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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구고등법원 2015. 8. 11. 선고 2014노324, 2014전노74(병합)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강제추행·부착명령][미간행]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영문성명 1 생략)

항 소 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와 검사

검사

최정민(기소), 김진호, 최정민, 정미란, 호승진(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이영규

주문

1. 원심판결 중 면소 부분(이유 무죄 부분 포함)과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원심이 보호관찰기간 중의 준수사항 이행 여부 확인을 위하여 직권으로 명한 부착명령 부분 제외)을 파기한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의 점은 무죄.

3. 검사의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다.

4.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부착명령 부분 포함)에 대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항소이유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공소외 2의 진술을 들었다는 공소외 1 주1) 및 공소외 3 주2) 의 진술의 증거능력

원심은 공소외 2로부터 ‘당시 피해자가 가방을 가지고 있었고 그 안에 책이 들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들었다는 공소외 1 및 공소외 3의 각 진술에 대하여 공소외 2의 진술이 특신상태 하에서 이루어졌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위 각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공소외 3은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98. 10. 중순경 친구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 공소외 2, 공소외 4를 포함하여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 공소외 9 등 스리랑카 친구들과 함께 ○○체육공원에서 운동을 마친 후 편하게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공소외 2로부터 직접 위 진술을 들었다고 하였고, 원심법정에서도 그 진술 청취 경위에 관하여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이야기하였고, 당시 분위기는 그냥 농담하는 것 같이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공소외 3의 진술 내용과 그 전체 취지만으로도 당시 대화 분위기를 알 수 있고, 공소외 2의 진술 내용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으며,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만한 외부적인 정황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또 공소외 1은 ① 2013. 8. 18.경 개인적으로 스리랑카에 있는 공소외 2와 유선 통화를 하면서 공소외 2로부터 ‘당시 여학생이 책가방을 가지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들었고, ② 그 다음 날인 2013. 8. 19.경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수사검사, 통역인, 속기사 등이 있는 자리에서 공소외 2와 유선 통화를 하였고, 당시 수사검사는 공소외 2에게 통화내용을 녹음·녹화한다는 것을 고지하여 그로부터 동의를 받았으며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 등 권리를 고지한 후에 위와 같은 취지의 진술을 공소외 1과 함께 청취하였다.

먼저 위 ①의 통화는 공소외 1이 이 사건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친구인 공소외 2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개인적으로 공소외 2에게 연락을 취해 이 사건에 관한 진술을 청취한 것으로서 그 과정에 수사기관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과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친분, 공소외 2의 진술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당시 공소외 2가 공소외 1에게 진술한 내용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만한 외부적인 정황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위 ②의 통화는 수사검사가 공소외 2에게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하여 이에 대해 공소외 2가 심사숙고를 하면서 자신에게 불이익이 없는지를 상세히 확인한 점, 사실대로 진술함으로써 신변에 위험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거짓으로 진술한 점, 전화 통화 후 자신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보내기로 약속하고도 그러한 자료를 보내지 않은 점, 2013. 8. 28.경 수사검사 등과 통화하였던 전화번호를 바꿔 연락이 두절된 점 등을 고려하면, 공소외 2는 자신에게 위험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인식하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진실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2013. 8. 19.경 청취한 공소외 2의 진술이 기재된 공소외 1에 대한 참고인 진술조서 부분도 공소외 2의 진술 내용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 충분히 인정된다.

결국, 공소외 2의 진술을 들었다는 공소외 3과 공소외 1의 진술 내용과 그 청취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외 2의 진술에는 특신상태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진술자인 공소외 2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공소외 2로부터 전해들었다는 공소외 1과 공소외 3의 각 진술 부분에 대한 증거능력을 배척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피고인, 공소외 4 및 공소외 2(이하 위 세 사람을 ‘피고인 등’이라 한다)가 피해자의 물품을 취득하였는지 여부

피해자는 사망 전날인 1998. 10. 16. 14:07경에 ◇◇대학교 도서관에서 책 3권을 빌렸는데, 위 책은 결국 반납되지 않았으므로,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도서관에서 빌린 책 3권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기 위해서는 학생증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피해자는 당시 학생증도 소지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또 피해자는 평소 준비성이 철저하여 항상 비상금을 소지하고 다녔고, 단 한 차례도 밤늦게 택시비 없이 택시를 이용하여 귀가한 사실이 없다는 피해자 가족과 친구들의 진술, 평소 버스를 이용하여 통학하는 피해자가 막차를 타기 위해 일어나자는 공소외 10의 제안을 물리치고 막차가 끊길 것을 알면서도 공소외 11을 데려다주겠다며 공소외 11과 술자리에 남아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당시 자신의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현금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공소외 3은 공소외 2로부터 ‘피해자의 가방 안에 책이나 그런 게 있었다’, ‘그 여자가 ◇◇대학교 학생이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는데, 공소외 2의 위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 등을 만날 당시까지 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피해자가 ◇◇대학교 학생임을 알 수 있게 하는 학생증 및 현금을 소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교통사고 직후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지갑에는 피해자의 주민등록증만 있었을 뿐, 현금과 학생증은 없었고, 사고 직후 유족 등이 사고 현장을 수차례 수색하였음에도 책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사정과 이 사건 범행 장소는 그 주변에 비상활주로와 논밭뿐이고, 가로등 등 조명시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야간에 그곳으로 사람이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어 피고인 등이 범행을 마친 후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에 다른 제3자가 피해자의 책, 학생증, 현금 등을 가지고 갔을 가능성도 없는 점, 피고인은 자신이 접근하였거나 교제한 여성의 사진을 수집하는 습관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등이 피해자의 책, 학생증, 현금 등을 가지고 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경험칙에 부합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해자가 당시에 책과 현금을 소지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피고인 등을 만나기 전이나 후에 위 물건들을 분실하였거나 제3자가 가지고 갔을 개연성도 있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 등이 피해자로부터 위 재물을 취득하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3) 피고인 등이 피해자로부터 위 물품들을 강취하였는지 여부

공소외 3이 공소외 2로부터 전해들은 진술 내용 등에 의하면, 피고인 등은 술에 취한 피해자를 자전거에 태워 약 2.5㎞를 약 30~40분에 걸쳐 이동하였는바, 이처럼 피고인 등이 피해자를 자전거에 태워 이동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기에 충분한 폭행과 협박이 가해졌다고 보아야 하고, 설령 이를 폭행, 협박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술에 취한 피해자에게 술을 더 마시게 하여 피해자를 혼취케 한 행위 자체만으로도 폭행,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 등이 피해자를 폭행, 협박하여 위 물품들을 강취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4) 특수강도와 특수강간의 시간적 선후관계

특수강도의 실행의 착수는 강도의 실행행위, 즉 사람의 반항을 억압할 수 있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에 나아갈 때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 등이 술을 마신 피해자를 발견하여 술을 더 마시게 하였을 때, 혹은 피해자를 술에 만취하게 하여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하여 피해자를 자전거에 태우는 순간에 특수강도의 실행행위를 착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위 시점을 특수강도의 실행의 착수시기로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3은 원심 법정에서 “공소외 2로부터 ‘고속도로 굴다리 근처에 가서 피해자의 가방을 열어 가방 안에 있던 책과 그런 게 있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범행 장소의 특성과 이 사건 강간 범행은 피고인 등에 의해 순차적으로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등이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던 중에 공소외 2가 피해자의 가방을 열어 물품을 꺼내 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공소외 2가 피해자의 물건을 가져갈 의사로 피해자의 가방을 여는 순간 특수강도가 개시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특수강도의 실행의 착수는 특수강간 범행 전에 있었거나, 늦어도 특수강간 중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고, 결국 특수강도강간죄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양형부당

설령 특수강도강간의 점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항소이유 요지

가.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부착명령 부분

피고인은 처와 딸을 가진 가장으로서 자신이 운영하는 안정적인 사업장이 있고, 과거 단 한 차례 성범죄로 처벌받았을 뿐인 점, 피해자 공소외 12와는 술을 마시러 바에 갔다가 그곳 바의 종업원으로 우연히 만나게 되었던 점, 이 사건 추행의 정도가 미약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장래에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3년간의 부착명령을 부과한 원심은 위법하다.

3. 직권판단

가. 공소장 변경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아래 제4의 가항 기재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면소 부분(이유 무죄 부분 포함)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은 공소장 변경에 따라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의 원인사실도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원심이 보호관찰기간 중의 준수사항 여부 확인을 위하여 명한 부착명령 부분은 제외) 역시 유지될 수 없다.

다만 검사의 면소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등 주장은 위와 같이 변경된 공소사실과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주장이므로,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나. 원심판결의 면소 주문 표시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의 점에 대해서는 그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판결의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는 한편, 위 공소사실에 포함되어 있는 축소사실로서 공소장 변경 없이 인정할 수 있는 범죄인 특수강도죄, 특수강간죄, 강도강간죄, 강도죄, 강간죄 등에서 비교적 중한 범죄에 해당하는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간)의 점, 특수강도의 점, 강도강간의 점을 선별한 다음 그러한 각 공소사실은 모두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주문에서 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각 선고하였다.

그러나 결합범 등 법률상 일죄에 대해서는 그 공소사실에 기재된 구성요건해당 사실이 여러 개라고 하더라도 법률상 일죄로서 처단되고, 기판력도 그 전부에 미치는 것이므로 하나의 주문만을 선고하여야 한다. 따라서 일죄로 공소가 제기된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의 점 전체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선고하여야 하고, 그 일죄에 포함된 일부 공소사실을 가정적으로 선별하여 여러 개의 주문을 선고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법률상 일죄로서 공소가 제기된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의 점에 대해서는 판결 이유에서만 무죄라고 판단한 채 주문에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고, 가정적으로 분리한 일부 각 공소사실에 대해 여러 개의 주문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위법하다. 이 점에서도 원심판결 중 면소 부분(이유 무죄 포함)은 파기될 수밖에 없다.

4.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가.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의 점에 관하여 변경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98. 10. 16. 22:40경부터 같은 달 17. 05:30경 사이에 대구 달서구 소재 ○○공단 부근의 상호를 알 수 없는 마트 앞 길가에서, ☆☆ ☆☆☆☆ ☆☆☆ ☆☆☆(이하 ‘공소외 2’라 한다), ▽▽▽ ▽▽▽ ▽▽▽(이하 ‘공소외 4’라 한다)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술에 취한 피해자 공소외 13(여, 18세)이 가방을 메고 혼자 그곳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피해자에게 인사를 건네며 함께 술을 마시자고 제의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승낙하여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다. 피고인, 공소외 2 및 공소외 4는 위 자리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피해자가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집에 가야 된다는 말을 반복하자 피해자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리고 가 함께 강간하고 피해자의 소지품을 강취하기로 공모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면서 피해자를 피고인의 자전거에 태워 인적이 없는 같은 구 월암동에 있는 구마고속도로(현재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대구 달서구 월암동에서 같은 구 월성동으로 구마고속도로 아래를 지나갈 수 있도록 설치된 터널) 근처로 데려가고, 공소외 2 및 공소외 4는 각자 자전거를 타고 위 굴다리 근처로 함께 이동하였다.

위 장소에서, 공소외 2는 피해자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피해자의 손을 붙잡아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청바지와 거들, 팬티를 내린 후 피해자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하여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이어서 공소외 4는 피해자의 손을 붙잡아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 공소외 2는 피해자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하여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계속하여 공소외 2는 피해자의 손을 붙잡아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 공소외 4는 피해자의 항문에 성기를 삽입하여 피해자를 1회 강제로 추행하였다.

공소외 2와 공소외 4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강간 및 강제추행하고 있는 동안, 피고인은 위 장소에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가방을 빼앗아 간 뒤 그 안에 있던 피해자 소유인 액수 미상의 현금, 학생증과 피해자가 1998. 10. 16. ◇◇대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 3권을 꺼내어 가 강취하였다.

이렇게 하여 피고인은 공소외 2, 공소외 4와 합동하여 피해자 소유인 시가를 알 수 없는 학생증 등 소지품을 강취하고, 그 기회에 공소외 2, 공소외 4와 합동하여 피해자를 각각 강간하고 강제로 추행하였다.

나. 쟁점

특수강도강간죄는 특수강도범이 재물을 강취하는 기회에 사람을 강간하는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으므로, 특수강도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인이 특수강도 범행의 실행에 착수하였다는 사실과 특수강도 범행의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 또는 실행의 범의를 포기한 직후로서 사회통념상 특수강도행위가 완료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있는 단계에서 강간행위를 행하였다는 사실(강간행위가 선행되었다면 그 강간행위가 종료하기 전에 특수강도 범행의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한다)이 증명되어야 한다.

따라서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특수강도강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4, 공소외 2와 함께 특수강도 범행을 하였다는 사실에 관한 증명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피고인은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인 공소외 1, 공소외 3, 홍길동(가명)(이하 이 세 사람을 ‘홍길동 등’이라 한다)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및 원심 법정 또는 이 법정에서의 진술은 공소외 2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전문진술로서 증거능력이 없거나 신빙성이 없는 진술로서 증명력이 없다고 다투고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위 각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증거능력이 있다면 그 진술의 증명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본다.

다. 홍길동 등의 진술의 증거능력

1) 홍길동 등의 진술 내용

가) 공소외 1의 진술 요지

공소외 1은 2013. 8. 14. 11:40경부터 13:00경까지(1회 진술), 2013. 8. 19. 16:10경부터 18:20경까지(2회 진술), 2013. 8. 19. 20:40경부터 21:50경까지(3회 진술), 2013. 8. 27. 13:30경부터 17:40경까지(4회 진술) 4차례에 걸쳐 검찰에서 진술하였고, 원심 법정에도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하였는데, 그 진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공소외 1 본인은 공소외 4나 피고인이 여성을 성폭행하였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없지만, 2013. 8. 14. 검찰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던 중 공소외 3에게 전화하여 그러한 소문이 있었는지 물어보니 공소외 3이 ‘피고인, 공소외 4, 공소외 2가 월배에 있는 고속도로 굴다리에서 여자를 성폭행하였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하였다[당시 공소외 1은 공소외 3과의 통화내용을 녹음하였고, 통역인인 공소외 14가 그 녹음파일을 청취한 후 그 청취내용을 기재하고, 이를 한글로 번역하여 기재하였는데(증거기록 1090쪽, 1091쪽), 그 공소외 3이 말한 내용은 ‘피고인, 공소외 2, 공소외 4가 머리 이상한 여자를 데리고 간 이야기를 들었다. / 그 사건은 98년인데, 지금 15년 지났는데 / 월배 다리 밑으로 데리고 간 이야기를 들었다’로서 위 진술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② 검찰에서 1회 조사를 마친 후 스리랑카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하여 공소외 2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부탁하여 스리랑카에 있는 공소외 2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다. 2013. 8. 18. 17:24경 공소외 2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당시 스리랑카 사람들과 크리켓 게임을 하고 있었고,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같은 날 20:40경 공소외 2에게 전화를 하여 피고인과 함께 한국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이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공소외 2로부터 ‘피고인, 공소외 4와 함께 ○○공단 내 ◁◁◁ 회사가 있는 사거리에서 술에 취한 한국 여성을 만났는데, 피고인의 자전거에 한국 여성을 태워 월배 쪽으로 건너가는 고속도로 굴다리 근처로 데려가 피고인과 공소외 4가 여자를 성폭행하였다. 당시 공소외 4가 성폭행할 때는 피고인이 그 여성을 잡고 있었고, 공소외 4가 성폭행을 한 다음 공소외 4가 그 여성을 잡고 있었고 피고인이 성폭행하였다. 자신은 그 장소에 피고인, 공소외 4와 함께 가기는 하였지만 그 여성을 성폭행하지는 않았고, 공소외 4와 피고인이 성폭행하는 것을 보기만 하였다. 그 한국 여성은 ◇◇대학교 여학생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③ 검찰 제2회 조사 당시 공소외 2가 검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한국 여성을 성폭행한 경위에 관하여 진술하였는데, 당시 공소외 2는 전날인 2013. 8. 18. 통화 당시의 진술과 달리 ‘피고인과 공소외 4가 여자를 데리고 갔고, 자신은 피고인 및 공소외 4와 함께 가지 않았다’라고 진술하는 것을 들었다.

나) 공소외 3의 진술 요지

공소외 3은 2013. 8. 14. 검찰에서 이 사건에 관하여 진술하고,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재차 이 사건에 관하여 진술하였는데, 그 진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1998년경 ○○공단 안에 있는 체육공원에서 스리랑카인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거나 크리켓 게임을 하곤 하였는데, 피고인, 공소외 4, 공소외 2로부터 ‘술에 취해 ○○공단에서 배회하고 있던 한국 아가씨를 만나 함께 술을 마신 다음 술에 취한 한국 아가씨를 자전거 뒷좌석에 태워 한사람이 자전거를 앞에서 끌고 두 사람이 뒷좌석에 앉은 한국 여자를 잡고 월배에 있는 고속도로 굴다리 쪽으로 가서 세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성관계를 하고, 여자를 그 장소에 두고 왔다’는 말을 들었다[다만 공소외 3은 원심 법정에서는 검찰에서의 진술과 달리 위와 같이 피고인, 공소외 4, 공소외 2가 한국 여자를 만나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하였다는 말을 피고인, 공소외 4, 공소외 2 중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3명 중 1명으로부터 그 사건이 있은 날로부터 1주일이 지나서 들었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52쪽)].

② 당시 공소외 2에게서 ‘그 여자가 학교에 다닐 때 사용하는 가방을 메고 있었고, 굴다리 밑에 가서 그 여자의 가방을 열어보니 가방 안에 책이 있었다’는 말도 들었다.

다) 홍길동의 진술 주3) 요지

홍길동은 검찰(2015. 3. 25. 1회 진술을 하고, 2015. 4. 2. 2회 진술을 하였다) 및 이 법정에서 이 사건에 관하여 진술하였는데, 그 진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홍길동은 1998년 초겨울 무렵 아는 형님(공소외 15, 스리랑카인)이 살던 집에 공소외 2를 비롯한 스리랑카인 10여 명이 모여 술을 마신 사실이 있다. 술을 마시다가 아는 형님의 집 앞에서 공소외 2에게 사촌 여동생을 소개시켜 달라는 등의 대화를 하던 중 공소외 2가 ‘사는게 힘들다, 불안하다’라는 말을 하여 그 이유를 묻자 이 사건에 관한 말을 하였다.

② 당시 공소외 2는 ‘피고인, 공소외 4, 공소외 2가 구멍가게에서 술을 사서 그 가게 앞에서 마시던 중에 공소외 16이 술에 취해 길을 가던 피해자를 보고 인사를 하면서 술을 함께 먹자고 제의하였고, 피해자가 이를 승낙하여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다. 피고인이 술에 취한 피해자에게 자전거로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하여 피해자를 자전거 핸들과 안장 사이의 봉(탑튜브)에 걸터앉게 한 다음 자전거를 타고 구마고속도로 아래 주4) 터널 근처로 데리고 갔다. 당시 공소외 4와 공소외 2는 각자 그들이 타고 왔던 자전거를 타고 구마고속도로 아래 터널 근처로 이동하였다. 구마고속도로 아래 터널 근처에서 먼저 피고인이 피해자의 팬티를 약간 내린 상태에서 피해자를 강간하였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할 때 공소외 2가 피해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한 후 공소외 2가 피해자의 팬티를 완전히 내리고 강간하였는데, 당시 공소외 4는 피해자의 손을 잡고 있었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가방을 들고 길가로 가서 누가 오는지를 보고 있었다. 공소외 2가 피해자를 강간한 후 공소외 4가 피해자를 강간하였고, 공소외 2는 피해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공소외 4가 피해자를 강간(항문 성교)할 때 피고인은 피해자의 가방을 열어 보았는데, 가방 안에 있던 무언가를 보고 피해자의 나이가 18세인 것을 알고 놀라서 공소외 2를 불렀고, 공소외 2는 잡고 있는 피해자의 손을 놓고 피고인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이때 공소외 4도 놀랐고 그 틈을 타 피해자는 고속도로 쪽으로 도망하였다. 피해자가 고속도로 방향으로 도망간 직후 자동차가 급제동하는 소리가 크게 났다. 공소외 2는 그 소리를 듣고 피해자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직후 피고인은 피해자의 가방 안에 있던 책을 버리려고 가지고 갔고, 공소외 2는 피해자의 사진을 가지고 왔다. 당시 피해자의 가방에는 3,000~4,000원 정도의 돈이 있었는데(검찰 제1회 진술 시에서는 4,000~5,000원이라고 진술하였다가 제2회 진술 시에는 3,000~4,000원이라고 진술하였다), 가방과 돈은 그 자리에 버리고 각자 자전거를 타고 도망하였다. 피고인과 공소외 2는 사정을 하였고, 공소외 4는 사정을 하지 못하였다고 하였다’라고 말하였다.

③ 홍길동이 공소외 2의 위와 같은 말을 믿지 않자, 공소외 2가 지갑을 꺼내 여자 사진을 보여 주었는데, 사진 뒷면이 깨끗하지 않고 어디엔가 부착되어 있던 것을 떼어낸 것처럼 보였다.

2) 전문진술의 증거능력

가) 우선 공소외 1의 진술 중 공소외 1이 “공소외 3으로부터 ‘피고인, 공소외 4, 공소외 2가 월배에 있는 고속도로 굴다리에서 여자를 성폭행하였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부분은 이른바 재전문진술이나 재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해당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증거로 하는 데 동의한 바 없으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2004. 3. 11. 선고 2003도171 판결 등 참조).

나) 그리고 공소외 1, 공소외 3, 홍길동의 원심 법정 또는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 중 공소외 2로부터 청취한 부분은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 아닌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전문진술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의 요건, 즉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하 ‘특신상태’라 한다) 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공소외 1, 공소외 3, 홍길동에 대한 각 검찰 참고인진술조서 중 공소외 2로부터 청취한 내용을 진술한 부분은 위와 같은 전문진술이 포함된 이른바 재전문증거로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 의 규정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함은 물론, 나아가 같은 법 제316조 제2항 의 요건을 갖추어야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원진술자인 공소외 2가 스리랑카에 거주하고 있어 이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과연 공소외 2의 진술이 특신상태 하에서 이루어졌는지가 문제되는데, 여기서 ‘특신상태’라 함은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키고(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도956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특신상태에 대한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2도72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비롯한 여러 자료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외 1, 공소외 3, 홍길동이 청취하였다는 공소외 2의 진술 내용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① 공소외 3은 검찰에서 “피고인, 공소외 4, 공소외 2로부터 ‘술에 취해 ○○공단에서 배회하고 있던 한국 아가씨를 만나 함께 술을 마신 다음 술에 취한 한국 아가씨를 자전거 뒷좌석에 태워 한사람이 자전거를 앞에서 끌고 두 사람이 뒷좌석에 앉은 한국 여자를 잡고 월배에 있는 고속도로 굴다리 쪽으로 가서 세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성관계를 하고, 여자를 그 장소에 두고 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가 원심 법정에서는 “피고인, 공소외 4, 공소외 2가 한국 여자를 만나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하였다는 말을 피고인, 공소외 4, 공소외 2 중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3명 중 1명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공소외 3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따르면, 원진술자가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다.

② 공소외 3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공소외 4, 공소외 2 중 1명이 피해자를 자전거 뒷좌석에 태운 상태에서 자전거를 앞에서 끌고 다른 두 사람이 뒷좌석에 앉은 피해자를 잡고 구마고속도로 굴다리 쪽으로 이동하였다는 것인데 반하여, 홍길동이 공소외 2로부터 들은 내용은 ‘피고인이 술에 취한 피해자에게 자전거로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하여 피해자를 자전거 핸들과 안장 사이의 봉(탑튜브)에 걸터앉게 한 다음 자전거를 타고 구마고속도로 아래 터널 근처로 데리고 갔고, 공소외 4와 공소외 2는 각자 그들이 타고 왔던 자전거를 타고 구마고속도로 아래 터널 근처로 이동하였다’는 것으로 그 경위가 다르다.

③ 공소외 1은 검찰에서 공소외 2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소외 2로부터 ‘피고인, 공소외 4와 함께 ○○공단 내 ◁◁◁ 회사가 있는 사거리에서 술에 취한 한국 여성을 만났는데, 피고인의 자전거에 한국 여성을 태워 월배 쪽으로 건너가는 고속도로 굴다리 근처로 데려가 피고인과 공소외 4가 여자를 성폭행하였다. 당시 공소외 4가 성폭행할 때는 피고인이 그 여성을 잡고 있었고, 공소외 4가 성폭행을 한 다음 공소외 4가 그 여성을 잡고 있었고 피고인이 성폭행하였다. 자신은 그 장소에 피고인, 공소외 4와 함께 가기는 하였지만 그 여성을 성폭행하지는 않았고, 공소외 4와 피고인이 성폭행하는 것을 보기만 하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공소외 1은 원심 법정에서 ‘공소외 2와 통화 당시 4명이 같이 가서 공소외 2는 나왔다고 하였다. 굴다리 앞까지 갔다가 공소외 2는 다시 왔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공판기록 142쪽), 공소외 1이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진술내용에 차이가 있다. 또 원진술자인 공소외 2는 검사와의 통화에서 ‘○○에 있는 ◁◁◁ ▷▷ 회사 앞 전봇대 옆에 여성 1명 넘어져 있는 것을 보고, 피고인과 공소외 4가 피고인 자전거에 여성을 태워 월배 고속도로 굴다리 근처로 데리고 갔고, 공소외 2 자신은 따라가지 않았다’고 진술하였고(공소외 1에 대한 제2회 검찰 진술조서 중 공소외 2의 진술 부분, 위 진술조서 중 공소외 2의 진술 부분은 형사소송법 제244조의4 제3항 에서 정하고 있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이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한 바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스리랑카 수사당국과의 형사사법공조절차에 따른 수사에서는 이 사건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는 등 원진술자의 진술 내용에 전혀 일관성이 없고, 홍길동이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진술내용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처럼 원진술자인 공소외 2가 하였다는 진술이 진술청취자에 따라 그 내용이 다르고, 원진술자 본인의 진술도 그 내용이 상이하므로 그러한 진술내용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④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변경된 공소사실은 홍길동이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진술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다. 홍길동의 진술에 따르면, 홍길동, 공소외 2 등 스리랑카인 10여 명이 공소외 15라는 스리랑카인이 살던 집에 모여 술을 마시다가 공소외 2와 홍길동이 집 밖으로 나와 공소외 2의 4촌 여동생을 홍길동에게 소개시켜 주는 것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이 사건에 관한 진술을 듣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러한 대화를 나눈 시간은 약 10분 내지 15분 또는 20분 정도라는 것이다. 홍길동이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진술에 따르면, 공소외 2가 피고인, 공소외 4와 함께 피해자를 순차 강간하였고, 피해자가 피고인 등으로부터 도주하는 과정에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었다는 것으로서 그 범행 내용이 매우 중대하다. 그러한 중대한 범행을 저지른 공소외 2가 같은 스리랑카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에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취업하고 있어 약간의 친분이 있다는 것 외에 특별한 인적 관계가 없는 홍길동에게 자신의 범행 사실을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말하였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스리랑카의 경우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의 경우 매우 중한 처벌을 받고(스리랑카는 18세 미만의 여성을 강간한 경우 일반 강간보다 가중처벌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Bala Aparadha'라고 불리면서 가혹한 차별대우를 받기 때문에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을 알고 피고인 등이 매우 놀랐을 것이라는 취지의 홍길동의 진술에 따르면 더욱 그러하다.

⑤ 또 홍길동은 1998년 초겨울 무렵 공소외 2로부터 그와 같은 진술을 들었다는 것인데, 그로부터 약 16년 이상 지난 2015. 3.경에 검찰에서 진술하면서 피고인, 공소외 4, 공소외 2가 피해자를 강간한 순서와 방법, 피고인 등이 피해자를 강간할 당시 피해자의 옷차림, 공소외 2와 공소외 4가 피해자를 강간할 당시 피고인이 한 행동, 피해자가 어떤 물건을 소지하고 있었고, 그 물건을 어떻게 하였으며, 피해자의 소지품에 손을 댄 시점이 언제인지, 공범 중 누구는 사정을 하였고, 누구는 사정을 하지 못하였는지 등의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기억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홍길동이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범행 내용이 매우 충격적인 것으로서 일상적인 것이 아니어서 그에 관한 기억이 오랜 기간 동안 보존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홍길동의 진술은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⑥ 홍길동은 검찰 1회 진술 시에 ‘피해자가 당시 치마를 입고 있었다고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증거기록 12권 205쪽), 피해자가 사망할 당시 청바지를 입은 상태였음을 알고 있는 검사가 피해자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자 그에 맞추어 ‘공소외 2가 얘기할 때 치마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그 진술을 변경하였다. 이와 같은 홍길동의 진술 태도에 비추어 볼 때, 홍길동이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는 내용과 같은 진술을 공소외 2가 홍길동에게 실제로 하였는지조차 의심스럽다.

⑦ 특히 홍길동이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진술내용은 다음과 같은 모순점이 있다. 홍길동이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진술내용에 따르면, 피고인, 공소외 2, 공소외 4의 순으로 피해자를 강간하였고, 공소외 4가 피해자를 강간할 당시에 피고인은 피해자의 가방을 들고 길가로 가서 누가 오는지 망을 보고 있으면서 가방 안에 있던 물건을 보고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공소외 2를 불렀고, 이에 공소외 4가 피해자를 강간하는 동안 피해자의 손을 잡고 있는 등으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 있던 공소외 2가 피해자를 놓고 피고인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으며, 공소외 4도 피고인의 소리를 듣고 놀란 사이에 피해자가 공소외 4로부터 벗어나 고속도로쪽으로 비틀거리면서 도망을 하였고, 그 직후 자동차가 급제동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진술대로라면, 피해자가 공소외 4로부터 벗어나 고속도로 쪽으로 도망갈 당시에는 책 등이 들어있던 피해자의 가방은 피고인 등이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홍길동은 공소외 2로부터 ‘피해자의 돈이 들어있던 가방은 그 자리에 둔 채 도망하였고, 가방에 들어있던 책은 피고인이, 사진은 공소외 2가 가지고 왔다고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해자의 가방과 지갑 등은 피해자가 사망하는 교통사고 직후 고속도로 상에서 발견되었다[감정서(증거기록 4권 1406쪽)에는 ‘증1호: 고속도로상에서 수거한 변사자의 가방 1점’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고속도로 순찰대 제3지구대 순경 공소외 17이 1998. 10. 18. 작성한 ‘교통(사망)사고 수사보고’에도 ‘보행자의 가방에서 떨어진 책이 갓길에 흩어져 있는 상태임’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증거기록 4권 1129쪽), 피해자의 가방은 사고 직후 고속도로 상에서 발견되었음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공소외 18이 운전하던 화물차가 피해자를 충격하는 사고 직후 고속도로 상에는 리포트 용지로 보이는 피해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당시 고속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으로 인해 고속도로 상에 날리기도 하였고, 사고 장소에서 피해자의 화장품 용기 조각, 팬티, 거들 등을 수거하기도 하였는바, 이에 따르면 피해자가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할 당시 책이나 리포트, 화장품, 지갑 등이 들어 있던 가방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는 홍길동이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상황, 즉 피고인 등이 가방 안을 열어보고 있는 사이에 피해자가 도주하였고, 사고 이후 피고인과 공소외 2가 가방 안에 있던 책과 사진을 가지고 갔다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사고 직후 사고 차량의 운전자인 공소외 18이 바로 정차하여 사고 신고를 하였고, 이어서 119구급대, 고속도로 순찰대 등이 곧바로 사고 장소에 도착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등이 교통사고 직후에 피해자의 가방 등을 사고 장소에 두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피고인이 공소외 2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공소외 4가 놀라거나 당황한 틈을 타 피해자가 책과 학생증이 들어있는 가방은 범행현장에 두고, 피고인 등에 의해 벗겨진 청바지를 입고 리포트 용지, 화장품, 팬티, 거들 등만을 챙겨서 공소외 4로부터 벗어나 고속도로 쪽으로 도망하였다는 것도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⑧ 위와 같이 고속도로 순찰대 제3지구대 순경 공소외 17이 1998. 10. 18. 작성한 ‘교통(사망)사고 수사보고’에 ‘보행자의 가방에서 떨어진 책이 갓길에 흩어져 있는 상태임’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사고 차량 운전자인 공소외 18도 ‘사고 즉시 차량을 약 40미터 전방에 세워둔 후 저가 손을 흔들며 현장으로 뛰어가면서 보니 사람은 넘어져 있고 책이 바람에 날리는 것 같고’라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4권 1164쪽), 월성소방서 119구급대 대원으로서 사고 현장에 출동한 공소외 19도 ’현장에 도착을 하니 주변에 바람에 날리는 것이 변사자의 것으로 추정이 되어 여자 거들 1개, 주민등록증이 들어있는 빨간 손지갑 1개가 떨어져 있고, 주변에 책이 찢어진 낱장이 차량이 진행하는 바람에 의하여 나부끼고 있었다‘라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4권 1198쪽), 같은 구급대 대원인 공소외 20도 ’변사자 주변에 책이 흩어져 있고 빨간색 지갑과 거들이 있었습니다‘라고 진술한 점, 피해자와 같은 동아리 회원으로서 사고 이후 피해자의 유류품을 찾기 위해 사고 현장을 방문하였던 공소외 21 역시 ’거들과 책이 찢어진 것 등을 봤고‘, ’찢어진 책과 레포트용지(A4용지)를 찾았습니다‘라고 진술하여 레포트용지와는 별도로 찢어진 책을 보았다고 특정하여 진술한 점(증거기록 5권 1622~1623쪽, 1624쪽, 1626쪽) 등에 비추어 보면, 사고 당시 현장에는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책이 고속도로 상에 손상된 상태로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는 공소외 2가 홍길동에게 한 진술 내용, 즉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방에 있던 책을 버리려고 가지고 갔다‘는 것과도 맞지 않는다.

⑨ 홍길동은 공소외 2로부터 ‘피해자의 가방 안에 있던 사진을 가지고 왔다’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 공소외 2가 그 사진을 보여 주었는데, 그 사진의 뒷면이 매끄럽지 않고, 어디엔가 부착되어 있던 것을 떼어낸 것처럼 표면이 거칠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검사는 이러한 홍길동의 진술과 사고 장소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지갑에서 학생증이 발견되지 않은 점에 착안하여 그 사진이 피해자의 학생증에 부착되어 있던 사진이라고 보고 피고인 등이 피해자의 학생증을 강취하였다는 사실을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홍길동의 진술대로라면 피해자가 교통사고를 당할 무렵에는 책과 사진(또는 학생증)이 들어 있던 가방을 피고인 등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인데, 실제로 그 가방은 고속도로 상에서 발견되었으므로, 공소외 2가 사고 직후 가방에서 피해자의 사진을 가지고 왔다는 진술 부분 역시 당시의 객관적 상황과 부합하지 않는다. 나아가 홍길동이 보았다고 주장하는 사진이 피해자의 학생증에 부착되어 있던 사진이라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도 전혀 없다.

다) 따라서 공소외 1, 공소외 3, 홍길동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와 공소외 1, 공소외 3이 원심 법정에서 한 진술, 홍길동이 이 법정에서 한 진술 중 공소외 1이 공소외 3으로부터 들었다는 재전문진술 부분과 공소외 1, 공소외 3, 홍길동이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전문진술 부분, 공소외 1의 제2회 검찰진술조서 중 공소외 2의 진술 부분은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그리고 설령 위 각 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1, 공소외 3의 각 검찰 진술조서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외 4, 공소외 2와 함께 피해자를 강간하고, 그 강간의 기회에 피해자의 책, 현금, 학생증을 강취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공소외 3의 진술 중 공소외 2에게서 ‘그 여자가 학교에 다닐 때 사용하는 가방을 메고 있었고, 굴다리 밑에 가서 그 여자의 가방을 열어보니 가방 안에 책이 있었다’는 부분만으로 피고인 등이 피해자의 책 등을 강취하였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것도 아니다), 홍길동이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진술내용과 이 사건 교통사고 현장의 객관적 상황과 모순되는 점이 많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홍길동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홍길동의 진술에 의해서도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3) 홍길동의 검찰 진술에 대한 녹취록(증거목록 순번 492번)의 증거능력과 증명력

피고인이 홍길동의 제1회 검찰 진술을 녹취한 녹취록에 대해 증거동의를 하였으므로 그 녹취록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홍길동이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진술내용과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현장의 객관적 상황과 모순되는 점이 많은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특히 피고인이 공소외 4, 공소외 2와 합동하여 피해자의 책, 학생증, 돈을 강취하였다는 공소사실과 관련된 부분은 더욱 그러하다).

라. 그 밖의 증거에 대하여

피해자의 팬티와 거들에서 발견된 정액의 유전자형이 피고인의 유전자형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감정서의 기재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는 점에 대한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기는 하나, 그것이 이 사건 공소사실처럼 피고인이 공소외 4, 공소외 2와 합동하여 피해자를 강간하고, 그 강간행위가 종료하기 전에 피해자의 책 등을 강취하였다는 사실까지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공소외 22, 공소외 23, 공소외 24, 공소외 10, 공소외 25, 공소외 19 등의 진술과 ◇◇대학교에 대한 사실조회회보서의 기재 등은 피해자가 평소 충분한 현금과 학생증을 지갑에 넣어두고 다녔는데,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지갑에서 현금과 학생증이 발견되지 않았다거나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날 ◇◇대학교 도서관에서 책 3권을 빌렸다는 사실 등에 관한 것으로서 그러한 사실만으로 피고인 등이 피해자의 책, 현금, 학생증을 강취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살펴보아도 피해자가 당시 현금을 소지하고 있었다거나 그러한 현금을 피고인 등이 강취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교통사고 당시 책을 소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마. 소결론

그렇다면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살펴보아도 위와 같이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5. 유죄 부분에 관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은 2010년경 여자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권유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피해자 공소외 12에게 재력을 과시하며 성매매를 제의하고, 이를 거절하는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는바, 그 범행과정과 방법 등에 비추어 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 그리고 피고인은 4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15차례에 걸쳐 무면허운전을 일삼았다.

한편 피고인이 위 각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잘못을 뉘우치는 점, 피고인이 위 강제추행 범행 후 피해자 공소외 12와 합의하여 위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할 만한 사정도 있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위 각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과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징역 1월~15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그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형량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그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5. 부착명령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형의 집행유예와 함께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면서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28조 제1항 에 따라 보호관찰기간 중의 준수사항 이행 여부 확인 등을 위하여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하였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강제추행의 경위, 내용, 피고인의 범죄전력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하여 보호관찰을 명하면서 그 기간 중의 준수사항 이행여부 확인 등을 위하여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명령을 부과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피고인은, 피고인에게 장래에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데도, 피고인에 대하여 부착명령을 부과한 원심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4장에서는 ‘형의 집행유예와 부착명령’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그 장에 포함된 제28조 제1항 에서 정한 부착명령은 법원이 형의 집행을 유예하면서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할 때에만 가능한 것으로서, 위 법률 제2장에서 정하고 있는 ‘징역형 종료 이후의 부착명령’과는 성질과 요건이 다르므로(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1도14257, 2011전도233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장래에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어야만 부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7.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면소 부분(이유 무죄 부분 포함)과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원심이 보호관찰기간 중의 준수사항 이행 여부 확인을 위하여 직권으로 명한 부착명령 부분 제외)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에 의하여 이 부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직권으로 명한 부착명령 부분 포함)에 대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면소 부분 및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에 대하여 고쳐 쓰는 판결이유

1.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의 점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4의 가항 기재와 같은데, 이 부분 공소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축소사실로서 특수강간, 강간 등의 공소사실이 포함되어 있고, 피고인이 그러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특수강간, 강간 등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모두 완성되었음이 명백하므로 그에 대해서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2. 부착명령청구사건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부착명령 원인사실의 요지

피부착명령청구자는 위 제4의 가항 기재와 같이 19세 미만의 피해자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질렀고, 위 범행 이후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2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 공소외 12을 강제추행하는 범행을 저지름으로써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하여 그 습벽이 인정되는 자로서 장래에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

나. 판단

그런데 피부착명령청구자가 위 제4의 가항 기재와 같이 19세 미만의 피해자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다는 원인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법 제5조 제1항 제4호 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나아가 위와 같이 피해자 공소외 13에 대한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의 점이 인정되지 않고, 공소외 12에 대한 1회의 강제추행의 점만이 인정되므로, 법 제5조 제1항 제3호 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법 제9조 제4항 은 ‘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판결로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 에서는 ‘부착명령 청구가 이유 없다고 인정하는 때’를 부착명령 청구 기각의 사유로 정하고 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부착명령 청구는 그 청구 요건을 정한 법 제5조 제1항 각 호 의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부착명령 청구는 법 제9조 제4항 제1호 에서 정한 ‘부착명령 청구가 이유 없다고 인정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결국 법 제9조 제4항 에 따라 검사의 이 사건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 법 제9조 제4항 제4호 는 ‘특정범죄사건에 대하여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때( 제28조 제1항 에 따라 전자장치 부착을 명하는 때를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법 제9조 제4항 본문에서 그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판결로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법 제9조 제4항 제1호 에 해당하는 이 사건 부착명령 청구에 대해서는 판결로 그 청구를 기각하여야 하고( 법 제9조 제4항 제1호 에는 법 제9조 제4항 제4호 에서와 같은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법 제9조 제4항 제4호 법 제5조 제1항 의 부착명령 청구 요건을 갖춘 특정범죄사건이라도 그에 대하여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를 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검사의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하되, 다만 법 제28조 제1항 에 따라 전자장치 부착을 명하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검사의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하지 아니한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판사 이범균(재판장) 곽병수 왕해진

주1) 정식 이름은 '△△ △△△ △△△ △△△ △△△△(영문성명 2 생략)'이나, ‘ 공소외 1’이라고 약칭한다.

주2) 정식 이름은 □□□□□ □□□□ □□□ □□□ □□ □□□□(영문성명 3 생략)'이지만, 별칭인 ‘공소외 3’으로 불리므로 이하에서는 ‘공소외 3’이라고 한다.

주3) 검사는 홍길동으로부터 진술을 청취하고 그 진술 내용에 따라 이 사건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앞서 본 바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다.

주4)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사람과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 아래에 설치한 통행로를 말한다. 통상 ‘굴다리’라고 부른다.

주5)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하여(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를 포함한다) 그 습벽이 인정된 때

주6) 19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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