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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7. 7. 선고 2020노3067 판결
[협박][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항소인

피고인들

검사

정화준(기소), 김희연(공판)

변호인

변호사 황세훈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9. 11. 선고 2019고단621 판결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2015. 11. 23. 전달한 사임제안서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은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지 않고, 가사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에 속하므로 형법 제283조 제1항 의 협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각 형(각 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특히 피고인 1의 경우, 이 사건 사임제안서를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동행하기만 하였을 뿐인데도 피고인 2와 동일한 형을 받았다는 것은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관련법리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제3자에 의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는 그에 포함되거나 암시된 제3자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에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하지만, 상대방이 그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그와 같은 정도의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로써 구성요건은 충족되어 협박죄의 기수에 이르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전원합의체 판결 )

협박의 경우 행위자가 직접 해악을 가하겠다고 고지하는 것은 물론, 제3자로 하여금 해악을 가하도록 하겠다는 방식으로도 해악의 고지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이 경우 고지자가 제3자의 행위를 사실상 지배하거나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으로 믿게 하는 명시적·묵시적 언동을 하였거나 제3자의 행위가 고지자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될 수 있는 것으로 상대방이 인식한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고지자가 직접 해악을 가하겠다고 고지한 것과 마찬가지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6도6155 판결 ).

2) 구체적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피고인들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통해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에게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사임제안서를 건네줌으로써 피해자 리차드 추의 사임 등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 직원들의 미지급한 임금에 대해 노동청에 신고한 후 그 신고한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려 피해자가 운영하는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고 고지한 것은 그 구체적인 내용, 해악을 고지하게 된 경위와 동기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유죄를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2015. 11. 24. 19:30까지 주식회사 ○○○○ 주식 10%만 받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그 회사의 모든 지적재산권 및 물품들을 양도하지 않으면 임금체불문제를 노동청에 고발하고, 현재의 경영상황을 기술보증기금을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에게 알려서 그동안 투자받은 돈을 모두 회수당하게 만들겠다.’는 취지의 서류(이하 ‘이 사건 서류’라 한다)를 전달하여 피해자를 협박한 사실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당시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는 피고인들을 비롯하여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사무실 임대료를 내지 못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았고, 골든디스크 시상식 모바일 투표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이 불투명함에도 피해자가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였다는 이유로 피해자는 피고인들로부터 경영능력을 의심받았으며, 피고인들이 동료들과 투자자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며 피해자의 사임을 논의한 상태였다.

② 피고인들은 당시 투자자들이 이미 회사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는 피고인들의 개입 없이도 가까운 미래에 불가피하게 발생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투자자인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투자심사와 사후관리를 담당하였던 직원 공소외 1은 원심 법정에서, ‘2015. 11.경 이 사건 회사 직원들이 기술신용보증기금에 찾아와 회사가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고, 상당히 많은 직원들이 이탈, 사표를 냈으며, 대표이사에게 횡령이나 배임 의혹이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였고, 기술신용보증기금 측에서는 그 증명을 요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피고인들과는 무관하게 회사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기보다는,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서류를 전달하기 이전부터 직접 투자자들을 찾아가 회사의 상황을 알리는 등의 방법으로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들은, 피고인들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소송을 제기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피해자가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투자자인 기술신용보증기금측을 만나고, 피고인 2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의 투자유치를 중개한 공소외 2, 다른 투자자인 베리타스의 대표인 공소외 3과 변호사인 공소외 4를 만나 피해자의 경영능력과 사임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로 하여금 고지자인 피고인들이 제3자인 투자자들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으로 믿게 하는 명시적, 묵시적 언동이 있었던 경우라 볼 수 있고, 이는 곧 고지자인 피고인들이 직접 해악을 고지한 것과 마찬가지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④ 피고인들은 이 사건 서류의 내용이 피해자를 협박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해자에게 앞으로 해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예상을 전달하고 이를 경고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이 사건 회사의 투자자들이 아니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는 않더라도, 피고인들이 사전에 투자자들을 만나서 피해자의 사임을 논의하는 등 해악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였으므로, 해악이 피고인들의 힘에 의해 어느 정도 좌우되거나 피고인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⑤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고 피해자를 노동청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의 경영능력에 불만이 생겼다면 이직을 하거나 주주들로 하여금 상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수 있었음에도, 피해자에게 이 사건 서류를 전달하며 다음 날까지 경영권, 지적재산권 등을 일체 포기하고 퇴진할 것을 요구하고, 퇴진하지 않으면 노동청에 고발한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려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게 하고, 결국 회사는 강제청산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고지하였다. 이는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상당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⑥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부담하여야 할 책임을 면제해 주겠다는 호의적인 조건으로 합의를 제안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서류의 내용은 피해자로 하여금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이 사건 회사 주식의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이전하라는 등 대부분 피해자에게 불리한 내용이었으며, 만약 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와 소송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음을 고지한 것 역시 피해자에게 호의적인 조건이라고 볼 수 없다.

⑦ 피고인들은 이 사건 서류 전달 당시 피해자가 공포심을 느낄 상황이 아니었으며, 설령 피해자가 겁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서류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를 기초로 살피건대, 협박죄는 상대방이 그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그와 같은 정도의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피해자가 이 사건 서류의 의미를 인식한 이상 구성요건은 충족되어 협박죄의 기수에 이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살피건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정상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각 형을 정하였다. 원심이 든 사정 이외에 당심에서 원심 형량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을 찾을 수 없고, 그밖에 피고인들의 각 나이, 성행, 환경,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참작하여 보더라도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각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특히 피고인 1의 경우, 이 사건 서류를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동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5. 11.경 피고인 2와 함께 투자자들과의 회의에 참석하여 피해자의 사임을 논하는 등 이 사건 서류를 전달하기까지의 전 과정에 참여하여 범행에 가담하였는바, 피고인 1이 피고인 2와 동일한 형을 받은 것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작(재판장) 장찬 맹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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