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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9. 6. 23. 선고 99가합14391 판결 : 항소
[손해배상(기) ][하집1999-1, 213]
판시사항

검사가 청탁을 받아 부당하게 구속영장신청을 기각한 것처럼 보도한 방송사에 대하여 명예훼손을 인정하여 1억 원의 손해배상을 명한 사례

판결요지

방송을 편성하면서 제목에서 '납득하지 못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검사가 도저히 기각해서는 안될 범죄 사실에 대한 영장 신청을 기각한 것처럼 단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었고, 사실은 경찰 공무원이 근무 중에 폭행 또는 상해를 당하는 경우 가해자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되는 비율이 그렇게 높다고 할 수 없고, 검사가 동료 검사의 청탁을 받음이 없이 독자적인 판단에서 정당한 결정을 하였음에도, 마치 경찰 공무원이 근무 중에 폭행을 당하는 경우 가해자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되는 것이 상례인 것처럼 표현하였을 뿐만 아니라, 방송 내용의 전체 흐름, 제목, 경위, 구성과 배치 및 진행자의 태도에 비추어 검사가 동료 검사의 부당한 청탁을 받아들여 검사의 양심으로는 도저히 기각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하여 아주 부당한 기각 결정을 한 것처럼 표현을 함으로써, 피해자가 검사로서 가지는 자긍심과 명예를 현저히 훼손하였다고 인정하여 피해를 입은 검사에 대한 1억 원의 손해배상을 명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최운식 (소송대리인 변호사 권영기)

피고

한국방송공사 외 4인

주문

1. 피고 한국방송공사, 류근찬, 이명구, 박에스더는 연대하여 원고에게 1억 원과 이에 대하여 1999. 2. 4.부터 1999. 6. 23.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로 각 셈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위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김종진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김종진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원고와 나머지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 중 20%는 원고가, 80%는 나머지 피고들이 연대하여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5억 원과 이에 대하여 1999. 2. 4.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로 각 셈한 돈을 지급하고, 피고 한국방송공사는 별지 정정 보도문 기재와 같은 취지의 정정 보도를 이행하라는 판결.

이유

1. 명예 훼손의 성립

가. 원고는 서울지방검찰청에 재직하고 있는 검사이고, 피고 한국방송공사(이하 피고 공사라 한다)는 국내외 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고 전국에 방송의 시청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방송 문화의 발전과 공공 복지의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방송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며, 피고 류근찬, 이명구, 박에스더, 김종진은 피고 공사의 피용자들이다(피고 류근찬:보도국장, 피고 이명구:사회2부장, 피고 박에스더:기자, 피고 김종진:뉴스 앵커).

나. 한국 휴렛팩커드 주식회사의 과장인 (이름 생략)은 1999. 1. 29. 23:30경 서울 강남구에 있는 리치칼튼 호텔 로비에서 술에 취해 회사 동료 1명과 상의를 벗고 큰소리로 말다툼을 하는 소란을 피웠는데, 위 호텔 직원의 신고를 받은 역삼 1파출소 소속 경찰 공무원인 경장 김옥원, 심상묵이 현장에 출동하여 (이름 생략)에게 임의 동행을 요구하였음에도 이를 거부하자, 위 경찰 공무원들은 (이름 생략)을 강제로 순찰차에 태우려 하였고, 이에 화가 난 (이름 생략)은 위 경찰관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버둥을 쳐, 위 경찰 공무원들에게 약 14일, 10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하였으며, 무전기 1대(시가 10만 원 상당)도 부수었다.

다. 위 사건의 조사를 맡은 강남경찰서 담당 경찰 공무원은 수사를 마친 뒤 1999. 1. 30. 16:00경 위 범죄 사실을 공무집행방해죄, 공용물건손상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로 의율하여 서울지방 검찰청에 (이름 생략)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였다.

라. 위 구속영장 신청사건은 당시 영장 당직 검사인 원고에게 배당되어, 원고가 위 사건에 대한 수사 기록을 검토하였는데 원고는, ① 회사 동료들 사이에 일어난 단순 소란 행위임에도 임의 동행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경찰 공무원이 강제 연행을 시도하다가 위 사건이 발생된 점에서 공무집행의 적법성을 인정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었고, ②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신청한 구속영장에 대한 영장 기각률이 전국 평균 영장 기각률보다 현저하게 높아서 구속영장 심사를 신중히 하여 영장을 청구하라는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구속영장신청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며, ③ (이름 생략)이 초범이고, 만취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며, 건실한 회사의 중견 간부로서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는 점, ④ (이름 생략)의 가족이 피해 경찰관에 대한 보상을 다짐한 점, (이름 생략)이 근무하는 회사의 상사와 동료 직원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을 참작하여, 위 구속영장신청을 기각하였다.

마. 한편, 피고 박에스더는 위 피해 경찰 공무원과 위 사건의 관할 경찰서인 강남경찰서의 담당 경찰 공무원을 취재한 다음, [별지] 방송 내용 기재에 상응하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여 피고 이명구, 류근찬과 순차 방송할 내용에 대한 협의를 하였고, 피고 류근찬, 이명구가 위 기사를 방송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1999. 2. 3. 오후 9시 정규 뉴스 시간에 [별지] 방송 내용 기재와 같이 방송(이하 '이 사건 방송'이라 한다)을 하였다.

바. 서울지방검찰청이 1998. 12.에 처리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총사건수는 145건인데, 그 중 구공판한 사건이 25건, 구약식한 사건이 100건, 불기소 처분되었거나 이송된 사건이 17건이고, 미제가 3건이다.

[증 거] 다툼 없는 사실, 원고가 제출한 각 증거들, 변론의 전취지

2. 판 단

가. 피고 공사, 피고 류근찬, 이명구, 박에스더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살피건대, 방송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특정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시청자에게 부여하는 인상도 그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인바, 피해자의 특정 여부를 판단함에는 비록 인적 사항을 명시하지 아니한 기사나 영상 자체만으로 피해자를 인식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보면 기사나 영상이 나타내는 피해자가 누구인가를 알 수 있고, 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다수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며, 후자의 판단에서는 진행자를 비롯한 출연자들의 발언 내용 이외에도 일반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프로그램의 제목, 배경 화면과 자막, 내용의 전체 흐름, 구성과 배치 및 진행자의 태도, 그 밖에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지식 수준을 종합하여, 그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인상을 주는가를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돌이켜 이 사건에서 앞서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피고 공사는 '납득하지 못할 영장 기각'이라는 제목으로 '경찰 공무원이 근무 중에 폭행을 당하는 경우 가해자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되는 것이 상례임에도, 공무집행방해죄의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에 대한 경찰 공무원의 구속영장청구 신청을 받은 검사가 구속영장신청을 부당하게 기각하였는데, 그 피의자는 부산에 있는 동료 검사의 처남'이라는 취지의 방송을 하였는바, 위 방송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업무를 평소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나 원고의 직역과 관계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영장을 기각한 검사가 원고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위 사건이 발생한 당일에 영장을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검사가 부당히 영장을 기각하였다는 표현만으로도 원고가 피해자임을 특정하기에 충분하며, 아울러 위 방송 내용은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판단된다.

또한, 이 사건 방송을 편성하면서도 제목에서 '납득하지 못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원고가 도저히 기각해서는 안될 범죄사실에 대한 영장신청을 기각한 것처럼 단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었고, 사실은 경찰 공무원이 근무 중에 폭행 또는 상해를 당하는 경우 가해자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되는 비율이 그렇게 높다고 할 수 없고, 원고가 동료 검사의 청탁을 받음이 없이 독자적인 판단에서 정당한 결정을 하였음에도, 마치 경찰 공무원이 근무 중에 폭행을 당하는 경우 가해자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되는 것이 상례인 것처럼 표현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방송 내용의 전체 흐름, 제목, 경위, 구성과 배치 및 진행자의 태도에 비추어 원고가 동료 검사의 부당한 청탁을 받아들여 검사의 양심으로는 도저히 기각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하여 아주 부당한 기각 결정을 한 것처럼 표현을 하여, 원고가 검사로서 가지는 자긍심과 명예를 현저히 훼손하였다.

그렇다면 피고 공사와 이 사건 방송이 되기까지 기획, 취재, 편성 과정에 참여한 피고 공사의 피용자인 피고 류근찬, 이명구, 박에스더는 연대하여 이 사건 방송을 함으로써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위법성 조각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 공사, 피고 류근찬, 이명구, 박에스더는, 이 사건 방송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방송된 것으로서 내용이 진실하므로, 이 사건 방송 행위는 위법성이 없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방송의 내용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도 그 방송을 하는 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적시된 방송 내용이 진실하다고 증명되는 한 그 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하게 된다고 할 것이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 방송은 검사가 가진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폐단을 지적하고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한편 이 사건 방송 내용의 전체 흐름, 제목, 구성과 배치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방송의 일부 내용은 관계자들의 진술을 내세워 피해자를 일정한 방향으로 몰고 가서 비방하려는 데 보도의 중점이 있는 것으로 보여, 피고 공사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방송을 하였는지 강한 의구심이 들고, 마치 경찰 공무원이 근무 중에 폭행을 당하는 경우 가해자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되는 것이 상례이고, 원고가 동료 검사의 부당한 청탁을 받아들여 검사의 양심으로는 도저히 기각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하여 아주 부당한 기각 결정을 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아서, 이 사건 방송 내용은 일부 허위인 사실인 점도 인정되므로,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나. 피고 김종진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방송 당시 피고 공사의 9시 뉴스 앵커였던 위 피고에 대하여도 나머지 피고들과 연대하여 원고가 입은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나, 위 피고가 뉴스 진행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위 피고에게 나머지 피고들의 위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달리 위 피고가 이 사건 방송의 기획, 취재, 편성에 가담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정정 보도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 공사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과 아울러 [별지] 정정 보도문 기재와 같은 내용의 정정 보도를 구하고 있으나, 이 사건 방송의 내용과 경위,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을 모아보면, 원고의 명예 회복을 위한 처분은 아래에서 인정된 위자료를 지급받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되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손해배상의 범위

나아가 피고 공사, 피고 류근찬, 이명구, 박에스더가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수액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방송 내용 중 허위 사실이 차지하는 비중, 이 사건 방송의 제목과 내용 및 방송 시점, 방영 시간, 위 피고들의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의 정도, 그 밖에 원고의 나이, 가족관계, 이 사건 방송이 법집행자로서 검사라는 사회적 지위에 있는 원고 개인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 공정한 법집행을 담당한 검사, 기타 법조인들이 부당한 청탁을 받아들여 왜곡된 판단을 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우리 사회에 공직사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감을 심어 준데 일조를 한 점, 나아가 이른바 '대전 법조 비리' 사건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원고와 동료 검사들에게 국민들의 따갑고도 의혹어린 시선을 부당히 더하여 줌으로써 커다란 고통과 좌절을 안겨 준 점, 피고 공사가 우리나라 언론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 그리고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보면, 위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는 1억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 공사, 피고 류근찬, 이명구, 박에스더는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위 불법 행위일 다음날인 1999. 2. 4.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1999. 6. 23.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5%로 각 셈한 지연 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피고 공사, 피고 류근찬, 이명구, 박에스더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안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위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김종진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한다.

판사 이성룡(재판장) 함석천 김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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