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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 9. 선고 2013가합77879 판결
[저작권침해등][미간행]
원고

사단법인 임원경제연구소(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종만)

피고

대한민국 외 4인(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원 외 1인)

2018. 10. 5.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들은 별지 도서목록 기재 저작물에 관하여 인쇄, 제본, 콤펙트 디스크(CD) 또는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 등으로 제작, 발매, 배포하거나 이에 대한 그 밖의 일체의 침해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피고들은 사무실, 창고 또는 그 이외의 장소에 보관하고 있는 별지 도서목록 기재 저작물의 완제품 및 반제품과 콤팩트 디스크(CD) 및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 RM 출판을 위한 지형, 필름을 각 폐기하라. 피고들은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의 현 대표인 소외 3은 2003. 3.경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임원경제지 번역사업회’를 창립하여 조선시대 학자 서유구의 저술인 임원경제지 주1) 의 번역 작업을 시작하였다. 원고는 위 임원경제지 번역사업회를 승계한 사단법인이다.

2) 피고 대한민국 산하 ○○대학교 쌀ㆍ삶ㆍ문명연구원(이하 ‘○○대 문명연구원‘이라 한다)은 원고와 협력하여 임원경제지 중 본리지(본리지)를 간행하였고, 원고와의 협력관계 종료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임원경제지 국역 사업을 진행하면서 임원경제지 중 만학지(만학지) 주2) 와 위선지(위선지) 주3) 를 번역하여 간행하였다. 한편 피고 3, 피고 4, 피고 5는 ○○대 문명연구원의 의뢰로 만학지와 위선지를 각 한글로 변역한 번역자들이고, 피고 주식회사 소와당(이하 ’피고 소와당‘이라 한다)은 이를 출판한 출판사이다.

나. 원고의 위선지 번역작업 및 저작권 양수

1) 원고의 위선지의 번역작업에는 원고에 소속된 소외인이 역자로, 소외 4, 소외 5, 소외 6, 소외 7 등이 교열자로 참여하였고, 만학지의 번역작업에는 원고에 소속된 소외 8이 역자로, 소외 9, 소외 4, 소외 10, 소외 11, 소외 12 등이 교열자로 참여하였다.

2) 위선지의 필사본으로는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소장본(이하 ‘규장각본’이라 한다), 고려대학교 소장본(이하 ‘고려대본’이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이하 ‘박물관본’이라 한다), 오사카 나카노시마 부립도서관 소장본(이하 ‘오사카본’이라 한다) 등이 남아 있었는데, 소외인은 위선지 총 4권 중 3, 4권에 관하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으로부터 원문 데이터베이스 파일을 교부받았고, 위선지 1, 2권에 관하여 오사카본의 복사본을 이용하여 원문을 입력하는 작업을 하였으며, 이후 위선지 1 내지 4권의 입력된 원문과 다른 필사본을 대조하여 차이가 나는 부분을 바로잡는 방법으로 교감작업을 하고, 원문에 어구별로 구두점(,)을 찍는 표점작업을 하였다.

3) 소외인은 위선지의 번역초고를 작성한 다음 소외 7, 소외 5, 소외 6, 소외 4 등과 함께 교열작업을 하였고, 위선지 1권과 2, 3권의 일부에 관하여 교감작업, 표점작업이 되어 있는 원문과 이를 번역한 번역문으로 구성된 저작물(갑 제2호증, 이하 ‘원고 저작물’이라 한다)을 작성하였다.

4) 소외인과 소외 8은 2005. 8.경부터 2007. 3.경까지 원고의 홈페이지(www.keytext.org)에 위선지와 만학지를 번역ㆍ교열 작업한 정리본을 게시하였고, 원고는 2011. 2. 10. ‘2003. 3.부터 2008. 1.까지 번역원고료로 2,400만 원을 수령하고 위선지 번역작업을 하였고, 참여 당시 저작권, 출판권 등을 사업주체인 원고가 소유 및 행사하는 것에 동의하였으며, 원고의 승인 없는 자료유출 및 무단사용이나 출판 등에 대한 법적 절차와 행정적 절차를 원고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소외인 명의의 제출확인서를 첨부한 원고의 저작물을 공증인가 법무법인 △△△ 2011년제375호로 인증받았다.

다. ○○대 문명연구원의 위선지 번역 및 출판

1) 당초 원고는 ○○대 문명연구원과 협력하여 연구비와 출판비를 보조받아 임원경제지 번역사업을 진행하고, 결과물을 피고 소와당에서 출간하기로 협의하는 등 원고와 ○○대 문명연구원의 공조로 임원경제지 번역작업을 진행하려 하였다.

2) 그러나 2009. 8. 1. KBS에서 ‘조선판 브리태니커 임원경제지’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역사스페셜에서 사용된 원고의「유예지」2권 수학 부분의 원문표점자료와 도판에 관하여 원고는 이를 ○○대 문명연구원이 무단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기 시작하였고, ○○대 문명연구원에서 2009. 8. 5. 원고와 협의 없이 임원경제지 국역사업 공모를 하여 임원경제지를 독자적으로 변역할 것임을 공고하자, 원고는 2009. 8. 13. ○○대 문명연구원에 그동안의 협력사업의 종결을 통보하고, ○○대 문명연구원이 가지고 있던 원고의 번역 및 원문, 통계자료 등을 폐기하고 사용을 금해달라고 요청하였다.

3) ○○대 문명연구원은 위와 같이 2009. 8.경 임원경제지 국역사업을 공모하고, 2009. 10. 23. 위 공모에 당선된 피고 3과 사이에 피고 3이 2010. 10. 31.까지 위선지를 번역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국역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 3은 2010. 10. 31. ○○대 문명연구원에 위선지 4권 전체 주4) 의 번역원고(이하 ‘피고 저작물’이라 한다)를 제출하였다. 피고 소와당은 ○○대 문명연구원과의 출판계약에 따라 2011. 11. 20. 이를 출판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호증, 을 제2 내지 4,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1) 원고는 임원경제지 위선지와 만학지에 대해 교감작업을 거친 뒤 쉼표 등 부호를 표점하여 독창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한글로 어휘와 구문을 선택하여 표현하는 등 창의적으로 번역하였으므로 원고 저작물은 저작권법에서 보호하는 저작물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

2) 피고 3이 번역한 위선지(이하 ‘피고 3본’이라고 한다)에는 소외인이 번역한 위선지(이하 ‘소외인본’이라고 한다)에서 실수ㆍ오역한 부분이 그대로 존재하고, 소외인본에 잘못 기재된 서적명이 피고 3본에도 그대로 오기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3본은 소외인이 원고 홈페이지(keytext.org)에 올려놓은 위선지 초역 전산파일을 그대로 사용하고, 소외인본에 의거하여 만들어졌음이 분명하다.

3) 소외인본과 피고 3본의 문장 표점의 위치나 그 개수가 거의 일치하고, 번역에 사용된 어휘 풀이나 구문, 주석 내용이 흡사하므로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

4)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 저작물을 도용한 피고 저작물을 작성 및 출간하여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침해행위를 금지하고 피고 저작물 등을 폐기하며, 연대하여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나. 피고들

1) 원고 저작물은 그 번역작업의 분량, 내용, 정확도 등을 고려할 때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창작적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원고 저작물은 공표된 적이 없고, 피고 3은 원고 저작물이 사서인정 되기 전인 2010. 10.말경 ○○대 문명연구소에 번역원고를 제출하였으므로 피고 저작물이 원고 저작물에 의거하여 만들어졌다고 볼 수 없다.

3) 원고 저작물이 197쪽 분량인 데 반해 피고 저작물은 2권 도합 1,248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어서 외형상 유사성이 성립하지 않고, 내용적으로도, 원고 저작물은 피고 저작물에 비해 번역 분량이나 각주 수량이 15%에 불과하고 번역이 완료되지 못한 부분도 많아 습작 상태에 불과하여 창작적 번역 완성물로 볼 수 없다. 원고 저작물의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 저작물에서 위선지 3, 4권에 대한 표점, 번역 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그에 대응하는 피고 저작물 2권 부분은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원고 저작물이 가진 창작적 특성이 피고 저작물에서 감지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워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될 수 없다.

다. 쟁점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원저작물인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중 위선지를 번역한 원고의 저작물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보호대상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이라는 저작권침해 요건의 관점에서 피고의 저작물이 원고의 저작물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다만, 원고가 소장에서는 피고가 임원경제지 중 위선지 외에 만학지에 대한 번역물도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해당 피고의 저작물 중 어느 부분이 원고의 저작물을 침해하였는지에 관한 주장, 입증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하에서는 위선지에 대한 저작권침해 여부만을 판단하기로 한다.

3. 원고 저작물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2차적 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하여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이것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ㆍ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여야 하는 것이며( 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도863 판결 참조), 번역저작물의 창작성은, 원저작물을 언어체계가 다른 나라의 언어로 표현하기 위한 적절한 어휘와 구문의 선택 및 배열, 문장의 장단 및 서술의 순서, 원저작물에 대한 충실도, 문체, 어조 및 어감의 조절 등 번역자의 창의와 정신적 노력이 깃들은 부분에 있는 것이므로, 번역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번역저작물과 대상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번역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다44138 판결 등 참조). 특히 학술의 범위에 속하는 저작물의 경우 학술적인 내용은 만인에게 공통되는 것이고 누구에 대하여도 자유로운 이용이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그 저작권의 보호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있지 학술적인 내용에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3. 6. 8. 선고 93다3073, 93다3080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고는 원고 저작물의 원문 부분 중 교감ㆍ표점 작업이 이루어진 부분 및 원고 저작물의 번역문 부분 모두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 저작물 중 번역문 부분의 경우 한문으로 된 문장을 언어체계가 다른 한글로 풀어내는 데 있어 다양한 어미 변화, 조사, 어감, 접속사 등을 역자의 창조적 개성에 따라 사용하였고, 적절한 어휘와 구문의 선택 및 배열, 문체, 어조 등에 있어 번역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소외인 등의 창의와 정신적 노력이 깃든 창작성이 인정되는 번역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

그러나, 소외인 등이 규장각본 등 4종의 필사본에 대한 종합적인 서지조사를 하고 이를 비교ㆍ대조하는 방식으로 오류가 있는 부분을 수정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들여 교감작업을 하였더라도 이는 창작적인 표현이 아니라 원문의 재현에 불과하고, 또 소외인 등이 원문을 확정한 뒤 견해에 따라 쉼표 등 부호를 표점하는 작업을 한 것도 그 자체가 저작물 작성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창작적 표현이 아니라 어느 부분을 한 어구로 보아 원문을 해석할지에 관한 학술적인 내용에 해당하는데, 학술적인 내용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원고 저작물 중 교감ㆍ표점 작업이 이루어진 부분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

4. 저작권 침해 여부

가. 의거성

1) 관련 법리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2차적 저작물에 대한 침해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먼저 대비대상이 되는 저작물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2차적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비 대상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직접 인정되지 않더라도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비 대상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되면 대비 대상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사실상 추정된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든 각 증거와 을 제5 내지 11, 15호증의 각 기재, 감정인 소외 2의 감정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의 저작물인 소외인본과 피고의 저작물인 피고 3본 사이에 아래와 같은 공통오류 등이 존재하는 사실이 인정되고, 여기에 당초에는 원고와 ○○대 문명연구원이 공조하여 번역사업을 추진하면서 상호 저작물을 공유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소외인이 2005. 8.경부터 2007. 3.경까지 원고의 홈페이지에 위선지의 교열ㆍ번역 작업 정리본을 게시하여 피고들이 이를 접하였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 3본이 소외인본에 의거하여 작성된 사실을 추인할 수 있다.

(가) 소외인본의 경우 위선지 1, 2권은 오사카본, 3, 4권은 규장각본을 활용하고, 피고 3본의 경우 위선지 1, 2권은 고려대본, 3, 4권은 규장각본을 이용하여 원문을 입력하였다. 그런데, 위선지 1, 2권의 오사카본과 고려대본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인본의 오류가 피고 3본의 오류에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위선지에는 예기(예기) 월령(월령)에 나오는 문장인 “행하령, 칙국다화재, 한열불절”을 인용하면서 ‘국다화재’ 부분을 생략하여, 오사카본과 고려대본 모두 “행하령, 칙한열불절”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소외인본에서는 예기 월령의 원문대로 “행하령, 칙국다화재, 한열불절”라고 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입력 오류가 피고 3본(1권, 199면)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나) 피고 3본 1권, 305~306면에는 “3월에 일식이 있으면 그 분야에 큰 수해가 나고, 가뭄과 기근이 있으며, 아가 있으며, 실과 면포와 쌀이 귀해지고”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 부분 소외인본의 번역은 “삼월에 일식이 있으면 그 분야에 큰 물난리가 나고, 가뭄과 기아가 있으며, 실과 면포, 쌀이 귀하게 되고”이다. 이는 피고 3본을 작성할 때, 소외인본의 “기아가 있으며”의 ‘기아’를 ‘기근’으로 고치면서 ‘아가 있으며’ 부분을 미처 삭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 3본 1권 31쪽의 “내정일주조” 부분이 고려대본에는 “내자일주조”로 되어 있고, 37쪽의 “춘우출서” 부분이 고려대본에는 “춘우래서”로 되어 있는 등, 원문 한자가 고려대본과는 일치하지 않고, 오히려 오사카본을 토대로 입력된 소외인본의 한자 원문과 동일하다.

(라) 소외인본에서는 융사류점(융사류점)을 계사류점(계사류점)으로(1권, 55, 238면), 무비지(무비지)를 무비지(무비지)로(1권, 337, 348, 353, 354면), 월령통고(월령통고)를 월령금고(월령금고)로(1권, 306면) 각 잘못 표기하고 있는데, 피고 3본에서도 동일한 부분에 같은 오기가 있다.

(마) 소외인본에는 ‘무비지(무비지)’라는 서적명이 수차 기재되어 있고, 104, 107, 108, 109면에서만 ‘무비지(무비지)’라고 잘못 기재되어 있는데, 피고 3본의 동일한 부분(1권 337, 348, 353, 354면)에서 같은 오기가 있다.

(바) 소외인본 120면에는 ‘풍고수한사등초잡점’이라는 기재를 함에 있어 서적명이 아님에도 ‘〈〉’기호를 넣었고 ‘고(고)’가 ‘약(약)’으로 잘못 기재되어 있는데, 피고 3본의 동일한 부분(1권 470면)에는 ‘『풍약수한사등초잡점』’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이를 서적명으로 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같은 오기가 있다.

(사) 소외인본의 131면 각주234는 ‘천일성(천일성) : 천을성(천을성) 성 이라고도 하며, 지황(지황)씨의 정화가 하늘로 올라가서 별로 되었다고 말해진다. 만물을 품고 기르며 소통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진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피고 3본의 동일한 부분(2권, 20면 각주1)에는 위 문장이 그대로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성’이라는 중복된 오기가 유지되고 있다.

(아) 고려대본에는 기력촬요(기력촬요)라는 서적이 언급되어 있는데, 소외인본에서는 이를 기록최요(기력樶요)라고 잘못 입력한 오류가 세 군데 발견되고, 이 오류가 피고 3본에 그대로 나타나있다(1권, 386, 389, 433면).

(자) 소외인본 131면에는 ‘만약’이 ‘만야’라고 잘못 기재되어 있고, 피고 3본 저작물의 동일한 부분(2권 23면)에서 같은 오기가 있다.

나. 실질적 유사성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는지 여부와 양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는 서로 별개의 판단으로서, 전자의 판단에는 후자의 판단과 달리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표현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표현 등이 유사한지 여부도 함께 참작될 수 있으므로, 대상 저작물이 번역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한 표현 등의 유사성을 참작할 수 있다고 하여, 양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위와 같은 부분 등의 유사성을 참작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번역저작물의 개개 번역 표현들을 구성하고 있는 어휘나 구문과 부분적으로 유사해 보이는 어휘나 구문이 대상 저작물에서 드문드문 발견된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번역저작물과 대상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거나 번역저작물에 대한 번역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상 저작물에서 유사 어휘나 구문이 사용된 결과 번역저작물이 갖는 창작적 특성이 대상 저작물에서 감지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다44138 판결 참조). 나아가 복제된 창작성 있는 표현 부분이 원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적ㆍ질적 비중 등도 고려하여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다70520, 70537 판결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기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인본 131면 각주234는 ‘천일성(천일성) : 천을성(천을성)성이라고도 하며, 지황(지황)씨의 정화가 하늘로 올라가서 별로 되었다고 말해진다. 만물을 품고 기르며 소통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진다.’라는 기재가 피고 3본에 그대로 옮겨져 있고, 소외인본 131면의 ‘천일성이 밝으면서 빛이 나면 음양이 잘 소통되어서 만물이 성숙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와는 반대되는 일이 일어난다.’라는 기재가 피고 3본에는 ‘빛이 나면’ 부분이 ‘빛나면’이라고 변경된 외에는 그대로 옮겨져 있는 등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의 저작물에 일부 원고의 저작물과 동일ㆍ유사한 문장이 사용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소외인본이 번역저작물로서 갖는 창작적 특성이 피고 3본에서 감지될 정도에 이르러 소외인본과 피고 3본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들이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원고는 소외인본과 피고 3본의 표점일치율이 높다는 점을 실질적 유사성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앞서 본 것처럼 원문에 구두점 등을 찍어 표점작업을 한 부분은 학술적인 내용으로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위선지는 조선시대 천문기상과 농사의 점후를 위해 과학지식을 집성한 문헌으로 시나 소설 등 고전문학과는 달라서 대체로 단순한 문장구조를 지니고 있어 끊어 읽기나 구두점을 넣어야 하는 부분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편인 점, 위선지의 내용을 보면 날짜ㆍ간지별로 동일한 구문 형식을 취하고 문장을 병렬적으로 나열한 부분이 대부분이어서 끊어 읽기가 비교적 용이해 보이는 점, 또한 위선지에는 기존 중국과 조선의 문헌에서 발췌ㆍ인용한 부분이 많은데 그 중 한문 문장이 가지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아래 〈표〉 기재와 같이 동일한 4언절구의 구문형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점, 위선지에서 발췌ㆍ인용한 중국과 조선의 원전문헌에 이미 표점과 교감 등이 상당 부분 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외인본과 피고 3본의 표점일치율이 높다는 사정은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다.

〈표〉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나) 피고 3본은 위선지 4권 전부에 관해 표점 및 번역이 이루어졌지만, 소외인본은 2권의 경우 41.5%, 3권은 1.8%정도만 표점ㆍ번역이 되어 있고, 3권 대부분과 4권의 경우 전혀 표점 및 번역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할 수 있는 부분도 일부분에 불과하고, 소외인본에서 표점ㆍ번역된 부분에 관하여도 피고 3본과 표현형식이 다른 부분이 상당히 존재한다.

(다) 위선지는 과학적 지식과 정보 위주로 구성된 문헌으로 학술적 내용이 대부분인 이상 원문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하여 동일ㆍ유사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내용 해석의 여지가 많지 않아 번역자의 주관적 견해나 표현이 크게 중시되지 아니한다. 또한 피고 3본에서 소외인본과 일부 유사한 표현이 사용된 부분이 있으나 전체 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양적 비중이 매우 낮으며, 역자만이 가진 독창적 표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는 피고 3본에서 번역의 틀, 문장의 구조와 형식이 유사하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것처럼 원전의 내용과 형태적 특성상 문장구조와 형식의 유사성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소외인본의 번역문장도 대부분 원문을 직역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 자체로 창작적 표현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 3본에서는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어나 어미, 조사가 소외인본과 달리 표현된 부분이 대부분이다.

〈표〉

순서 소외인본(1권 131쪽) 피고 3본(2권 20~21쪽)
1 천일성과 태일성 각 일성은 문에 해당하는 길에 있네 『보천가』 『보천가』: 천일성과 태일성은 자미궁 창합문의 문로(문로)에 위치하네.
2 천일성은 자미궁문 바깥 우성 남쪽에 있고, 천제의 신이며, 전투를 주관하고, 길흉을 알린다. 『성경』 『성경』:천일성은 자미궁문 바깥 우측 별 남쪽에 위치하며, 천제(천제)의 신으로, 전투를 주관하여, 길흉을 알린다.
3 천일성은 극으로 이십도 반을 가서, 항숙으로 일도반을 들어간다. 『송양조천문지』 『송양조천문지』:천일성은 거극도(거극도)가 20도 반이고, 입수도(입숙도)는 항수(항숙) 1도 반이다.
4 나그네별이 천일성을 범하면, 오곡이 아주 귀해지고, 유성이 천일성을 억누르며 지나가면, 겨울에 물난리가 나고 여름이 가물어, 작물이 성숙하지 못한다. 『황제점』 객성(객성)이 천일성을 범하면, 오곡이 크게 귀해진다. 유성(유성)이 천일성을 부닥뜨리면, 겨울에 물난리가 나고 여름이 가물어, 곡물이 성숙하지 못한다. 『황제점』
5 천일성이 밝으면서 빛이 나면 음양이 잘 소통되어서 만물이 성숙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와는 반대되는 일이 일어난다. 『장형점』 천일성이 밝으면서 빛나면, 음양이 잘 소통되어서 만물이 성숙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와는 반대되는 일이 일어난다.『장형점』
6 천일성이 조금 밝아지려고 하는 듯이 빛이 나면, 음양이 잘 소통되어서 만물이 성숙한다. 천일성이 조금 밝아지려고 하는 듯이 빛이 나면, 음양이 화합되어 만물이 잘 성숙한다.
7 별이 크게 융성해서 밝아지려 한다면, 물이 가믈고 기후가 고르지 않으며, 오곡이 성숙하지 않고, 천하에 굶는 사람과 유랑민들이 많아진다. 별이 크고, 밝은 모습이 성하면, 물과 가뭄이 조화롭지 못하여, 오곡이 잘 성숙하지 못하며, 천하에 주린 사람이 떠돌아다닌다.
8 오성이 범접해서 자리를 지킨다면, 물이 가물고, 병사들이 굷고 죽는 재앙이 있을 것이다. 오성이 범하여 지키면, 수해와 가뭄, 병란과 기아, 죽음과 상해의 재해가 있게 된다.
9 유성이 천을성을 억누르며 지나간다면, 곡식이 귀해지고 사람들에게 역병이 돈다. 유성이 천을성에 부닥치면, 곡식이 귀해지고 사람들에게 역병이 돈다.
10 유성이 천을성의 변방지역을 스쳐간다면, 곡식이 잘 익고 천하가 평안하다. 『관규집요』 유성이 천을성의 곁을 스쳐가면, 곡식이 잘 익고 천하가 평안해진다. 『관규집요』

(라) 피고 3본 2권 20면 각주1은 소외인본의 131면 각주234에 해당하는 천일성(천일성) : 천을성(천을성)성이라고도 하며, 지황(지황)씨의 정화가 하늘로 올라가서 별로 되었다고 말해진다. 만물을 품고 기르며 소통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진다.’라는 부분을 그대로 기재하고 있으나, 이후 천일성에 대한 상당한 분량의 설명이 추가되어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동욱(재판장) 현영주 차기현

주1)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저술한 박물학서로서, 전원생활을 하는 선비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 기예와 취미를 기르는 백과전서로 생활과학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은 전체 113권을 본리지(본리지), 만학지(만학지), 위선지(위선지)를 포함하여 16지(16개 부분)로 나눈 논저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원본이 존재하지 않고 필사본만이 남아있다.

주2) 31종의 과실류와 15종의 과류(과류), 25종의 목류(목류), 그 밖의 초목 잡류에 이르기까지 그 품종과 재배법 및 벌목수장법 등을 설명한 논저로 권23~27까지 5권으로 되어 있다.

주3) 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보고 기상을 예측하는 이른바 점후적(점후적) 농업과 그와 관련된 점성적인 천문관측을 설명한 논저로 권33~36까지 4권(이 사건에서는 편의상 제1권~제4권이라고 칭한다)으로 되어 있다.

주4) 다만 별지 기재와 같이 위선지 4권을 묶어 2권으로 출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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