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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서울형사지법 1992. 12. 28. 선고 92고단10092 판결 : 항소
[음란문서제조등][하집1992(3),393]
판시사항

변태적인 성행위를 선동적인 필치로 노골적,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소설 "즐거운 사라"가 음란문서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소설 "즐거운 사라"는 때와 장소, 상대방을 가리지 않은 각종의 난잡하고 변태적인 성행위를 선동적인 필치로 노골적,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데다가 나아가 그러한 묘사부분이 양적, 질적으로 문서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구성이나 전개에 있어서도 문예성, 예술성, 사상성 등에 의한 성적 자극 완화의 정도가 별로 크지 아니하여 주로 독자의 호색적 흥미를 돋구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 고찰하여 볼 때 위 소설은 문학작품에 있어서의 표현의 자유의 최대한 보장이라는 명제와 오늘날의 개방된 성문화 및 작가가 주장하는 '성 논의의 해방'이라는 전체적인 주제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형법 제243조, 제244조에서 말하는 음란한 문서에 해당된다.

피 고 인

마광수외 1인

주문

피고인들을 각 징역 8월에 처한다.

이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60일씩을 위 각 형에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이 확정되는 날부터 2년간씩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압수된 '즐거운 사라' 소설의 인쇄원판 23매(증 제1호), '즐거운 사라' 소설책자 1890권(증 제2호)을 피고인 1로부터 각 몰수한다.

범죄사실

피고인 마광수는 1984.경부터 현재까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신문이나 잡지 또는 단행본 등을 통하여 시, 소설, 수필 등을 발표하여 온 자로서 소설 '광마일기'에 대하여 음란성을 이유로 1990.7.26. 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 결정을, 1991. (이름 생략)문화사에서 출판한 소설 '즐거운 사라'에 대하여 같은 이유로 1991.9.3. 위 위원회로부터 '관계당국에 제재결정'을, 여성잡지 ' (잡지명 생략)'에 연재한 소설 '절망보다 더 두려운 희망'에 대하여 같은 이유로 1991.11.19. 및 1991.12.10. 등 2회에 걸쳐 위 위원회로부터 '경고' 결정을, 1991.5.4. 불교방송 F.M.의 "밤의 창가에서" 프로에서의 출연한 외설스런 발언을 이유로 '방송출연금지' 결정을, 1992. (이름 생략)에서 출판한 소설 '즐거운 사라'에 대하여 '음란성'을 이유로 1992.9.1. 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관계당국에 제재결정'을 각 받은 사실이 있는 자이고, 피고인 1은 문학평론가로서 1988.1.경부터 현재까지 도서출판 (이름 생략)의 대표로 재직중인 자 등인바, 공모하여

1. 판매할 목적으로 1992.5.말경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소재 연세대학교 구내 피고인 마광수의 교수 연구실에서 피고인 마광수가 "안주로 가져온 것은 껍질을 깐 땅콩이었다. 그냥 집어 먹으려는데, 문득 어떤 에로틱한 그림 하나가 머릿 속에 떠올라 왔다. 그래서 나는 땅콩 서너 알을 질 속에다 집어 넣고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보았다.

.....나는 불두덩 근처가 차츰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다시금 한 주먹의 땅콩을 질 속에다가 쑤셔 넣어 본다. 꽉 찬 만복감, 아니 만질감 같은 느낌이 항문에서부터 머리 끝까지 올라오는 것이 거 참 기분이 상당히 괜찮다. 근사하다. 나는 다시 질 속에 꼭꼭 숨어 있는 땅콩 알갱이들을 뽀족한 손톱 끝으로 한 알 한 알 빼내어 입에다 넣고 먹어 본다. 처음에는 빼내기가 쉬웠지만 나중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깊숙히 박혀 있는 땅콩 알갱이를 빼내려고 손가락들을 집어 넣고 휘저어 대다 보니 정말로 저릿저릿 하면서도 그윽한 쾌감이 뼈 속 깊숙히 밀려 왔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손가락 동작을 아주 천천히 하여 질 속의 땅콩을 우아한 방법으로 수색해 내기 시작 했다. 얼큰한 취기과 함께, 남자의 페니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싱거운 오르가즘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지속적인 오르가슴이 찾아왔다" (30쪽) 등 '별지' 기재와 같이 성행위 등 성관계를 노골적이고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성욕을 자극하여 흥분시키고 일반의 정상적인 성적 정서와 선량한 사회풍속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내용으로 된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을 저작한 다음 1992.5.말 일자불상경 위 연구실에서 피고인 1과 위 소설을 피고인 1이 발행하되 저작료는 권당 정가의 10%씩 주기로 하는 내용으로 된 위 소설출판계약을 체결하여 피고인 1이 1992.8.20.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79의 5 소재 도서출판 (이름 생략) 조판에서 5,000권을 인쇄하여 음란한 문서를 제조하고,

2. 1992.8.20.경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소재 교보문고 등에서 피고인 1이 위 소설을 권당 5,800원씩에 판매하는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위 소설을 권당 5,800원씩 위 서점 등을 통하여 전국에 판매함으로써 음란한 문서를 판매한 것이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들의 이 법정에서의 판시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각 진술

1. 검사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검사 작성의 신태용, 김남규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장연식, 방순영 작성의 각 진술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1. 검사 작성의 압수조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압수결과의 기재

1. 압수된 증 제1, 1호의 각 현존 및 그 기재 내용

법령의 적용

1. 각 형법 제244조, 제243조, 제30조(각 징역형 선택)

1. 피고인 1 :형법 제48조 제1항

(음란성 여부에 관한 판단)

(1)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형법에 규정된 '음란'의 개념은 그 시대의 보편적 정서와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시대의 흐름과 변천에 따라서 그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특히 문학작품에 대한 '음란'의 판단에 있어서는 문학, 예술 등이 허구의 세계를 다루는 것을 그 본질적 속성으로 하고 있는 점 및 우리 헌법이 예술의 자유와 언론, 출판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서 보장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음란'의 개념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 창작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므로, 그러한 관점에 서서 오늘날의 개방된 성윤리나 성문화 및 이 사건 소설의 전체적인 주제 등을 검토해 볼 경우 이 사건 음란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를 주장하고 있다.

(2) 음란성 판단의 기준

문서의 음란성 여부는 다음과 같은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로는, 성문화관은 시대에 따라 변천하고 사회에 따라 다르므로 현재 이 사회에 있어서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른 지배적인 성문화관에 의거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둘째로는, 문서 자체로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제조자나 판매자의 주관적인 의도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며,

셋째로는, 성적 수치감정이 지나치게 민감 또는 둔감한 자나 미성년자가 아닌 그 시대의 통상적인 성안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고,

넷째로는, 우리 헌법이 예술의 자유(제22조 제1항) 및 언론, 출판의 자유(제21조 제1항)를 기본권의 하나로서 보장하고 있지만 한편 언론, 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고(제21조 제4항),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제37조 제2항), 그러한 법률유보규정에 따라 형법에서 음란문서 제조, 판매죄(제243조, 제244조)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문학작품이라고 해서 무한정한 표현의 자유를 누려 어떠한 정도의 성적 표현도 가능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어서 문학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음란성이 부정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을 것이며,

다섯째로는, 다만 문학작품의 음란성 여부는 그 작품 중 어느 일부분만을 따로 떼어 논할 수 없고 그 작품 전체와 관련시켜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에 비추어 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3) 음란성의 개념

위와 같은 판단기준을 종합하여 음란성의 개념을 정의하면 '음란'이란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서 그것이 공연히 성욕을 흥분 또는 자극시키고 또한 보통인의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이어서 건전한 성풍속이나 선량한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추상적 개념만으로는 구체적 문서의 음란성 판단이 용이하지 아니할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그 판단 방법으로서는 당해 문의 성에 관한 노골적이고 상세한 묘사서술의 정도와 그 수법, 그 묘사서술이 문서전체에 차지하는 비중, 문서에 표현된 사상등과 묘사서술의 관련성, 문서의 구성이나 전개 더 나아가 예술성 사상성 등에 의한 성적 자극의 완화와 정도, 이들의 관점으로부터 당해 문서를 전체로서 보았을 때 주로 독자의 호색적 흥미를 돋구는 것으로 인정되느냐의 여부 등 여러 관점을 종합 검토하여 위와 같은 개념의 음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4) 이 사건 소설의 음란성 여부

이 사건 소설 '즐거운 사라'는 미대생인 여주인공 '사라'가 벌이는 자유분방하고 괴벽스러운 섹스행각 묘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성희의 대상도 미술학도, 처음 만난 남자, 여중시절 동창생 및 그의 기둥서방, 동료 대학생 및 스승 등으로 여러 유형의 남녀를 포괄하고 있고, 그 성애의 장면도 자위행위에서 오럴섹스, 동성연애, 그룹섹스, 카섹스, 비디오섹스, 에이널섹스 등으로 아주 다양하며, 그 묘사방법도 매우 적나라하고 장황하게 구체적, 사실적으로, 또한 자극적, 선동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위 소설은 위와 같이 때와 장소, 상대방을 가리지 않는 각종의 난잡하고 변태적인 성행위를 선동적인 필치로 노골, 상세,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데다가 나아가 그러한 묘사부분이 양적, 질적으로 문서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구성이나 전개에 있어서도 문예성, 예술성, 사상성 등에 의한 성적 자극 완화의 정도가 별로 크지 아니하여 주로 독자의 호색적 흥미를 돋구는 것으로 밖에 인정되지 아니하는바,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점을 종합 고찰하여 볼 때 위 소설은 문학작품에 있어서의 표현의 자유의 최대한 보장이라는 명제와 오늘날의 개방된 성문화 및 작가가 주장하는 '성 논의의 해방'이라는 전체적인 주제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형법 제243조, 재244조 에서 말하는 음란한 문서에 해당되는 것으로 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양형의 이유에 관하여)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지난날에 비해 성도덕 및 성문화가 많이 개방화되었지만 사회의 건강한 유지, 발전을 위해서 건전한 성적 풍속 내지 성도덕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하다 할 것이고, 특히 근자에 이르러 성의 문란으로 인한 성도덕과 성풍속의 타락은 퇴폐, 향락 풍조를 조장하고 건전한 문화발전을 저해하며 각종 성범죄 유발의 동기를 제공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로부터 사회공동체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 할 것인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마광수는 대학교수의 신분에, 피고인 1은 출판사 대표의 신분에 있어 위와 같은 필요성을 충분히 알 만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음란성의 정도가 결코 적지 아니한 위와 같은 소설을 저작, 출판하여 판매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 마광수는 아무런 전과 없고 피고인 1은 벌금형 1회 이외의 전과가 없는 자이고, 피고인 마광수는 문학가 및 대학교수로, 피고인 1은 문학평론가 및 출판사 대표로 각 10여년간 성실히 강의, 저작, 평론, 출판 등의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나아가 피고인들은 그 동안의 적지 않은 구금기간을 통하여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위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마광수는 노모, 피고인 1은 처,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딱한 가정사정에 놓여 있는 점 등의 제반 사항을 참작해 보면 피고인들에 대해 이번에 한하여 집행을 유예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별지생략]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석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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