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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02. 12. 23. 선고 2002누4022 판결:확정
[의원면직처분취소][하집2002-2,462]
판시사항

[1]공무원의 사직 의사표시의 철회 시한(=의원면직처분시)

[2]공무원의 사직 의사표시의 철회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의 존재 여부 판단 기준

[3]수뢰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된 공무원이 불기소되는 것을 전제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가 그 다음날 수뢰 혐의로 기소되자 즉시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판결요지

[1]공무원이 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그에 터잡은 의원면직처분이 있을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이를 철회할 수 있다.

[2]공무원에 대한 의원면직처분이 있기 전이라도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철회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데,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의 여부는 사직원을 제출한 때로부터 철회하기까지의 기간, 사직원을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의 의사를 형성한 동기, 사직의사를 철회하게 된 이유, 사직의사 철회 당시의 상황, 의원면직 처분을 하기까지의 절차, 과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수뢰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된 공무원이 불기소되는 것을 전제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가 그 다음날 수뢰 혐의로 기소되자 즉시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원고,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철 외 1인)

피고,피항소인

피고시장

주문

1.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00. 10. 19. 원고에 대하여 한 의원면직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갑 제5, 6호증의 각 1, 2,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원심 및 당심 증인 최명길의 각 증언, 변론의 전취지

가.원고는 지방서기관으로 강릉시청 상하수도사업소장의 직무를 맡고 있었는데, 원고가 피고시장 소속 시청(이하 '피고시'라고 한다.) 회계과장으로 재직하던 1998. 4. 3. 소외 1로부터 피고시 청사 신축공사와 관련하여 선급금을 빨리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500만 원과 마작기구 세트를 뇌물로 수수하였다는 이유로 2000. 10. 7. 기소되어, 2001. 5. 10.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2000고합171)에서 자격정지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가, 원고가 항소하여 2001. 10. 31. 서울고등법원(2001노1385)에서 자격정지 1년에 대한 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그런데 피고는, 원고가 위 범죄와 관련하여 2000. 10. 6.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에 조사를 받으러 가기 직전에 원고를 시장실로 불러 원고에게 "사직원을 제출하면 형사기소됨이 없이 명예로운 퇴직을 보장하겠다. 검찰수사는 내사종결될 것이다."라며 사직원의 제출을 권유하였고, 이에 원고는 이와 같은 피고의 말을 믿고 그 날 피고에게 사직원을 제출하였다.

다.그러나 원고는 위 조사를 받은 다음 날인 2000. 10. 7. 불구속 상태에서 위와 같이 뇌물수수죄로 기소되었고(원고와 같이 기소된 공무원들 중 건축시설계장으로 근무하였던 소외 2는 구속, 기소되었고, 건축과장으로 근무하였던 소외 3은 원고와 마찬가지로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되었다.), 이에 원고는 2000. 10. 7.부터 피고시의 비서실 및 인사담당부서 담당자인 소외 최명길을 통하여 구두로 피고에게 사직의사를 철회할 뜻을 밝히고 이미 제출한 사직원을 반환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러한 원고의 사직의사 철회의 의사표시는 비서실장 배한규, 자치행정과장 권오강 등을 통하여 피고에게도 전달되었으며, 그러던 중 원고는 2000. 10. 19. 사직원철회요청서를 피고에게 제출하기도 하였다.

라.피고는 원고로부터 위와 같이 사직의사 철회의 의사표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 10. 19. 원고의 사직원을 수리하여 원고를 의원면직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고, 2000. 10. 22. 원고에게 그 내용을 통고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위 뇌물수수로 형사기소됨이 없이 명예로운 퇴직을 보장하겠다는 피고의 말을 믿고 사직원을 제출하였으나 그 뒤 그대로 실현되지 아니하여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는바, 이 사건 처분은 원고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다음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당시 같이 수사를 받아 처벌된 피고시청 건축과장 소외 3에 대한 정직 3월의 징계처분과 비교할 때 원고만 의원면직처분한 것은 형평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사직의 의사를 철회한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피고의 말을 믿고 사직원을 제출하였더라도 이는 원고가 자기 책임 아래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한 것이고 피고가 이를 강제한 것은 아니며, 피고가 내부적으로 원고의 사직원을 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다음에 철회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서면이 제출되었고, 만약 이 사건 처분이 사직의사의 철회 뒤에 이루어졌다 하여 취소된다면 원고는 비위행위를 저지르고도 형사적으로 관대한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3년의 징계시효도 이미 경과하여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게 되어 원고에게 사직의사의 철회를 인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가. 사직의사의 철회가 시기에 늦은 것인지의 여부

피고는, 사직의 의사표시의 철회는 구두로는 할 수 없고, 서면으로만 하여야 하는 것인데, 원고는 피고가 내부적으로 원고의 사직원을 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다음에 사직의사 철회의 의사가 기재된 서면을 제출하였으므로, 이러한 사직의사 철회는 시기에 늦은 것으로서 아무런 효력도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공무원이 한 사직의 의사표시의 철회를 반드시 서면으로만 하여야 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을 뿐만 아니라, 한편 갑 제8호증, 갑 제10호증의 1 내지 5, 갑 제11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위 최명길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사직원을 제출한 다음날인 2000. 10. 7.부터 피고시 소속의 인사담당자인 위 최명길 등을 통하여 구두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던 사실, 피고는 원고로부터 사직원을 제출받았으나 담당자들로부터 원고에 대해서는 의원면직을 하여서는 안 되고, 직위해제를 한 다음 징계절차를 밟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의견을 듣고는 원고를 의원면직하지 않고 있었던 사실, 그런데 원고를 수사한 담당 검사로부터 원고에 대해서 의원면직을 하더라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등의 말을 듣고는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한 지 13일이 경과한 2000. 10. 19. 원고를 의원면직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2000. 10. 7.경에는 피고도 원고의 사직의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던 상태이므로, 피고가 내부적으로 원고의 사직원을 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다음에 원고가 사직의사를 철회하였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사직의사의 철회가 신의칙에 반하는지의 여부

공무원이 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그에 터잡은 의원면직처분이 있을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이를 철회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의원면직처분이 있기 전이라도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철회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데( 1993. 7. 27. 선고 92누16942 판결 , 대법원 2001. 8. 24. 선고 99두997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보면,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하였다가 구두로 사직의사를 철회하는 의사표시를 하였음에도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과연 원고의 사직의사의 철회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공무원으로서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받아 형사상 유죄의 판결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피고의 말을 믿고 사직원을 제출하였다 하더라도 사직의 의사표시가 강요나 기망 또는 비진의의사표시에 의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점, 피고가 형사상 기소됨이 없이 명예로운 퇴직을 보장하겠다며 사직원 제출을 권유하였다 하여도 이는 어디까지나 범법행위에 따른 객관적 상황을 고지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점, 원고가 위와 같이 뇌물수수의 범죄를 저절렀음에도 자진 사직한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하여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재판을 받았고,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공무원신분을 상실한 것으로 취급하여 아무런 징계절차를 밟지 않음으로써 징계사유발생일인 1998. 4. 3.로부터 3년의 징계시효가 완성되어 원고가 복직하여도 아무런 징계를 할 수 없게 되는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① 공무원의 신분관계의 법률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원고의 사직의사의 철회를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특별히 더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것이란 기대는 피고의 약속에 의한 것으로서, 적어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는 그와 같은 신뢰는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이와 같은 약속을 믿고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그 이후에 위와 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이상 원고의 사직의사 형성과정에는 중요한 하자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피고에게도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점, ③ 원고는 피고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사정을 확인하고는 사직원을 제출한 다음날 즉시 사직의사를 철회한 점, ④ 피고는 원고에 대한 의원면직 처분을 하기 직전까지는 원고에 대해서 의원면직이 아닌 징계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직원들의 견해에 따라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으므로, 원고의 사직의사 철회가 있기까지 피고에게 원고의 사직의사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원고의 사직의사의 철회로 인하여 인사권자인 피고의 신뢰가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점, ⑤ 피고는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원고에 대하여 징계처분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원고를 수사한 검사의 권유 등에 의하여 원고의 사직의사 철회가 있은 이후에 원고의 사직의사를 수리하여 원고를 의원면직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피고와 피고시 담당 공무원들은 원고를 징계하지 않고 의원면직한 것이 오히려 원고를 유리하게 대우한 부당한 조치라는 취지로 조사를 받기도 하는 등 원고를 의원면직한 절차, 과정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었던 점, ⑥ 징계시효가 경과하여 원고를 징계할 수 없게 된 것은 이와 같은 사직의 의사표시의 철회에 대한 판단을 잘못한 피고의 책임이 작지 않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사직의사를 철회한 시기, 원고에 대한 형사소송 진행과정, 원고가 소청을 제기한 사정 및 원고가 사직의사를 철회하였을 당시뿐만 아니라 소청에 대한 결정을 할 당시에도 원고에 대한 징계시효가 남아 있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가 징계시효가 경과하도록 유도하였다거나, 원고의 잘못으로 인하여 징계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⑦ 원고가 자진하여 사직하였던 사정이 원고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한 원인이 되기는 하였겠지만, 사직을 하지 않았던 소외 3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사정(뇌물수수액수가 원고의 경우 550만 원, 소외 3의 경우 400만 원이었는데, 소외 3의 경우 징계과정에서 당초 해임처분을 받았다가 소청에서 정직 3월의 처분으로 변경되었다, 갑 제8호증)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자진사직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는 점 등,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한 때로부터 철회하기까지의 기간,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하게 된 경위, 원고가 사직의 의사를 형성한 동기, 사직의사를 철회하게 된 이유, 사직의사 철회 당시에는 원고에 대한 징계가 가능하였던 점 및 피고가 원고에 대한 의원면직 처분을 하기까지의 절차, 과정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것이 피고에게 불측의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 철회가 신의칙에 반하여 아무런 효력이 없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형평에 반하는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필 것도 없이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데,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홍훈(재판장) 김용상 한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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