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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1989. 6. 1. 선고 88나4073 제3민사부판결 : 확정
[손해배상(기)][하집1989(2),266]
판시사항

상인간의 매매에 있어서 매수인의 목적물검사 및 통지의무와 손해배상청구권

판결요지

상인간의 매매에 있어서 매수인은 매도인으로부터 목적물을 수령한 후 지체없이 이를 검사하여 하자를 발견하면 즉시 매도인에게 그 내용을 통지하여야 하고 이 경우의 검사는 당해 목적물을 거래하는 상인으로서 매수인이 갖고 있는 전문지식 등을 고려하여 그러한 종류의 거래에서 통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가지고 하자발견을 위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며 위 검사 및 하자통지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잃게 된다 할 것이므로, 농약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가 제초제 제조를 위하여 필요한 원료인 노말부타놀을 주문·구입함에 있어 이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부타놀이라고만 표시한 결과 화공약품업자로부터 아이소부타놀을 배달받아 이를 노말부타놀로 믿고 아무런 검사도 하지 아니한 채 막바로 그에 다른 물질을 혼합하여 부타원제를 제조하였다면 농약제조회사로서는 위 아이소부타놀을 수령한 후 지체없이 이를 검사하여 그 하자를 통지하여야 할 의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어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참조조문
원고, 항소인

한미합자 제일농약주식회사

피고, 피항소인

소점선

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원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1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1,2심 모두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는 판결 및 가집행선고.

이유

1. 각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 1호증의 1, 2(외상매입장 표지 및 내용), 갑 제8호증, 갑 제17호증의 1, 2, 3(각 세금계산서), 갑 제10호증의 2(내용증명), 공성부분 및 수령사실에 다툼이 없는 갑 제10호증의 3(내용증명), 원심증인 김덕기의 증언에 의하여 각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갑 제5호증의 1, 2(사업지시서표지 및 내용), 갑 제6호증의 1, 2(생산일지표지 및 내용), 원심증인 한희동의 증언에 의하여 각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갑 제13호증의 1, 2(장부표지 및 내용)의 각 기재와 원심증인 김덕기, 한희동, 이병인, 당심증인 이성제의 각 증언(단 위 증인 이병인의 증언 중 뒤에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농약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로서 1987.1.경부터 화공약품판매업을 영위하는 피고로부터 메타놀, 유화소다, 아세톤 등 화공약품을 구매하여 왔는데, 같은 해 5월 초순경 제초제인 부타원제를 제조하다가 그 원료인 노말부타놀이 부족하여 총무부장인 소외 한희동을 시켜 급히 피고에게 노말부타놀 5,090킬로그램을 주문한 사실, 그런데 부타놀에는 원래 노말부타놀(normalbtanol), 아이소부타놀(iso-butanol), 세컨더리부타놀(secodary butanol), 터셔리부타놀(teriary butanol)등 여러 종류가 있는 바, 그 중에서 농약의 원료로는 노말부타놀만 사용되며, 원고가 피고와의 위 거래 이전에 소외 세원기업주식회사와 거래할 때 원고가 부타놀을 주문하면 위 회사에서는 으례 노말부타놀을 보내왔기 때문에, 위 한희동은 피고에게 위와 같은 노말부타놀을 주문함에 있어서도 "노말부타놀"이라고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하고 늘상 해오던 대로 그냥 "부타놀"이라고만 하였고, 그때까지 부타놀에 관하여는 원고와 거래가 없었던 피고는 화공약품대리점을 경영하는 소외 이 병인에게 다시 전화로 주문하여 그를 통하여 같은 해 5.28. 원고에게 아이소부타놀 5,090킬로그램을 보낸 사실, 당시 피고가 위 부타놀의 종류, 성분, 수량 등을 기재한 성적서나 세금계산서 등을 함께 보내오지 아니하였으나 원고는 피고가 화공약품 취급상인으로서 위험물취급자격자이고 그때까지의 거래를 통하여 원고가 농약제조회사임을 알고 있었으니 피고가 보내온 위 부타놀이 당연히 노말부타놀일 것이라고 믿고 그중 3,368킬로그램을 엠.알.엠(MRM) 6,600킬로그램에 혼합하여 부타원제를 만들었는 바, 그 제품이 이상하여 같은 해 6.4. 제품을 분석하여 본 결과 피고가 보내온 부타놀이 "노말부타놀"이 아님을 의심하고 비로소 피고에게 성적서, 세금계산서 등을 요구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가 위 이병인으로부터 받은 세금계산서를 기초로 작성하여 보내온 세금계산서(갑 제8호증, 발행일은 애초의 납품일인 같은 해 5.28.로 기재하였다)를 보고 위 부타놀이 노말부타놀이 아니라 농약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아이소부타놀임을 알게 되어 뒤늦게 피고에게 그 내용을 통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없다.

2. 원고는 위 인정사실을 기초로 하여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원고가 피고에게 농약의 원료로 쓰이는 부타놀, 즉 노말부타놀을 주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화공약품상이며 위험물취급자격자인 피고가 노말부타놀과 아이소부타놀이 같은 것으로 잘못 알고 위와 같이 원고에게 아이소부타놀을 보내왔고, 그것이 노말부타놀인 것으로 믿은 원고가 거기에 위 엠알엠을 혼합하여 부타원제를 제조하려 하였으나 제초제로 사용할 수 없는 폐품만 만들게 되어 원료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는바,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잘못으로 원료비, 인건비, 동력비, 분석비 등 합계 금 18,904,348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여 그중 원고의 과실을 고려하여 스스로 과실 상계한 나머지 금 15,000,000원의 배상을 구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원·피고 사이의 위 부타놀거래는 상인간의 매매에 해당한다 할 것으로, 일반적으로 상인간의 매매에 있어서 매수인은 매도인으로부터 매매목적물을 수령한 후 지체없이 이를 검사하여 그 결과 하자를 발견하면 즉시 매도인에게 그 내용을 통지하여야 하고( 상법 제69조 제1항 ), 이 경우의 검사는 당해 목적물을 거래하는 상인으로서 매수인이 갖고 있는 전문지식 등을 고려하여 그러한 종류의 거래에서 통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가지고 하자발견을 위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며, 만일 위 검사 및 하자통지를 게을리 한 경우에는 그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잃게 된다 할 것인데(위 같은 법 조항), 각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15호증의 1, 2(화학약품편람표지 및 내용), 갑 제18호증의 1, 2(사실조회회보서 및 검토의뢰서), 갑 제19호증의 1, 2(조회회시에 대한 보완 및 검토의견서보완)의 각 기재와 당심증인 신화자의 증언(단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노말부타놀과 아이소부타놀이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무색 투명하고 냄새가 비슷하여 쉽게 구별이 안되나, 양자가 비중 및 비등점이 다를 뿐만 아니라 원고회사에는 독일 하이델베르그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국방연구소장으로 근무하는 화학전문가가 있어 원고가 보유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적외선분광분석기와 가스크로마토그라프를 이용하면 쉽게 양자를 구별할 수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일부 반하는 위 증인 신화자의 증언부분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없는바, 그렇다면 원고는 화공약품을 원료로 농약을 제조하는 전문회사로서, 위와 같이 화학전문가인 연구소장이 있고 분석설비까지 갖추고 있는 점에 비추어 피고로부터 위 부타놀을 수령한 후 지체없이 이를 검사하였더라면 그것이 원고가 애초에 주문한 노말부타놀이 아님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따라서 즉시 그 사실을 피고에게 통지할 수 있었을 터인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부타놀을 수령한 후 아무런 검사를 하지 아니한 채 막바로 이를 부타원제의 제조에 사용하였기 때문에 위 수령후 여러날이 지나서야 비로소 위 부타놀이 원고가 주문한 노말부타놀이 아님을 알게 되어 뒤늦게 피고에게 그 내용을 통지함으로써 매수인으로서의 검사 및 하자통지의무를 게을리 하였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위 부타놀을 원고에게 납품할 때 그것이 원고가 주문한 노말부타놀이 아님을 알고 있었으므로 상법 제69조 제2항 에 의하여 원고는 여전히 위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피고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에 부합하는 듯한 위 증인 이병인의 증언부분은 위 갑 제10호증의 2의 기재와 위 증인 김덕기, 이성제의 각 증언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위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의 위 부타놀주문 실무담당자인 위 한희동이나 화공약품상인 피고 모두 위 거래당시 도대체 부타놀에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여러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달리 피고의 악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없다 할 것이다.

3. 그렇다면 검사 및 하자통지의무를 게을리 한 원고로서는 피고에게 그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니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없이 이유없이 기각할 것인 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원판결은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재헌(재판장) 박태범 민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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