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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9. 1. 28. 선고 97헌마253 97헌마270 결정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37조 제1항 위헌확인 등]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이○우 외 8인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윤종현 외 2인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 중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4. 12. 22. 법률 제4796호로 개정된 것) 제37조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를 기각하

고, 나머지 청구부분은 이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20세 이상의 자로서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교포인데,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4. 12. 22. 법률 제4796호로 개정된 것, 이하 ‘공직선거법’이라 한다)에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 절차에 관한 규정이 없는 관계로 1997. 12. 18.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자 공직선거법 제37조 제1항은 위헌이거나 적어도 위 절차규정을 두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에 의하여 청구인들의 선거권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주위적으로 공직선거법 제37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선거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이고, 예비적으로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아니한 재외국민에 대하여 국내에서 실시되는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는 입법부작위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며, 공직선거법 제37조 제1항의 내용과 관련 법률조항은 다음과 같다.

공직선거법 제37조(명부작성) ①선거를 실시하는 때에는 그 때마다 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포함하며, 도농복합형태의 시에 있어서는 동지역에 한한다)·시장(구가 설치되지 아니한 시의 시장을 말하며, 도농복합형태의 시에 있어서는 동지역에 한한다)·읍장·면장(이하 “구·시·읍·면의 장”이라 한다)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는 선거일 전 28일,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에 있어서는 선거일 전 22일, 지방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선거일 전 19일(이하 “선거인

명부작성기준일”이라 한다) 현재로 그 관할구역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선거권자를 투표구별로 조사하여 선거인명부작성기준일부터 5일 이내(이하 “선거인명부작성기간”이라 한다)에 선거인명부를 작성하여야 한다.

〔관련조문〕

공직선거법 제3조(선거인의 정의) 이 법에서 “선거인”이라 함은 선거권이 있는 자로서 선거인명부에 올라 있는 자를 말한다.

공직선거법 제156조(투표의 제한) ① 선거인명부에 올라 있지 아니한 자는 투표할 수 없다.(단서 생략)

주민등록법 제6조(대상자) ①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그 관할구역안에 주소 또는 거소(이하 “거주지”라 한다)를 가진 자(이하 “주민”이라 한다)를 이 법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하여야 한다. 다만, 외국인에 대하여는 예외로 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일본국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비롯한 재외국민은 주민등록의 대상자가 아니어서 주민등록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조항은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아니한 국민들에 대하여는 선거인명부에 등재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청구인들과 같은 재외국민으로 하여금 대한민국에서 실시하는 선거에 전혀 참여할 수 없게 하여 그들의 선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의 조항이다.

(2)이 사건 법조항은 대한민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국민과 그렇지 아니한 재외국민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하여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박탈한 것으로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3)국민주권의 원칙, 재외국민의 보호, 거주이전의 자유 및 선거권 보장 등의 헌법적 이념에 비추어 입법부는 국내에 주민등록을 할 수 없거나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아니한 재외국민에 대하여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거절차법을 제정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1)공직선거법헌법 제24조의 위임에 따라 구체적인 기본권의 행사를 위한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서 국민에게 부여되는 선거권을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과정에서 청구인을 포함한 일정한 국민을 선거권자에서 제외한 것이므로 부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

(2)이 사건 법조항은 선거인명부의 작성을 위하여 국민의 선거권에 제한을 가하게 된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주민등록에 의하여 선거인을 확정함으로써 그 방법이 적절하며, 그 이외의 방법에 비하여 국민 대다수가 겪게 될 불편과 비용이 적어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재외국민에 대하여 선거권을 부여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의 증가, 선거구 획정, 해외국민에 대한 고지, 외교적 마찰 등을 고려할 때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고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3)재외국민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조 제2항은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와 무관한 규정이다.

(4)이 사건 법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당하거나 평등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다.

3. 판 단

가. 주위적 청구부분에 대하여

(1)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며,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은 국회의원선거 및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규정하고 있어, 적어도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보통선거의 원칙은 선거권에 관한 입법을 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

고 중요한 원칙이라고 할 것이다.

보통선거의 원칙은 선거권자의 능력, 재산, 사회적 지위 등의 실질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성년자이면 누구라도 당연히 선거권을 갖는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선거권자의 국적이나 선거인의 의사능력 등 선거권 및 선거제도의 본질상 요청되는 사유에 의한 내재적 제한을 제외하고 보통선거의 원칙에 위배되는 선거권 제한 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권 제한입법에 관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공의 필요와 침해되는 기본권 사이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은 법률 내지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1997. 3. 27. 94헌마196 등, 판례집 9-1, 375, 383; 1997. 11. 27. 96헌바12 , 판례집 9-2, 607, 624 등 참조).

(2)일반적으로 선거권의 요건으로서 들고 있는 것으로는 국적, 연령, 거주기간 등이 있는바, 그 중 거주기간에 관한 요건이라 함은 국내 또는 선거구내에 일정기간 이상 거주하는 것을 선거권의 자격요건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요건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지속되어 오고 있는데, 선거권에 있어서 거주요건을 두는 이유는 선거인명부 작성상의 필요에 의한 기술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한다.

그러나 거주요건을 두는 경우 거주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국민은 선거권을 전혀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의 국적을 취득한 사람을 제외하고도 172만

명의 영주권자(58만명의 재일교포 포함)와 38만명의 해외교포가 있는데, 이들은 거주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국내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을 뿐 아니라 당해 거주국에서도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재외국민들에 대하여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하는가가 문제된다고 할 것이다.

(3)그러나 선거권에 관하여 거주요건을 두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선거권의 본질 및 선거의 공정성 확보 등의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첫째,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서 국토가 분단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북한 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교포에 대하여 선거권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교포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는 점에는 의문이 없으므로 재외국민 모두에게 선거권을 인정하는 선거제도를 둔다면, 위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교포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을 저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소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에는 이들이 결정권(casting vote)을 행사할 수 있다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로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재외국민의 성향을 분석하여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도 또다른 위헌의 문제 때문에 어렵다고 할 것이다).

둘째,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선거기술상으로 보아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은 대통령 선거가 23일,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가 17일, 지방의회의원선거가 14일인바, 이러한 선거운동기간의 제한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그 기간내에 외국에 있는 모든 국민에게 선거의 실시와 후보자를 홍보하고, 선거운동을 하며, 투표용지를 발송하여 기표된 용지를 회수하는 것이 실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선거의 공정성에 관하여 문제가 없다면 영국에서와 같이 대리투표에 의한 투표 또는 컴퓨터에 의한 투표 등에 의하여 선거하는 것도

물론 가능할지 모르나, 지금과 같이 엄격한 선거제도하에서도 선거부정의 시비가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에서는 이와 같은 선거방법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우편제도가 발달한 일부 국가에 대하여서만 가능한 재외국민선거제도를 만든다 하더라도 또다른 평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넷째, 선거권이 국가에 대한 납세, 병역, 기타의 의무와 결부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의무이행을 하지 아니하는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재일교포와 같이 타의에 의하여 외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별론으로 하고, 해외에 이민을 목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국민들은 자의에 의하여 국가에 대하여 납세, 병역 등의 의무를 전혀 부담하지 아니하고 있고, 장차 그 국가에 동화되어 생활하게 될 이들에 대하여 선거권을 인정하여야 할 아무런 논거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재외국민에 대하여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그 입법목적에 있어서 정당할 뿐 아니라 그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공공의 필요와 침해되는 기본권 사이의 균형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며 그 목적달성을 위하여 적절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4)재외국민 모두에게 선거권을 인정함으로써 재외국민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긍지를 심어주고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고취하며 국가의 운명에 보다 관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나, 이들에 대하여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반드시 헌법에 위배되는가 하는 문제점은 이와 같은 이상의 문제와 서로 다른 문제라고 할 것이다. 재외국민에 대하여 선거권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이 비록 바람직하지 아니하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면 이를 두고 지나친 기본권의 제한이라고는 할 수 없다.

(5)따라서 이 사건 법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기본권 제

한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는 볼 수 없다.

나. 예비적 청구부분에 대하여

이 사건 법조항은 국민 중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국민에 대하여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을 뿐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아니한 재외국민에 대하여서는 선거권을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이른바 부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하여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종전의 소수의견에 의하더라도 국민에 대하여 선거권을 부여하는 입법사항에 관하여 선거권을 부여할 국민과 부여할 수 없는 국민을 명백히 하고 있으므로 이는 질적 또는 상대적으로 불완전·불충분하게 입법사항을 규율하는 것이 되어 부진정입법부작위라 할 것이다(헌재 1996. 10. 31. 94헌마108 , 판례집 8-2, 480, 499-500 참조)〕.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법 제37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나머지 청구부분은 부적법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주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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