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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3. 9. 8. 선고 93구14471 제3특별부판결 : 확정
[유족보상금지급청구부결처분취소청구사건][하집1993(3),473]
판시사항

공무수행 중 돌연사한 경우 공무와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판결요지

질병의 주된 원인이 공무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직무상과로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과 겹쳐서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른바 돌연사의 경우와 같이 사전 및 사후검사에서도 사인이 될 병변이 밝혀지지 아니한 경우라 하더라도 직무상과로가 유인이 되어 아직 밝혀지지 아니한 그 어떠한 질병을 급속히 유발하였거나 악화시킨 것으로 보아야 할 경우라면 공무와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함이 상당하다.

원고

임복연

피고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주문

1. 피고가 1989. 8. 29. 원고에 대하여 한 망 박치홍의 유족보상금 지급청구부결처분은 이를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 및 갑 제1호증 내지 갑 제5호증, 갑 제16호증 내지 갑 제18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을 제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소외 망 박치홍은 1981. 2. 1. 지방농림기원보로 임용되어 양평군 개군면에서 지방공무원을 시작으로 양평군내 각 면에서 근무하다가 1989. 2. 15. 부터 위 개군면에서 병사 및 민방위 사무를 맡아왔다.

(2) 위 망 박치홍은 위와 같이 병사 및 민방위 사무를 맡아오던 중 1989. 6. 14. 10 : 30경 민방위소집통지서를 교부하기 위하여 업무용 오토바이를 타고 출장을 나갔다가 같은 날 14 : 30경 개군면 향리 이장인 소외 한승희 집에서 소주 한잔을 2회에 걸쳐 나누어 마시자마자 갑자기 뒤로 넘어져서 사망하였다.

(3) 이에 위 망인의 모인 원고가 위 망인의 사망이 공무원연금법 제61조 소정의 공무상 사망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보상금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1989. 8. 29. “위 망인의 사망이 공무의 특수성이나 과로에서 기인된 것이 아니고 위 망인의 신체적 조건이 사망당일 출장중에 현재화 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사망과 공무와의 상당인과 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유족보상금청구를 부결하는 처분(이하에서는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

가. 인정사실

앞에서 든 각 증거 및 갑 제6호증 내지 갑 제15호증의 2, 갑 제19호증의 1 내지 갑 제21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신태희, 권영덕, 박치헌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되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위 망 박치홍은 1960. 3. 10. 생으로 양평종합고등학교 3학년 재학중인 1980. 지방농림기원보 시험에 합격하여 같은 해 10. 15.부터 지방농림기원시보로 실무수습을 마치고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1981. 2. 1. 지방농림기원보로 임용되어 양평군 개군면에서 지방공무원을 시작으로 양평군내 각 면에서 근무하다가 1985. 6. 1. 에는 지방농업기원으로 승진하였으며, 1989. 2. 15. 부터는 위 개군면에서 병사 및 민방위 사무를 맡아 왔고, 위 사망 후 사망일자인 같은 해 6. 14. 자로 지방행정주사보로 추서되었다.

(2) 위 망 박치홍은 평소 신체가 건강할 뿐만 아니라 근면성실하여 1984. 12. 31. 에는 군정유공자로 선정되어 양평군수로부터 표창을 받았고, 1986. 12. 31. 과 1988. 12. 31. 에는 중산유공자로 선정되어 경기도지사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하였다.

(3) 그런데 위 망 박치홍은 1989. 5. 2. 부터 같은 달 27. 까지 경기도 지방공무원교육원이 시행한 교육을 받느라고 자기 업무를 못하게 되자 그 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고 같은 달 28. 일요일인데도 출근하여 일하는 등 거의 매일 23 : 00경까지 각 집을 방문하여 병력동원소집통지서 교부, 90년도 징병검사대상자에 대한 제1국민역 실지조사, 신규민방위대원에 대한 훈련통지서 교부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사무실에서는 1989년도 징병검사에 대한 호적적출 조사표 작성, 1989년도 징병검사 대상자에 대한 수검통지서 작성, 자격 면허카드 작성 등의 업무를 하였다.

(4) 위 망인은 사망한 같은 해 6.14. 당일에도 아침부터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08 : 00경 망인의 집을 출발하여 출근길에 위 개군면 공세 1리 이장집에 들러 민방위보충교육훈련통지서를 전달하고, 08 : 30경 면사무소에 도착한 후 긴급한 사무를 처리한 다음 10 : 30경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민방위보충교육훈련통지서를 교부하려고 같은 면 하자포 1리, 부2리, 부1리 및 주읍리 등을 출장다니다가 같은 날 14 : 30경에는 같은 면 향리 이장인 소외 한승희 집에서 위와 같이 소주 한잔을 마시다가 갑자기 뒤로 넘어져서 사망하였다.

(5) 위 망 박치홍은 29세의 신체건강한 청년으로 평소에 별다른 질병은 발견되지 않았고, 위 사망의 직접사인은 심정지로서 그 밖의 선행사인은 밝혀지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평시 건강하게 보이던 사람이 생활 중 돌연히 예기치 못한 가운데 사망한 경우를 급사 또는 돌연사라고 하고 여기에는 외적 원인으로 사망하는 외인성급사와 병사 또는 자연사 등 내적 원인으로 사망하는 내인성급사가 있으며, 내인성급사는 안정시보다 무엇인가 행동할 때 즉 육체적 행동, 정신적 흥분, 음주, 성교, 분만, 마취, 수술, 타인으로부터의 구타 등 유인이 있을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내인성급사 중 15 내지 30세의 건강하던 청장년이 사인이 될 만한 병력 없이 돌연히 사망하는 것으로 사후검사에서도 사인이 될 병변의 입증을 할 수 없는 죽음을 청장년급사증후군이라 한다. 또한 이러한 급사의 유인 중 가장 많은 것은 남자의 경우 과로로 41%나 된다.

나. 판 단

(1) 공무원연금법 제61조 제1항 소정의 유족보상금지급청구의 요건인 ‘공무상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란 공무원의 직무집행 중 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를 뜻하므로 공무와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병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나, 질병의 주된 원인이 공무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직무상과로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과 겹쳐서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나아가 사전 및 사후검사에서도 사인이 될 병변이 밝혀지지 아니한 경우라 하더라도 직무상과로가 유인이 되어 아직 밝혀지지 아니한 그 어떠한 질병을 급속히 유발하였거나 악화시킨 것으로 보아야 할 경우라면 공무와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2)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망인은 신체건강한 젊은 남자이었는데 사망 당시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병력소집통지서교부, 제1국민역실지조사, 신규민방위대원훈련통지서교부 등 과중한 업무로 피로한 상태였으며, 위 사망은 돌연사로서 위 망인에게 사망원인이 되는 기초질병이 밝혀지지 아니하였고 과로 이외에 다른 유인 또한 밝혀지지 아니한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망인의 사망과 위 업무상과로와의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위 망 박치홍의 사망과 공무수행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할 것이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용인(재판장) 이재홍 백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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