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이나경(기소), 원선아(공판)
변 호 인
변호사 김희수(국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4월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모욕의 점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심신장애 주장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만취하여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
나. 양형부당 주장
원심의 형(징역 4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심신장애 주장에 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음은 인정할 수 있으나 나아가 피고인이 음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보이지는 않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설령 피고인의 주장처럼 음주 만취하여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음주 상태에서 폭력 범죄를 수회 저질러 처벌받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형법 제10조 제3항 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직권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피해자 경찰관에게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욕설을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업무방해, 폭행, 모욕의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4월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모욕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해당한다.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5. 1. 1. 09:00경부터 같은 날 09:30경까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순대국집’ 식당에서 식당 영업 업무를 방해하다가 112신고를 받고 그곳에 출동한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 소속 경장인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제지를 당하자, 위 식당의 업주와 성명불상의 손님들이 있는 가운데 피해자에게 큰소리로 “젊은 놈의 새끼야. 순경새끼. 개새끼야”, “씨발 개새끼야. 좆도 아닌 젊은 새끼는 꺼져 새끼야”라고 욕설하는 등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나. 관련 법리
형법 제311조 의 모욕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방법으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1987. 5. 12. 선고 87도739 판결 ,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등 참조). 이와 달리 모욕죄의 보호법익을 사람의 명예감정으로 오해하여 어떠한 표현이 표현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줄 만한 표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모욕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어떠한 표현이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방식으로 행해진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매우 저속하고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고 그 표현으로 인해 상대방이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어떠한 표현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하는지는 그 표현 내용 이외에 발언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발언자가 발언하게 된 경위와 발언의 횟수, 발언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발언한 장소와 발언 전후의 정황 등을 모두 고려하여 그 표현 행위가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2229 판결 참조).
다. 판단
1) 사실관계
원심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인은 2015. 1. 1. 09:00경 술에 취한 상태로 공소외 1이 운영하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위치한 ‘○○○순대국집’ 식당에 들어와서 식당 손님이 있는 가운데 아무런 이유 없이 ‘주인이 누구냐’, ‘누가 여기서 장사를 하라고 했냐’고 소리를 지르고, 이를 제지하려는 식당 주인 부부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하면서 식당 의자를 들어 바닥에 내리치는 등 소란을 피우고, 식당 주인을 폭행하였다.
②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 소속 경장인 피해자 공소외 2, 경위 공소외 3은 위 업무방해 행위에 관한 112 신고를 받고 위 식당으로 출동하여 피고인과 식당 주인을 떼어 놓고 피고인의 소란 행위를 말리는 등 공무를 수행하였다.
③ 피고인은 위 식당 노상에서 경찰관들로부터 소란 행위를 제지당하자 화가 나 피해자를 향해 “젊은 놈의 새끼야. 순경새끼. 개새끼야”, “씨발 개새끼야. 좆도 아닌 젊은 새끼는 꺼져 새끼야”라고 큰 소리로 욕설하였다.
2) 판단
피고인은 만취한 상태에서 식당에 들어가 욕설하고 식당 주인을 폭행하는 등 소란을 피우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소란 행위를 제지당하자 화가 나 피해자 경찰관에게 욕설하였다.
이 상황에서 피고인의 욕설로 인해 욕설의 상대방인 피해자 경찰관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외부적 평가가 저하될 위험이 발생했는지 살펴본다.
피고인은 경찰관으로부터 소란 행위를 제지당하자 화가 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욕설하였는데, 욕설 내용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예: 경찰관의 직무집행 방식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것)가 드러나 있지 않고, 단순 욕설이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표현은 모욕죄의 보호법익인 타인의 외부적 명예를 저하하는 표현으로 보기 어렵고, 상대방을 모욕할 고의가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피고인이 새해 첫날 오전 9시경 시장 내 식당 앞에서 피해자 경찰관에게 욕설하였고 피고인의 욕설을 들은 사람들은 출동해 있던 다른 경찰관, 식당 주인 부부와 사태를 지켜보던 인근 상인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 식당 주인 부부, 인근 상인들은 피고인이 술에 취해 식당 주인 부부에게 시비를 걸고 난동을 피우다가 경찰관들이 출동한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경찰관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에 반항하며 경찰관들에게 욕설하였다고 하여, 그 전후 사정을 알고 있는 경찰관, 식당 주인 부부와 인근 상인들이 피고인의 욕설을 듣고 상대방인 경찰관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할 위험은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국가기관의 업무수행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므로 국가기관 그 자체는 형법상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공무원에게 저속하여 무례한 표현을 했을 경우에도, 그 표현이 사인으로서의 공무원에게 한 사적인 사안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그 공무원이 국가기관으로서 행한 직무집행에 대한 표현이라면 이를 쉽게 모욕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피해자인 경찰관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경찰관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이 욕설하게 된 경위도 경찰관인 피해자의 직무집행에 반항하는 과정에서 화난 감정을 표출하기 위함이었지 사인으로서의 피해자를 공개적으로 망신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즉, 피고인이 경찰관인 피해자에게 직무집행 과정에서 욕설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의 하나로서 행하여진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기에 이르렀을 경우 피고인을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국가기관인 경찰로 인식하고 그 직무집행에 반항하는 과정에서 욕설한 행위를 두고 피고인이 사인으로서의 피해자에게 사적으로 욕설한 행위로 평가하여, 사인으로서의 경찰관을 피해자로 한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특히 공무집행방해죄의 입법 취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공무집행방해 행위 중 그 행위가 공무원에 대한 폭력이나 협박의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에만 이를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폭력이나 협박의 단계에 이르지 않은 욕설 등의 공무집행방해 행위를 공권력으로서의 공무원에 대한 모욕으로 파악하여 처벌할 경우 공무집행방해죄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고 실질적으로 공무집행방해죄의 처벌범위를 넓히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다. 소결론
이처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경찰관인 피해자에게 욕설한 행위에 대하여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모욕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4. 9. 4.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업무방해죄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아 2014. 11. 3.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위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고, 2015. 3. 4. 같은 법원에서 업무방해죄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2015. 3. 10.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1. 업무방해
피고인은 2015. 1. 1. 09:00경부터 같은 날 09:30경까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피해자 공소외 1(66세) 운영의 ‘○○○순대국집’ 식당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누가 여기서 장사를 하라고 했느냐”, “개 같은 년”이라고 큰소리로 욕설을 하면서 의자를 들어 바닥에 내리치는 등 소란을 피워 위 식당에 들어오려던 손님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위력으로 피해자의 식당 영업 업무를 방해하였다.
2. 폭행
피고인은 위 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위와 같이 소란을 피우다가 위 피해자로부터 “나가시라”는 말을 듣자 두 손으로 피해자의 멱살을 잡아끌면서 멱살을 잡은 주먹으로 피해자의 턱을 수회 쳐 폭행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공소외 1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공소외 1, 공소외 4의 각 진술서
1. 판시 범죄전력 : 범죄경력등조회회보서, 개인별 수감/수용 현황, 통합사건조회서, 수사보고(누범 등 피의자의 동종전력 확인)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의 점, 징역형 선택), 형법 제260조 제1항 (폭행의 점, 징역형 선택)
1. 누범가중
형법 제35조 (2014. 11. 3. 형의 집행을 종료한 업무방해죄의 전과가 있으므로)
1. 경합범처리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이 더 무거운 업무방해죄에 정한 형에 양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가중)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 : 징역 14년 이하
2. 양형기준상 권고형 :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이므로 양형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3. 선고형의 결정 : 징역 4월
4. 양형이유
다음 각 양형요소와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을 종합하여 고려함.
● 유리한 사정 : 자백 및 반성, 이 사건 각 범행이 2015. 3. 10. 판결이 확정된 업무방해죄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어 동시에 재판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 불리한 사정 : 여러 차례에 걸친 동종 전과, 동종 누범.
무죄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제3의 가.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제3항의 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 대한 모욕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