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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유예
서울고등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노1725 판결
[통신비밀보호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 2 및 검사

검사

김병현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정세 담당 변호사 한상혁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1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피고인 2의 항소와 같은 피고인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원심판결과 항소이유의 개요

이 사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보도 또는 출판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여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하였고,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하여는 그 보도 목적의 정당성, 법익의 균형성, 수단의 상당성 및 비례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는 한편, 피고인 2에 대하여는 그 편집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될지라도 수단·방법에 있어서 상당성 내지 비례성을 갖지 못하여 위법성 조각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인정하면서 정상을 참작하여 위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하였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 1의 보도행위에 위법성의 조각이 인정될 여지가 없고, 피고인 2에 대한 선고유예가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한 양형이라는 이유로 항소하였고, 반면 피고인 2는 자신의 편집행위 역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이유로 항소하였다.

2. 피고인 1에 대한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사생활 자유를 위한 통신의 비밀 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한 언론의 자유가 상충되는 경우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 조항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률이라고 한다.)’ 제5조 제2항 의 위법성조각 조항을 적용함이 상당하다는 전제 아래, 국가기관에 의해 불법으로 도청된 이른바 안기부 X 파일을 취득하여 그 대화 내용을 보도한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 에 해당하지만, 위와 같은 조항에 따라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원심은 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행위가 형법상 ‘업무로 인한 행위 등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인지 여부 또는 위 언론중재법률에 규정된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부득이하게 이루어진 경우’인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통신의 내용에 관한 문제, 취득과정의 불법과의 관련성 문제, 편집·보도에서의 수단·방법의 상당성 문제, 기타 사항 등’의 원칙을 제시하였고,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보도에 이르기까지의 사실관계를 확정한 다음, 그 내용이 ‘대통령 선거정국 기류 변화에 따른 여야 후보 진영에 대한 삼성측의 정치자금 지원 문제, 정치인 및 전현직 검찰 고위 관계자에 대한 추석 떡값 지원 문제’로서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공익적 사항에 관한 것이고, 녹음테이프 등을 제공한 자에게 100만 원을 건네준 것은 취재 관행을 넘지 않는 수준이며, 성문분석, 보강취재 등으로 진정성을 확인하고 법률 자문 등을 통해 보도에 신중을 기하였을 뿐 아니라, 다른 언론기관에 이를 고의로 유출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으며, 실명공개로 인한 개인 인격권 침해 요소가 있었지만 이는 타 언론에서 실명이 공개되는 바람에 수동적으로 그 보도행태를 좇은 것뿐이고 보도 내용 중 일부 오류는 단순한 실수로 보일 뿐이라서, 전체적으로 문화방송의 보도가 수단·방법에서 상당성을 결여하지 않았고, 그 보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도청의 불법성에 깊이 오염되지 않았다고 평가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100만 원의 지급 나아가 1,000만 원 정도 추가 지급 제의가 불법 대가성이 있는 것인지, 타 언론기관에 유출되지 않도록 과연 보안에 신중을 기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의 몇 가지 사실 ‘평가’에 관한 문제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쌍방에 이의가 없을 뿐더러, 관련 증거들을 종합해 보아도 이 사건 보도에 이르기까지의 사실관계 인정은 수긍할 수 있다.

진실을 캐어 이를 적시하고 널리 알려 건전한 여론을 형성해 나감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언론·출판의 속성은, 경우에 따라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근거하는 개인의 사생활 자유나 명예, 초상 등의 인격적 가치에 관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게 되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사이에 상충하는 영역이 있게 된다. 형사상으로는 주로 명예훼손 등이 문제가 되고, 나아가 민사상으로는 고의뿐 아니라 과실에 기한 불법행위 책임 여부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원래 자유권적 기본권은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에서 출발하였는데, “그 기본권의 제한은 오직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만 할 수 있고, 그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정신에 따라 국민과 국민 사이에 기본권이 상충하는 영역에서도 ‘법률’이 정하는 바가 있다면(그것이 위헌이라고 선언되지 않는 한) 기본권 제한 여부를 그 법률 규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언론 보도를 둘러싼 기본권 상충 영역에서, 형사적 문제에 관하여는 형법에 명예훼손에 대한 특별한 위법성조각사유를 두어 ‘그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고, 나아가 민사적 문제에 관하여는 언론중재법률에 ‘인격권 침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피해자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거나 또는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에 의하여 부득이하게 이루어진 때’ 그 위법성을 조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의 규정은, 적어도 공적 관심사가 되는 공적인 인물의 경우 사생활의 자유 등 그 인격적 권리가 언론 보도에 의해 침해되더라도 그 개인의 기본권 보호보다는 언론의 자유를 넓게 인정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원심이 특별형법인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안에 관해서 민사적인 언론중재법률상의 위법성조각 조항이 ‘적용’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나아가 이 사건은 인격권 침해에 따른 개인의 명예훼손 등에 관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관한 특별위법성조각 조항을 적용할 수도 없다.

언론은 모든 정보원에 대하여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그 취재한 정보를 자유로이 공표할 자유를 갖는다. 그럼에도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간의 대화의 녹음, 청취 등 통신의 비밀에 속하는 내용을 수집하는 행위와 별도로, 불법적으로 수집된 내용인 줄 알면서 공개 누설하는 행위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신제한이 가능한 대상과 절차를 엄격히 규정하면서, 공개 누설행위를 불법 수집행위와 동일한 것이라는 전제 아래 그 행위자가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어떤 방법으로 이를 지득하였는지, 또 행위자가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예외 없이 처벌함으로써 도청의 폐해를 원천 봉쇄하고 통신의 비밀을 강하게 보호하고자 한다. 나아가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할 재판절차에서마저도 이러한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배되어 지득 또는 채록된 자료의 내용을 그 증거가치를 불문하고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위와 같은 불법 도청의 산물은 당초부터 존재해서는 아니되는 것인 만큼 그것이 현재 없는 것과 똑같이 만들겠다는 입법자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독과수에 열린 과실에 언론이 접근하여 그 과실을 취재한 결과 국민에게 이를 알려야만 한다는 언론 본연의 사명에 부닥치게 될 특별한 경우가 있다면 이는 어찌할 것인가. 언론 자유라는 기본권의 제한도 법률로써는 가능한 것이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이 공개행위와 관련하여 어떠한 특별한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 채취된 자료의 내용을 보도할 수 없는 것인가.

이 점에 관해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도 형벌로 처벌되는 형사범인 이상 형법 총칙의 규정을 배제하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는 한 형법 총칙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형법상 정당방위, 긴급피난, 정당행위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생각하는 점에서는 이 법원도 통신비밀보호법의 위헌제청 신청을 기각한 원심의 판단과 같다.

그런데 형법상 정당행위는 ‘법령에 의해서 허용되거나, 업무로 인한 행위 등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고, 결국 위와 같은 불법 도청된 자료 내용의 보도가 원심에서 인정한 구체적 사실관계에 비추어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됨에도 사회상규에는 위배되지 않은 것인지의 평가 문제가 남게 된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정당행위가 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에 해당해야 한다고 판단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은 요건 해당성 여부를 평가함에 있어서, 물론 명예훼손에 대한 특별위법성조각사유나 언론중재법률이 정한 위법성조각사유도 두루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이 적용되는 영역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언론 자유의 신장에 무게를 둔 영역과 다른 무엇이 있다. 그것은 그 언론 보도의 정보원이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존재 자체를 없이 하겠다고 한 독과실이라는 점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언론 보도가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특별한 위법성조각조항을 두지 않고 침묵하고 있으며, 사생활과 통신 비밀을 침해할 수 있는 통신 제한행위의 허용은 구체적 예외적으로 매우 엄격한 대상과 절차를 열거하며 사후적으로 국회에 의한 통제까지도 명시하고 있는 등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규정 전반을 검토하여 보면, 도청 내용 공개가 언론의 공적 사명에 기한 것이라서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인정하려면, 앞서 본 일반적 정보원에 따른 언론 보도의 경우와는 달리 매우 제한적이고 엄격한 원칙에 기한 평가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보호 법익과 침해 법익 사이의 법익 균형성 문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특별법인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개인을 발가벗겨 수치를 드러내지 않도록 하자는 인간 존엄과 가치의 본질적 부분, 양심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그 양심을 독백하거나 서로간에 공개의 공포 없이 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생활의 자유 내지는 통신비밀의 보호가, 이를 엿듣고 싶고 알고 싶어하는 국민들의 관심 내지는 언론 보도의 자유보다 무게 있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거나 사회질서가 교란되어 국민의 생명, 신체 등에 심각한 위험이 야기되는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통신비밀의 공개 누설행위에 대한 위법성 조각을 쉽사리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먼저 안기부 X파일이 국가기관에 의해 전문 인력과 고도의 장비를 동원하여 저질러진 불법의 산물임에 주목한다. 재벌과 언론 사주가 8년 전 대선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하고, 정치인이나 검찰 고위직에 떡값을 주는 문제를 상의하였으며 또 이를 일부 실행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자료는 물론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불법 도청을 응징하고 사생활의 자유와 통신의 비밀 보호를 위하여 그 공개를 처벌하기로 한 특별법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대화의 내용이 국가의 안전 보장, 사회질서의 수호 등을 위해 부득이하게 보도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었다고 평가하기엔 부족하다.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에 관하여는, 검찰은 피고인 1이 이 사건 테이프가 안기부에 의해 자행된 도청의 산물이고 이를 가지고 갈취 범행에까지 이르렀던 도구였음을 알고도 우연한 제보의 수용을 넘어서 공개 누설 행위를 교사하는 수준에 이르러 그 취득 과정이 불법에 오염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원심 판시의 사실관계만으로는 피고인 1이 투철한 기자 정신으로 적극적이고 용감하게 정보원을 추적, 취재한 활동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고 본다. 또 언론 보도는 단순한 개인적 공개, 누설행위와는 전혀 달리 전국적이고 광범위하여 회복하기 어려운 침해가 예상되므로 애당초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보도 행위가 단순히 추상적인 내용으로 안기부에 의해 대선기간 중 재벌 실세와 언론 사주 사이의 사적인 대화까지 불법 도청한 사실이 있었고 그 주요 내용이 무엇이며 이에 따른 증거로 녹음테이프까지 확보되었음을 보도하는 정도를 넘어서, 주고받았다는 돈의 액수까지 밝히는 등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보도한 점 등에 비추어 더욱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이 있었다고 평가하기에도 부족하다. 더구나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당사자의 인격권을 더욱 크게 침해하였으며, 이것이 비록 타 언론의 보도행태를 좇은 것이라는 측면이 있고 법원의 가처분결정에 직접 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언론기관의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 실명보도가 수단의 상당성이라는 척도에서 크게 일탈한 것이라는 점은 보도 관련자 누구에게나 분명하였을 것이다.

긴급성에 관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보도 당시는 그 내용의 배경이 된 대선이 끝난 지 이미 8년이 지났을 때였고, 그 사이 대선이 한 번 더 치러져 보도에 등장했던 대선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가 퇴임하고, 다른 후보는 연거푸 낙선하여 정계에서 물러난 이후였다. 그러므로 보도된 대화의 내용을 보도 당시의 국정 운영이나 국가 정치질서의 전개에 어떠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만한 것이라 함은 지나친 것이고, 그 보도가 시급히 이루어질 이유도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또한 문화방송이나 피고인 1을 비롯한 소속 기자들로서는 불법 도청된 대화 내용의 공개가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공개가 시급히 요청되지 않았는데도, 입수한 자료를 단서로 사실관계를 추적하여 불법에 오염되지 않은 자료를 발굴, 보도하지 않았다. 과연 공공의 관심이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도청자료를 공개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는지, 그리하여 보충성의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피고인 1은 국가기관의 불법도청 실태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언론사주와 재벌이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 실상을 공개하였고, 그 동기나 목적에 있어, 실정법을 위반하더라도 특종을 하겠다는 공명심이 아닌, 꼭 국민에게 알려야 하겠다는 역사적 사명감으로 이와 같은 행위에 이르렀다면 그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여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와 같은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은 양형에서 참작할 사유에 불과할 뿐이다.

업무행위 등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 정당행위인지 여부를 평가함에 있어서, 반드시 대법원 판례에 적시된 요건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원심이 새롭게 제시한 평가 원칙도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원심이 제시한 요건을 따라 판단한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기본권 상충의 영역 중 일반적 정보원에 의한 보도가 아닌 불법 도청에 의한 자료를 공개하는 보도 행위에 대한 위법성 조각은 더욱 엄격한 평가를 거쳐야 할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적어도 도청에 의해서는 개인간 대화 내용이 벌거벗겨지지 않는다는 법의 울타리를 치고 있다. 그 울타리 안에서 때로는 추잡하고 부끄러운 대화들이 오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알기를 원한다는 것과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고 또 이를 알려야만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 통신비밀보호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르지 않은 불법 도청의 내용을 열어 보니 결과적으로 꼭 국민이 알아야만 하는 것이었다고 하여 공개의 위법성을 쉽게 조각하여 이 울타리를 열어둔다면, 어느 순간 어느 권력이나 재력 있는 세력은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독과실을 얻고자 타인의 밀실을 엿듣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이 정한 울타리를 엄하게 지키고자 하는 이와 같은 이유로 이 법원은 피고인 1의 행위 나아가 당시 보도에 참여한 대한민국 모든 언론매체의 보도·출판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유죄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1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여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 1은 문화방송 주식회사의 보도국 기자로서, 누구든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의 규정에 위반하여 지득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 내용을 공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문화방송 보도국장인 공소외 6 및 소위 ‘안기부 X파일’ 관련 특별취재팀 기자들과 공모하여,

2004. 12. 5. 서울 마포구 공덕동 소재 불교방송 부근 상호불상 커피판매점에서 재미교포인 공소외 4( ○○○ ○)로부터 전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이 1997. 4. 9.경, 같은 해 9. 9.경, 같은 해 10. 7.경 등 3회에 걸쳐 서울의 호텔 일식집 등지에서 공소외 1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공소외 2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정치권 동향 및 대권후보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등에 대하여 논의한 대화를 도청하여 작성한 녹취보고서 3건을 전달받아 그 내용을 확인하고, 같은 달 30.경 서울 동작구 상도동 (지번 생략) 소재 공소외 4의 부친 집 앞 도로에서 위 녹취보고서 중 1997. 9. 9.자 대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 복사본을 전달받아 독자적으로 그 녹취록을 작성하고 보도국장 공소외 6 등에게 보고하여 전문 업체를 통하여 위 녹음테이프에 대한 성문분석을 마침과 동시에 잡음이 제거된 마스터 CD를 제공받는 등 사전준비를 하다가, 위 도청자료의 보도를 위한 소위 ‘안기부 X파일’ 관련 특별취재팀이 발족되자 위 마스터 CD와 녹취록을 위 특별취재팀에 제공한 다음, 2005. 7. 22.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문화방송 사옥에서 방송된 ‘9시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에 취재기자로 출연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3 기재와 같이 위 도청자료의 입수경위와 내용을 설명하는 등, 위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2005. 7. 21.경부터 같은 달 27.경까지 17회에 걸쳐 위 녹취보고서와 녹음테이프의 내용을 보도하여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지득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였다.

증거의 요지

1. 원심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1의 진술기재

1. 피고인 1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1. 피고인 1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등본의 진술기재

1. 공소외 4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등본의 진술기재

1. 공소외 7, 8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1. 수사보고(MBC 9시 뉴스, “ 피고인 1 X-파일 사건” 보도 자료)의 기재

1. 압수조서 등본의 기재

1. 감정서의 기재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 , 제1호 , 제3조 , 형법 제30조 에 따라 피고인 1에 대한 형을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으로 정한다.

1. 선고유예

보도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목적에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점, 문화방송의 보도 여부나 보도 내용에 관한 결정이 종국적으로는 피고인 1 개인이 아닌 방송국 내지 보도국의 의사결정체계를 통해 이루어진 점, 다른 언론매체의 선제 보도가 보도 결정을 직접 촉발하였으며, 당사자들의 실명을 거론한 보도 역시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 이후 이루어진 점, 다른 언론매체도 유사한 보도를 하였으나 유독 위 피고인과 피고인 2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로 기소된 점 등 여러 정상을 참작하여 형법 제59조 제1항 에 따라 위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3. 피고인 2의 항소와 같은 피고인에 대한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피고인 1의 보도행위에 대하여 앞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의 출판행위 역시 유죄로 인정되고, 또한 편집에 이르게 된 동기나 목적에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점, 이미 녹취록 및 녹취보고서의 주요한 내용을 다른 언론매체에서 모두 공개한 이후에 월간조선의 보도가 이루어졌고, 이러한 상황에서 의혹과 불신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게재가 필요했으며 보도원칙을 준수하였다는 위 피고인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점, 다른 언론매체도 유사한 보도를 하였으나 유독 위 피고인과 피고인 1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로 기소된 점에 비추어 피고인 2에 대한 선고유예는 적절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 2의 항소와 위 피고인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용호(재판장) 박우종 김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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