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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2002. 11. 12. 선고 2000가합6051 판결 : 항소
[손해배상(기)][하집2002-2,278]
판시사항

주주의 간접손해에 대해서 상법 제401조 의 적용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

판결요지

이사가 회사재산을 횡령하여 회사재산이 감소함으로써 회사가 손해를 입고 결과적으로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손해와 같은 간접적인 손해는 상법 제401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손해의 개념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볼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는 위 법조항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회사 경영진이 기업 경영자에게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충실·선관의무를 위배하여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이로 인해 회사의 채권자나 주주 등 회사의 이해관계인조차도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통상적인 기업경영상 손실을 넘어서는 특별한 손실이 회사에 발생하고, 이러한 손실의 원인이 회사 경영진의 명백히 위법한 임무해태행위에 있으며, 그 손실의 규모가 막대하여 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회사가 도산하는 등 소멸하여 회사 경영진에 대한 회사의 책임 추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고, 따라서 회사 경영진에 대한 주주의 직접적인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주주에게 발생한 손해의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주주의 간접손해에 대해서도 상법 제401조 의 적용을 인정함이 타당하다.

참조조문
원고

이선근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인상 외 1인)

피고

정몽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김용호 외 1인)

주문

1.피고는 원고 양승덕에게 8,744,000원, 원고 선병규에게 3,960,000원을 각 지급하라.

2. 원고(선정당사자)의 청구를 기각한다.

3.소송비용 중 원고(선정당사자)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선정당사자)의,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선정당사자) 이선근 및 선정자들에게 각 100,000원, 원고 양승덕에게 8,744,000원, 원고 선병규에게 3,960,000원을 각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피고는 1992. 3. 12.부터 1996. 2. 1.까지 한라그룹의 계열사인 만도기계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그 이후부터 1999. 12. 29.까지 소외 회사의 이사로, 1993. 10. 5.부터 현재까지 한라건설 주식회사(이하 '한라건설'이라 한다)의 이사로, 1996. 3. 15.부터 1999. 3. 14.까지 한라시멘트 주식회사(이하 '한라시멘트'라 한다)의 이사로, 1992. 7.경부터 1996.말까지 한라그룹 부회장으로 각 근무하였으며, 1997. 1. 3. 한라그룹 회장으로 취임하여 그룹 전반의 인사와 경영에 관한 정책을 최종 결정·집행하고 회장 직속으로 기획조정실을 설치하여 그룹 전체의 기획업무와 자금업무를 총괄하여 왔다.

나.소외 회사는 1974. 5. 2. 설립되었고, 1997. 12. 31. 당시 자본금 407억 원, 자산 총계 2조 2,830억 원, 부채 총계 2조 2,728억 원, 임직원수 7,894명의 비교적 재무구조가 좋은 한라그룹 계열사 중 주력업체였던 반면에, 한라그룹의 같은 주력업체인 한라중공업 주식회사(이하 '한라중공업'이라 한다)는 1977. 1. 1. 설립되었고, 1996. 12.말 당시 피고가 지분 90.59%를, 그의 형 정몽국이 지분 9.41%를 각 소유하는 등 피고의 일가에서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자본금 309억 원 규모의 비상장회사로서, 재무능력을 훨씬 넘는 자금을 차입하여 1996. 12.말 당시 이미 부채 총액이 2조 5,694억 4,314만 2,061원으로서 부채비율이 약 8,300%, 결손금 총액이 4,609억 9,984만 6,984원에 달하여 자본금 309억 원을 완전히 잠식하고도 약 4,300억 원의 결손금이 발생하였고, 1997. 12.말 당시에는 부채총액이 3조 5,492억 949만 1,376원으로서 부채비율이 약 11,100%, 결손금 총액이 9,962억 7,716만 2,417원에 달하여 자본금 309억 원을 완전히 잠식하고도 약 9,653억 원의 결손금이 발생한 회사이고, 같은 한라그룹 계열사인 한라자원 주식회사(이하 '한라자원'이라 한다)는 1990. 9. 15. 설립되었고, 1996.말 당시 피고가 지분 49.18%를, 그의 아버지인 정인영이 지분 1.64%를, 한라건설이 지분 49.18%를 각 소유하는 등 피고의 일가에서 사실상 주식의 거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금 30억 5,000만 원 규모의 비상장회사로서 재무능력을 훨씬 넘는 자금을 차입하여 1996. 12.말 당시 부채총액이 3,157억 282만 3,939원으로서 부채비율이 약 10,300%, 결손금 총액이 229억 350만 2,627원에 달하여 자본금 30억 5,000만 원을 완전히 잠식하고도 약 199억 원의 결손금이 발생하였고, 1997. 12.말 당시에는 부채총액이 2,970억 6,770만 5,179원으로서 부채비율이 약 9,600%, 결손금 총액이 835억 3,133만 3,344원에 달하여 자본금 30억 5,000만 원을 완전히 잠식하고도 약 804억 원의 결손금이 발생한 회사이고, 같은 한라그룹 계열사인 한라해운 주식회사(이하 '한라해운'이라 한다)는 1990. 4. 17. 설립되었고, 1996.말 당시 정몽국이 지분 12.99%를, 정인영이 지분 2.98%를, 한라시멘트가 지분 35%를 소유하고 있는 자본금 100억 원 규모의 비상장회사로서 재무능력을 훨씬 넘는 자금을 차입하여 1996. 12.말 당시 이미 부채총액이 2,777억 7,002만 8,760원으로서 부채비율이 약 2,777%, 결손금 총액이 57억 2,365만 150원에 달하여 자본금이 절반 이상 잠식되었고, 1997. 12.말 당시에는 부채총액이 2,263억 7,469만 2,736원으로 부채비율이 약 2,263%, 결손금 총액이 1,041억 8,139만 9,584원에 달하여 자본금 100억 원을 완전히 잠식하고도 약 941억 원의 결손금이 발생한 회사이고, 대동브레이크 주식회사(이하 '대동브레이크'라 한다)는 1989. 12. 29. 설립되었고, 1996.말 당시 한라창업투자 주식회사가 지분 21.43%를 보유하고 있는 자본금 28억 원 규모의 비상장회사로서 실질적으로 한라그룹의 지배를 받는 소외 회사의 협력업체인데, 재무능력을 훨씬 넘는 자금을 차입하여 1996. 12.말 당시 이미 부채총액이 697억 857만 1,206원으로서 부채비율이 약 2,489%, 결손금 총액이 247억 4,433만 3,963원에 달하여 자본금 28억 원을 모두 잠식하고도 약 219억 원의 결손금이 발생한 회사로서, 위 한라중공업, 한라자원, 한라해운, 대동브레이크는 모두 이와 같이 영업활동으로부터 조달된 자금으로는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경상적자가 누적되고 자본금이 완전 잠식되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자력으로는 흑자전환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는 등 자체적인 지급능력을 거의 상실한 회사들이었다(이하, 한라중공업, 한라자원, 한라해운, 대동브레이크를 포괄하여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이라 한다).

다.그런데 피고는 소외 회사의 이사로서 1997. 7. 25.경 소외 회사로 하여금 한라중공업에게 800억 원을 대여하도록 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순번 1 내지 36 기재와 같이 그 때부터 1997. 12. 10.까지 총 36회에 걸쳐 합계 7,411억 6,938만 4,153원을 대여하도록 하고, 1997. 12. 2.경 소외 회사로 하여금 한라자원에게 11억 3,000만 원을 대여하도록 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순번 37 내지 39 기재와 같이 그 때부터 1997. 12. 6.까지 총 3회에 걸쳐 합계 37억 1,847만 9,452원을 대여하도록 하고, 1997. 12. 2.경 소외 회사로 하여금 한라해운에게 22억 1,878만 821원을 대여하도록 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순번 40, 41 기재와 같이 그 때 및 1997. 12. 3. 총 2회에 걸쳐 합계 337억 1,878만 821원을 대여하도록 하여, 한라그룹 계열사인 위 3사에 대하여 합계 7,786억 664만 4,426원을 대여하였고, 또한 피고는 소외 회사의 이사로서 1997. 11. 10.경 소외 회사로 하여금 대동브레이크가 발행한 만기 1997. 12. 23.자 기업어음을 소외 회사가 매입하는 방법으로 대동브레이크에게 30억 원을 대여하도록 하였다. (이상에서 '대여'라 함은 직접적인 자금의 대여 외에 금융기관에서 만도기계가 예치한 예치금을 담보로 하여 자금지원을 필요로 하는 회사 발행의 기업융통어음을 할인해 주는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해 준 것을 포함한다. 이하 피고의 위 대여행위 등을 모두 포괄하여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라고 한다)

라.소외 회사는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 대한 지급보증 규모가 과다한데다가 위와 같이 자금 사정이 어려운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 대하여 금융기관 차입을 통하여 단기간에 무리한 자금 지원을 함으로써 금융비용 부담이 급증함에 따라 채무의 지급이 곤란한 사정에 처하여 1997. 12. 6. 결국 부도가 나, 같은 달 10. 화의절차개시 신청을 내고, 1998. 4. 15. 수원지방법원 97거27호로 화의절차개시결정이 내려졌으며, 이후 한라그룹 채권단은 구조조정을 통한 한라그룹의 회복을 위하여 부채의 일부를 면책하여 달라는 한라그룹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 당시 소외 회사와 비슷한 사정으로 부도처리되어 화의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진 한라건설, 한라시멘트, 한라중공업 및 위 소외 회사 등 한라그룹 4개 계열사의 총부채 6조 1,894억 원 중 3조 8,137억 원을 면책하여 주었다.

마.피고를 비롯한 한라그룹 임원들은 위 한라그룹 계열사들의 부도 이후, 구조조정을 통한 한라그룹의 회생을 위하여 미국의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로스차일드사(Rothschild사)를 통해 브리지론(Bridge Loan, 일시차입금)을 도입하여 그 자금으로 한라그룹의 채권단으로부터 위와 같이 면책받고 남은 나머지 금융채무를 일시 변제하여 소외 회사를 비롯한 한라그룹 계열사의 재무구조를 정상화시킨 뒤, 이를 다시 외국투자자에게 매각하여 그 인수대금으로 브리지론을 상환하는 방법으로 한라그룹을 정상화시키기로 하여, 1997. 3.경 소외 회사의 재무구조를 위와 같은 브리지론 차입을 통해 정상화시킨 뒤 외국 투자자들에 대한 자본 유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RH 만도기계 주식회사(이하 'RH 만도기계'라 한다)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소외 회사의 영업자산 모두를 위 RH 만도기계에 양도하고, 다시 위 RH 만도기계의 지분을 외국 투자자에게 매각하여 그 인수대금으로 위 브리지론을 상환하였다.

한편, 소외 회사의 소수주주인 원고 양승덕, 같은 선병규는 이러한 영업양도에 반대하여 상법상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였는데, 원고 양승덕은 1997. 7.경 소외 회사의 주식을 1주당 53,200원에 200주를 매입하였으나 1999. 6. 18. 1주당 9,460원으로 위와 같이 주식매수청구를 하여 8,748,000원의 차액 손실을 입었고, 원고 선병규는 1997. 1. 29. 소외 회사의 주식을 1주당 30,000원씩 180주를 매입하였으나 1999. 6.경 1주당 8,000원에 위와 같이 주식매수청구를 하여 3,960,000원의 차액 손실을 입었다.

[증 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4호증, 갑 제5, 6호증의 각 1, 2, 갑 제7∼11호증, 갑 제12호증의 1∼3, 갑 제17, 18호증의 각 1, 2, 갑 제19, 20호증,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1∼3,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2. 판 단

가. 원고(선정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고(선정당사자)의 주장의 요지

원고(선정당사자)는, 소외 회사의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 대한 지급보증규모가 과다하여 소외 회사가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 대한 대여 또는 지급보증을 계속 할 경우 그 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나아가 소외 회사가 동반 부실화되어 파산할 우려가 있음을 피고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회사의 이사로서 소외 회사의 재산을 보호할 임무에 위배하여 위와 같이 무리하게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게 금원을 대여하여 소외 회사를 부도에 이르게 하였고, 이러한 소외 회사를 비롯한 한라그룹 계열사의 연쇄 부도로 인하여 국민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위험에 처하여 정부는 부득이 소외 회사를 포함한 한라그룹 계열사의 구조조정 지원에 나서 그 부채변제를 위하여 구조조정기금 등 공적 자금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게 함으로써 한라그룹 계열사에 대한 부채탕감액 상당의 피해를 국민경제에 가하고 그에 상응하는 피해를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게 가하였으므로 피고는 부채탕감액 3조 8,137억 원을 국민수로 나눈 금액 이하인 1인당 80,000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구체적으로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은 모두 승용차 소유자들인데, 1998. 1. 9. 휘발유에 대한 교통세가 1ℓ당 345원에서 455원으로 인상되고, 같은 해 5. 3. 다시 591원으로 인상되어 1인당 약 8만 원 상당의 추가비용이 들어 위 추가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며, 또한 피고는 위와 같은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로 인하여 국가적인 부도사태를 야기하고 그로 인한 피해를 위와 같이 국민들의 세금 부담으로 전가하여 구조조정기금 등 공적 자금의 투입을 통해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로 인하여 불어난 부채 등을 변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외 회사의 구조조정방안과 동일한 방법으로 한라시멘트의 영업자산을 모두 인수한 뒤 위와 같은 정부의 지원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성공한 RH 시멘트의 지분 30%를 구조조정과정에서 협상을 통해 무상으로 취득하는 등 오히려 소외 회사의 부도 이전에 피고가 가지고 있던 경영권 및 소유권 이상의 경제적 이득을 취득하였고, 이와 같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 입은 정신적인 고통은 매우 크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게 이러한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 입은 재산상의 손해로서 8만 원 및 위자료 2만 원, 합계 10만 원을 각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피고의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

살피건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불법행위와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는바, 갑 제13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원고(선정당사자)의 주장과 같이 1998. 1. 9. 및 같은 해 5. 3. 모두 2회에 걸쳐 휘발유에 대한 교통세가 1ℓ당 345원에서 591원으로 인상된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소외 회사를 포함한 한라그룹 계열사의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부채탕감이나 공적자금의 투입결정은 피고가 아닌 정부에 의해 고도의 국가정책적인 판단을 통하여 결정되는 것으로, 피고의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나 그로 인한 소외 회사의 부도가 있다고 하여 이로 인해 위와 같은 부채탕감이나 공적자금의 투입이 필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 교통세의 인상 등도 유가의 상승, 유류소비의 억제 등 이와 관련한 여러 요소들을 고려한 국가정책적인 판단에 의하여 법령 개정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고, 반드시 소외 회사 등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인해 발생한 국가재정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만을 원인으로 하여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갑 제13호증의 1∼3, 갑 제14∼16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의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 또는 소외 회사의 부도 사실과 위와 같은 부채탕감이나 구조조정자금의 투입, 교통세의 인상 등 국민 1인당 세부담의 증가간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선정당사자)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원고 양승덕, 원고 선병규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고 양승덕, 원고 선병규의 주장의 요지

원고 양승덕, 같은 선병규(이하 포괄하여 '원고들'이라 한다)는, 소외 회사의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 대한 지급보증규모가 과다하여 소외 회사가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 대한 대여 또는 지급보증을 계속 할 경우 그 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나아가 소외 회사가 동반 부실화되어 파산할 우려가 있음을 피고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회사의 이사로서 소외 회사의 재산을 보호할 임무에 위배하여 위와 같이 무리하게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게 금원을 대여하여 소외 회사를 부도에 이르게 하였고, 이후 구조조정을 통한 소외 회사의 회생을 위하여 소외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소외 회사의 영업자산을 모두 RH 만도기계에 양도할 것을 결의하여 결국 위 양도에 반대한 원고들은 자신들이 보유하던 소외 회사의 주식을 자신들의 매입가보다도 월등히 낮은 금액으로 매수청구하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상법 제401조 상의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에 기하여, 또는 민법상의 불법행위 책임에 기하여 위 주식 차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상법 제401조 상의 책임 성립 여부

(가)살피건대, 상법 제401조는 이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원래 이사는 회사의 위임에 따라 회사에 대하여 수임자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질 뿐 제3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위 의무에 위반하여 손해를 가하였다 하더라도 당연히 손해배상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나 오늘날 현대경제사회에 있어서 중요한 지위에 있는 주식회사의 활동이 그 기관인 이사의 직무집행에 의존하는 것을 고려하여 제3자를 보호하고자 이사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위 의무에 위반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위 이사의 악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임무해태행위와 상당인과 관계가 있는 제3자의 손해에 대하여 그 이사가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 위 법조의 취지라 할 것이고 따라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임무해태행위라 함은 이사의 직무상 충실 및 선관의무위반의 행위로서 위법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며( 대법원 1985. 11. 12. 선고 84다카2409 판결 참조), 또한 이사의 임무해태로 인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힐지도 모르는 객관적인 상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사가 이사의 직무상 가지는 충실의무 및 선관의무 등을 위반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경우에 그 위법한 사정이 인정될 수 있다 할 것인바, 한라중공업의 1996. 12.말 당시 부채비율은 약 8,300%, 결손금은 약 4,300억 원으로 이미 재무구조 상태가 매우 부실한 상태였고, 1997. 12.말 당시의 부채비율은 약 11,100%, 결손금은 약 9,653억 원으로 그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등,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은 모두 1996년경부터 부채비율 및 결손금이 계속 증가하여 영업활동으로부터 조달된 자금으로는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경상적자가 누적되고 자본금이 완전 잠식되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자력으로는 흑자전환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는 등 자체적인 지급능력을 거의 상실한 회사들이었는데, 이렇게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의 부실한 재정 구조가 이미 회생가능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심화되어 소외 회사를 비롯한 한라건설, 한라시멘트 등 상장계열사들의 자금을 한라중공업 등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게 지원하여도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의 부도를 쉽게 막기 어렵고, 소외 회사 등 위 상장회사들도 그 동안 계속된 영업부진, 계열사 지원으로 인한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등 이미 재무구조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였으므로, 소외 회사가 한라중공업 등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게 자금지원을 계속할 경우 소외 회사마저 부도에 이를 위험이 대단히 높았고, 소외 회사가 한라중공업 등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의 금융기관 차입금을 지급보증할 경우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은 이미 자체 지급능력을 상실한 회사이므로 보증채무자인 소외 회사가 대위변제책임을 지게 되어 소외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끼쳐 그로 인해 소외 회사마저 연쇄부도에 이를 위험 또한 매우 높았으며, 이렇게 소외 회사의 연쇄부도가 발생할 경우 소외 회사의 경제적 가치는 폭락하여 그 경제적 피해는 소외 회사의 주주들이나 채권자들에게 귀속됨이 명백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로 인하여 소외 회사의 주주들이나 채권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매우 높은 상황이었는 데 반해, 소외 회사 등 상장회사와 한라중공업 등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은 생산 및 영업 관계상 직접적 연관성이 크지 아니하여 법률상 별개 법인인 한라중공업 등에게 무리하게 자금을 지원할 필요도 없었으므로, 소외 회사를 비롯한 한라건설, 한라시멘트 등 한라그룹 주력회사의 경영을 총괄하며 실질적으로 이를 소유하고 있어 그와 같은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피고로서는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 대한 추가자금 지원 여부 및 지급보증 여부 등을 결정함에 있어서 자력으로 회생할 가능성이 없는 계열사에 대하여는 개별 계열사의 부도 여부에 연연하지 말고 더 이상의 자금지원을 즉시 중단하고 과감한 자구노력을 기울이도록 조치하였어야 하고, 설사 경영적 판단으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지급보증을 한다 하더라도 피지원·피지급보증회사의 장래 사업전망, 자체 변제능력, 정상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함은 물론 채권을 보전하기에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회수방안을 충분히 마련하고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를 거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침으로써 회사 재산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소외 회사의 재산과 자금을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처분·사용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위와 같이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 대하여 7조 7,890억 664만 4,426원이라는 대규모의 자금을 대여하는 등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를 행하여, 결국 이로 인해 소외 회사를 부도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는 소외 회사의 이사로서 피고가 가지는 직무상 충실의무 및 선관의무를 위반한 위법한 행위로서 상법 제401조 상의 악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임무해태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소외 회사의 부도로 인하여 소외 회사 주식의 시장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되었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소외 회사의 소수주주였던 원고들은 구조조정을 위한 영업양도에 반대하여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소외 회사의 주식에 대해 자신들의 매입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주식매수청구를 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소외 회사의 부도로 인하여 발생한 소외 회사 주식의 가치 하락은 그 차액 상당만큼 원고들에 대한 손해로 구체화되었다 할 것이고, 피고의 위법한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로 인하여 소외 회사가 부도에 이르게 된 사실 및 소외 회사의 부도로 인하여 소외 회사 주식의 시장가치가 폭락하고 이로 인해 소외 회사의 소수주주였던 원고들이 위와 같이 그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사실 사이에는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결국 피고는 소외 회사의 이사로서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위법한 임무해태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손해를 입혔다 할 것이어서, 피고는 상법 제401조 에 의하여 원고들에게 위 주식 차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나)이에 대해, 피고는 상법 제401조 의 손해는 직접손해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사들의 임무해태행위로 인한 주가의 하락으로 주주가 입게 되는 이른바 간접손해는 제외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주식회사의 주주가 이사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임무해태행위로 직접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이사에 대하여 상법 제401조 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이사가 회사재산을 횡령하여 회사재산이 감소함으로써 회사가 손해를 입고 결과적으로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손해와 같은 간접적인 손해는 상법 제401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손해의 개념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볼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는 위 법조항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대법원 1993. 1. 26. 선고 91다36093 판결 참조), 따라서 회사 경영진이 일반적으로 기업 운영자에게 기대되는 충실·선관의무를 다하여 통상 기대되는 방법으로 기업을 운영하였으나, 사업 전망·예측의 실패, 국내외 시장 판도의 변화 또는 사업 관련 각종 외부 환경 요소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손실이 발생하였다면, 이러한 손실은 통상적인 기업 경영상 손실로서 '경영판단'이라는 개념 아래 회사 경영진의 임무해태행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여 회사 경영진에게 어떠한 책임도 지우지 않거나, 회사 경영진의 임무해태행위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여 그로 인한 회사 경영진의 회사 또는 제3자(주주 제외)에 대한 책임만을 인정하고 위와 같이 '간접 손해'라는 개념을 통해 회사경영진(이사)의 주주에 대한 책임은 부정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회사 경영진이 기업 경영자에게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충실·선관의무를 위배하여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이로 인해 회사의 채권자나 주주 등 회사의 이해관계인조차도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통상적인 기업경영상 손실을 넘어서는 특별한 손실이 회사에 발생하고, 이러한 손실의 원인이 회사 경영진의 위와 같은 명백히 위법한 임무해태행위에 있으며, 그 손실의 규모가 막대하여 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회사가 도산하는 등 소멸하여 회사 경영진에 대한 회사의 책임 추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고, 따라서 회사 경영진에 대한 주주의 직접적인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주주에게 발생한 손해의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주주의 간접손해에 대해서도 상법 제401조 의 적용을 인정함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면, 소외 회사는 피고의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가 있던 1997년 당시 지속적으로 흑자를 유지하고 있던 재무구조가 튼튼한 우량기업이었던 반면에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은 한라중공업의 결손금만도 약 9,653억 원에 이르는 등 사실상 회생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였던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 회사의 자본금 407억 원을 훨씬 뛰어넘어 그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상태가 좋았던 소외 회사로서도 부도를 면치 못할 것임이 명백한 7조 7,860억 원이라는 대규모의 자금을 단기간에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게 아무런 대책없이 지원한 점, 따라서 이러한 자금지원 결정은 그로 인한 소외 회사의 수익 가능 여부를 넘어서서 소외 회사의 존폐 여부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한 결정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나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하는 등 소외 회사의 이해관계인들로부터 이에 대한 적법한 동의를 구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위법하게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 대한 지원을 결정한 점, 소외 회사와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간에는 생산 및 영업 관계상 직접적 연관성이 크지 아니하여 이러한 무리한 자금지원이 이루어져야할 필요성이 전혀 없었다는 점, 결국 소외 회사는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 대한 위와 같은 무리한 자금지원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부도에 이르게 되었고 그 외에 소외 회사를 부도에 이르게 한 다른 원인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 한편 피고측이 선택한 구조조정방안에 따라 소외 회사의 모든 영업자산은 RH 만도기계에 양도되어 소외 회사는 사실상 소멸하였고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에 대하여 소외 회사가 피고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는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충실·선관의무를 해태한 명백히 위법한 임무해태행위일 뿐만 아니라 중대한 범죄행위로서, 피고의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와 같이 회사의 존폐위험을 무릅쓰고 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타회사에게 거액의 자금을 무리하게 지원하는 것은 기업 경영인에게서 예상할 수 있는 통상적인 기업 경영이 아니며, 따라서 비록 원고들이 소외 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당시 경영판단에 의한 통상적인 기업 경영행위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발생할 수 있는 통상적인 기업 경영상 손실에 대해서는 원고들 자신들의 부담으로 그 위험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더라도, 피고의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 소외 회사의 부도 및 소외 회사 주식의 가치 하락에 의한 원고들의 손해 등은 이미 원고들의 위와 같은 인용 범위를 넘어선 것들임이 명백하고, 소외 회사는 사실상 이미 소멸하여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직접적인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한 원고들의 위 손해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할 것이어서, 소외 회사의 주주인 원고들 소유의 주식 가치 하락에 의한 손해에 대하여 상법 제401조를 적용함이 타당하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피고의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상법 제401조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나아가, 앞에서 인정한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로서는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로 인하여 소외 회사의 재정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소외 회사도 동반부도가 날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고, 소외 회사가 부도가 날 경우에는 소외 회사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여 이로 인해 주주에게 그 차액 상당의 손해가 발생할 것임은 명백하므로, 피고는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적어도 알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저하게 주의의무를 흠결하여 알지 못한 채로 이 사건 부실계열사들에 대한 대여 행위 등을 지속적으로 행하여 소외 회사를 부도에 이르게 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해자인 원고들의 손해발생에 대한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의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가 원고들에 대하여 위법한 행위임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임무해태행위와 관련하여 피고에게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의 성립도 인정할 수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 양승덕에게 8,744,000원(8,748,000원이나 위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8,744,000원으로 한다), 원고 선병규에게 3,960,000원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 양승덕, 원고 선병규의 각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원고(선정당사자)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박찬(재판장) 이호재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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