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갑 재단법인은 국내 및 국제 각종 기전을 주최·주관하면서 그 기전의 대국을 방송이나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중계하고, 대국의 진행 수순에 관한 전자기보 파일을 만들어 을 주식회사 등 온라인 바둑 서비스업체에 유료로 제공하여 왔고, 을 회사 등은 갑 법인으로부터 제공받은 파일로 전자기보를 제작하여 을 회사 등의 플랫폼에 게시하였는데, 병이 위 전자기보를 활용하여 바둑 해설 및 강의 동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에 게시하자, 갑 법인이 병을 상대로 병이 갑 법인의 ‘성과 등’에 해당하는 대국이나 기보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며 대국 중계 및 동영상 게시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갑 법인이 주최·주관하는 기전의 대국이나 그 기보가 갑 법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병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갑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결정요지
갑 재단법인은 국내 및 국제 각종 기전을 주최·주관하면서 그 기전의 대국을 방송이나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중계하고, 대국의 진행 수순에 관한 전자기보 파일을 만들어 을 주식회사 등 온라인 바둑 서비스업체에 유료로 제공하여 왔고, 을 회사 등은 갑 법인으로부터 제공받은 파일로 전자기보를 제작하여 을 회사 등의 플랫폼에 게시하였는데, 병이 위 전자기보를 활용하여 바둑 해설 및 강의 동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에 게시하자, 갑 법인이 병을 상대로 병이 갑 법인의 ‘성과 등’에 해당하는 대국이나 기보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에 따른 금지 및 예방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대국 중계 및 동영상 게시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이다.
갑 법인이 주최·주관하는 기전의 대국이 갖게 되는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그 대국에 화체된 고객흡인력은 대국의 참가자들이나 이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구체적·개별적인 착수행위를 떠나 갑 법인의 명성이나 갑 법인이 기전을 주최·주관하고 소속 전문기사 선발·양성하기 위하여 투입한 투자나 노력으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갑 법인이 제작하는 전자기보 파일의 본질적인 부분은 대국 그 자체를 정해진 방법으로 기록한 과거의 사실적인 정보인데, 이러한 정보는 다른 스포츠 경기의 기록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 대국이나 기보는 갑 법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 의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병이 제작한 동영상이 갑 법인이 주최·주관하는 기전의 대국 그 자체에 대한 중계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자들은 대국이나 그 기보 자체가 아니라 병의 해설 및 강의를 보기 위하여 동영상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여, 갑 법인이 ‘성과 등’이라고 주장하는 대국이 관련 시장에서 병의 동영상으로 대체될 수 있다거나 수요자들이 위 대국과 병의 동영상 서비스를 혼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병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갑 법인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이다.
채권자,항고인
재단법인 한국기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병주)
채무자,상대방
채무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일 담당변호사 김성순 외 1인)
제1심결정
서울동부지법 2021. 6. 7. 자 2021카합10019 결정
주문
1. 이 사건 항고를 기각한다.
2. 항고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1. 신청취지
채무자는 채권자가 주최·주관한 기전의 대국에 대하여 그 대국이 종료되기 전까지, 대국의 기보를 사용하여 대국을 중계하거나, 대국의 기보를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채무자가 위 각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위반행위 1일당 1,000,000원을 지급하라(채권자는 이 법원에서 신청취지를 변경하였다).
2. 항고취지
제1심결정을 취소한다. 채무자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 홈페이지의 (명칭 생략) 채널에 게시한 동영상 중 채권자가 제작한 전자 바둑기보를 사용하여 촬영한 동영상을 폐기하고 향후 위 채널에 채권자가 제작한 전자 바둑기보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채무자가 위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위반행위 1일당 1,000,000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이 인정된다.
가. 채권자의 지위
채권자는 바둑을 보급하여 건전한 생활문화를 창달하고, 전문기사가 기량을 펼칠 기전(바둑대회)을 개발·유치하며, 국내외 바둑 단체의 활동을 육성·조정함으로써 바둑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나. 채권자의 기전 주최·주관 및 중계 등
채권자는 1954. 4. 10.경 제1회 승단대회, 같은 해 6. 20.경 제1회 입단대회를 각 개최한 이래로 입단대회를 비롯한 국내 및 국제 각종 기전을 주최·주관해 오고 있는데, 채권자가 주최·주관하는 기전의 대국(이하 ‘이 사건 대국’이라 한다)을 “바둑TV” 방송이나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중계하는 등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 채권자와 소속 전문기사 사이의 권한 위임관계
채권자가 개최하는 입단대회를 통해 입단한 사람은 채권자 소속 전문기사가 된다(채권자 입단제도규정 제4조, 제15조 참조). 채권자 소속 전문기사는 입단과 동시에 채권자 소속 기사회(이하 ‘기사회’라 한다)의 회원이 되고(채권자 정관 제23조 제1항 참조), 채권자가 주최·주관·공인·협력하는 각종 기전에 우선적으로 참여해야 한다(채권자 소속기사 내규 제4조 제1항 참조).
채권자와 기사회는 2009. 10. 16.경 채권자가 주최·주관하는 기전에 기사회 소속 프로기사가 참가하여 작성되는 기보(이하 ‘프로기보’라 한다)와 전문기사가 기전에 참가하여 발생하는 퍼블리시티권을 포함한 제반 권리의 사업적 권한을 채권자에게 총괄 위임하는 내용의 ‘(재)한국기원에 대한 전문기사의 권한 위임에 관한 약정’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조(기사회의 의무) |
1. 기사회는 기사총회의 의결에 의거, 프로기보와 기전에 관한 기사회 소속 기사들의 일체의 사업적 권한을 채권자가 총괄하여 대행하도록 위임하며, 위임 권한 중 저작권 및 지적 재산권에 해당하는 사항의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
2. 기사회는 프로기보를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 등록하는 것과 채권자가 기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프로기보 이용의 편의를 위하여 주무 행정기관장으로부터 저작권신탁관리업 허가를 받는 데 동의하며, 신탁 목적의 범위에서 채권자가 재판상, 재판 외의 모든 권리를 행사하도록 위임한다. |
제2조(채권자의 의무와 면책) |
1. 채권자는 기사회의 사업적 권한 총괄 위임에 대한 보상으로 기사회가 위임한 권한의 사업에서 발생하는 정보이용료 수익 금액 중 채권자가 득한 순수입의 50%를 기사회에 지급한다. (이하 생략) |
제3조(계약의 효력 및 기간) |
이 계약은 체결일부터 발효하며, 별도의 계약 기간은 정하지 않는다. |
라. 채무자의 바둑 대국 중계 및 동영상 제작·게시
채권자는 ‘○○○’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바둑 서비스사업을 하는 동양온라인 주식회사(이하 ‘○○○’이라 한다) 등에 채권자의 기보입력시스템(URL 생략)을 통해 이 사건 대국에서 진행된 수순을 부호, 문자 등으로 표현한 전자기보 파일(SGF 파일)을 유료로 제공하고, ○○○ 등은 인터넷 사이트, 모바일 앱 등 ‘플랫폼’에 채권자로부터 제공받은 파일을 이용하여 제작된 전자기보를 게시하는데, 채무자는 ○○○ 등 온라인 바둑 서비스업체의 플랫폼에 게시된 이 사건 대국의 전자기보를 활용하여 바둑 해설 및 강의 동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채무자가 운영하는 (명칭 생략) 채널에 게시하고 있다.
2. 채권자 주장의 요지
채권자는 바둑 기전의 주최·주관자로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고, 채권자의 명칭, 이 사건 대국 및 그 기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 사건 대국 및 그 기보를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채권자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상거래 관행이다. 따라서 채권자의 명칭, 이 사건 대국 및 그 기보, 그리고 채권자의 명칭, 이 사건 대국 및 그 기보가 해당 기보를 사용한 대국의 상업적 중계와 관련하여 가지는 고객흡인력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파)목 [ 2021. 12. 7. 법률 제18548호 개정으로 (카)목 이 (파)목 으로 이동하였음] 소정의 ‘성과 등’에 해당한다.
바둑의 특성상 대국의 기보를 통한 중계는 대국의 영상 중계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따라서 이 사건 대국이 이루어지는 동안 채무자가 그 기보를 사용하여 중계하거나 그 기보를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이를 유튜브 채널에 게시하는 행위는 이 사건 대국의 무단 중계와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므로, 채무자의 위와 같은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채무자가 자신의 영업을 위해 채권자의 성과 등을 무단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채권자에게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제1항 에 따른 금지 및 예방청구권이 있고, 채권자는 채무자의 부정경쟁행위에 의해 부당한 손해를 입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가처분의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3. 판단
가. 피보전권리의 존부
1) 관련 법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 은 보호대상인 ‘성과 등’의 유형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따라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다.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위 (파)목 이 정하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권리자가 주장하는 성과 등이 포함된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의 내용과 그 내용이 공정한지, 위와 같은 성과 등이 침해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시장에서 대체될 수 있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성과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의 혼동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다22060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대국이나 그 기보가 ‘성과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
채권자의 주장이 명확하지는 않으나, 채권자는 이 사건 대국이나 그 기보(채권자가 제작한 전자기보 파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 소정의 ‘성과 등’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채권자가 약 65년간 국내 및 국제 각종 기전을 주최·주관하면서 이 사건 대국을 방송이나 온라인 동영상 등으로 중계해 온 사실, 채권자가 전문기사를 선발하여 이 사건 대국에 출전하게 하고 있는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채권자는 제안서·계획서 및 수익 창출 효과 분석서 작성, 후원자 섭외, 개인 또는 팀 참가 요청, 운영계획 등의 과정을 거쳐 기전을 기획·유치하고, 개막식, 리그 운영, 폐막식 순으로 기전을 진행·운영·관리하면서 그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이 사건 대국에 출전하게 되는 전문기사를 선발·양성 및 관리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하면서 그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채권자는 이 사건 대국의 기보를 제작하기 위하여 다수의 연구생이나 전문기사를 기록원으로 투입하고 기록원에게 기록비용을 지급하거나 기보 제작업체에 비용을 지급하는 등 기보 제작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사실, 채권자가 제작하는 이 사건 대국의 전자기보 파일에는 대국의 명칭, 일시 및 상세정보, 참여 기사 정보뿐만 아니라 돌의 색깔, 착수 위치, 착수에 따른 예상 승률 및 인공지능에 의한 다음 수 예상, 해설 등의 정보와 함께 이용자가 빈 바둑판에 한 수 진행, 다섯 수 진행, 전체 진행 등 원하는 수만큼 진행할 수 있는 기능, 최신 수에 삼각형을 표시하는 기능 등을 구현할 수 있게 하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대국이나 그 기보가 채권자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별다른 근거가 없다.
가) 이 사건 대국에 대하여
① 바둑은 두 사람이 흑백의 바둑돌을 나누어 가지고 바둑판 위에 번갈아 하나씩 두어 가며 승부를 겨루는 놀이로서, 바둑의 대국은 바둑을 마주 대하여 하는 행위, 즉 바둑 참가자들에 의하여 행해지는 바둑 경기 그 자체를 의미한다. 바둑의 대국은 바둑판 위에 참가자들이 번갈아 바둑돌을 두는 행위가 본질적인 부분이고, 그 대국이 일어나는 시간이나 장소, 바둑판이나 바둑알과 같은 요소는 대국의 부수적인 부분일 뿐이다. 이 사건 대국 역시 채권자가 주최·주관하는 기전에서 행해지는 구체적·개별적인 바둑 경기 그 자체일 뿐이므로, 그 본질적인 부분은 프로기사 등 이 사건 대국 참가자들이 번갈아 바둑돌을 두는 행위에 있고, 주최·주관자나 이 사건 대국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은 부수적인 부분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② 이 사건 대국은 채권자가 주최·주관하는 기전에서 행해지는데, 채권자가 오랜 기간에 걸쳐 각종 기전을 주최·주관하는 등으로 인하여 그 명성을 획득하고, 이 사건 대국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전을 주최·주관하기 위하여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채권자의 명성이나 투자 및 노력이 직접 이 사건 대국 자체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 사건 대국의 본질적인 부분은 그 대국 참가자들에 의해 행해지는 개별적인 착수행위의 집합에 있는 것이므로, 대국 참가자들의 명성이나 대국에서의 구체적·개별적인 착수행위를 제쳐두고 채권자의 명성이나 기전 주최·주관에 투입된 채권자의 투자나 노력으로 이 사건 대국이라는 결과물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③ 채권자가 비용을 지출하여 전문기사를 선발·양성하고, 채권자 소속 전문기사가 이 사건 대국에 참가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대국이 그 전문기사의 구체적·개별적인 착수행위로 구성되는 이상 이 사건 대국이 그 전문기사를 제쳐두고 곧바로 채권자의 성과로 귀속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대국이 채권자 소속 전문기사가 아닌 참가자들에 의하여 진행되는 경우에는 더더욱 이 사건 대국을 채권자의 성과 등으로 보기 어렵다.
④ 설령 이 사건 대국이 무형의 결과물로서 바둑 관련 일반 수요자들에 대한 고객흡인력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대국에 참가하는 바둑기사들의 명성이나 이들의 개별적인 전략·전술 및 착수행위로 인한 것으로 보일 뿐, 이러한 요소들과 관계없이 이 사건 대국이 이루어지는 기전을 주최·주관한 채권자의 명성이나 고객흡인력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만한 뚜렷한 사정들을 찾기 어렵다.
⑤ 결국 이 사건 대국이 갖게 되는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이 사건 대국에 화체된 고객흡인력은 이 사건 대국의 참가자들이나 이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구체적·개별적인 착수행위를 떠나 채권자의 명성이나 채권자가 기전의 주최·주관 및 소속 전문기사 선발·양성을 위해 투입한 투자나 노력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채권자는 2021. 8. 31. 자 준비서면에서, 이 사건 대국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거나 이 사건 대국의 전술이나 기교 등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보지는 않는다. 다만 이 사건 대국에서 채권자 소속 전문기사 등 대국 참가자들이 행하는 바둑돌의 위치선정 자체는 참가자들이 대국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이나 아이디어에 해당하고, 이 사건 대국에는 참가자들의 의도와 관계없는 우연적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있으며, 이 사건 대국 자체가 갖는 명성 등을 쉽게 상정하기도 어려우므로, 채권자나 그 소속 전문기사가 이 사건 대국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대국에서 채권자 소속 전문기사들의 전술이나 기교 등이 채권자나 그 소속 전문기사의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나) 이 사건 대국의 기보에 대하여
① 바둑의 기보(기보)는 바둑을 두어나간 기록, 즉 바둑에서 기사들이 둔 수를 순서대로 기입하여 그 결과를 기록한 것으로, 기존에는 바둑의 수 순서를 숫자로 표기한 종이기보가 이용되었으나 현재는 바둑의 수 순서를 전자적으로 구현하고 전자파일 형태로 저장한 전자기보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채권자가 이 사건 대국에서 제작하는 전자기보도 본질적으로 위와 같은 전자기보의 일종이다.
② 전자기보를 포함하여 바둑의 기보 자체는 대국자가 행하는 착수의 과정을 일정한 방법으로 기록한 것이다. 이 사건 대국에 관하여 채권자가 제작하는 전자기보(SGF 파일)의 본질적인 부분 역시 이 사건 대국 그 자체를 정해진 방법으로 기록한 과거의 사실적인 정보이다. 이와 같은 정보는 다른 스포츠 경기의 기록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같은 ‘역사적 과거의 사실’이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여 ‘성과 등’으로 보호될 경우 표현의 자유나 관련 산업의 성장이 오히려 위축될 우려가 있다(채권자 스스로도 과거 사실의 기록으로서 기보에 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대국에 관하여 채권자가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제작한 전자기보를 ‘성과 등’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③ 채권자가 이 사건 대국의 기보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대국의 기보가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고객흡인력 또는 관련 바둑 산업 분야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채권자가 제작하는 전자기보에 일정한 기능들(기보 감상자가 원하는 수만큼 진행할 수 있도록 하여 마치 영상과 같이 재현되는 기능, 최신 수에 삼각형 표시를 하여 최신 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 다음 수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다음 수 맞히기 기능, 예상되는 다음 착점 위치를 표시해주는 힌트 기능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기능들은 전자기보에 부수적으로 구현된 부가기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권자 외에 다른 전자기보 제작자들이나 바둑과 유사한 체스, 보드게임 등에서도 일반적으로 구현되는 통상적인 기능 이상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가사 어느 정도 채권자의 투자와 노력으로 그와 같은 부가기능이 마련되었다고 하더라도 전자기보의 핵심적인 부분은 어디까지나 바둑의 수 순서를 기록한 경기기록으로서의 정보이므로, 위와 같은 부가기능으로 인하여 전자기보의 성격이 유의미하게 변경되어 경기기록으로서의 기보와 본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성과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의 명성이나 채권자가 각종 기전을 주최·주관하기 위하여 투입한 투자나 노력이 직접 이 사건 대국 자체에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대국의 결과를 기록한 기보에 위와 같은 채권자의 명성이나 투자 및 노력이 직접 반영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3) 채무자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채권자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였는지 여부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기초 사실만으로는 채무자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채권자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별다른 근거가 없다.
① 채무자는 ○○○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 플랫폼에 상시 게시되는 전자기보를 활용하거나 그 밖에 채권자 이외의 다른 온라인 바둑 서비스업체들이 제공하는 전자기보를 활용하여 바둑 해설 및 강의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으로 보일 뿐, 채권자의 이 사건 대국 그 자체나 채권자의 이 사건 대국에 관한 중계 영상을 직접 이용하고 있지 않으므로, 채무자가 이 사건 대국에 관한 채권자의 중계에 관한 권한이나 그 밖의 권한을 직접 침해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② 채권자는 ○○○ 등에 이 사건 대국의 전자기보 파일(SGF 파일)을 제공하고 있는데, ○○○ 등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전자기보가 채권자의 전자기보 파일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전자기보 그 자체와 동일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채권자는 ○○○ 등으로 하여금 이용자가 이 사건 대국의 기보와 전문기사의 초상사진 등 ‘콘텐트(content)’를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플랫폼에 상시 게시하는 서비스와 이 사건 대국을 기보 형식으로 실시간 송신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는바, 채무자가 ○○○ 등이 제공하는 전자기보를 이용하는 것은 ○○○ 등에 대한 계약상 의무 위반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채권자가 허락한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③ 채무자는 채권자가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전자기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 등이 제공하는 전자기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채권자가 제작하는 전자기보에 포함된 대국 수순의 기록 이외에 부수적인 기능들을 채무자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④ 채무자는 이 사건 대국 등에 관하여 ○○○ 등을 통해 제공받은 전자기보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설 및 강의를 더하여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는바, 결과적으로 채무자가 이 사건 대국에 관한 채권자의 대국 수순의 기록을 이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제작한 동영상이 이 사건 대국 그 자체에 대한 중계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자들은 이 사건 대국이나 그 기보 자체가 아니라 채무자의 해설 및 강의를 보기 위하여 채무자의 동영상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채권자가 성과 등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 대국이 관련 시장에서 채무자의 동영상으로 대체될 수 있다거나 수요자들이 이 사건 대국과 채무자의 동영상 서비스를 혼동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⑤ 채무자가 이 사건 대국에 관하여 ○○○ 등이 제공하는 전자기보를 이용하여 바둑 해설 또는 강의 동영상을 제작한 후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 게시하는 행위는 바둑 해설·강의의 다양화, 바둑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 유도, 바둑 저변 확대 등 결과적으로 채권자 등 바둑 관련 업체들이나 채권자 소속 기사들 전체의 공동 이익에도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4) 소결
이 사건 대국이나 그 기보가 채권자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채무자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채권자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
나. 보전의 필요성 존부
이 사건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채무자는 본안소송에서 다투어 보기도 전에 현재 영위하고 있는 활동에 상당한 지장이 생겨 회복할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게 될 우려가 큰 반면, 채권자는 향후 본안소송에서 채무자의 부정경쟁행위를 입증하여 손해배상을 통해 자신의 손해를 보전받을 수 있고, 달리 채권자에게 금전배상을 통해서는 회복할 수 없는 어떠한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없어 보이므로, 채무자를 상대로 본안판결 전에 미리 가처분을 명하여야 할 급박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4. 결론
제1심결정은 정당하고, 이 사건 항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평석
- 서울고법 중요 판결·결정 서울고등법원 판례위원회 法律新聞社
참조조문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다220607 판결
본문참조조문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원심판결
- 서울동부지법 2021. 6. 7.자 2021카합10019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