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군사법원이 ‘ 군형법 제1조 제4항 각호 에 해당하는 죄’(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일반 국민에 대하여 신분적 재판권 또는 그 밖의 재판권을 가지는 경우, 그 이전 또는 그 이후에 범한 다른 일반 범죄에 대하여도 재판권을 가지는지 여부(소극) / 일반 국민이 범한 수 개의 죄 가운데 특정 군사범죄와 그 밖의 일반 범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재판권의 소재(=특정 군사범죄에 대하여는 군사법원, 일반 범죄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 및 이때 공소 제기된 사건 전부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지지 아니한 일반 법원이나 군사법원이 그 사건 전부를 심판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헌법 제5조 제2항 , 제27조 제1항 , 제2항 , 제110조 , 형법 제37조 , 군형법 제1조 , 군사기밀 보호법 제2조 제1호 , 제13조 ,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 , 제2항 , 제3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16. 6. 16.자 2016초기318 전원합의체 결정 (공2016하, 1069)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군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태일 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 및 군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피고인들의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에 관한 판단
가.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의 점에 관한 군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이 공소외 1의 군사기밀 누설행위에 대하여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방조의 점에 관한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이 군사기밀인 신축 예정 합동참모본부 건물의 지하 3, 4층 평면도(이하 ‘이 사건 설계도면’이라고 한다)가 비밀취급인가를 받지 않은 공소외 2 인코퍼레이티드(이하 ‘공소외 2 회사’라고 한다)에 누설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공소외 2 회사의 비공식적 사업 참여를 승인 내지 묵인하는 방법으로 공소외 1의 군사기밀 누설행위를 방조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방조의 고의 및 정범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직권 판단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입찰방해,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고 한다) 위반(뇌물) 부분에 관한 군검사와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헌법 제27조 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제1항 ),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 ). 이는 모든 국민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따라 임명된 법관에 의하여 합헌적인 법률이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나아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이하 ‘일반 국민’이라고 한다)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경우 외에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선언한 것이다.
한편 헌법 제110조 는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고( 제1항 ), 군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하며( 제2항 ), 군사법원의 조직·권한 및 재판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항 ). 이와 같이 헌법에 직접 군사법원의 설치 근거를 둔 것은 국군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는 조직으로서( 헌법 제5조 제2항) 평시에도 항상 전시를 대비하여 집단적 병영생활을 하는 군 임무의 특성상 언제 어디서나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고, 군사법원 체제가 전시에 제대로 기능하기 위하여는 평시에 미리 조직·운영될 필요성이 있는 점 및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까지 고려한 주권자인 국민의 결단에 의한 것이다.
헌법 제110조 의 위임에 따라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 는 군형법의 적용대상자에 대한 군사법원의 ‘신분적 재판권’을 규정하고, 군형법 제1조 는 ‘군인’에게 군형법을 적용하며( 제1항 , 제2항 ), 군무원, 군적을 가진 군의 학교의 학생·생도, 사관후보생 등과 소집되어 실역에 복무하고 있는 예비역·보충역 등에 대하여도 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한편( 제3항 ), 군형법 제1조 제4항 각호 에 해당하는 죄(이하 ‘특정 군사범죄’라 하고, 그 밖의 범죄 등을 ‘일반 범죄’라 한다)를 범한 내국인·외국인에 대하여도 군인에 준하여 군형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4항 ). 나아가 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 은 ‘ 제1항 제1호 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 신분 취득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도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한편 군사법원법 제3조 는 ‘그 밖의 재판권’을 규정하면서 군사법원이 군사기밀 보호법 제13조 와 그 미수범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 ).
이와 같은 헌법 제27조 제1항 및 제2항 의 규정내용과 그 헌법정신, 헌법 제110조 가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의 설치 근거를 둔 취지, 관련 군사법원법 및 군형법 규정들의 내용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군사법원이 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일반 국민에 대하여 신분적 재판권 또는 그 밖의 재판권을 가지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 특정 군사범죄에 한하는 것이므로, 그 이전 또는 그 이후에 범한 다른 일반 범죄에 대하여까지 재판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일반 국민이 범한 수 개의 죄 가운데 특정 군사범죄와 그 밖의 일반 범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특정 군사범죄에 대하여는 군사법원이 전속적인 재판권을 가지므로 일반 법원이 이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반대로 그 밖의 일반 범죄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므로 군사법원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 경우 어느 한 법원에서 공소 제기된 모든 범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한다면 재판권이 없는 법원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임의로 재판권을 창설하여 재판권이 없는 범죄에 대한 재판을 하는 것이 되므로, 결국 공소 제기된 사건 전부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지지 아니한 일반 법원이나 군사법원은 그 사건 전부를 심판할 수 없다 ( 대법원 2016. 6. 16.자 2016초기318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2)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 중 입찰방해,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의 점은 특정 군사범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그 밖의 법률에 군사법원이 이에 대한 재판권을 가진다는 규정도 없으므로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일반 범죄에 해당한다.
(3)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군검사는 2014. 8. 11. 민간인인 피고인 1을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입찰방해,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②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제1심으로서 이 사건을 심리한 다음 2015. 1. 22. 피고인 1에 대한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방조죄와 입찰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한 뒤 그 각 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피고인 1에 대하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였고, 나머지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③ 이에 군검사와 피고인 1이 항소하자 고등군사법원은 항소심으로서 이 사건을 심리한 다음 2016. 3. 29. 군검사와 피고인 1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4)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일반 국민인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 중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의 점은 군사법원법 제3조 제2항 에 따라 군사법원이 전속적인 재판권을 가진다.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일반 범죄인 입찰방해,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의 점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에 재판권이 있을 뿐 군사법원법에 의한 신분적 재판권 또는 그 밖의 재판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부분이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있는 나머지 공소사실과 함께 경합범으로 공소 제기되었더라도 군사법원인 제1심이나 원심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
(5)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입찰방해,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의 점에 대하여도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짐을 전제로 이를 심리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특정 군사범죄와 일반 범죄가 경합범으로 공소 제기된 경우 군사법원의 재판권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라. 파기의 범위
2.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에 관한 판단
가. 군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2가 공소외 1의 기밀누설행위에 대하여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2의 방조범 성립을 다투는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의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방조의 점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설계도면은 구 군사기밀 보호법(2011. 6. 9. 법률 제107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에서 정한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 관련 문서·도화·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서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행하여진’ 군사기밀에 해당한다. (2) 피고인 2는 이 사건 설계도면에 대하여 비밀취급인가를 받지 않은 공소외 2 회사의 직원 공소외 3이 비밀도면 관련 작업을 하는 것을 저지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묵인하여 군사기밀인 이 사건 설계도면이 누설되도록 방조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방조행위 및 방조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군검사와 피고인 2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군검사는 피고인 2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피고인 2는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군사법원법 제442조 제7호 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 2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는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이를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 및 군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