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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 2016.11.17. 선고 2015고단3385 판결
강제추행
사건

2015고단3385 강제추행

피고인

A

검사

김서영(기소), 진세언, 이승철, 양재헌(공판)

변호인

변호사 정새봄

판결선고

2016. 11. 17.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B에 있는 C병원에서 근무하는 내과 레지던트 2년차 의사로, 2015. 5. 26. 15:00경 위 병원에 환자로 방문하여 직장수지 검사를 위해 누워 있는 피해자 D(여, 23세)을 추행할 마음을 먹고 손가락을 피해자의 질 안에 집어넣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판단

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정당한 의료행위로서 직장수지 검사를 시행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윤활제를 바른 손이 미끄러져 항문과 음부 사이 부분에 닿았을 수는 있으나 강제추행의 고의로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한 바 없다고 주장한다.

피고인이 강제추행의 고의로 환자의 질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직접적으로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D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이 있으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D의 위 각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① 피해자 D의 진술 중 피고인이 질 안으로 손가락을 넣었다는 부분은 최초 "항문이 아닌 중요부위에 손가락을 넣었는데 거기가 아니라고 하자 다시 항문검사를 하였다"는 취지에서 피고인의 변소에 따라 첫 번째 시도 시 미끄러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게 되자 "항문에 손가락을 넣으려는 시도도 없이 항문부위에 전혀 닿지 않고 곧바로 음부로 쑥 들어왔다"고 하고, 이 법정에서는 "거의 손가락 한마디가 다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고 몇 번 좀 많이 휘저었다"는 취지로 수사과정에서 이 법정에 이르는 동안 피고인이 고의로 질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고 단정하는 방향으로 점점 묘사가 풍부해진 점에 비추어 위 피해자의 진술은 그 정확성 내지 신빙성 측면에서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하기 어렵다.

② 피고인은 직장수지 검사를 위하여 새우등 자세를 하고 옆으로 누워 있는 피해자의 음부에 다른 신체부위에의 접촉 또는 간섭 없이 손가락을 집어넣기는 여성의 신체 구조 등에 비추어 불가능 또는 매우 어렵다고 주장하는데 반하여, 피해자는 "음부로 직접 손가락이 들어왔다"고 단언하여 진술하면서도 이 법정에서 이루어진 증인신문 과정에서 "젤 묻은 손가락이 음부에 들어가면서 질벽의 간섭이 있었는지, 젤이 음부 부위에 묻었는지" 등에 관한 변호인의 질문에는 "질벽이 있기는 하고, 충돌은 했겠죠... 질 주변에는 묻었겠죠..."라는 추측성 답변을 하고 있어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진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

③ 또한, 피해자가 "거기가 아니라"고 말하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나 고의적인 추행행위라는 취지로 묘사하면서 "정말로 놀랐다", "넣자마자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고 하면서도 "큰소리는 아니었다"고 진술하나, 음부에 손가락이 들어와 깜짝 놀란 상황에서 통상적인 목소리로 "거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는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없다. 더구나 이 법원의 검증조서 및 현장사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발생 현장인 응급실은 피해자가 항의하거나 문제 삼으면 즉시 발각될 수 있는 개방된 환경이라는 점도 피고인의 행위가 추행행위가 아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④ 피고인은 검사 직후 담당 간호사인 증인 E에게 물휴지를 요청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도록 하였는데, 피해자는 직장수지 검사와 관련하여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항의 표시를 한 바 없었고, 이후 피고인이 주치의로서 대장내시경 등에 관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직접 대면하여 서명을 받는 등 진료과정도 통상적으로 이루어졌다.

⑤ 다음날 퇴원 무렵 피해자의 아버지와 피해자는 '여자간호사가 검사를 한 후 이상이 없다고 하였는데 갑자기 남자인 피고인이 직접 다시 확인하겠다고 한 다음 직장 수지검사 후 치질이 아니라 희귀병일 수도 있으니 추가 검사를 더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입원실도 아닌 응급실에서 입원처리되어 각종 검사를 받는 등 고생하고 검사비 및 입원비로 환자부담금 60만 원 상당이 청구되었는데 결국 치질이라고 밝혀져 진료적으로 신뢰할 수 없고, 피고인의 직장수지 검사시 항문 아닌 다른 부위에 손가락을 넣은 것도 고의인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하였다.

⑥ 그런데, 피고인이 재차 직장수지검사를 하게 된 이유는 응급의학과 여자 인턴 의사가 손가락 한마디 정도를 넣는 방법으로 검사를 하고 이상이 없다고 하였으나, 전공의인 피고인이 피해자를 문진한 결과 직장수지 검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였고, 항문이 보일정도로만 속옷과 바지를 내린 피해자에게 허벅지 부위까지 내릴 것을 요구한 뒤 검지손가락을 끝까지 집어넣어 휘 젓는 방법으로 검사를 한 것으로 이는 오히려 올바른 검사방법으로 보이며, 최초 검사와의 다른 상황(의사의 성별, 속옷 등의 탈의 정도, 검사의 방법)과 각종 검사 후의 최종 결과(단순 치질)로 인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진료과정에서의 행위를 오해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 앞서 본 신체 접촉이 발생한 경위 및 과정 등과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범행 장소는 강남의 대형병원 응급실로 사건 당일 방문자만도 192명이고, 근거리에 간호데스크가 있는 개방된 공간으로 독립성이 전혀 없이 천 커텐으로 가려질 수 있는 침상이 최소한의 공간을 두고 근접하여 배치되어 있는데, 이 사건 당시 피해자 바로 옆 침상에 자고 있는 환자가 있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놀라서 소리를 지를 정도였거나 적어도 불쾌감을 표시하는 언동을 하였다면 주변에서 즉시 알아챌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 점, ② 피고인은 레지던트 2년차로 연휴기간 응급실 당직 근무 및 전일 할머니의 응급실 입원으로 인해 적절한 수면 또는 휴식 없이 계속되는 진료행위에 시달리고 있었던 점, ③ 직장수지 검사시 윤활제인 젤을 바른 손가락이 미끄러져 항문 내로 삽입되지 않거나 항문이 아닌 부위에 닿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그 밖에 검사 제출의 나머지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아도 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이 무죄판결공시 취지의 선고에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공시 취지의 선고는 하지 아니한다.

판사

판사 임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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