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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0. 7. 2. 선고 2010나16542 판결
[손해배상(자)][미간행]
판시사항

승용차 보닛 위에 사람이 엎드려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그를 떼어버릴 생각으로 승용차를 지그재그로 운전하다가 급히 좌회전을 하여 위 사람이 승용차에서 떨어져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위 승용차 운전자에게 사망의 결과 발생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아 자동차보험표준약관 규정에서 정한 면책사유가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의 피보험자 갑이 후행차량의 운전자 을과 시비가 발생하여 차에서 내려 말다툼을 하다가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급하게 차량을 출발시켰으나, 을이 자신의 상체를 갑의 승용차 보닛에 엎드려 매달리자 그를 떼어버릴 생각으로 시속 50km 속도로 약 200m 구간을 지그재그로 운전하다가 급히 좌회전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을로 하여금 위 승용차에서 떨어지게 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을이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 및 그 이후의 후속조치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갑이 자신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을에게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예견하면서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갑에게 을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하여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아 자동차보험표준약관 규정에서 정한 면책사유가 있다고 본 사례.

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원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승 담당변호사 전정훈외 2인)

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더케이손해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홍석한외 1인)

변론종결

2010. 4. 14.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75,612,067원, 원고 2, 3에게 각 33,843,595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08. 12. 1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가. 원고들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에게 22,686,449원, 원고 2, 3에게 각 4,726,517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08. 12. 1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피고

주문과 같다.

이유

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인정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1) 소외 1은 2008. 12. 11. 01:05경 (차량 등록번호 생략) 엘란트라 승용차(이하 ‘가해차량’이라고 한다)를 운전하여 서울 관악구 봉천동 산 101 소재 국사봉터널 앞 편도 1차로를 상도동 방면에서 봉천5동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뒤에서 진행해 오던 소외 2와 서행운전 문제로 시비가 일자 차에서 내려 말다툼을 하다가 소외 2로부터 술냄새가 난다는 말을 듣고서,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급하게 위 가해차량을 출발시켰으나, 소외 2가 자신의 상체를 위 가해차량의 보닛에 엎드려 매달리자 그를 떼어버릴 생각으로 시속 50km 속도로 약 200m 구간을 지그재그로 운전하다가 국사봉 사거리를 통과하면서 급히 좌회전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소외 2로 하여금 위 가해차량에서 떨어지게 하여 같은 날 15:08경 외상성 뇌출혈 및 다발성 두개골골절로 인한 뇌간기능마비 등의 원인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2) 원고 1은 망 소외 2(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처이고, 원고 2, 3은 망인의 자녀들이며, 피고는 위 가해차량에 관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 : 소외 1)을 체결한 보험회사이다.

나. 판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위 가해차량의 보험자로서 위 가해차량의 운행 중에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피고의 면책 항변에 관한 판단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보험계약자이자 피보험자인 소외 1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하였음을 들어 면책항변을 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1)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자동차보험표준약관상 고의의 의미

상법 제659조 제1항 에는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되어 있고, 을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자동차보험표준약관 제14조에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위와 같은 자동차보험의 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의’라 함은 자신의 행위에 의하여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심리 상태를 말하고, 여기에는 확정적 고의는 물론 미필적 고의도 포함된다( 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4276 판결 등 참조). 여기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2) 피보험자 고의의 인정 여부

과연 원고들 주장의 손해가 피보험자인 소외 1의 ‘고의’에 의한 사고로 인하여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갑 제3, 4호증, 을 제1호증의 2, 9 내지 20,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① 중학교 교사인 소외 1은 2008. 12. 11. 01:05경 혈중알콜농도 0.133%의 상태로 가해차량을 운전하여 진행하던 중, 위 가해차량의 뒤에서 진행해 오던 개인택시 운전자인 망인으로부터 빨리 진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적을 울리고 전조등을 깜빡거리는 등의 항의를 받게 되자, 위 가해차량을 정차시킨 후 망인에게 다가가 ‘추월해서 가면 되지 않느냐’며 시비를 걸었고, 이에 망인도 위 택시를 정차시킨 후 차에서 내려 서로 말다툼을 한 사실, ② 소외 1은 그 와중에 망인으로부터 ‘어, 술냄새가 나네, 경찰에 신고해야겠다’라는 말을 듣게 되자,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급하게 위 가해차량에 승차하였고, 이를 본 망인이 위 가해차량 앞에 서서 가로 막으며 출발을 막는데도 불구하고 화가 나 위 가해차량을 출발시킨 사실, ③ 그러자 망인은 왼손으로 위 가해차량의 보닛 중간의 끝부분을 잡고 오른손으로 운전석 앞 와이퍼를 잡은 후 다리만 가해차량에 올린 채 엎드린 자세로 매달린 사실, ④ 소외 1은 처음에는 서서히 운전해 가다가 망인이 가해차량에서 내리지 않자 위 가해차량의 속도를 시속 50km로 높여 약 200m 구간의 빗길을 지그재그로 운전하였고, 그래도 망인이 위 가해차량에서 떨어지지 아니하자 국사봉 사거리를 통과한 후 좌로 굽은 도로를 약 100m 가량 진행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반대차로로 급히 좌회전을 하였으며, 이로 인해 망인으로 하여금 위 가해차량에서 떨어져 진행방향 반대차로 1차로상의 아스팔트 포장도로에 전도되게 하여 망인에게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두개골 함몰 골절상, 급성 경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가하였고, 그로 인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 ⑤ 소외 1은 망인이 아스팔트 노면에 부딪혀 쓰러져 있음을 알면서도 망인의 부상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곧바로 자신의 집으로 가버린 사실, ⑥ 소외 1은 경찰 조사시 ‘망인을 보닛에 매달고 속력을 내어 달리다가 망인이 바닥에 떨어질 경우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거나 다른 이유로 사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나요’라는 질문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대답하고, ‘당시 보닛에 매달린 망인을 떨어뜨리려는 목적뿐이었나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였으며, ‘그렇다면 당시 범행을 생각해 보면 망인이 바닥에 떨어져 죽거나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요’라는 질문에 ‘지금 생각하면 죽거나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대답한 사실, ⑦ 이 사건에 관하여 관할 수사기관은 당초 소외 1을 살인죄로 입건하였으나, 망인의 유족들이 소외 1이 살인죄로 입건되어 처벌받게 되면 소외 1이 가입한 보험계약에 기하여 보험회사로부터 아무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으므로 최소한 보험금은 지급받을 수 있도록 위 사건을 상해치사죄로 의율해 줄 것을 수사기관에 요청한 사실, ⑧ 이에 따라 소외 1은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고합1465호 로 기소되어 2009. 3. 19. 위 법원으로부터 상해치사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고, 이에 소외 1이 서울고등법원 2009노728호 로 항소하였으나 위 법원으로부터 항소기각판결을 선고받아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을 제1호증 3, 9, 16의 각 일부 기재는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소외 1로서는 망인이 상해를 입으리라는 점을 인식·용인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나아가 사망의 결과에 대한 고의의 존부에 관하여 본다. ① 소외 1은 당초 서행운전 등을 이유로 말다툼하던 중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될 것이 두려워 망인이 가해차량 앞에 서서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위 가해차량을 진행하기 시작한 점, ② 당시 소외 1은 망인의 행동에 격분하여 망인을 위 가해차량 보닛 위에 매단 채 매우 위험한 방식으로 운행하다가 급기야 망인을 노면에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로 급가속, 급좌회전 등의 극단적 조치를 취하면서 망인이 힘에 부쳐 아스팔트 노면에 떨어지기까지 무려 300m 가량이나 진행한 점, ⑤ 소외 1은 위와 같이 시속 50㎞의 고속으로 운행하던 중 망인이 차량 위에서 떨어질 경우 머리 등 신체부위를 아스팔트 노면에 부딪히거나 대향차로 또는 같은 차로에서 진행하는 다른 차량에 충격하여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점, ⑥ 위와 같이 급가속, 급회전 등 위험한 방식으로 질주하는 차량에서 망인이 아스팔트 노면에 떨어짐으로써 사망에 이르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한 상해를 입었을 수 있음이 예상됨에도 대향차로에 전도된 망인을 구조하지 않은 채 그대로 현장을 벗어나 도주한 점, ⑦ 소외 1 자신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당시의 구체적 사정에 의하면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중학교 교사인 소외 1이 사망의 결과를 충분히 예견, 용인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점, ⑧ 비록 소외 1이 상해치사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기는 하였으나 보험금 수령을 의도하는 유족의 요청으로 살인죄로 기소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 점 등 망인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 및 그 이후의 후속조치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비록 소외 1이 망인을 위 차에서 떨어뜨려 사망케 할 것을 적극적 의욕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망인에게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예견하면서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소외 1에게는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하여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비록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소외 1이 형사재판에서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상해치사죄가 인정되어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다 하더라도, 형사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입증을 요구함에 반하여 민사재판에서는 증거의 우위라는 보다 낮은 수준의 입증을 요구하는 점에서 그 입증 정도에 차이가 있는 데다가, 특히 이 사건 재판에서 제출된 을 제1호증의 19, 20의 각 기재 등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위 인정 사실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도 있다).

(3) 소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각 손해는 모두 위 약관 규정에서 정한 ‘고의에 의한 손해’에 해당하므로, 보험자인 피고는 원고들에게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원고들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석조(재판장) 김래니 박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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