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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2003. 7. 4. 선고 2003카합980 판결
[가처분이의] 항소[각공2003.9.10.(1),26]
판시사항

[1] 이사회가 일반적·구체적으로 대표이사에게 위임하지 않은 업무로서 일상 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중요한 업무에 대하여 이사회에게 그 의사결정권한이 있는지 여부(적극)

[2] 상법 제402조 소정의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의 의미

[3] 이미 체결된 계약의 이행행위가 상법 제402조 소정의 유지청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한정 적극)

판결요지

[1] 상법 제393조 제1항 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에 의하면 이사회는 법률이나 정관 등으로 주주총회의 권한으로 규정한 이외의 모든 업무집행에 대하여 회사의 의사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법률 또는 정관 등의 규정에 의하여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의 결의사항으로 되어 있지 아니한 업무라 하더라도 이사회가 일반적·구체적으로 대표이사에게 위임하지 않은 업무 중 일상 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중요한 업무에 대하여는 여전히 이사회에게 그 의사결정권한이 있다.

[2] 회사경영의 주체로서 고도의 인적 신뢰를 기초로 하여 선임된 주식회사의 이사는 상법 제382조 제2항 에 의하여 준용되는 민법 제681조 , 상법 제382조의3 등의 규정에 의하여 회사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하므로 상법 제402조 에 의한 유지청구의 대상이 되는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라 함은 이사회의 승인 없는 이사의 자기거래 등 법령 또는 정관의 구체적인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해태한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3]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결의를 요하는 대외적 거래행위를 함에 있어서 실제로 이사회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거나 이사회결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의가 무효인 경우 거래 상대방이 그 이사회결의의 부존재 또는 무효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면 그 거래행위는 무효라고 할 것이고, 대표이사의 행위가 대표권한의 범위 내라 할지라도 회사의 이익 때문이 아니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행사한 경우에 거래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로 인하여 취득한 권리를 회사에 대하여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므로 그 거래행위 또한 회사에 대하여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바, 위와 같은 사정에 의하여 이미 체결된 계약이 무효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그 계약의 이행행위는 유지청구의 대상이 된다.

채권자

에스비더블유홀딩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백창훈 외 1인)

채무자

송영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권광중 외 1인)

채무자보조참가인

이앤씨산업개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채영수)

변론종결

2003. 6. 13.

주문

1.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이 법원 2003카합763호 부동산처분행위금지가처분 신청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이 2003. 3. 22.에 한 가처분결정을 인가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채무자보조참가인의 부담으로 하고, 그 나머지 부분은 채무자의 부담으로 한다.

신청취지

채권자 : 주문과 같다.

채무자 : 주문 기재 가처분결정의 취소와 채권자의 가처분신청 기각 판결

이유

1. 가처분 결정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위법행위유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제기한 주문 제1항 기재 가처분 신청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이 2003. 3. 22. 담보제공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여 "채무자는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대하여 신청외 이앤씨건설 주식회사, 이앤씨산업개발 주식회사 기타 제3자에게 양도, 저당권의 설정, 임대 기타 일체의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을 한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다.

2. 기초 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의 전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가. 섬유류 제조, 염색 및 가공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신청외 주식회사 쌍방울(이하 '쌍방울'이라 한다)은 1998. 9. 10. 이 법원으로부터 회사정리절차 개시결정을 받았으나, 2002. 11. 19. 회사정리절차 종결결정을 받아 정리절차가 종료되었고, 채무자는 2002. 12. 10. 쌍방울에 대한 위 정리절차가 진행중인 2002. 11. 7. 법원의 선임허가를 얻어 대표이사로 취임한 신청외 박기순의 후임으로 쌍방울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으며, 채권자는 쌍방울의 발행주식총수 중 33.03%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쌍방울의 최대주주이다.

나. 채무자는 2002. 12. 23. 쌍방울을 대표하여 신청외 우성종합개발 주식회사(그 후 상호를 '이앤씨건설 주식회사'로 변경하였다)와 사이에 쌍방울 소유의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매매대금 160억 6,400만 원에 매도하되, 계약금 10억 원은 계약 당일, 중도금 6억 640만 원은 2002. 12. 24., 잔금은 2003. 3. 24.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매수인인 우성종합개발 주식회사가 해산한 회사인 주식회사 아임상사를 인수하여 회사계속결의를 한 뒤 2002. 12. 27. 이앤씨산업개발 주식회사(채무자보조참가인, 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로 상호를 변경하자, 그 무렵 이 사건 계약 제11조 제3항에 기하여 매수인 명의를 참가인으로 변경한 매매계약서를 2002. 12. 23.자로 매매일자를 소급하여 작성하여 주었다.

다. 이 사건 부동산은 경인고속도로 서울기점, 양화대교, 올림픽대로, 서부간선도로, 경인로 등 주요 간선도로에 인접하고,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의 환승역인 영등포구청역, 지하철 5호선 양평역도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등 교통이 편리하고, 대형할인점, 목동아파트단지, 여의도, 영등포역 등도 가까워 입지조건이 매우 우수한 장방형의 면적 합계 7,926.2㎡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다.

3. 이 사건 신청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채무자는 채권자의 대표이사인 변종진에 대한 이사선임결의가 무효이므로 그가 채권자를 대표하여 제기한 이 사건 신청은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항변하나, 기록에 의하면 변종진은 2003. 1. 8. 채권자의 이사 및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2003. 1. 10. 선임등기까지 마친 사실이 소명되는바, 법인등기부에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절차에 의하여 선임된 적법한 이사로 추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채무자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4. 피보전권리에 대한 판단

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

(1) 매매대금의 적정성 여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변론종결 무렵 이 사건 부동산과 그 위치, 규모, 지목 등이 유사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소재 토지의 평당 시세는 대체로 이 사건 계약의 매매대금에 의하여 산정한 평당 단가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는 사실이 소명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부동산의 교통 및 접근조건, 부근의 상황, 입지조건, 면적, 형태, 이용상황, 지반, 지세, 인근지의 지가수준, 공시지가 및 참가인이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자마자 바로 개발에 착수하여 지하 2층, 지상 14층 규모의 아파트형공장의 건축허가를 받은 점, 한국토지공사의 지가변동자료에 의하면 2003. 1. 1.부터 2003. 3. 31.까지 서울 영등포구의 지가변동률은 0.75%에 불과한 점 등 기록상 인정되는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계약상의 매매대금은 당시 시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저렴한 가격이었음이 추단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채무자는 나름대로 이 사건 매매대금이 적절하였다는 채무자의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있으나, 이 사건 부동산의 현황 등 앞서 살펴 본 사정 및 채권자가 제출한 시가감정자료 등 기록상 인정되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가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채무자가 이 사건 부동산을 시가에 훨씬 못 미치는 저가에 매도하였다는 의심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2) 2002. 12. 24.자 이사회결의 여부

(가) 이사회결의의 요부

상법 제393조 제1항 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에 의하면 이사회는 법률이나 정관 등으로 주주총회의 권한으로 규정한 이외의 모든 업무집행에 대하여 회사의 의사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법률 또는 정관 등의 규정에 의하여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의 결의사항으로 되어 있지 아니한 업무라 하더라도 이사회가 일반적·구체적으로 대표이사에게 위임하지 않은 업무 중 일상 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중요한 업무에 대하여는 여전히 이사회에게 그 의사결정권한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계약에 의한 매매대금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부동산은 금 160여 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재산인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바, 쌍방울의 자산총액, 사업목적, 자본금, 쌍방울에 대한 회사정리절차의 경과 등 기록상 인정되는 쌍방울의 경영상태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부동산은 상법 제393조 제1항 소정의 '중요한 자산'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그 처분에는 이사회의 결의를 요한다고 볼 것이며, 가사 채무자 주장대로 이 사건 부동산이 2002. 12. 24.자로 개정된 쌍방울의 이사회규정(이하 '개정 이사회규정'이라 한다)에 의한 이사회부의사항인 '최근 사업연도말 자산총액의 10% 이상에 상당한 중요자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상법 소정의 '중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해석되고, 그 자산의 처분이 일상성(일상성), 반복계속성을 가진다고 볼 아무런 소명도 없는 이상 개정 이사회규정에 규정된 가액 이하의 부동산이라 하여 이사회 결의 없이 대표이사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이사회결의 여부

채권자는 채무자가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함에 있어 쌍방울의 적법한 이사회결의를 거친 바 없다고 주장하나, ① 이사회 소집통지시 반드시 의안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② 기록에 의하면 채무자가 2002. 12. 23. 채권자의 지분보유를 둘러싸고 분쟁중이던 쌍방울의 이사인 유인수, 유재훈, 우인섭(이하 '유인수 등'이라 한다)에게 전화로 다음날의 이사회 개최 사실을 알리고, 같은 날 늦게 전체 이사들에게 이사회소집통지를 빠른등기우편으로 발송한 사실, 쌍방울은 이전에도 수 차례 이사회 바로 전날(이사회 개최시각을 기준으로 보면 24시간 이내) 이사회 개최 사실을 이사들에게 통보하고도 적법하게 이사회를 개최하였던 사실 등이 소명되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유인수 등이 2002. 12. 24.자 이사회소집절차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보지 못할 바 아니며, ③ 한편, 채권자가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채무자가 위 유인수 등과의 사이에 2002. 12. 24. 이사회를 개최하지 아니하고 이를 연기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점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채무자가 쌍방울을 대표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함에 있어 이사회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짓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채무자는 유인수 등이 참석하지 아니한 2002. 12. 24.자 이사회(이하 '이 사건 이사회'라고 한다)에서 쌍방울의 이사회 부의사항을 '자본금의 30%에 상당한 주요자산의 취득, 임대차 또는 처분'에서 '최근 사업연도말 자산총액의 10%에 상당한 주요자산의 취득, 임대차, 처분'으로 개정함으로써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에 이사회결의를 요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던 흔적이 엿보이는 점, 채무자는 애초부터 개정 이사회규정에 터잡아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은 이사회결의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여 왔던 점, 인수가액이 금 52억 5,000만 원인 한국기업구조조정전문 주식회사 주식의 인수보다는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이 더욱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채무자는 이 사건 이사회의 소집통지서에 의안을 '이사회 부의사항, 타법인(기록상 위 '한국기업구조조정전문 주식회사'로 보여진다) 주식 인수의 건, 기타 사항'이라고만 표시하였고,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2002. 12. 24.자 이사회의사록에도 한국기업구조조정전문 주식회사 주식인수의 건만 기재되어 있는 점,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에 뒤늦게 이사회결의를 한 점 등 기록상 인정되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는 위 유인수 등에게 이 사건 이사회에서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을 의결할 것이라는 점을 고의로 묵비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일반적으로 이사회소집통지시 이사회 안건을 명시할 필요가 없다고 하여 이사회 안건 중 가장 중요한 안건을 일부러 누락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엿보이는 경우까지 그 이사회소집통지에 기한 이사회 결의가 무조건 적법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 사건 이사회결의가 위법하다는 채권자의 주장에도 일면 수긍이 가는 점이 없지 아니하다.

(3) 법령 또는 정관 위반행위 해당 여부

살피건대, 회사경영의 주체로서 고도의 인적 신뢰를 기초로 하여 선임된 주식회사의 이사는 상법 제382조 제2항 에 의하여 준용되는 민법 제681조 , 상법 제382조의3 등의 규정에 의하여 회사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하므로 상법 제402조 에 의한 유지청구의 대상이 되는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라 함은 이사회의 승인 없는 이사의 자기거래 등 법령 또는 정관의 구체적인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해태한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대금이 시가보다 저렴하게 정하여진 것으로 보여지는 점, 그 처분에 적법한 이사회결의를 거쳤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점 등 앞서 인정한 사정에다가 쌍방울은 이 사건 부동산 이외에도 비업무용 부동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 이 사건 부동산은 회사정리절차 당시 보유자산 처분계획에 는 들어있지도 않았던 점, 쌍방울은 2002. 12. 18. 주식회사 국민은행, 주식회사 조흥은행, 주식회사 하나은행, 엘지투자증권 주식회사, 주식회사 한미은행 등 국내의 유수 금융기관들부터 금 1,200억 원을 대출받고,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인 2002. 12. 24. 비로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위 은행들 공동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점에 비추어 채무자가 이 사건 부동산을 시급히 처분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오히려 기록상 인정되는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과 위 금원대출의 경과 및 시간적 순서에 비추어 채무자로서는 애초에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대금 상당액은 대출을 받지 아니하는 편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2002. 11. 19. 쌍방울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가 종결된 점, 금 100억 원을 초과하는 부동산의 처분에 관하여 실무담당자인 전국엽 전무가 시가동향을 예의주시하다가 2002. 12.경 매각할 것을 제의하였고, 총무인사팀 계장인 김정철이 부동산 업소를 방문하여 시가를 알아보았다는 채무자의 주장과 기안서 1장(소 을 가 제1호증)의 소명자료 이외에는 쌍방울의 실무담당자나 이사회에서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 필요성과 적절한 매매대가를 면밀하게 검토하였음을 알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실제 매수인 및 매매대금이 위 기안서에 기재된 그대로인 점, 수의계약으로 참가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각하였고, 매각교섭을 시작한 시기에 관한 채무자와 참가인의 주장도 일치하지 아니하는 점, 이 사건 계약서상의 약정일자와 실제 매매대금 지급일자가 다른 점 등 기록상 인정되는 제반 사정을 전체적으로 고찰하여 보면 채무자가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함에 있어 대표이사로서의 선량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음이 넉넉히 인정될 뿐만 아니라(더욱이 회사의 대표이사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그 회사의 이사회결의가 있다고 하여 대표이사의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대표권을 남용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여지까지 있으므로 채무자의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행위는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4) 유지청구권 행사의 대상

(가) 이미 체결된 계약의 이행행위의 유지가 가능한지 여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결의를 요하는 대외적 거래행위를 함에 있어서 실제로 이사회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거나 이사회결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의가 무효인 경우 거래 상대방이 그 이사회결의의 부존재 또는 무효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면 그 거래행위는 무효라고 할 것이고, 대표이사의 행위가 대표권한의 범위 내라 할지라도 회사의 이익 때문이 아니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행사한 경우에 거래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로 인하여 취득한 권리를 회사에 대하여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므로 그 거래행위 또한 회사에 대하여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바, 위와 같은 사정에 의하여 이미 체결된 계약이 무효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그 계약의 이행행위는 유지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계약의 무효가능성

이 사건 계약이 적법한 이사회 결의 없이 체결되었을 가능성이 없지 아니하고, 적어도 채무자가 대표이사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대표권을 남용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며, 주식회사 우성종합개발측은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 이전에 위 부동산의 처분에 쌍방울 이사회의 결의를 요하는지 여부를 실제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을 담당하였던 신청외 전국엽에게 문의하였다는 사정, 쌍방울은 이 사건 부동산을 시급히 매각할 필요성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의계약으로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참가인에게 매도한 점, 이 사건 계약에 의하면 중도금 지급기일이 계약체결일 바로 다음날로 되어 있고 그 액수도 전체 매매대금의 10%에 불과하여 일반적인 거래관행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게 된 사정에 대한 수긍할 만한 아무런 설명이 없는 점 등 기록상 나타나는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은 이 사건 계약 당시 채무자측의 위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어 이 사건 계약은 무효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이행행위도 유지청구권 행사의 대상이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의 염려

기록에 의하면, 참가인은 이 사건 부동산에 아파트형공장을 신축하여 이를 분양할 목적으로 이미 기존건물을 철거하는 한편, 신축건물에 대한 건축허가를 받고, 설계계약, 분양대행계약까지 체결하였다는 것이므로 만일 참가인이 건물을 신축하여 이를 분양하도록 방치할 경우 수분양자 등과의 관계에서 야기될 복잡한 법률관계로 말미암아 사실상 쌍방울이 이 사건 부동산을 원상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채무자의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쌍방울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 피보전권리의 존부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신청의 피보전권리는 일응 소명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는 쌍방울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로서 상법 제402조 에 의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의 이행행위의 유지(유지)를 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5.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

한편, 이 사건 계약의 체결 시기, 내용, 채권자가 주장하는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와 이 사건 계약상 매매대금의 액수, 이 사건 계약이 쌍방울의 귀책사유로 해제될 경우 쌍방울이 부담하게 될 손해배상금의 액수, 쌍방울의 주식 중 44% 가량을 소수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점, 참가인의 이 사건 부동산의 이용목적과 그 진행경과 등 기록상 인정되는 제반 사정을 감안하면, 채권자로서는 시급히 가처분으로써 이 사건 계약의 이행행위를 금지할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되었다고 하겠다.

6. 결론

그렇다면 채권자의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 주문 기재 가처분 결정을 인가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공현(재판장) 이영훈 김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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