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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5. 9. 9. 선고 2005나19622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담당변호사 전태진)

피고, 피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봉규)

변론종결

2005. 8. 12.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억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03년경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자이고, 피고는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다.

나. 피고는 2003. 12. 17.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강금실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대정부 질의를 하던 중, 당시 ‘ (그룹명 생략)그룹’의 소외 1 부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에게 대선자금을 제공하였다는 의혹과 관련하여, “장관님, 소외 1 부회장의 녹취록을 읽어 보셨습니까? …… 거기에 보면 소외 2한테 ‘1,000만 원권 내가 복사해 놓았다, 걱정하지 마라’ 거기에는 누가 뭐 하는 것 없습니다. 그 다음에 소외 1이 수감 중에 저 혼자만 당한다고 생각해서 ‘노 후보측에 95억 원을 주었다, 내가 수표 사본도 갖고 있다, 비서관 원고를 통해서 주었다’ 왜 조사 안합니까? ……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하실 것인지 장관께서 답변해 보십시오. 특검법 관계없이 수사할 거요, 안할 거요?” 라는 발언을 하였다.

다. 그 후 위 (그룹명 생략)그룹 측이 노무현 대통령 측에 대선자금을 제공하였다는 의혹과 관련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소외 3· 소외 2· 소외 4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가 있었으나, 위 특별검사는 2004. 3. 31. 위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사설 녹취기관의 부실한 녹취에서 비롯된 오해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인정근거】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는 사실, 갑 1, 2호증, 3호증의 1 내지 4, 을 2,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종합

2. 당사자의 주장내용

가. 원고

소외 1이 원고를 통하여 대선자금 95억 원을 제공한 사실이 없고 소외 1의 녹취록에도 원고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사실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악의적으로 허위의 발언을 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이와 같이 국회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치적 공세를 가하는 행위는 국회의원의 직무와 무관한 것으로 헌법에서 인정하는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난다. 따라서 피고의 위 발언행위는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되므로 피고는 그로 인하여 원고의 사회적 평가가 훼손됨으로써 입은 정신적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나. 피고

피고의 발언은, 당시 (그룹명 생략)그룹 측이 노무현 대통령 측에 정치자금을 제공하였다는 취지의 대화내용이 기재된 녹취록과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 수감 중인 소외 1을 직접 면회하면서 들은 진술내용 등을 근거로 하여, 국회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행하여진 것이므로, 이는 헌법 제45조 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범위 내에 있다.

3. 판단

가. 면책특권의 취지와 효력

헌법 제45조 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있는바, 그 취지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가 입법 및 국정통제 등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에 있다.

국회의원의 행위가 위와 같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직무수행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행위의 목적, 장소, 시간, 내용, 태양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되, 이에는 국회의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직무상 발언과 표결이라는 의사표현행위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에 통상적으로 부수하여 행하여지는 행위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행위가 이러한 면책특권의 범위 안에 있는 이상, 국회 내에서의 징계책임이나 국회 외에서의 정치적 책임 등은 별론으로 하고, 형사상의 책임은 물론 민사상의 책임도 지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의 판단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바에 의하면, 피고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대정부 질문을 하면서 대통령 측근 관련 비리의혹사건에 관하여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취지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으므로, 이는 그 발언의 목적, 장소, 태양 등에 비추어 볼 때 국회의원의 국회에서의 직무상 발언에 해당한다고 보여진다.

원고는, 피고가 마치 위 녹취록에 원고의 이름이 나와 있는 것처럼 발언하였다고 주장하나, 국회속기록(갑 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당시 피고의 전체적인 발언 목적과 주된 취지는 수사의 촉구에 있는 것이었고, 이를 위하여 녹취록 내용에 관한 발언을 하다가 ‘그 다음에 소외 1이 수감 중에’라고 하면서 소외 1의 또 다른 진술에서 원고가 거론되었다는 것을 언급하였을 뿐이지, 반드시 녹취록 안에 원고의 이름이 나와 있다고 발언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다.

원고는, 피고가 확인되지도 않은 허위사실로써 원고를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정치적 공격을 가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당시 (그룹명 생략)그룹의 정치자금 제공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어 있었던 것 자체는 사실이고 그에 관하여 피고의 발언이 있은 뒤에 수개월간 특별검사의 수사를 거쳐 수사결과가 발표된 점 등 발언의 전후 경위에 비추어 원고의 위 주장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의 발언이 직무상 발언으로 인정되는 이상 그 발언의 내용에 다소 근거가 부족하다거나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하여 면책특권의 범위 밖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결국, 앞서 본 피고의 발언은 헌법 제45조 에서 규정한 면책특권의 범위 내의 행위라고 하겠으므로, 이에 관하여 피고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진성(재판장) 박종택 문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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