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무죄
서울형사지법 1994. 3. 23. 선고 93노3308 제5부판결 : 확정
[사기미수피고사건][하집1994(1),567]
판시사항

부동산의 전 소유자를 상대로 선순위 가등기에 의하여 본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판결을 받은 것이 소송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소송사기에 있어서 피기망자인 법원의 재판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착오에 의한 재물의 교부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어서 사기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데, 피고인이 부동산의 전 소유자를 상대로 선순위 가등기에 의하여 본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판결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판결의 효력은 소송당사자 사이에만 미치고 제3자인 현재의 소유자에게는 미치지 아니하는 것이어서 위 판결로 인하여 소유자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게 되는 것이 아니므로(물론 이 경우 위 판결에 기하여 선순위 가등기권리자인 피고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면 후순위 가등기에 기하여 소유자 앞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는 등기공무원이 직권으로 말소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나, 이는 가등기의 순위보전의 효력에 의한 것일 뿐, 판결 그 자체의 효력에 기한 것은 아니다),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편취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피고인의 항소이유

피고인의 항소이유 중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점의 요지는, (1) 피고인은 권영철로부터 아직 더 받을 돈이 있어서 동인의 소유이던 분할 후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산 1의 2 임야 1,771평방미터에 관하여 피고인 앞으로 되어 있는 가등기가 피담보채무의 잔존으로 인하여 유효하게 존재한다고 믿고 이러한 법률관계를 소상히 알고 있는 공소외 이원형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동인을 소송대리인으로 하여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청구한 것으로, 피고인으로서는 다투어 볼만하다고 판단이 되어 소송을 제기한 것이므로 소송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고 소송사기의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고, (2) 피고인이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위 임야의 1990년 당시 공시지가가 1억 2,751만여 원인 점에 비추어, 1989년 당시 시가는 5억 3,600만 원이 아닌데도 원심이 그와 같이 그릇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는 데 있으며, 양형부당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이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경위, 권영철과의 관계, 권영철과 합의한 점 등 제반의 정상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데 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79.7.20.경 공소외 권영철 소유의 공원부지인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산 1의 2 임야 9,124평방미터 및 같은 동 산 1의 7 임야 14,479평방미터에 관하여 공소외 서조연과 같이 서울시의 재개발사업인가를 받아 이를 타인에게 처분하여 평당 65,000원 이상 받는 금액의 50%는 위 권영철이, 각 25%는 피고인과 위 서조연이 각 나누어 갖기로 하는 취지로 위 권영철과 간에 약정을 하면서 보증금 명목으로 피고인과 서조연이 위 권영철에게 각 1,500만 원을 무이자로 차용하여 주었고, 1981.5.18.경 위 권영철 소유의 위 답십리동 임야 2필지 및 인근 임야인 같은 동 산 1의 4 등 약 7,260평을 신안건설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우경선에게 1981.6.15.까지 매도인측에서 서울시의 재개발사업인가를 받아주고 이를 받아주지 못할 때에는 매매계약을 해제, 위약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대금 10억 890만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즉시 계약금 명목의 5,000만 원을 교부받아 그중 4,000만 원은 위 권영철이, 각 400만 원은 피고인과 위 서조연이 나누어 갖고 나머지 200만 원은 소개비로 지급하였으나 위 약정기일까지 서울시의 재개발사업인가를 받아주지 못하게 되자 1981.9.15.경 위 신안건설주식회사에 위 매매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7,500만 원을 1981.11.15.까지 지급하기로 하면서 위 권영철이 발행하고 피고인과 위 서조연이 배서한 약속어음 액면금 6,000만 원짜리 1장, 액면금 1,500만 원짜리 1장을 위 신안건설주식회사에 교부함과 동시에 위 액면금 6,000만 원짜리 약속어음에 대하여는 권영철이 5,000만 원을 피고인과 위 서조연이 각 500만 원을 각 부담하고 위 액면금 1,500만 원짜리 약속어음에 대하여는 위 권영철이 전액 부담하기로 하되 위 액면금 6,000만 원짜리 약속어음에 대한 지급담보를 위하여 피고인 소유로서 공소외 윤미암 명의의 서울 성동구 성수동 2가 73의 5, 73의 6 대지 2필지 약 230평에 관하여 1981.9.16. 위 신안건설주식회사 명의로 가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는바, 그 후 위 액면금 6,000만 원짜리 약속어음에 대한 지급이 없어 위 신안건설주식회사는 피고인 소유의 위 성수동 대지 2필지에 관하여 1982.1.29.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경료하자, 위 권영철이 부담하기로 하였던 위 50,000,000원의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여 피고인 소유의 위 대지 2필지가 위 신안건설주식회사에 넘어간 것이라고 하면서 이에 담보를 요구하는 바람에, 1982.2.19. 위 권영철이 위 답십리동 1의 2 임야 9,124평방미터에 관하여 매매예약금 5,000만 원에 피고인 명의로 가등기를 설정하여 주고 위 채무금을 1982.4.18.까지 변제하여 주기로 합의한 뒤 위 권영철이 1982.5. 일자불상경 위 신안건설주식회사에 대한 채무금을 변제하도록 피고인에게 2,000만 원을 주었으나 그가 이를 임의로 소비하여 위 신안건설주식회사는 1982.10.7.경 피고인 소유이던 위 성수동 대지 2필지를 공소외 이정현 등 15명에게 대금 7,590만 원에 매도한 뒤 1983.4. 일자불상경 피고인과 간에 정산차액금 약 400만 원과 별도의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900만 원 등 합계 1,300만 원을 지급하여 정산완료되었을 뿐아니라, 위 권영철이 1983.6.10.경 공소외 조명자에게 그 소유의 위 답십리동 임야 2필지 중 서울시의 재개발사업인가가 나올 예정지 약 3,000평을 재개발사업인가를 받은 후 분할하여 주는 조건으로 대금 6억 6,000만 원에 매도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금 1억 2,000만 원 및 중도금 1억 3,500만 원을 지급받고 1984.10.16.경 위 임야에 대한 서울시의 재개발사업인가가 나면서 위 임야 중 분할 후의 같은 동 산 1의 2 임야 1,771평방미터가 계속 공원부지로 남게된 반면 인근에 있는 공소외 박일석 소유의 분할 후 같은 동 산 1의 9 임야 2,113평방미터는 공원부지에서 풀려 재개발사업인가지역에 포함되는 바람에 위 권영철은 위 박일석에게 2,000만 원을 주고 분할 후의 산 1의 2 임야와 산 1의 9 임야를 교환하여 이를 위 조명자에게 매도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결국 위 권영철과 위 조명자 간의 매매목적물은 같은 동 산 1의 2에서 분할된 1의 12(7,157평방미터), 1의 13(128평방미터), 위 같은 동 산 1의 7에서 분할된 1의 9(2,113평방미터), 산 1의 10(191평방미터) 등 4필지 합계 9,589평방미터로 확정되고, 그 후 위 조명자는 피고인 명의의 1982.2.19.자 가등기 등 문제로 위 권영철에 대한 잔금이행을 미루어 오던 중, 1984.10.15. 위 권영철은 위 조명자로부터 잔금 4억 500만 원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에게 우선 위 임야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고 위 조명자는 위 잔금 중 위 임야 등에 대한 1번 가등기권자인 공소외 최흥식 등 6명에 대한 건물보상비, 이주보조비 명목의

3,000만 원 등 합계 1억 3,000만 원을 그들에게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 2억 7,500만 원에 대하여는 그녀의 대리인인 박영호 변호사에게 보관하여 피고인에 대한 위 권영철의 채무금을 4,500만 원(1979.7.20. 보증금 명목으로 차용한 1,500만 원과 1981.9.15. 신안건설주식회사에 발행한 액면금 6,000만 원짜리 약속어음금 중 위 권영철에 부담하기로 했던 5,000만 원 중 1982.5.경 위 권영철이 피고인에게 지급한 2,000만 원을 공제한 3,000만 원을 합한 금액)으로 하고 피고인 소유이던 위 성수동 대지 2필지에 대한 손해배상금 명목의 2,500만 원을 위 잔금 중에서 위 박영호 변호사가 피고인에게 직접 지급하여 피고인 명의의 가등기를 말소한 다음 나머지 잔금을 위 권영철에게 지급하기로 서로 합의를 한 다음, 위 박영호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위 7,000만 원을 수령하고 위 가등기를 말소하도록 여러 차례 독촉을 하였으나 피고인으로서는 위 조명자가 매수한 임야에 대하여 서울시의 재개발사업인가가 난 뒤 지가가 많이 오르고 그녀가 그 곳을 택지로 개발하여 우성건설주식회사에 이를 매각하는 등 사업추진을 위하여 피고인의 가등기를 우선적으로 말소하여야 할 다급한 입장에 있음을 알아차리고 위 조명자로부터 위 권영철의 채무금 외에 금원을 더 받아낼 생각으로 피고인 소유이던 위 성수동 대지 2필지가 신안건설주식회사에 본등기되는 바람에 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위 가등기채무금 외에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1억 원을 더 요구하여, 위 조명자로서는 위 사업추진에 지장을 주고 있는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피고인의 주장대로 1985.1. 중순경 1억 7,000만 원을 지급하자 피고인은 그녀에게 분할되기 전의 같은 동 산 1의 2 임야 9,124평방미터에 관한 가등기권리증, 가등기말소용 인감증명서를 넘겨주고 위 조명자는 1985.1.28.경 위 같은 동 산 1의 2 임야 9,124평방미터에서 분할되어 그녀가 매수한 같은 동 산 1의 12 및 1의 13 두 필지에 관하여만 가등기를 말소하였는바, 피고인은 분할 후의 위 같은 동 산 1의 2 임야 1,771평방미터에 관한 가등기권자로 계속 등기되어 있음을 기화로 1985.5. 중순경 위 박영호 변호사로부터 위 가등기말소서류를 전달받은 위 권영철과 위 임야에 관하여 1988.11.22. 대법원판결에 기한 1989.3.13.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위 박일석에게 그동안 가등기말소를 거절하여 오다가 위 권영철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위 임야를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1989.1.29.경 서울민사지방법원에 위 권영철을 상대로 위 권영철 소유인 위 같은 동 산 1의 2 임야 1,771평방미터에 관하여 1982.2.19. 매매예약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보전을 위한 가등기에 기하여 1984.11.15. 예약완결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여 1990.5.10. 피고 불출석으로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판결을 받음으로써 담당법관을 기망하여 위 임야 시가 5억 3,600만 원 상당을 편취하려고 하였으나 피고인 위 권영철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이 경찰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고인이 위와 같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권영철과의 사이에 아직 청산되지 아니한 채권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그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사실인정

피고인 및 증인 이원형의 원심 및 당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증인 권영철, 서조연의 당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권영철의 검찰진술(수사기록 2책 2권 80면-84면), 등기부등본의 사본(위 기록 24면-50면), 당심 제9회 공판기일에 제출된 약정서의 기재를 종합하면, 공원부지이던 분할 전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산 1의 2 임야 9,124평방미터 및 같은 동 산 1의 7 임야 14,479평방미터는 원래 고소인 권영철의 소유이었는데, 피고인은 그중 산 1의 2 임야 9,124평방미터에 관하여 원심판시와 같은 경위로 1982.2.19. 위 권영철로부터 채권담보목적으로 소유권이전청구권의 가등기를 경료받은 사실, 위 권영철은 1983.6.10.경 공소외 조명자에게 그 소유의 위 답십리동 임야 2필지 중 서울시의 재개발사업인가가 나올 예정지 약 3,000평을 재개발사업인가를 받은 후 분할하여 주는 조건으로 대금 6억 6,000만 원에 매도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뒤, 1984.10.16.경 위 임야에 대한 서울시의 재개발사업인가가 나면서 위 임야 중 분할 후의 같은 동 산 1의 2 임야 1,771평방미터가 계속 공원부지로 남게된 반면 피고인 소유로서 당시 공소외 박일석 앞으로 가등기가 경료되어 있던 분할 전 위 산 1의 7 임야 중에서 2,113평방미터(분할 후 같은 동 산 1의 9로 됨)는 공원부지에서 풀려 재개발사업인가지역에 포함되는 바람에 위 권영철은 위 박일석에게 2,000만 원을 주고 분할 후의 산 1의 2 임야와 산 1의 9 임야를 교환하여 이를 위 조명자에게 매도하기로 합의하고, 1984.12.7. 분할 후의 산 1의 2 임야 1,771평방미터에 관하여 위 박일석 앞으로 소유권이전청구권의 가등기를 경료해 줌으로써 결국 분할 후의 산 1의 2 임야 1,771평방미터(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선순위 가등기권리자가 되고, 위 박일석이 후순위 가등기권리자가 된 사실, 위 박일석은 1986.10.경 권영철을 상대로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 후 1988.11.22. 대법원의 상고기각판결로 승소판결이 확정되자 1989.3.13.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 한편 위 소송에서는 공소외 이원형 변호사가 권영철의 피고소송대리인으로 소송수행을 하였는데, 패소 후 권영철은 이원형 변호사에게 선순위 가등기권리자인 피고인은 왜 본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이 사건 임야를 찾아가지 않느냐는 식으로 이야기하였고, 이에 이원형 변호사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피고인에게 권영철이 한 말을 전하게 된 사실, 그 후 몇 개월 지나서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에 관한 관계서류 일체를 찾았다며 이원형 변호사를 찾아와 이원형 변호사가 서류를 검토한 결과 승소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에게 권영철을 상대로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도록 권유하게 된 사실, 이에 피고인은 1989.12.11. 이원형 변호사에게 소송을 위임하면서 소송비용은 이원형 변호사가 부담하는 대신 승소하는 경우 사례금조로 이 사건 임야 중 933.9/1771지분을 이원형 변호사에게 넘겨주기로 약정한 사실, 이원형 변호사는 위 본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당시 군산의 공장에 있는 권영철을 찾아가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선순위 가등기권리자인 피고인으로 하여금 본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도록 할 것이니, 소장 및 변론기일 소환장이 송달되더라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의제자백으로 소송이 종결되도록 하여 주면, 소송종결 후 자신이 받게 되는 이 사건 임야 933.9/17771지분 중 일부를 나누어 주겠다고 제의하여 권영철이 이를 승낙한 사실, 이원형 변호사는 이 소송을 제기하기 3일 전에도 구 서울고 부근 피어선 빌딩 지하 레스토랑에서 피고인, 권영철, 서조연과 함께 만난 자리에서 권영철에게 소송에 불출석하여 주면 승소 후 자신이 받는 사례분 중 40%를 나누어 주겠다고 하고 권영철이 이를 승낙한 사실, 그리하여 피고인은 소송대리인 이원형 변호사를 통하여 원심판시와 같이 1989.1.29.경 서울민사지방법원에 위 권영철을 상대로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가등기에 기한 소유권이전의 본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실, 위 소송에서 권영철은 앞서 한 변론기일 불출석의 약정에 따라 이원형 변호사와 함께 법원에 가서 변론기일 소환장을 수령하였으나, 끝내 변론기일에는 불출석하여 1990.5.10. 피고의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판 단

(1) 이 사건 소송사기에 있어서 사기의 피해자가 소송상 피고로 되어 있는 권영철인지 아니면 소송 당시 이 사건 임야의 소유자인 박일석인지, 공소사실의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하므로, 두 가지 경우에 대하여 모두 판단한다.

(가) 사기의 피해자를 권영철이라고 기소한 것으로 보는 경우

이른바 소송사기는 법원을 기망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고 이에 기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바,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원형 변호사를 매개로 권영철과 공모하여 권영철을 상대로 제소하고 권영철은 일부러 변론기일에 불출석함으로써 의제자백에 기한 승소판결을 받은 것이라 할 것인데,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는 소송상대방인 권영철의 의사에 부합하는 것이므로 동인으로부터 부동산을 편취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83.10.25. 선고 83도1566 판결 1987.8.18. 선고 87도1153 판결 . 한편,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의 판결은 상대방의 소유권이전등기신청의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권영철이 위와 같이 가등기에 기한 소유권이전의 본등기를 경료하여 줄 의사가 있었던 것이라면, 소송에 의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소유권이전의 본등기를 경료해 줄 수 있는 것이고, 그와 같이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았다면 피고인이 권영철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인데, 단지 소송을 통한 판결절차를 이용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나) 사기의 피해자를 박일석이라고 기소한 것으로 보는 경우

소송사기에 있어서 피기망자인 법원의 재판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착오에 의한 재물의 교부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어서 사기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의 소제기 당시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은 박일석에게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그 직전의 소유자인 권영철을 상대로 선순위 가등기에 의하여 본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판결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판결의 효력은 소송당사자 사이에서만 미치고 제3자인 박일석에게는 미치지 아니하는 것이어서 위 판결로 인하여 소유자인 박일석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게 되는 것이 아니므로(물론 이 경우 위 판결에 기하여 선순위 가등기권리자인 피고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면, 후순위 가등기에 기하여 박일석 앞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는 등기공무원이 직권으로 말소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박일석이 소유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나, 이는 가등기의 순위보전의 효력에 의한 것일뿐 판결 그 자체의 효력에 기한 것은 아니다), 박일석으로부터 부동산을 편취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앞서 본 대법원 판결). 관점을 달리하여, 만일 권영철과 피고인이 합의하여 소송에 의하지 않고 피고인이 권영철로부터 소유권이전의 본등기를 경료받는다면, 그것만으로는 후순위 가등기에 기하여 이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던 박일석을 기망한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박일석의 처분행위 또한 없어 박일석에 대한 사기죄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므로, 마찬가지 이치로 피고인이 소송을 통하여 권영철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는다고 하여 갑자기 박일석에 대한 관계에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도 없다 할 것이다(이 경우 권영철이 피고인과 공모하여 피담보채권이 소멸하여 이미 실효된 피고인 명의의 선순위 가등기를 이용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주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후순위 가등기에 의하여 이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박일석이 등기공무원의 직권에 의한 등기말소에 의하여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다면, 동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되는 수가 있음을 별론으로 한다).

결국, 권영철과 박일석 중 누구를 이 사건 소송사기의 피해자로 보든지 간에 사기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자신 명의로 된 가등기가 피담보채무의 소멸로 이미 실효된 것임에도 그것이 마치 유효하게 존재하는 것인 양 이를 토대로 본등기를 청구한 것이므로 소송사기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고, 피고인은 경찰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가등기의 피담보채무는 완전히 청산된 것이 아니므로 위 소송은 소송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하여,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피고인이 위 소송을 제기함에 있어 토대가 된 가등기의 피담보채무가 소멸된 것인지의 여부로 되어 있다. 그러나 앞서 판단한 바와 같이 피고인과 권영철이 공모하여 위 소송을 제기하고 의제자백에 의하여 판결까지 받았다고 보는 이상, 그 자체로서 사기죄는 성립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의 쟁점으로 되어 온 위 가등기의 피담보채무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도 없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원심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고, 소송사기에 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점에서 피고인의 항소논지는 이유 있다 할 것이다.

이에 당원은 피고인의 나머지 항소논지에 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은바, 위 파기이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위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시수(재판장) 김우진 이재성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