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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9. 2. 10. 선고 2008나116869 판결
[무의미한연명치료장치제거등][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외 1인)

피고, 항소인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형욱외 1인)

변론종결

2009. 1. 20.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사건에 관한 사실인정 및 판단에 있어 이 법원은 제1심 판결과 기본적으로 견해를 같이한다. 그러므로 이 법원은 제1심 판결을 존중하여 판결이유의 설시에 있어 제1심 판결이유를 대부분 그대로 인용하기로 한다. 다만, 제1심과 일부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과 제1심 판결에 대하여 보충할 부분 등을 종합하여 아래와 같이 이 법원의 판단을 추가로 설시한다.

2.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 가능성

가. 인간 생명의 보호

인간의 생명은 인간 존엄의 생물학적 기초이자 모든 개별 기본권의 주체인 인간의 지위를 유지시켜 주는 핵심적인 법익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생명은 최대한 존중받아야 하고, 어떠한 침해로부터도 보호되어야 한다.

인간 생명이 이처럼 존중받고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치료나 회생의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현재의 의료수준으로 치료나 회생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생명이 유지되는 한 향후 의학이나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그 치료가 가능하게 될 수도 있고, 그 자체가 하나의 기적인 인간 생명에 대하여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나마 언제나 열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의 치료를 맡고 있는 의사(의사, 제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피고와 같은 의료기관을 개설한 법인 등을 포함하는 의미이다)는 당해 환자의 생명을 보호·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다할 의무가 있다.

나. 자기결정권에 의한 연명치료의 중단 가능성

그러나 이처럼 인간의 생명이 최대한 보호되어야 하고, 의사에게 환자의 생명을 보호·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다할 의무가 있다고 해서, 항상 가능한 모든 의술이나 의약을 사용해보아야 한다거나 꺼져가는 인간 생명을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연장시켜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은 생물학적인 의미의 생명 그 자체만은 아니며, 인간의 생명 역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무용한 처치를 계속 받도록 하거나 의사로 하여금 그러한 치료를 계속하도록 강제하는 경우,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훼손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의 최고이념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인간의 인격적 자율성이 당연한 전제이자 본질적인 구성요소가 된다고 보아야 하고, 그에 따라 인간의 존엄을 실현시키는 자기결정권도 보장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생명이 회생가능성도 없는 상태에서 별다른 인간성의 지표 없이 단지 기계장치 등에 의하여 연명되고 있는 경우라면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권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더 이상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그 경우 연명치료를 행하는 의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근거한 치료중단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기계에 대한 의존상태를 벗어나 자연스러운 죽음에 이르는 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길이 될 수 있는 주1) 것이다.

다. 입법의 필요성

생명유지기술이 고도로 발달해있고 그러한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현대의 의료현실에서 인간의 생명이 이처럼 기계장치에 의해 연명되는 사례는 이후로도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의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가능한지는 분명하지 않고, 사안에 따라서는 법률 등에서 구체적인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이상 법적인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한다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회생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하여 고의 또는 섣부른 판단으로 치료를 중단하여 사망을 초래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 역시 우려된다.

국가는 헌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하여 구체적인 입법을 통하여 기본권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바, 위와 같은 상황에서 연명치료 중단 등의 문제를 아무런 기준의 제시 없이 당해 의사나 환자 본인, 가족들의 판단에만 맡겨두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할 것이다. 또한 이들 개개의 사례들을 모두 소송사건화하여 일일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 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그러므로 사회 일반인이나 의사 등 이해관계인의 견해를 폭넓게 반영하여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일정한 기준과 치료중단에 이르기까지의 절차, 방식, 남용에 대한 처벌과 대책 등을 규정한 입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라.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 진입한 경우 자기결정권에 기한 연명치료중단

한편,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이미 비가역적인 사망의 과정에 진입함으로서 사망이 임박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비록 별다른 입법조치 등이 없더라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여야 한다.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있어 피할 수 없는 사건이며, 언제 죽느냐에 못지않게 어떻게 죽느냐도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하여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인바, 이와 같이 회생가능성이 없고 이미 사망이 임박하여 그 과정이 비가역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경우라면 환자의 자기결정에 의하여 이후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인위적으로 억제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우 기계장치에 의하여 인간성의 지표가 남아 있지 않은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며, 죽음의 시간만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경우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연명치료 중단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죽음을 억제하지 않는 것일 뿐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형사법적으로 살인이나 자살관여행위의 구성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3. 연명치료 중단의 요건

나아가 이 사건에서와 같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생명유지장치의 제거를 통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기준이나 절차를 규정한 별도의 입법이 없는 이상 다음과 같은 요건들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본다.

가. 회생가능성 없는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의 진입

⑴ 자연적인 죽음이 다가온다 하여 모든 경우에 치료의 중단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환자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것이더라도 치료중단을 빌미로 하여 생명을 임의로 단축하는 것이 허용될 수는 없다.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연명치료의 중단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당해 환자의 구체적인 상태를 전제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학적 기준에 의하여 환자의 회생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여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은 상당한 기간 동안의 신중한 관찰과 진단결과를 토대로 하여 전문 의료인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의학의 발전 정도에 따른 치료방법의 발견 가능성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환자의 회생가능성을 예상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기적적으로 소생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때문에 회생가능성에 대한 의학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할 것은 아니다.

⑵ 또한 환자의 상태가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 진입하여 있어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 진입하여 사망이 임박한 경우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연명치료 중단이라면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인위적으로 억제하지 않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⑶ 한편, 환자가 회생가능성 없는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 진입한 상태인지를 판단할 주체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당해 연명치료를 시행하면서 환자를 진료·관찰하여 온 담당의사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함은 당연하고, 피고의 견해처럼 병원윤리위원회와 같은 기구의 심의 등으로 이를 보완할 필요도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연명치료 중단이 인간 생명에 직접 관련된 행위여서 되도록 신중하고 객관적인 판단 하에 이루어질 필요가 있는 점이나 환자가 그러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 담당의료진의 의료과실에 의하여 초래되는 등으로 환자 또는 가족과 담당의사 사이의 신뢰가 깨어진 경우도 흔히 상정할 수 있는 주2)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담당의사의 견해만으로 이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여서는 곤란하고 제3의 중립적인 의료기관에 의한 판단 역시 어떤 형태로든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나. 환자의 진지하고 합리적인 치료중단 의사

⑴ 연명치료의 중단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이상 환자 자신의 연명치료 중단 의사가 요건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와 같이 환자가 의식을 상실하여 환자의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의사를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의 주관적 의사의 확인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자칫 불가능한 요건을 요구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사전의료지시서와 같은 방법 뿐 아니라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가족들의 의사, 일반인의 합리적인 가치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이익이라는 관점 등을 통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의식을 상실한 환자의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의 청구 자체가 실제로는 환자가 아닌 가족 등에 의하여 이루어질 것인데, 이러한 경우 환자를 대리하는 자의 지정에 관한 절차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가족들의 견해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그러한 상황도 상정하여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환자 본인의 의사는 유사한 치료행위에 관한 견해 등을 포함한 환자의 평소 언행과 생활태도, 인생관 및 종교관 등을 통하여 환자가 현재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았다면 표시하였을 진정한 의사를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⑵ 이와 같이 추정되는 환자의 의사는 진지한 것이어야 한다. 단지 단편적인 언급이 있는 정도였거나 구체적인 상황을 상정하지 않은 추상적인 견해 표명 정도가 있는 데에 불과한 것이라면 당해 환자에게 그가 처한 특정한 상황에서의 구체적이고 진지한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환자의 연령 변화, 의학의 발전 등에 따라 그 환자의 의사도 반드시 한결같지 않을 수 있으므로 환자 의사의 변화 추이 역시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⑶ 또한 환자의 의사는 합리적인 것이어야 한다. 연명치료에 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는 인간 생명에 직접 관계된 것이므로 사회적 타당성이 있어야 하고, 순전히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라거나 또는 자살의도에 기인하는 경우 등일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점에서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판단함에 있어 앞서 살펴 본 회생가능성의 정도 등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회생가능성의 정도가 매우 낮거나 장기간에 걸친 연명치료를 해온 경우 등이라면 환자의 의사를 다소 완화하여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시적이나마 환자가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나 상태가 변화할 가능성, 환자가 겪는 통증, 환자의 나이, 나아가 가족이 겪는 고통 등의 사정들도 환자의 의사를 추정하는 데 있어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 중단을 구하는 치료행위의 내용

중단하는 치료행위에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나 일상적인 진료 등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치료는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처치로서 사망에 이를 때까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단을 구할 수 있는 치료는 환자 상태의 개선이 아니라 환자의 연명 즉 사망과정의 연장으로서 현 상태의 유지에 관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치료행위에 드는 비용의 문제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그 치료행위에 드는 비용이 과다한 경우라면 이러한 점은 환자 본인과 가족의 경제적인 부담 뿐 아니라 의료자원의 균형적 배분이라는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그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참작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라. 의사(의사)에 의한 치료중단의 시행

연명치료의 중단은 의사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근거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가능한 경우, 그러한 요구를 받은 담당의사는 이에 응할 의무가 있는바, 실제 치료중단의 실행행위도 반드시 의사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연명치료 중단의 청구를 받을 수 있는 정당한 당사자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바, 연명치료 중단의 청구는 의사가 직접 상대자가 되거나 또는 의료법인 등과 같이 의사에 의한 연명치료 중단의 시행이 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연명치료의 중단이 의사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는, 연명치료 뿐 아니라 그 중단행위도 주3) 의료행위로서, 의료행위는 의료인이 아니면 이를 행할 수 없는 것이고( 의료법 제12조 , 제25조 ), 특히 연명치료의 중단은 그 의미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그 중에서도 전문성과 자격을 갖춘 의사에 의하여 직접 시행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4. 이 사건 사안의 구체적 검토

가. 회생가능성 없는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 진입한 것인지 여부

⑴ 먼저 갑 제4호증의 1 내지 19, 제1심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증언, 제1심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결과, 제1심의 서울대학교병원장, 서울아산병원장에 대한 각 신체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원고의 상태 경과 및 이에 관한 의사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① 원고는 2008. 2. 18. 심폐정지가 발생한 후 미간의 두드림이나 큰 소리에 반응하는 정도의 주4) 상태 에 있다가, 2. 22.경 검사에서 자발호흡과 주5) 동공반사 가 없고 동공부동(동공불동, anisocoria 주6) ) 이 나타난 것이 관찰되었으며,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미만성 뇌부종으로 진단되었다.

② 그 후 2. 25.경 신경학적 검사에서 여전히 자발호흡과 동공반사가 없는 동공부동 등의 상태로서 반혼수(반혼수, semicoma) 주7) 상태 로 진단되었고, 4. 18. 시행한 뇌파검사 등에서 심한 미만성 뇌기능 이상 소견을 보였으며, 7. 3.경의 검사에서는 의식상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되었다.

③ 2008. 10.경 서울대학교병원의 신체감정에서, 동공이 수축된 상태로 빛에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자발적인 운동이 없으며 통증에 의한 수축 정도의 반응이 관찰되었고, MRI 검사에서 미만성의 뇌위축과 뇌손상이 관찰되고 뇌파의 리듬이 현저하게 억압되어 있으며 개선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태로 진단되었다.

④ 또한 같은 무렵의 서울아산병원의 신체감정에서도 자발호흡이 없고 통증 자극에 대해 팔다리의 반사적 반응 외에 얼굴 표정 및 안구 운동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안구의 대광반사가 없고 안구의 시선은 양쪽이 모두 환자의 우측 상향으로 치우쳐 있으며, 바빈스키징후(babinski sign 주8) ) 가 양쪽 모두 비정상이라고 하면서, 뇌 MRI 검사에서 뇌가 전반적으로 심한 위축을 보이고 대뇌피질이 파괴되어 있으며 기저핵 시상(시상)의 구조가 보이지 아니하고 뇌간 및 소뇌도 심한 손상으로 위축되어 있는데 다만 뇌간 및 시상의 일부 산발적인 기능으로 인하여 눈뜨기와 팔다리의 반사적인 운동을 보인다고 진단하였다.

⑤ 이와 같은 원고의 상태에 관하여, 원고의 담당 주치의인 소외 1은 자발호흡은 없지만 뇌사상태는 아니며 지속적 식물인간상태로서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5% 미만이라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그리고, 진료기록 감정의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의사 소외 3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는 주9) 상태 로서 지속적 식물인간상태이며, 식물상태의 발생이 외상이나 대사장애에 기인한 경우와 비교할 때 예후가 가장 나쁜 심호흡 정지에 기인한 경우로서 자발호흡이 없어 일반적인 식물인간상태보다 더 심각하여 뇌사상태에 가깝지만, 대뇌의 기능부조화로 뇌파의 평탄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며, 회복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고 있다. 또한 신체감정의인 서울대학교병원의 의사 소외 4도 의미 있는 회복의 변화가 없고 지속적으로 자발호흡이 없으며, 미만성의 뇌위축과 뇌손상이 관찰되고 뇌파 검사에서도 개선이 없어 회복가능성이 없다고 하며, 역시 신체감정의인 서울아산병원의 의사 소외 2 역시 뇌가 전반적으로 극심한 구조적 손상을 받아 의식회복이나 자발호흡의 가능성은 없고, 최선의 회복을 한다고 하더라도 의식 및 자발적인 움직임의 회복은 불가능하며 호흡을 하고 눈을 깜박이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 식물인간상태로의 회복만을 상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⑵ 원고의 상태에 관하여 식물인간상태로서 회생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취지의 주치의 소외 1 등 의사들의 위와 같은 견해들에는 기본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는 현재 만 76세의 고령으로 의식상실 후 약 11개월이 경과하였으나 상태가 개선되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자발호흡이 없어 인공호흡기에 의하여 생명이 유지되는 상태로서, 뇌 전반에 걸쳐 심한 구조적 손상이 발생하여 일부 반사적인 운동을 담당하는 기능만이 남아 있을 뿐 인간적인 지표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본인의 의지에 의한 움직임은 모두 소멸하였고, 이러한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미 회생가능성이 없는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 진입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나. 환자의 의사(의사)

제1심에서도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15년 전 교통사고로 팔에 상처가 남게 된 후부터는 이를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여 여름에도 긴 팔 옷과 치마를 입고 다닐 정도로 항상 정갈한 모습을 유지하고자 하였고, 텔레비전을 통해 병석에 누워 간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나는 저렇게까지 남에게 누를 끼치며 살고 싶지 않고 깨끗이 이생을 떠나고 싶다”라고 말하는 등 신체적인 건강을 잃고 타인의 도움 등에 의하여 연명되는 삶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을 원한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혀왔으며, 특히 3년 전 남편의 임종 당시 며칠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관절개술을 거부하고 그대로 임종을 맞게 하면서 “내가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 소생하기 힘들 때 호흡기는 끼우지 말라. 기계에 의하여 연명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이 사건과 유사한 실제 상황에서 남편에 대하여 연명치료의 시행을 거부하는 한편 자신에 대하여도 그러한 연명치료를 바라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의사를 표명하였다.

그리고 원고의 이와 같은 의사는 제1심 공동원고들을 포함한 원고 가족들의 일치된 진술에 의하여 확인되고, 원고 자신이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할 무렵까지 일관되게 유지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사이에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할 만한 자료는 없는바, 원고가 표명해온 위와 같은 의사에다가 앞서 살펴본 원고의 현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가 현재의 상황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았을 경우를 상정하여 보면, 원고에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또한 현 상황에서 원고에 대한 연명치료의 중단은 일반인의 도덕관념이나 사회적인 타당성의 관점 등에서 보더라도 합리성이 있는 것으로 주10) 판단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진지하고 합리적인 치료중단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중단을 구하는 연명치료의 내용

원고는 현재 피고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인공영양 공급, 수액 공급과 항생제 투여 등의 치료를 받고 있는바, 이 사건에서 원고는 그 중 인공호흡기의 제거를 구하고 있다. 우선 원고의 경우 인공호흡기 치료는 원고의 현 상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저산소성 뇌손상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라 단지 원고의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수단일 뿐이다. 또한 이는 원고의 연명상태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치료수단으로서 그로 인하여 비록 뇌간 등의 일부 기능에 의하여 반사적인 반응이 있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이는 인간성의 지표를 나타내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 할 수 없고,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가 유지된다고 볼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원고가 원하지 않는 연명상태가 초래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인공호흡기 치료는 원고의 고통을 완화하거나 원고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인 진료에도 해당하지 주11) 않는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원고가 중단을 구하는 인공호흡기 치료는 연명치료에 있어 환자가 중단을 구할 수 있는 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라. 의사(의사)에 의한 실행

피고는 학교법인으로서 산하에 의료기관인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개설하여 직접 의료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원고에 대한 담당주치의 소외 1 등 의사인 피용자들로 하여금 원고에 대한 연명치료중단을 실행하게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가 구하는 연명치료 중단의 상대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할 것이다.

마. 소결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자신에게 부착된 인공호흡기의 제거를 청구할 권리가 있고, 원고에 대한 연명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피고는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되, 판결의 성질상 확정을 기다려 집행함이 상당하므로 가집행 선고는 제1심에서와 같이 이 법원에서도 이를 붙이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인복(재판장) 정강찬 견종철

주1) 이와 관련하여 제1심은 일반적인 경우 치료중단의 근거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연명치료를 받는 환자가 그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에는 응급환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응급의료를 개시한 의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조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응급의료를 중단할 수 없지만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더 부합하게 되어 죽음을 맞이할 이익이 생명을 유지할 이익보다 더 크게 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위 법률 조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이라고 하여, 연명치료 중단의 실정법적인 근거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조의 ‘정당한 사유’ 해당 여부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연명치료장치의 장착으로 일단 생명의 급박한 위험에서 벗어나 더 이상 응급환자의 지위에 있지 않고 이후로는 통상적인 의료행위의 대상으로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회생가능성 없는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조의 ‘정당한 사유’에 의하지 않더라도 위와 같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근거한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하여 곧바로 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굳이 그 실정법적인 근거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찾을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본다.

주2) 이 사건에서도 원고와 가족들은 원고가 피고병원의 의료과실에 의하여 현재와 같은 상황에 이르렀다 하여 이 사건 소와 별도로 그 의료과실을 묻는 소송을 제기해둔 상태이다.

주3)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료,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인바(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3405 판결 등 참조), 연명치료의 중단행위도 이와 같은 의미에서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주4) Ramsay 진정척도 4의 상태

주5) 이는 뇌간반사의 일종이다.

주6) 좌우 동공의 크기(지름)가 서로 다른 상태

주7) 완전한 혼수에 비하여 강력한 자극에는 반응하는 혼수상태

주8) 대뇌피질에서 시작되는 피질척수로(피질척수로)로서 운동의지를 전신근육에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 추체로(추체로)에 장애가 있을 때 나타나는 병적 반사

주9) Ramsay 진정척도 6

주10) 원고 대리인이 참고자료로 제출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입법 청원서에는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경우 환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87.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된 여론조사결과가 포함되어 있고, 그밖의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한 경우의 치료중단에 관하여 긍정적인 답변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주11) 참고로 2008. 2. 16.부터 2009. 1. 6.까지의 원고에 대한 총 치료비는 143,627,247원으로서 원고에 대한 연명치료의 비용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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