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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8. 7. 14. 선고 98헌라3 결정문 [국회의장과 국회의원간의 권한쟁의]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국회의원 현○대 외 149인

대리인 변호사 이백수 외 18인

복대리인 변호사 정기호 외 1인

피청구인

국회의장

대리인 법무법인 동호합동법률사무소(담당변호사 이진우)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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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의 개요

1997. 12. 18. 실시된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 김대중은 1998. 2. 25. 대통령직에 취임하면서 같은 날 청구외 김종필에 대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등을 국회에 송부하였다. 피청구인은 같은 날 14:00 위 임명동의안 등을 처리하기 위하여 회기를 위 같은 날부터 같은 해 3. 2.까지로 하여 제189회 임시국회를 소집하였으나, 한나라당의원들의 불참으로 개회되지 못하였고, 임시국회는 그 후로도 여ㆍ야의 대립으로 계속 공전되었다.

그러다가 1998. 3. 2. 15:21경 여ㆍ야 의원들이 출석한 가운데 제189회 국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개의되어, 같은 날 15:44경 피청구인은 ‘국무총리(김종필) 임명동의의 건’을 상정하였고, 곧이어 국회법 제112조 제5항에 따라 무기명투표방식에 의하여 국회의원들의 투표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15:50경부터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들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백지투표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투표용지 교부대와 투표함을 가로막는 등 투표를 방해하였고, 이에 따라 투표의 계속진행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과, 투표의 중지 혹은 재투표를 요구하는 새정치국민회의 및 자유민주연합 소속 의원들과 사이에 회의장 곳곳

에서 말다툼과 몸싸움이 벌어져 투표의 진행이 곤란할 정도로 회의장이 소란스럽게 되었다. 피청구인은 16:05경 정회를 선포하였다가, 16:08경 회의의 속개를 선언하였으나 16:21경과 16:24경 다시 투표가 중단되는 등 정상적인 투표진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같은 날 22:00경 국회의장실에서 상황의 타개를 위하여 위 3당의 총무회담이 개최되었으나 합의가 결렬되었다. 피청구인은 22:40경 본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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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돌아와 투표를 마치지 아니한 의원들에게 23:00까지 투표할 것을 종용하였으나 투표의 속개는 무산되었고, 같은 날 자정이 경과됨에 따라 회의는 자동 산회되고, 제189회 임시국회의 회기도 종료되었다. 그 후 여ㆍ야 대표의원 명의의 투표함 등 보전신청에 의하여 그 때까지 201명의 국회의원들(한나라당 소속 155명,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40명, 국민신당 소속 6명)이 투표를 마친 투표함 등이 봉인처리되었다.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이 1998. 3. 2.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표결과정에서 투표절차가 적법하였음에도 개표하지 아니하고 표결결과를 선포하지 않음으로써 국회의원인 자신들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권한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1998. 3. 26. 피청구인을 상대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이 1998. 3. 2. 개의된 제189회 국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이하 “이 사건 본회의”라고 한다)에 상정된 ‘국무총리(김○필) 임명동의의 건’(이하 “임명동의안”이라 한다)에 대한 투표에 관하여 개표절차를 진행하여 표결결과를 선포하지 아니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이다.

2. 청구인들과 피청구인의 주장 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국회의원의 표결권 내지 의안결정권은 헌법 제49조국회법 제109조, 제111조에 의하여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권한이고, 이 권한에는 투표에 참여할 권한은 물론 당해 안건에 관한 의견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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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표결결과를 확인할 권한 등이 포함되어 있다.

(2) 이 사건 본회의에 상정된 임명동의안에 관하여는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투표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되다가,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의 투표방해행위로 인하여 여러차례 투표중단과 속개의 과정이 거듭되었으나, 피청구인은 투표의 적법성을 인정하여 누차 질서유지와 정상적인 투표를 호소하였고, 그 날

22:40경부터는 투표종료시한을 23:00로 예고한 바 있으며, 그 때까지 투표를 마친 국회의원은 재적 국회의원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201명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투표방해행위를 하면서 스스로 투표를 포기한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투표가 종결되었다 할 것이고, 국회법 제113조에 따라 표결이 끝났을 때에는 그 결과를 선포하여야 할 의무를 지는 피청구인으로서는 마땅히 투표종료선언을 하고 개표절차를 진행하여 표결결과를 선포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국회법에 규정되어 있는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피청구인의 이러한 부작위로 인하여 임명동의안에 관한 청구인들의 표결결과를 확인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결국 청구인들의 표결권이 침해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주장

(1)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의 부작위로 인하여 자신들의 권한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그 구제를 구하고 있을 뿐이고, 청구인들과 피청구인 사이에 권한의 귀속에 관한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아니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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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표결결과를 선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청구인들의 의안결정권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며, 여야간의 실력대결로 투표가 중단되고 정상적인 투표진행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피청구인은 정상적인 투표의 진행과 정치적 타결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므로 설사 청구인들의 의안결정권이 침해되었다 하더라도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귀속시킬 수 없다.

3. 판 단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한 것인지 본다.

가. 피청구인은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아닐 뿐만, 청구인들과 피청구인 사이에 권한의 귀속에 관한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장은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가기관에 해당하고(헌재 1997. 7. 16. 96헌라2 , 판례집 9-2, 154),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2항에 의하면 권한쟁의 심판은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때에 이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인데, 이 사건 심판청구는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이 국회의장인 피청구인을 상대로 피청구인이 임명동의안에 대한 투표에 관하여 개표절차를 진행하여 표결결과를 선포하지 아니한 부작위에 의하여 자신들의 표결권한을 침해하였다고 다투고 있는 것이어서 권한쟁의심판의 청구사유를 갖춘 것이므로 위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나. 권한쟁의심판은 피청구인의 처분이나 부작위로 인하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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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 권한이 침해당하였거나 침해당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청구할 수 있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피청구인의 부작위에 의하여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은 피청구인에게 헌법상 또는 법률상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그러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에 허용된다.

이 사건의 경우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이 이 사건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투표에 관하여 개표절차를 진행하여 표결결과를 선포하지 아니한 부작위에 의하여 청구인들의 표결권한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이므로, 피청구인에게 과연 위와 같이 개표절차를 진행하여 표결결과를 선포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는지 살펴본다.

다. 국회법 제10조는 국회의장으로 하여금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회법 제6장의 여러 규정들은 개의, 의사일정의 작성, 의안의 상임위원회 회부와 본회의 상정, 발언과 토론, 표결 등 회의절차 전반에 관하여 국회의장에게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 의사진행에 관한 한 원칙적으로 의장에게 그 권한과 책임이 귀속된다 할 수 있다.

한편 국회법 제113조는 “표결이 끝났을 때에는 의장은 그 결과를 선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표결은 합의체기관인 국회의 의사를 결정하는 합성행위이고, 그것은 표결결과의 선포에 의하여 공식적으로 그 내용이 확정되므로, 표결이 종결된 때에 표결결과를 선포하도록 한 위 조항은 국회의장에게 권한과 동시에 의무를 부여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또한 표결결과의 선포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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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절차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표결이 종결된 때에 개표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이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국회의장의 당연한 권한이자 의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와 같이 개표절차를 진행하고 표결결과를 선포하여야 할 국회의장의 의무는 표결이 정상적으로 종결되었을 것을 전제로 한다. 표결이 표결방법에 관한 국회법의 규정에 명백히 위반하여 불법적으로 진행되었거나 기타 표결이 정상적으로 종결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국회의장에게 위와 같은 의무가 인정된다고는 볼 수 없다.

요컨대 국회의장은 표결이 적법하게 진행되어 정상적으로 종결된 경우에는 개표절차를 진행하여 표결결과를 선포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라. 그렇다면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작위의무가 피청구인에게 인정될 것인지의 여부는 결국 이 사건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에 대한 투표가 과연 적법하

게 진행되었는지, 그 투표가 정상적으로 종결되었는지의 판단에 달려있다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심판기록과 증거자료에 의하면, 이미 위 1.의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1998. 3. 2. 15:46경 무기명투표방식으로 투표가 시작되어 진행되던중 15:50경부터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들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백지투표를 하고 있다면서 투표의 중지 및 무효선언과 재투표를,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투표의 계속진행을 각 주장하며 서로 말다툼과 몸싸움까지 벌이는 등 전혀 타협의 여지없는 대결의 상태가 몇 시간이나 지속되었고, 같은 날 22:00경 국회의장실에서 상황의 타개를 위하여 위 3당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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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회담이 개최되었으나 합의가 결렬되고 말았으며, 여야의 대립과 견해차는 끝내 해소되지 않은 채 자정의 경과로 이 사건 본회의는 자동 산회되기에 이르렀고, 그 때까지 투표를 마친 국회의원은 재적국회의원 299명 중 201명이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표결절차에 관하여 국회법은 모든 사항에 관하여 빠짐없이 규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만을 국회법 제109조 내지 제114조에서 정해 놓고 있는바, 이 규정들을 살펴보아도 임명동의안에 관한 위 투표가 과연 적법하게 진행되어 정상적으로 종결된 것인지 분명히 밝히기 어렵다. 또한 이에 관하여

국회법을 보충해 주는 국회규칙도 없으며, 확립된 국회의 의사(議事)관행도 존재하는 것 같지 않다(청구인측과 피청구인측 모두 이에 관한 국회관행을 주장하지 않고 있다).

한편, 헌법 제64조는 국회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고, 의원의 자격심사ㆍ징계ㆍ제명에 관하여 자율적 결정을 할 수 있음을 규정하여 국회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는바,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기관으로서 의사(議事)와 내부규율 등 국회운영에 관하여 폭넓은 자율권을 가지므로 국회의 의사절차나 입법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그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이나 국회의 위상과 기능에 비추어 존중되어야 한다(헌재 1997. 7. 16. 96헌라2 , 판례집 9-2, 154). 따라서 그 자율권의 범위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국회의 판단에 대하여 다른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그 정당성을 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헌법재판소도 그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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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경우를 보건대, 임명동의안에 대한 투표절차의 적법여부 등에 관하여 국회법에 분명한 규정이 없어 논란의 여지가 많으므로 그 투표절차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국회의 자율권의 범위내에 속하는 문제라 할 것이고, 따라서 대립당사자인 여ㆍ야의 타협과 절충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위하여 열린 3당 총무회담마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결렬되고

말았다.

이러한 사정하에서라면 이 사건 투표절차에 관한 최종적 판단권은 결국 국회의 대표자로서 의사진행에 관한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국회의장, 즉 피청구인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하여야 한다(국회법 제76조 제2항 참조). 피청구인으로서는 이미 행해진 투표의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 투표가 중단된 것으로 볼 것인지, 그렇지 않고 투표가 종결된 것으로 보아 개표절차를 진행할 것인지, 재투표를 실시할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판단 일체를 미루고 계속 여ㆍ야간의 대화와 타협을 촉구할 것인지 등 가능한 여러 방안에 대한 선택권을 가진다. 피청구인에게 인정되는 이러한 자율적 의사진행권한은 넓게 보아 국회의 자율권의 일종이고, 피청구인이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실관계하에서 개표절차를 진행하여 표결결과를 선포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그것이 헌법이나 법률에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라고는 인정되지 않으므로 다른 국가기관은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본회의의 투표가 정상적으로 종결되었는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가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 결과 피청구인에게 개표절차를 진행하여 표결결과를 선포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할 수도 없다. 이를 인정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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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법적 판단으로 피청구인의 자율적 판단을 배척하는 것이 되어 국회의 자율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마. 그렇다면 피청구인에게 임명동의안에 대한 투표에 관하여 개표절차를 진행하여 표결결과를 선포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그러한 작위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청구인의 부작위에 의한 권한침해를 다투는 권한쟁의심판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결 론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이유설시에 관한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신창언의 아래 5.와 같은 별개의견이 있는 이외에는 나머지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신창언의 별개의견

우리는 이 사건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한다는 데에는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하나, 결론에 이르는 이유에 있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므로 이를 밝혀 두고자 한다.

우리는 국회의원이 대통령이나 국회의장을 상대로 적법하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본다.

가. 우리는 이미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사건인 1995. 2. 23. 선고, 90헌라1 결정에서 국회의원이나 국회내의 교섭단체는 권한쟁의심판의 청구인이 될 수 없다는 견해를 자세히 밝혔고(판례집 7-1, 140), 그 후 1997. 7. 16. 선고, 96헌라

2 결정에서도 일관하여 위 견해를 유지하면서 현행 권한쟁의심판제도상의 입법의 미비를 지적한바 있는데(판례집 9-2, 154, 166-168), 그 요지는 다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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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다.

(1)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는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의 하나로서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을 규정하고 있으며, 위 규정에 의한 권한쟁의심판제도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와 다른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 헌법재판소가 이를 심판하여 그 권한과 의무의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국가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고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시켜 헌법질서를 보호하려는 제도이다. 그리고 위 헌법규정에 근거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1조는 “①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에는 당해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심판청구는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다.”고 권한쟁의심판의 청구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권한쟁의심판의 종류를 규정한 제62조는 제1항 제1호에서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을 “국회, 정부, 법원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이라고 열거하고

있다.

(2) 위와 같은 권한쟁의심판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 소정의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는 우리 헌법이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온 국가권력을 나누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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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을 분배한 대등한 권력행사기관 사이의 권한에 관한 다툼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1항 제1호가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을 “국회, 정부, 법원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이라고 규정한 것은 국가의 입법권, 행정권 및 사법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인 국회, 정부 및 법원과 선거관리사무를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열거하여 헌법의 위 규정을 명확하게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1항 제1호에 열거되지 아니한 기관이나 또는 열거된 기관내의 각급 기관은 비록 그들이 공권적 처분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지라도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으며 또 위에 열거된 국가기관 내부의 권한에 관한 다툼은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국회의 경우 현행 권한쟁의심판제도하에서는 국가기관으로서의 국회만이 당사자로 되어 권한쟁의심판을 수행할 수 있을 뿐이고, 국회의 구성원이나 국회내의

일부기관인 국회의원 및 교섭단체 등이 국회내의 다른 기관인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4) 다만 우리의 견해대로 풀이하면 이 사건에서와 같이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확인하고 해결해 줄 법적 구제방법이 없게 된다. 헌법은 명문으로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으며(제8조 제1항), 우리나라 국회가 생긴 이래 언제나 여당과 야당 및 다수당과 소수당의 대립이 있어 왔고, 각자의 정책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법률안이나 의안의 경우 그 심의 내지 표결절차 등에 흠이 있다 하여 국회내부에서 흔히 분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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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는데도 국회법에 이에 관한 아무런 해결규정이 없는바, 행정소송법상의 기관소송은 법률이 정한 경우에 법률에 정한 자에 한하여 이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기관소송의 성격(입법정책성) 및 현행 행정소송법제(행정소송법 제45조)에 비추어 이는 명백한 입법의 불비로서, 조속한 시일 내에 그 입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의 불비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관소송에 관한 헌법재판소와 법원간의 권한분배(헌법재판소법 제2조, 제62조, 행정소송법 제3조 제4호 참조) 및 헌법재판소법 제62조의 명문규정에 반하여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본말을 그르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 그간 위 두 결정에서 밝힌 의견을 변경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었다

고 볼 수 없으므로, 우리는 국회의원이나 교섭단체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하는 위 의견을 그대로 유지하여, 국회가 아닌 국회의원 명의로 청구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보는 것이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주심)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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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8.07.14, 98헌라3, 판례집 제10권 2집 , 74, 7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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