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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수원지법 성남지원 1996. 10. 24. 선고 96고단331 판결 : 항소기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업무방해 ][하집1996-2, 768]
판시사항

[1] 수 개의 쟁의행위의 목적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 그 쟁의행위 전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2] 노조 간부에 대한 해고를 철회시킬 목적으로 행해진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소극)

[3]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근로자가 조합원총회 참석을 위하여 회사 구내로의 진입 중 몸싸움 끝에 경비직원에게 상해를 가한 것이 정당한 행위인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정당성의 요건으로서 쟁의행위가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 목적이 정당하여야 하며, 쟁의행위의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하여 그 쟁의 목적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부당한 요구사항이 없었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2] 회사측의 노조 간부에 대한 해고가 인사권을 지나치게 남용한 것으로서 그 적법성이 의심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등으로 다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에게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둘러싸고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함에 있어서 대등한 교섭력을 부여하기 위하여 제도적으로 마련된 쟁의행위를 수단으로 해고조치를 철회시키려고 한 것은 비록 그 해고조치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한 노동쟁의가 발단이 되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정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3] 해고된 근로자라 하더라도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자에 대하여는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하고, 조합원이 총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단체협약에 따라 사전에 통고된 개최예정지인 회사 내로 들어가는 것은 정당한 행위이고 회사측에서 물리력을 동원하여 이를 저지한 조치는 위법하나, 그와 같은 회사측의 저지를 뚫고 회사 내로 진입하기 위하여 몸싸움을 벌이다 회사 직원들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면 이는 정당성의 한계를 일탈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

피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재명

주문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1992. 2. 20.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146의 7 소재 한화전자정보통신 주식회사(이하 회사라고 한다)의 전신인 동양전자정보통신 주식회사(1995. 1. 1.경 한국화약그룹에 인수되어 한화전자정보통신으로 상호변경됨)에 입사하여 생산부 생산과에서 근무하면서 같은 달 27. 위 회사의 노동조합(이하 노조라고 한다)에 가입하고, 1993. 9.경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되어 활동하여 오던 중, 1995. 3. 1. 회사측이 근무기강 확립 차원에서 출근시간 10분 전인 07:50에 열리는 조회에 근로자 전원을 참석토록 지시하는 한편, 같은 해 3. 22. 정문에서 조기출근 여부를 점검하기 위하여 평소 자가용을 이용하는 근로자들이 출·퇴근시 이용하던 후문을 잠그자 이에 노조측에서는 근로시간을 일방적으로 늘리는 조치라며 크게 반발하여 회사측의 위와 같은 방침을 비난하는 대자보를 회사 구내에 붙이고, 회사측에서는 이를 철거하는 등으로 회사측과 노조측이 서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이 출근시간 이전 및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회사 정문 앞 등지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총무과 사무실 등지에서 관리사원들과 말다툼을 벌이다 폭언을 하는 일까지 생기자, 이에 회사측에서는 같은 해 4. 8. 위원장인 피고인을 비롯하여 수석부위원장 공소외 1, 조직부장 공소외 2, 교육부장 공소외 3, 산업안전부장 공소외 4 등의 노조 간부들에 대하여 부당하게 항의시위를 주도하여 출근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상사를 폭행하는 등 직장 내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해고처분을 하였고, 피고인을 비롯한 위 해고자들은 위와 같은 회사측의 조치에 대하여 조합 차원에서 적극 대처하여 이를 번복시키기로 결의하고,

1. 위 공소외 1, 2, 3, 4, 5 등과 공모공동하여,

1995. 4. 10. 07:00경 회사 정문 앞에서 위 공소외 1 등 노조 간부 20여 명과 함께 '부당해고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출근하는 공소외 박종덕 등 조합원 120여 명에게 조기출근 및 근무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계속하여 같은 날 07:50경 회사 정문을 통하여 회사 내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직장예비군 대대장인 피해자 1, 경비실장인 피해자 2, 경비원인 피해자 3 등 회사측 직원들이 피고인을 비롯한 위 해고자들의 회사 내 출입을 저지하자. '단결하여 들어가자'는 공소외 5의 구호에 따라 위 공소외 1 등 노조 간부 및 조합원 40여 명과 함께 정문을 막아 선 위 피해자들을 밀치고 넘어뜨려 위 피해자 1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흉부타박상 등을, 위 피해자 2에게 약 10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양측슬관절부타박상 등을, 위 피해자 3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흉벽타박상 등을 가하고, 계속하여 같은 날 10:30경 회사 옥상으로 올라가 조합원 150여 명을 모이게 하고 3층에 있던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옥상으로 올라가는 통로를 차단하여 옥상을 점거한 다음 같은 날 17:20경까지 사이에 조합원 정기총회, 현장별 분임토의 등의 명목으로 근로자 150여 명으로 하여금 정상조업을 거부하게 하여 위력으로 회사의 생산업무를 방해하고,

2. 위 공소외 2, 3, 4, 5, 6, 7, 8, 9, 10 등과 공모공동하여,

1995. 4. 15. 14:00경 회사 옆 공터에서 피고인 등 노조 간부들에 대한 해고 철회, 노조 탄압금지 등을 요구하면서 집회를 갖던 중, 회사측이 건물 옥상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하여 음악을 크게 틀어 집회를 방해하자, 일과시간 이후이므로 사내 출입을 금지한다는 회사 공장장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정문으로 밀고 들어 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서 회사 건조물에 침입하고, 그 곳에 설치된 회사 소유의 스피커 3개 시가 금 90,000원 상당을 떼어 내 그 효용을 해하고,

3. 위 공소외 2와 공동하여,

같은 해 4. 28. 08:40경 회사 정문 앞에서 피고인 등 조합원들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던 피해자 4를 발견하고 위 공소외 2와 함께 피해자 4의 팔을 잡고 동인이 들고 있던 비디오카메라를 빼앗아 바닥에 던져 버려 위 비디오카메라 1대 시가 금 2,100,000원 상당을 손괴하여 그 효용을 해하고,

4. 위 공소외 1, 2, 3, 4, 5, 6, 11, 12, 13, 14, 15 등 노조 간부들과 공모하여,

가. 같은 해 5. 3. 07:15부터 08:00까지 사이에 회사 서쪽 현관 유리창에 '5·3 파업투쟁으로 민주노조 사수하고 부당해고 철회하자'라는 제하의 유인물을 부착하고, 같은 날 08:00부터 16:40까지 사이에 해고근로자 4인과 노조 간부들이 조합원 130여 명을 3층식당에 집결시켜 분임토의 명목으로 작업을 거부하는 등으로 위력으로써 회사의 생산업무를 방해하고,

나. 같은 해 5. 4. 08:00부터 09:00까지 사이에 공소외 3, 9, 16, 17, 12, 10 등이 운용기술 1실등 각 사업장을 돌며 파업 참여를 촉구하고, 같은 날 09:00부터 12:00까지 사이에 조합원 130여 명을 3층식당에 집결시켜 비디오 관람을 핑계로 작업을 거부하게 하고, 같은 날 13:00부터 16:20까지 사이에 각 분임조 별로 배구 등 운동경기 실시 명목으로 작업은 거부하게 하여 위력으로써 회사의 생산업무를 방해하고,

다. 같은 해 5. 6. 07:25부터 12:40까지 사이에 조합원 110여 명을 3층식당에 집결시켜 작업을 거부하게 하고. 같은 날 08:00경 공소외 2, 11, 18, 10, 16, 15, 19, 8, 20 등이 회사 내 연구소 단말연구부에 들어가 조합원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파업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여 위력으로써 회사의 생산업무를 방해하고,

라. 같은 해 5. 8. 07:15경 조합원 100여 명을 회사 중앙현관에 집결시켜 1층 생산작업장으로 이동하여 작업장 출입문을 잠그고, 이를 점거하여 위력으로써 회사의 생산업무를 방해하고,

마. 같은 해 5. 9. 08:00경 해고근로자 4인 등 조합원 65명과 함께 회사 중앙현관에 집결하여 노조 회계감사인 공소외 5로부터 본사방문집회에 관한 설명을 들은 후, 한 조에 7, 8명씩 10개 조를 짜 같은 날 10:45경 서울 종로구 종로 3가 소재 탑골공원에 재집결하여 '서울시민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하의 유인물 및 해고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유인물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배포하고, 한국화약그룹 회장인 공소외 김승연에 대한 비방구호를 제창하고, 해고근로자 복직투쟁에 관한 피켓시위 등을 하다가, 그 시경 서울 중구 장교동 소재 본사사옥인 현암빌딩을 방문하여 사옥 출입구 앞에서 구호 및 노동가를 제창하는 등 위력으로써 회사의 생산업무를 방해하고,

바. 같은 해 5. 10. 08:00경 1층 생산작업장 출입문을 위 이휘근 등 노조 간부들과 함께 가로막고 회사 간부사원들의 출입을 막으면서 조합원만 출입을 시키고, 같은 날 09:00경 위 공소외 2, 3, 1 등 해고근로자와 위 공소외 11, 5, 12, 19 등 노조 간부 기타 조합원 등 50여 명과 함께 2층 생산기술실, 운용기술 1, 2실, 시설부, 생산부 사무실, 3층 연구소 등을 순회하면서 북을 치고 파업에 가담하지 아니한 조합원들의 이름을 호명하고, 그 중 공소외 21, 22를 연구소 내에서 끌어내는 등으로 위력으로써 회사의 정상적인 생산활동 등의 업무를 방해하고,

사. 같은 해 5. 11. 08:00경 조합원 73명을 동원하여 1층 생산작업장을 점거하고 출입문을 잠궈 위력으로써 회사의 생산업무를 방해하고,

아. 같은 해 5. 12. 08:00경 조합원 47명과 함께 1층 생산작업장을 점거하기 위하여 출입구에 설치된 셔터문의 자물쇠를 부수고 생산작업장에 들어 가 이를 점거하여 위력으로써 회사의 생산업무를 방해하고,

자. 같은 해 5. 15. 전국 59개 전화국에 파견되어 있는 교환기 설치요원 39명으로 하여금 근무지를 이탈하여 파업에 참여하게 하여 위력으로써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판시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

1. 증인 심경섭, 김형명, 김중모, 피해자 2, 김건지, 최교윤, 공소외 7의 이 법정에서의 판시 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

1. 검사 작성의 피고인 및 공소외 2, 1, 3, 4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판시 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검사 작성의 심경섭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판시 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2, 3, 14, 12, 13, 15, 10, 9, 8, 20, 4, 6, 5, 11, 1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판시 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사법경찰리 작성의 김중모, 피해자 2, 김형명, 김건지, 최교윤, 고재홍, 최낙석, 임용세, 남일석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판시 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수사기록에 편철된 각 상황일지 중 판시 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1. 수사기록에 편철된 각 사진 중 판시 사실에 부합하는 각 영상

1. 의사 손국배 작성의 피해자 2, 1, 3에 대한 각 상해진단서 중 판시 각 상해의 부위와 정도의 점에 부합하는 각 기재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각 징역형 선택) 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2항, 제1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7조 제1항, 제30조(판시 제1의 각 상해의 점), 각 같은 법 제314조, 제30조(판시 제1, 판시 제4의 각 업무방해의 점),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2항, 제1항, 위 개정 전 형법 제319조 제1항, 제30조(판시 제2의 건조물침입의 점),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2항, 제1항, 위 개정 전 형법 제366조, 제30조(판시 제2의 손괴의 점),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2항, 제1항, 위 개정 전 형법 제366조(판시 제3의 손괴의 점)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판시 각 죄중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판시 제1의 가. 피해자 1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초범, 6년 이상 피해 회사에서 사고없이 근무하여 온 점, 동기면에 있어서 회사측이 노사분쟁을 대화를 통하여 합리적으로 풀어나가기를 거부하고 분쟁 초기에 피고인 등 조합간부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므로 이에 맞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 쟁의행위의 태양이 전체적으로 폭력적이지 아니한 점 등 참작)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 장

변호인은, (1) 회사측에서 일방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시업시각 10분 전까지 출근할 것을 지시하고, 종래 근로자들이 출·퇴근시 이용하여 오던 후문을 폐쇄하고, 휴게시간을 임의로 지정하는 등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킨 데 대하여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근로자들이 반발한 데서 노동쟁의가 발생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회사측에서는 피고인을 비롯한 노동조합 주요 간부들을 해고조치하여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방해하므로, 관계 관청에 노동쟁의를 신고하고 노동쟁의조정법상의 냉각기간을 거쳐 이 사건 쟁의행위에 돌입하게 되었는바, 위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회사측의 조합 간부들에 대한 해고조치의 철회는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항이고, 출근시간 및 휴게시간은 근로조건 그 자체로서 이를 둘러싸고 회사측과의 쟁의를 해결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이 사건 쟁의행위는 그 목적이 상당하므로, 비록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하여 회사측의 업무가 방해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정당한 노동조합활동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고, (2) 노조와 회사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에 의하면, 노조는 연 2회 한도 내에서 회사측에 사전 통지한 후 근무시간을 포함하여 어느 때라도 조합원총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회사측에서 피고인 등 노조 간부들을 해고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등이 위와 같은 해고조치에 대하여 다투고 있어 조합원 및 위원장 등 노조 간부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보유하는데, 노조에서 회사측에 1995. 4. 10. 조합원 총회를 개최한다는 통지를 사전에 한 이상, 같은 날 조합원총회를 개최한 것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에 속하고, 피고인으로서도 조합원 및 노조 위원장의 자격으로 총회 참가를 위하여 회사 구내로 출입할 정당한 권리가 있는데, 회사측에서 경비직원인 피해자 1 등을 동원하여 물리력으로 이를 막으려고 하므로 동인 등과 서로 밀고 당기는 등 몸싸움을 한 것은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한 위법행위에 대항한 정당한 행위이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 1, 2, 3 등이 경미한 상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피고인으로서는 책임이 없고, 나아가 같은 날 개최된 조합원총회로 인하여 회사의 업무가 방해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고, (3) 피고인 등이 근무시간 외에 관계 관청에 신고를 마치고 적법하게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회사측에서 옥상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하여 음악을 내보내 집회의 진행을 방해하므로, 이를 막기 위하여 부득이 회사 옥상에 올라가 스피커를 분해하게 된 것으로, 이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정당방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상당한 행위이고, (4) 피고인이 피해자 4로부터 비디오카메라를 빼앗은 것은 아무런 동의도 받지 아니한 채 채증행위를 하여 피고인 등의 인격권과 사생활을 침해하므로, 이에 대항하여 한 정당한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2.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1995. 3. 1. 회사측이 근무기강 확립 차원에서 출근시각 10분 전인 07:50에 열리는 조회에 근로자 전원을 참석토록 지시하고, 이후 매일 아침 정문에서 07:50 이후에 출근하는 근로자들을 파악하여 그 명단을 각 부서에 통보하는 한편, 같은 해 3. 22. 정문에서 조기출근 여부를 점검하기 위하여 평소 자가용을 이용하는 근로자들이 출·퇴근시 이용하던 후문을 폐쇄한 사실, 이에 노조에서는 같은 해 3. 24. 회사측의 위와 같은 조치가 근로시간을 일방적으로 연장시키는 부당한 조치라며 크게 반발하여 이를 비난하는 대자보를 회사 구내에 붙였으나, 회사측 관리직원들이 위 대자보가 사전에 승인받은 벽보가 아니라는 이유로 떼어내자, 공소외 3, 2, 7, 4 등 노조 간부 및 조합원들이 관리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그들 사이에 폭언이 오갔으며, 같은 날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피고인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이 회사 중앙현관에서 조합원들을 집결시키고 '노조 탄압말라'는 등의 구호를 외친 다음, 피고인 등 노조 간부들이 관리부 사무실로 들어가 구호를 외치고 폭언을 하는 등 회사측의 조치에 대하여 강력하게 항의한 사실, 그 후 같은 해 3. 27.부터 4. 7.까지 사이에 피고인 등 노조 간부들은 아침 출근시간 전인 07:00경부터 07:50경까지 사이에 회사정문 앞에 도열하여 구호를 외치고, 중앙현관 앞에서 출근하는 근로자들에게 "회사측이 근무기강 확립을 핑계로 노조와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노조에서 붙인 대자보를 철거하는 등 노조의 활동을 탄압하여 1995년도 임금협상에서의 노조의 입지를 약화시키려 한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였고, 이에 맞서 회사측에서는 같은 해 4. 1. 피고인을 비롯한 수석부위원장 공소외 1, 조직부장 공소외 2, 교육부장 공소외 3, 산업안전부장 공소외 4 등 노조 간부들을 사내질서를 문란케 하였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사실, 이에 노조측에서는 같은 해 4. 3.부터 수차에 걸쳐 회사측에 같은 해 3. 21.부터 4. 3.까지 사이에 발생한 분쟁과 관련하여 '노조 간부 인사위원회 출석, 휴게시간 시행 기타 노사분쟁에 대한 안건'을 내세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회사측이 노조 간부의 인사위원회 출석 문제는 사용자측의 전권에 속하는 인사권에 관련된 사항으로서 근로조건에 관한 문제가 아니고, 휴게시간 문제는 회사측에서 10:00부터 10:10까지 10분간 휴게시간을 더 준 것을 문제삼는 것으로서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는 관련이 없고, 기타 노사분쟁에 대한 안건이라는 것은 특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아니하자, 같은 해 4. 7. 단체협약에 정해진 바에 따라 회사측에 조합원총회를 같은 해 4. 10. 개최할 계획임을 통보하였고, 회사측은 같은 해 4. 8.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피고인 등 조합 간부 5인을 해고한 사실, 이에 피고인 등 해고근로자 5인은 같은 날 회사측에 재심을 청구하고, 같은 해 4. 10. 07:50경 여타 노조 간부들과 함께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회사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경비직원들이 이를 제지하자 서로 몸싸움을 벌이던 끝에 피해자 1 등 회사측 직원들에게 부상을 입힌 다음, 같은 날 10:30경 근로자 150여 명을 회사 옥상으로 집결시켜 출입구를 차단한 다음 조합원총회 및 임시대의원회의를 개최하여 쟁의발생신고를 하기로 의결하고, 퇴근시간이 지난 같은 날 17:20경까지 사이에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현장별 분임토의 등을 가졌으며, 같은 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발생신고를 하는 한편, 회사측의 해고조치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사실, 그 후 노조측은 같은 해 4. 11.부터 조기출근 및 휴게시간 일방지정 철회, 조합활동 보장,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회사측과 수차에 걸쳐 단체교섭을 가졌으나, 회사측이 피고인 등 해고근로자들과는 협상을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교섭이 결렬되자, 노조측은 같은 해 4. 21. 퇴근시간 후 조합원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여 쟁의행위 결의를 하였고, 같은 해 4. 28.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및 성남시 등에 쟁의행위신고를 한 사실, 그 후에도 노조측은 회사측과 단체교섭을 가졌으나, 그 때마다 모두 교섭이 결렬되자, 같은 해 5. 2. 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한 사실이 인정된다.

3. 판 단

가. (1) 쟁의행위의 본질상 사용자의 정상업무가 방해되는 것은 부득이한 것으로서 사용자는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으나, 이러한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날 때에는 업무방해죄 등의 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없고,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정당성의 요건으로서 쟁의행위가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 목적이 정당하여야 하며, 쟁의행위의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하여 그 쟁의 목적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부당한 요구사항이 없었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 당초 회사측에서 근로자들에게 시업시각 10분 전까지 출근할 것을 지시한 조치가 발단이 되어 노동쟁의가 발생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후 노조측에서 회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내세운 안건이 '노조 간부 인사위원회 출석, 휴게시간 시행 기타 노사분쟁에 대한 안건'으로 되어 있고 노동위원회에도 같은 내용으로 노동쟁의 발생신고를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시업시각 10분 전 출근문제가 쟁의사항의 하나라고는 하나 그것이 주된 목적은 아니고, 오히려 회사측이 피고인 등 노조 간부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후로는 피고인 등에 대한 해고조치를 저지하는 것이 노조의 현안이 되어 이후 노조측의 요구로 회사와 수차에 걸쳐 단체교섭을 갖고 교섭이 결렬되자 쟁의행위에 돌입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피고인 등 해고근로자에 대한 해고조치의 철회가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이 되었고, 위와 같은 목적이 없이 단지 출근시간을 사실상 10분 앞당기고 대신 작업시간 중에 같은 시간의 휴게시간을 준다는 회사측의 조치를 철회시키기 위하여 이 사건 쟁의행위에 돌입한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2) 위 인정과 같이 피고인을 비롯한 노조 간부 5인이 회사측의 조기출근제 강행에 맞서서 출근시간 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항의시위를 하고, 유인물을 배포하고 대자보를 게시하는 과정에서 회사 관리직 사원들과 마찰을 빚어 간부들에게 다소 폭언을 하였다는 이유로 회사측에서 피고인을 포함한 주요 노조 간부 5인을 해고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는 회사측이 인사권을 지나치게 남용한 것으로서 그 적법성이 의심된다 할 것이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등으로 다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에게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둘러싸고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함에 있어서 대등한 교섭력을 부여하기 위하여 제도적으로 마련된 쟁의행위를 수단으로 해고조치를 철회시키려고 한 것은 비록 그 해고조치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한 노동쟁의가 발단이 되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정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나. (1) 해고된 근로자라 하더라도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자에 대하여는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하고, 조합원이 총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단체협약에 따라 사전에 통고된 개최예정지인 회사 내로 들어가는 것은 정당한 행위이고 회사측에서 물리력을 동원하여 이를 저지한 조치는 위법하다 할 것이나, 위와 같은 회사측의 저지를 뚫고 회사 내로 진입하기 위하여 몸싸움을 벌이다 회사 직원들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면 이는 정당성의 한계를 일탈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단체협약상 노조는 연 2회 한도 내에서 회사측에 사전 통보를 하고 근무시간 중에 조합원총회를 열 수 있고, 이에 따라 1995. 4. 7. 회사측에 3일 후 조합원총회를 개최할 뜻을 통지하였다 하더라도, 사건 당일 10:30부터 퇴근시간이 지나도록 사전에 통고된 조합원총회 이외에 임시대의원회의 및 현장별 분임토의 등을 진행하여 조합원들로 하여금 하루 종일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면, 이는 단체협약에서 예정하고 있는 허용된 조합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정당한 조합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다. 회사측에서 스피커를 통하여 음악을 크게 내보내 집회의 진행을 방해하고 회사 정문 앞에 도열하여 있던 피고인 등 노조 간부들을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하여 촬영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피고인 등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를 막기 위하여 회사 옥상에 무단으로 올라가 스피커를 떼어 내 분해하고 비디오카메라를 빼앗아 내던져 이들은 손괴한 것이 정당방위나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라는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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