을 일체 보도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신청하여 위 법원에서는 테이프의 원음을 그대로 방송해서도 안 되고 테이프 또는 녹취록의 대화내용을 그대로 보도해서도 안 되며, 테이프 또는 녹취록의 실명을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가처분결정을 내렸다.
(더) 위 가처분결정 직후 문화방송은 같은 날 9시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을 통하여 위 가처분결정의 취지에 따라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및 2 기재와 같이 당사자들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녹음테이프와 녹취록에 있는 내용 중 삼성이 1997년 대선 당시 여야후보 진영에 로비를 하고 기타 정치인 및 전현직 검찰 고위 관계자에게 대규모로 추석떡값을 보낼 리스트를 검토하였으며, 대화당사자는 모 중앙일간지 사주와 대기업의 고위 관계자라는 내용의 뉴스를 보도하였다.
(러) 그런데 그 후 다른 언론기관에서 위 가처분결정에서 녹음테이프와 녹취록만을 거론하고 같이 입수된 녹취보고서 3장을 거론하지 않은 점에 착안하여 녹취보고서를 토대로 대화 속에 등장하는 실명을 직접 거론하는 보도를 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문화방송도 다음날인 2005. 7. 22.부터 같은 달 27.의 각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에서 위 일람표 순번 3 내지 17 기재와 같이 내용을 보다 세분하여 당사자들의 실명을 거론한 보도를 내보내었다.
(2) 위법성조각사유의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
여기서는 앞서 본 사실관계를 토대로, 피고인 1이 최초로 공소외 2로부터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을 입수하여 보도하기까지의 일련의 행위가 앞서 본 기준과 원칙에 따른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 정당한 보도행위로서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가) 피고인 1이 공소외 2로부터 녹취보고서나 녹음테이프를 취득할 당시 이 자료들이 과거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녹음된 것이라는 사실에 관하여는 설명을 들어 이 자료들의 불법성에 대하여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은 위 사실관계에서 이미 본 바와 같다. 이와 같이 자료의 입수 당시에 이미 그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경우에 이를 공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고, 다만 취득한 정보의 내용이 국가의 안전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의 근간을 이루는 매우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직결되는 것이어서 보도를 통하여 그 정보에 대한 공공의 관심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언론기관에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위 자료들과 이를 기초로 한 문화방송의 보도내용을 종합해 보면 위 자료들에 담겨 있던 내용은 주로 공소외 4와 공소외 3 사이에서 논의된 대통령 선거정국의 기류 변화에 따른 여야후보 진영에 대한 삼성 측의 정치자금지원 문제와 정치인 및 전현직 검찰 고위 관계자에 대한 이른바 추석 떡값 등의 지원 문제로서, 이를 통하여 삼성그룹측이 대통령 선거 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 공권력 행사의 최일선에 있는 검찰조직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들인바,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상 대통령 선거는 국가의 최고통치기관을 국민의 직접 선거에 의하여 선출하는 제도이고 국민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 정치행위로서 헌법에서 규정한 선거원칙에 따라 공명, 정대하게 치러져야 함은 국가의 통치질서상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는 점, 이러한 선거과정에서 대통령후보자를 비롯한 정치인과 선거부정사범 및 모든 형사사건의 최종적, 독점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조직은 국민의 명령에 복종하는 수명자로서 그 누구보다도 법을 준수하여야 하고 그 직무의 순결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자료들에 담겨 있던 내용은 그 정보의 내용이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공익적 사항과 직결되어 있어 이를 취득한 언론기관이나 언론기관의 종사자로서는 그 정보에 대한 공공의 관심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언론기관에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이를 보도하는 것이 부득이하였다고 보여진다.
(나) 피고인 1이 위 안기부 X-파일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녹취보고서 및 녹음테이프를 제공한 공소외 2에게 1,000,000원을 건네어 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액수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위와 같은 금전의 제공행위가 위 자료들을 넘겨받는데 대한 대가적 성격을 가졌다고는 보여지지 않고, 위 자료들에 담겨진 내용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제보에 의하여 우연히 위 자료들의 내용을 알게 된 피고인 1이 취재의 관행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사례를 한 것을 두고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 1 및 문화방송은 위 안기부 X-파일을 취득한 뒤 성문분석, 그 출처에 대한 보강취재 등을 통하여 위 자료의 진정성 여부 확인을 위하여 언론기관으로서 보안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조치를 다한 것으로 보이고, 법률자문을 통하여 공개에 대한 관계 법령의 검토를 하는 등 보도에도 신중을 기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방송의 보도 이전에 위 자료들이 문화방송을 제외한 언론매체에도 일부 유출되어 상당수의 언론매체들이 위 자료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문화방송이나 피고인 1이 고의적으로 위 자료들을 유출하였다고 볼만한 아무런 증거나 정황을 찾기 어려워, 위와 같은 점만으로 문화방송이나 피고인 1의 행위가 언론인으로서의 정당한 책무에 위반되었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또한, 보도를 함에 있어서도 결과적으로 대화 속에 나오는 실명이 공개되는 등 개인의 인격권 침해의 요소가 다소나마 있었고, 보도 내용 중에서도 녹음테이프에 나오는 대화 속의 언급대상을 혼동하여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은 인정되나, 문화방송이 실명 공개를 주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언론매체를 통하여 실명이 먼저 공개되는 바람에 수동적으로 보도행태를 쫓아간 것에 불과한 점, 보도의 오류는 단순한 실수로 보일 뿐 의도적인 왜곡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전체적으로는 문화방송의 보도가 그 수단,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을 결여하였다고도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인 1이나 문화방송이 최초 불법적인 자료를 취득하기는 하였지만, 그 보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 불법성에 깊이 오염되지 않았다고 판단함이 정당할 것이다. 오히려 위 대화의 당사자 중 일방 당사자는 당시 대기업인 삼성그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총수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자리에 있었고, 다른 당사자는 중앙일간지의 최고경영자이며, 위 대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모두 여야 대선후보를 비롯한 정치인이거나 전현직 고위 검찰 관계자로서 국정의 방향, 국가조직의 운영, 기본적인 국가정치질서의 전개, 국민의 정치생활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적 인물들인바, 위 대화의 당사자들이 이러한 공적 인물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정치자금이나 대선자금, 이른바 떡값 등의 지급문제에 관하여 진지하게 논의하고 이를 일부 실행하였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자료가 있는 이상, 이에 관한 언론보도의 결과로 인하여 입게 되는 어느 정도의 인격권의 침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결국, 앞에서 살펴 본 여러 가지 요소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보도는 비록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 의 구성요건에는 해당되는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보도의 목적의 정당성, 법익의 균형성, 수단의 상당성 및 비례성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된다.
2. 피고인 2에 대한 공소 부분
범죄사실
피고인 2는 월간조선 기자인 공소외 12 등과 공모하여,
2005. 5. 하순경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1 소재 월간조선 사무실에서 전 안전기획부 직원들이 도청, 제작한 녹음테이프와 녹취보고서 등이 존재한다는 풍문을 듣고 편집부 소속 송승호 차장에게 위 도청테이프를 확보하도록 지시하여 문화방송 소속 성명불상 기자로부터 위와 같은 녹취록과 녹취보고서 3건을 입수한 후 같은 해 8. 초순경 월간조선 사장인 공소외 13과 논의하여 위 녹취록과 녹취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다음, 같은 달 15.경 편집국 소속 기자 공소외 12로 하여금 같은 달 17.경 발간된 2005년 9월호 월간조선 94쪽부터 125쪽에 ‘유령처럼 떠돈 안기부 X파일 전문 공개’라는 제목과 함께 “ (이름 생략) : 아, 한○○ 이야기 들으셨어요, (이름 생략) : 못들었는데요, (이름 생략) : 어저께 보고를 받았는데 허 아무개, 허사장이 문제삼겠다고 굉장히 주사를 부린 모양이야 --” 라는 대화 등 위 녹취록과 녹취보고서의 내용 전문을 게재하도록 하여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지득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공소외 12에 대한 검찰진술조서
1. 월간조선 녹취록 입수경위
1. 월간조선 9월호 관련기사 사본
피고인 2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2 역시 피고인 1과 마찬가지로 월간조선에 위 녹취록과 녹취보고서들의 전문을 게재한 자신의 행위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녹취록과 녹취보고서의 내용 등이 국가의 정치적 기본질서 등과 직결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2의 행위 역시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부득이하게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인 1 및 문화방송에 대하여 적용된 위법성조각사유의 적용을 고려하여 볼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 2가 주도하여 이루어진 월간조선의 보도는 앞서 본 문화방송의 보도와는 달리 녹취록 및 녹취보고서의 전문을 가감 없이 그대로 보도하였고, 그 내용 중에도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와 관계가 없는 내용 또한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러한 경우에 언론기관의 보도에 대하여 위법성의 조각을 인정하는 이유는 언론기관이 보도를 함에 있어서 개인의 기본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충분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고 그에 적합한 보도의 수단 및 형태를 선택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월간조선의 전문게재는 이러한 점에서 그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될지라도 수단,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 내지 비례성을 갖지 못하므로 위법성의 조각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 , 제1호 , 제3조 , 형법 제30조 에 의하여 피고인 2를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
1. 선고유예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2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고 그 형을 정하였으나, 피고인 2가 월간조선의 편집장으로서 위 녹취록 및 녹취보고서의 전문을 게재한 기사를 게재하게 된 목적의 일단에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도 일부 작용한 점, 당시의 상황은 이미 위 녹취록 및 녹취보고서의 주요한 내용은 다른 언론매체에서 모두 공개한 뒤여서 피고인에게 큰 위법성의 인식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점, 위 녹취록 및 녹취보고서를 최초로 입수한 피고인 1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점 등 제반 정상을 참작하고 피고인에게 개전의 정상이 현저하므로, 형법 제59조 제1항 에 의하여 위 형의 선고를 유예한기로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의 형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앞서 본 제반 정상을 참작하여 그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피고인 1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범죄일람표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