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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1999. 11. 10. 선고 99고합504 판결 : 항소
[뇌물수수][하집1999-2, 838]
판시사항

[1] 공무원이 얻는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증여가 직무행위와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사교적 예의의 명목을 빌더라도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받은 촌지 명목의 금품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공무원이 얻는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와의 관계, 쌍방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되어져야 할 것이고,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그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뇌물죄의 성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판단기준이 된다.

[2] 뇌물은 직무에 관한 행위의 대가로서의 불법한 이익을 말하므로 직무와 관련 없이 단순히 사교적인 예의로서 하는 증여는 뇌물이라고 할 수 없으나 직무행위와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비록 사교적 예의의 명목을 빌더라도 뇌물성을 부정할 수 없다.

[3]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받은 촌지 명목의 금품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유병두

변 호 인

변호사 이인환

주문

1. 피고인을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

2. 피고인으로부터 금150,000원을 추징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1995.경 대구 동구 (주소 생략) 소재 (학교명칭 생략)초등학교 1학년 3반의 담임교사인 공무원으로서,

1. 1995.5. 일자불상경 위 반 교실에서, 담임학생인 공소외 1이 약 1개월전 발을 다쳐 깁스를 한 채 학교에 다니고 있어 그의 어머니인 공소외 2가 위 공소외 1이 다른 학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피고인에게 위 공소외 1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그의 학교생활을 잘 보살펴 달라는 취지로 100,000원을 주자 이를 교부받아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고,

2. 같은 해 11.10.경 담임학생인 공소외 3의 어머니인 공소외 4가 위 학교 부근에서 운영하는 ‘가나안’ 분식점에 찾아가 동녀에게 “점심을 안 먹었다. 김밥 2인분을 싸 두었다가 학생을 보내거든 학생편에 보내달라.”고 말하여 암묵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후, 위 공소외 4가 같은 해 10.15.경 위 공소외 3을 통하여 학부모회의에 참석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안내서를 받고서 참석하지 못한다는 표시를 하여 위 공소외 3을 통하여 피고인에 보냈다가 위 공소외 3이 위 안내서의 불참 표시를 본 피고인으로부터 “오든지 말든지 너거 엄마 멋대로 해라”는 말과 함께 손으로 이마를 4대 맞고 집에 돌아와 울면서 “엄마, 일은 안 해도 좋으니까 학교에 와 주세요.”라고 사정하고, 그 후 동녀가 밤에 자다가 깨어 우는 등 상당한 불안증세를 보여 동녀의 학교생활을 걱정하여 오던 중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요구를 받고서 피고인에게 김밥 2인분과 함께 50,000원이 든 봉투를 위 공소외 3을 통하여 동녀의 학교생활을 잘 보살펴 달라는 취지로 건네주자 이를 교부받아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

증거의 요지

판시사실은,

1.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한 이에 일부 부합하는 진술

1. 검사 및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공소외 4, 3, 2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이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학생명부 사본 중 이에 부합하는 기재 등을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모두 그 증명이 있다.

법령의 적용

1. 해당 법조 : 각 형법 제129조 제1항

2. 형종의 선택 : 각 자격정지형 선택

3. 경합범 가중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범정이 더 무거운 판시 제2의 뇌물수수죄의 형에 가중함)

5. 양형이유

공무원이 얻는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와의 관계, 쌍방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되어져야 할 것이고,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그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뇌물죄의 성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판단기준이 되고( 대법원 1998.3.10. 선고 97도3113 판결 참조), 뇌물은 직무에 관한 행위의 대가로서의 불법한 이익을 말하므로 직무와 관련 없이 단순히 사교적인 예의로서 하는 증여는 뇌물이라고 할 수 없으나 직무행위와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비록 사교적 예의의 명목을 빌더라도 뇌물성을 부정할 수 없는 바( 대법원 1999.7.23. 선고 99도390 판결 참조), 피고인이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학부모인 공소외 2, 4로부터 동녀들의 자식으로서 피고인의 담임 학생인 공소외 1, 3을 잘 돌보아 달라는 취지의 암묵적인 부탁을 알고서 돈을 수수하였으므로 동녀들로부터 수수한 돈은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하여 제공된 뇌물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피고인이 수수한 금액이 정치인, 다른 공무원 등의 예에서 인정된 뇌물액수에 비하여 규모가 그리 크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뇌물죄의 보호법익에 비추어 그 이익의 규모가 사회통념상 수령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순수하게 사적인 거래관계로 얻은 이익이라고 볼 수 없음은 물론 수수한 금액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단순한 사교적 의례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 사건 범행은 소극적인 뇌물수수에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담임 학생들을 구박하여 그 학부모가 할 수 없이 뇌물을 제공케 하는 사실상의 공갈적 방법을 동원하여 이루어지는 등 그 수법이 지극히 불량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커녕 피고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학부모들의 자녀들이 아직도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어서 자녀들에게 있을지도 모를 불이익을 우려한 나머지 피고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학부모들에 대한 수사가 어렵다는 것을 내심 알고서 수사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철저히 부인하고 이 법정에 이르러서도 오래된 일이라서 기억은 나지 않으나 학부모들이 피고인에게 돈을 주었다고 주장하면 이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취지의 황당한 변소를 하여 개전의 정이 전혀 없는 점,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말미암아, 교사직을 성직으로 알고 낮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그 직분을 다하는 거의 대부분의 훌륭한 교사들까지도 교직을 치부의 수단으로 여기는 잘못된 교사로 매도될 여지가 있고, 학생들에게도 교사에게 촌지를 가져다 주지 아니하면 학교생활이 고달프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고, 학부모들에게도 자녀들이 학교에서 야단이라도 맞게 되면 자녀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이전에 교사에게 촌지를 가져다 주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거의 대다수의 선량한 교사들과 학생, 학부모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피고인을 엄벌에 처하여야 할 것이나 뇌물 액수가 소액인 점, 피고인이 장기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점, 초범인 점 등의 정상을 특히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창섭(재판장) 손현찬 김병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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