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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7도20911 판결
[사기·입찰방해·국가기술자격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사기죄의 성립요건 /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 / 도급계약에서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시점(=계약 당시) 및 판단 방법

[2] 사기죄의 보호법익(=재산권) /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가적 또는 공공적 법익이 침해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도급계약 당시 관련 영업 또는 업무를 규제하는 행정법규나 입찰 참가자격, 계약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사정만으로 도급계약 체결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심리·판단하여야 할 사항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원심판결

울산지법 2017. 11. 24. 선고 2017노1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기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3. 3. 14.경 산림사업법인인 주식회사 한국임업(이하 ‘한국임업’이라고 한다)을 인수하면서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산림자원법’이라고 한다)이 정한 산림사업법인 등록요건 중 인력요건을 외형상 갖추기 위하여 관련 자격증 소지자들로부터 자격증을 대여받았다.

피고인은 울주군에서 발주하는 숲가꾸기 사업 및 병해충 방제사업을 수주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실제로는 인력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한국임업 명의로 응찰하여 낙찰을 받아 울주군과 공사계약을 체결할 것을 마음먹고, 울주군에서 공고한 전자입찰에 한국임업 명의로 응찰하여 시행자로 낙찰 받아 울주군과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작업원 운영계획서와 직접시공계획서를 첨부하여 착수계를 제출하였으나, 한국임업에는 낙찰 받은 공사를 시행할 산림 관련 기술인력이 실제로 근무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제출한 작업원 운영계획서에 기재된 작업원은 모두 허위로 작성된 것이었다. 또한 피고인은 숲가꾸기 및 병해충 방제사업을 할 수 있는 기술인력이나 자격이 없는 개인에게 공사를 하도록 재하도급을 주는 방법으로 공사를 진행하고도 마치 한국임업에서 공사를 직접 시행한 것처럼 허위로 공사완료보고서를 작성하여 울주군에 제출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허위로 작성된 공사완료보고서와 공사비 청구서를 울주군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하여, 담당공무원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송금받은 것을 비롯하여, 같은 방법으로 5차례에 걸쳐 울주군과 병해충 방제 또는 숲가꾸기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울주군 담당공무원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송금받아 이를 각 편취하였다.

나.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1) 산림자원법이 정하는 등록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가 자본금의 납입가장, 기술자의 허위보유 등 부정한 방법을 통하여 산림사업법인으로 등록하는 것은 산림사업법인 등록제도의 취지를 형해화하고 산림사업의 적정한 시공과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에 반한다.

2)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것은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해당하는데, 피고인은 자격증을 대여한 사람을 작업원 운영계획서에 포함시키고, 울주군에 대하여 공사비를 청구하면서 이들에 대한 노무비를 포함하여 공사대금을 지급받았다.

3) 울주군으로서는 한국임업이 정당하게 산림사업법인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공사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결국 허위 제출한 상시근무 기술자보유현황은 공사계약에 따른 급부이행 능력과 관련된 사항이다.

4) 피고인이 응찰 자격이 없음에도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을 받아 울주군과 병해충 방제 또는 숲가꾸기 공사계약을 체결한 후 공사비 청구를 통하여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일련의 과정은 자격 없음을 숨긴 채 입찰에 참가하였다는 기망행위와 낙찰자 지위 부여, 계약 체결, 공사대금 지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처분행위, 그리고 계약상 지위 획득, 공사대금 수령의 이익 취득으로 이어지는 사기죄의 구조를 충족한다.

다.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본질은 기망행위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다 (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4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기죄는 보호법익인 재산권이 침해되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하려면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어야 한다.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도급계약에서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일을 완성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일을 완성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일의 대가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법원으로서는 도급계약의 내용, 그 체결 경위 및 계약의 이행과정이나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도9802 판결 등 참조).

한편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재산권이므로,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가적 또는 공공적 법익이 침해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도급계약 당시 관련 영업 또는 업무를 규제하는 행정법규나 입찰 참가자격, 계약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사정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그 위반으로 말미암아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더라도 일의 완성이 불가능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그 위법이 일의 내용에 본질적인 것인지 여부를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 ,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5도9130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이 운영하던 한국임업이 울주군과 체결한 각 공사계약의 입찰공고 당시 입찰참가자격으로 산림자원법에 따른 산림사업법인일 것이 명시되어 있었으나, 입찰공고문이나 산림자원법 등 관련 법규에는 산림사업법인에 소속된 기술인력 전원이 공사에 투입되어야 한다거나, 공사를 도급받은 산림사업법인이 직접 공사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나) 피고인이 시행한 병해충 방제공사는 긴급발주된 것으로, 사전에 작성된 설계도서와 제출된 작업원 운영계획서에 기재된 기술자들의 노임에 따라 공사대금이 산정되는 구조가 아니라, 한국임업이 실제 제거한 피해목의 수량을 준공 후에 집계하여 공사대금을 사후 정산하는 구조이다.

다) 위 공사계약에 따른 공사내용은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고사목 혹은 감염이 의심되는 수목을 제거하고 약재 등을 도포하거나, 수목 생장에 방해가 되는 나무를 솎아내는 것으로, 피고인은 톱사 등 전문인력을 현장에서 고용하여 위 각 공사를 시행하였다.

라) 피고인이 시행한 병해충 방제공사는 일부 규격 미달로 피해목 제거 실적이 인정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 별다른 하자 없이 완료되었으며, 제1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감독 공무원 또한 공사 시공 과정에서 허위나 사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증언한 바 있다.

3) 이러한 사실 및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울주군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행위가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인한 재물의 편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가) 구 국가기술자격법(2014. 5. 20. 법률 제126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3항 의 자격증 대여 금지 위반죄는 국가기술자격제도의 효율적 운영과 산업현장의 수요에 적합한 자격제도 확립이라는 국가적 또는 공공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위반한 경우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제재를 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되, 곧바로 사기죄의 보호법익인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위 각 공사계약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인데 자격증 소지자 전원이 공사계약에 따른 시공에 참여하여야 한다거나, 하도급 등을 통한 외부 인력의 참여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약정이나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

한국임업은 보유 인력과 현지에서 고용한 전문인력을 통해 병해충 방제 또는 숲가꾸기 공사계약에서 정한 공사를 모두 완성하였고 시공 내용에 관해서도 벌목 수량 산정에 관한 발주처 기준에 일부 미달한 사항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 어떠한 하자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산림사업법인 설립 또는 법인 인수 과정에서 자격증 대여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병해충 방제 또는 숲가꾸기 공사를 완성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운영하는 한국임업은 이러한 공사 완성의 대가로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것이므로, 설령 피고인이 발주처에 대하여 기술자격증 대여 사실을 숨기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와 공사대금 지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나)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사실과 다른 작업원 운영계획서와 직접시공계획서를 제출하여 발주처 계약 담당 공무원을 기망하였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울주군이 지급한 공사대금은 사전 작성된 작업원 운영계획서나 직접시공계획서의 기술 내용이 아닌 실제 수행한 작업량에 따라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산정되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 각 서류에 일부 허위의 사실을 기재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발주처 계약 담당 공무원에 대하여 계약이행능력이나 공사대금 산정에 관하여 기망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4)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사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입찰방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입찰방해죄에서 ‘입찰의 공정’의 의미나 입찰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한편 피고인은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3.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사기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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