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1.김○식, 전경찰청장(전치안총감)
2. 이○명, 경찰청 차장(치안정감)
3. 이○영, 경찰청장(치안총감)
4. 이○만, 경찰대학장(치안정감)
위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한 백
담당변호사 이석형 외 1인
주문
1.경찰법(1991. 5. 31. 법률 제4369호로 제정되어 1997. 1. 13. 법률 제5260호로 개정된 것)제11조 제4항 및 부칙 제2조는 헌법에 위반된다.
2.청구인 이○명, 이○만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사건의 줄거리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줄거리
청구인 김○식은 1999. 1. 11. 치안총감으로 승진하여 경찰청장으로 근무하다가 1999. 11. 15.자로 퇴직하였고, 청구인 이○영은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하다가 같은 날 치안총감으로 승진하여 경찰청장에 임명되었으며, 나머지 청구인들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당시 치안정감으로서 각 경찰청 차장, 경찰대학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사람들이다. 청구인들은, 경찰청장은 퇴직일부터 2년 이내에는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없도록 정한 경찰법 제11조 제4항의 규정과 이에 상응하는 내용을 정당법에 신설할 것을 정한 위 법 부칙 제2조의 규정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1999. 3. 10.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경찰법(1991. 5. 31. 법률 제4369호로 제정되어 1997. 1. 13. 법률 제5260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제11조 제4항 및 부칙 제2조(이하 위 조항들을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며,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제11조(경찰청장)
① 내지 ③ 생략
④경찰청장은 퇴직일부터 2년 이내에는 정당의 발기인이 되거나 당원이 될 수 없다.
(2) 부칙 제2조(다른 법률의 개정)
정당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6조에 제5호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5.경찰법 제11조 제4항의 규정에 의한 경찰청장 퇴직후 2년이내인 자
2.청구인들의 주장
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청구인들 중 경찰청장은 퇴직일부터 2년이내에는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없게 되었으며, 나머지 청구인들은 조만간 경찰청장으로 임명될 수 있는 현직 치안정감들로서 향후 경찰청장에 임명되는 경우 역시 퇴직후 위와 같이 당적취득 등이 금지되게 되었다. 물론 청구인들에 대한 기본권의 침해는 현 경찰청장의 경우 퇴직후, 나머지 청구인들에 대해서는 향후 경찰청장에 임명된 뒤 퇴직한 후에나 현실화될 것이나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청구인들은 모두 가까운 장래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기본권침해가 확실히 예상되므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하는 기본권침해의 현재성을 충족시키고 있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경찰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그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경찰의 독립과 직무의 공정한 수행은 그 나라의 법률제도와 정치문화수준, 경찰청장과 경찰구성원들의 자세, 국민의 법의식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하여 그 수준이 결정될 수 있는 것이지 경찰청장 개인에 의하여 좌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특히 경찰청장의 퇴직후 당적취득금지 등의 방법에 의하여 달성될 수 있는 문제는 더욱 아니다. 설사 경찰청장 퇴직후 당적취득을 금지하는 방법이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달성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직무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감사원장 등 다른 사법관련 공직자들과는 달리, 유독 경찰청장에게만 퇴직후 당적취득 등을 금지하는 것은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이 자의적인 차별대우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경찰청장직에서 퇴직한 특정인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으므로 그 적용의 인적범위가 확정되거나 적어도 확정될 수 있고, 개별입법에 내재되어 있는 불평등한 요소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위헌적인 개별입법에 해당한다.
다.이 사건 법률조항은 경찰청장에서 퇴직한 자로 하여금 퇴직 후 2년간 정치적 결사인 정당을 통한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수 없도록 배제함으로써 정치적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또한 이로 인하여 경찰청장은 퇴직후 2년 동안은 정당 추천이 아닌 무소속으로만 각종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밖에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참정권의 제한을 받고 있다. 투표와 선거 그리고 당적취득 등 정치적 자유영역에서 국민의 참정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이 국민주권의 원리에 합치되는 것인데, 경찰청장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당적취득 등을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정치과정에서 불가결한 정신적 자유권인 참정권과 결사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를 부정하는 것이며, 이로써 청구인들의 위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준수해야 하는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라.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경찰청장 퇴직후 당적취득 등이 금지되므로 결과적으로 경찰청장 퇴직자에게 정당인이나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셈이 되어, 직업의 자유중에서 제한요건이 엄격한 직업선택의 자유가 제한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 기본권제한의 형식과 정도 등에 있어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명백히 위헌이다.
3.판 단
가. 청구인 이○명, 이○만의 심판청구 부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하여야 한다. 이 때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자’라 함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자기의 기본권이 현재 그리고 직접적으로 침해받은 경우를 의미하므로, 원칙적으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의 직접적인 상대방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공권력의 작용에 단순히 간접적, 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있을 뿐인 제3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헌재 1994. 6. 30. 92헌마61 , 판례집 6-1, 680, 684). 그러므로 법률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경우, 법률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자, 즉, 법률의 직접적인 규율대상자만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제3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본권침해에 직접 관련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당시, 청구인 이○명, 이○만은 치안정감으로서 각 경찰청 차장, 경찰대학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사람들이고, 지금도 경찰청장인 사람이 아니다. 1980년 이래 취임한 경찰청장에 취임한 사람은 모두가 예외없이 치안정감 중에서 임명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위 청구인들이 차기 경찰청장에 임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위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가까운 장래에 침해당하리라는 것이 예상되기는 하나, 치안정감 중에서 누군가가 장래에 경찰청장에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경찰청장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현재 치안정감의 직위에 있는 위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청구인들에게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당시는 물론 지금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다툴 수 있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 청구인들의 헌법소원청구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
나. 청구인 김○식, 이○영의 심판청구 부분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검찰총장의 공직취임금지와 당적취득금지를 규정한 검찰청법 제12조 제4항 및 제5항과 함께 경찰청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1997. 1. 13. 신설된 규정이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그 임무로 하는데(경찰법 제3조), 경찰공무원은 상관의 지휘·감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경찰법 제24조, 경찰공무원복무규정 제3조 제3호). 경찰청장은 경찰의 수장으로서 경찰에 관한 사무를 통할하고 청무를 관장하며 소속공무원 및 각급 경찰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며(경찰법 제11조 제3항), 뿐만 아니라 총경 이상의 경찰공무원의 인사에 있어서는 추천권을, 경정 이하의 경찰공무원의 인사에 있어서는 임용권을 가지고 있다(경찰공무원법 제6조 제1항 및 제2항). 따라서 경찰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권 및 실질적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이 정치권의 영향으로부터 독립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경찰로 하여금 국민의 자유과 권리를 존중하고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중립을 지키며 그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경찰청장에 대하여 퇴직일부터 2년간 ‘정당설립과 당적취득의 금지’라는 수단을 택한 것은, 정당으로부터 경찰청장의 직에서 물러난 뒤에 지구당위원장의 임명이나 정당공천 등 반대급부를 기대하여 재직중 경찰청장이 특정정당에 유리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경찰청장이 퇴직한 뒤에 공직선거를 통하여 취임할 수 있는 다른 직위에 연연하지 않고 재직중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하여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하는 한편, 퇴직후 자신이 가입하는 특정정당을 위하여 재직중에 편파적으로 경찰권을 행사했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2) 정당(설립 및 가입)의 자유의 침해여부
(가) 침해된 기본권
경찰청장으로 하여금 퇴직 후 2년간 정당의 설립과 가입을 금지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누구나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정당을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보장하는 ‘정당의 자유’(헌법 제8조 제1항 및 제21조 제1항)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정당에 관한 한, 헌법 제8조는 일반결사에 관한 헌법 제21조에 대한 특별규정이므로, 정당의 자유에 관하여는 헌법 제8조 제1항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정당의 자유를 규정하는 헌법 제8조 제1항이 기본권의 규정형식을 취하고 있지 아니하고 또한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장’인 제2장에 위치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침해된 기본권은 ‘정당설립과 가입에 관한 자유’의 근거규정으로서 ‘정당설립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8조 제1항과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된 기본권이라 할 것이다.
한편, 청구인들은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퇴직 후 2년간은 정당의 추천이 아닌 무소속으로만 각종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것은 국민 누구나가 공직선거에 입후보하여 당선될 수 있는 피선거권, 즉 선거직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권리로서 공무담임권이 아니라, 정당의 설립과 가입에 관한 자유이다. 물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정당가입의 금지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정당의 공천을 받을 수 없다는 결과가 발생하고 이로써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잃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공직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될 수 있는 권리 그 자체가 침해받는 것은 아니다. 청구인들이 공무담임권에 대한 제약을 받는 것은 단지 정당공천을 받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보다 높은 선출의 가능성일 뿐이다. 따라서 피선거권에 대한 제한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져오는 간접적이고 부수적인 효과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피선거권)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아니다.
또한 청구인들은 직업의 자유도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나, 공무원직에 관한 한 공무담임권은 직업의 자유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특별법적 규정이고,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공무담임권(피선거권)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아니므로, 직업의 자유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으로서 고려되지 아니한다.
(나) 정당의 기능과 과제
오늘날의 정치현상을 살펴 보면, 개체로서의 국민은 개인의 다양한 이익과 욕구를 집결, 선별하고 조정하는 집단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을 정치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당은 민주적 의사형성을 위한 불가결한 요소이다. 오늘날의 의회민주주의는 정당의 존재없이는 기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당은 국민과 국가를 잇는 연결매체로서 민주적 질서의 중요한 구성부분이다.
정당은 정치권력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모든 중요한 세력, 이익, 시도 등을 인식하고 이를 취합·선별하여 내부적으로 조정을 한 다음,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을 형성하는 기능을 한다. 사회의 다양한 견해가 선택가능한 소수의 대안으로 집결되고 선별되는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국민에 의한 선거가 가능하다. 바로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정당이므로, 선거를 준비하는 기관으로서의 정당없이는 선거가 치루어질 수 없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할 뿐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의 주요 핵심 공직을 선출, 임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의회와 정부 등 정치적 지도기관의 정책과 결정에 영향을 행사함으로써, 국가의사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시말하면, 정당은 국가의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것이 그 목적이며, 이러한 목적은 오로지 국민의 지지를 통해서만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의 정치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것이다.
헌법 제8조 제1항은 단지 정당설립의 자유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헌법 제21조의 결사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정당설립의 자유만이 아니라 누구나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정당에 가입하고 정당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자유를 함께 보장한다. 정당의 설립만이 보장될 뿐 설립된 정당이 언제든지 다시 금지될 수 있거나 정당의 활동이 임의로 제한될 수 있다면, 정당설립의 자유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설립의 자유는 당연히 정당의 존속과 정당활동의 자유도 보장한다.
즉, 헌법 제8조 제2항은 정당의 내부질서가 민주적이 아니거나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조직을 갖추지 못한 정당은 자유롭게 설립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요청을 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제8조 제1항의 정당설립의 자유와 제2항의 헌법적 요청을 함께 고려하여 볼 때, 입법자가 정당으로 하여금 헌법상 부여된 기능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그에 필요한 절차적·형식적 요건을 규정함으로써 정당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형성하고 동시에 제한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정당설립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나 침해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 이는 곧 입법자가 정당설립과 관련하여 형식적 요건을 설정할 수는 있으나(정당법 제16조), 일정한 내용적 요건을 구비해야만 정당을 설립할 수 있다는 소위 ‘허가절차’는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과 관련해서도, 특정 집단에 대하여 정당설립 및 가입을 금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당이 헌법상 부여받은 기능을 이행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최소한의 조건에 대한 규율에 그쳐야 한다.
3)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의 해산에 관한 위 헌법규정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보호하려는 소위 ‘방어적 민주주의’의 한 요소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헌법 스스로가 정당의 정치적 성격을 이유로 하는 정당금지의 요건을 엄격하게 정함으로써 되도록 민주적 정치과정의 개방성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려는 것이다. 즉, 헌법은 정당의 금지를 민주적 정치과정의 개방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이해하여 오로지 제8조 제4항의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정당설립의 자유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제거하려는 조직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한, ‘정당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 정당에 해당하며, 오로지 헌법재판소가 그의 위헌성을 확인한 경우에만 정당은 정치생활의 영역으로부터 축출될 수 있다.
4)그렇다면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의 개방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정당설립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호하
려는 헌법의 정신에 비추어, 정당의 설립 및 가입을 금지하는 법률조항은 이를 정당화하는 사유의 중대성에 있어서 적어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반’에 버금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의 의회민주주의가 정당의 존재없이는 기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심지어 ‘위헌적인 정당을 금지해야 할 공익’도 정당설립의 자유에 대한 입법적 제한을 정당화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 헌법의 객관적인 의사라면, 입법자가 그외의 공익적 고려에 의하여 정당설립금지조항을 도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따라서 정당설립금지의 규정이 정당의 위헌성이나 정치적 성격때문이 아니라 비록 다른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도입된다 하더라도, 금지규정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매우 중대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경찰청장 직무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의 확보’라는 입법목적이 입법자가 추구할 수 있는 헌법상 정당한 공익이라는 점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또한, 이러한 공익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공익을 실현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이를 부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2) 수단의 적합성
가)이 사건 법률조항은 경찰청장이 퇴직한 뒤에 일정기간 당적을 갖지 못하게 함으로써 정당에 의한 공천가능성을 처음부터 완전히 배제하여 경찰청장으로 하여금 특정정당이나 집권정당을 의식하지 아니한채 소신을 가지고 경찰권의 행사를 공정하게 지휘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점에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당설립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오늘날의 정치현실에서 차지하는 정당의 중요성 때문에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법의 결정이므로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경우에는 입법수단이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실하게 예측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헌법재판소는 정당설립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합헌성의 판단과 관련하여 ‘수단의 적합성’ 및 ‘최소침해성’을 심사함에 있어서 입법자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는 소극적인 심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로 하여금 법률이 공익의 달성이나 위험의 방지에 적합하고 최소한의 침해를 가져오는 수단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납득시킬 것을 요청한다.
만일, 정당설립의 자유와 같이 원칙적으로 제한될 수 없다는 것을 헌법이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경우에도, 헌법재판소가 ‘법률이 그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목적을 실현하기에 명백하게 부적합한가’만을 심사한다면, 입법자는 중대한 공익이나 방지해야 할 위험이 현존함을 주장하여 입법목적의 달성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입법수단을 동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경찰청장이 퇴직후 공직선거에 입후보하는 경우 당적취득금지의 형태로써 정당의 추천을 배제하고자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어느 정도로 입법목적인 ‘경찰청장 직무의 정치적 중립성’을 실현할 수 있을지 그 효율성이 의문시된다. 더욱이 선거직이 아닌 다른 공직에 취임하거나 공기업의 임원 등이 될 수 있는 그외의 다양한 가능성을 그대로 개방한 채, 단지 정당의 공천만을 금지하
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경찰청장의 경우에는 검찰총장과 달리 임기를 보장하는 조항이나 중임금지조항 등 재직중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전제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규정이 없다. 이러한 법적 상태에서 단순히 퇴직후 정당추천만을 배제한다고 하여 어느 정도로 경찰청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역대 치안총수의 퇴직후 2년내 공직 및 선거직 진출에 관한 현황’을 본다면, 1980년 이래 현재까지(1999. 11. 1.)퇴직한 총 18명 중에서 1992년까지 7인이 임명직인 도지사나 시장에 임명되었고, 그 이후에는 3인이 공기업의 임원에 취임하였으며, 단 1인만이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뿐이다. 즉 1980년 이래 현재까지 퇴직한 총 18명의 경찰총수 중에서 퇴직후 2년 이내에 정당공천을 통하여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서 선출된 경우가 한번도 없다는 사실은 바로 경찰청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수단으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효과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실효성을 의심케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경찰청장의 정치적 중립성은 그의 직무의 정치적 중립을 존중하려는 집권세력이나 정치권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집권세력이 정치적 사건에 있어서 경찰청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우 임기도 보장이 안된 경찰청장이 어느 정도로 그러한 정치적 압력에 저항할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인 터에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단지 퇴직후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형태로 일방적으로 경찰청장에게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경찰청장의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무리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과 입법수단간의 인과관계가 막연하고,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 하는 법률의 효과 또한 불확실하므로 정당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 갖추어야 할 적합성의 엄격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3) 최소침해성의 원칙
설사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기본권 제한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최소침해성의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과거에 보유한 공직을 이유로 개인의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법이 아니라 임○중 경찰청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가지의 방법, 예컨대 임기보장조항 및 중임금지조항의 신설 등을 통해서도 위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정당공천을 통하여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 입법자의 진정한 의도라면, 정당의 설립 및 가입 그 자체를 포괄적으로 금지하지 않고서도 ‘지구당위원장으로의 임명’이나 ‘정당추천의 금지’ 등 개인의 정당의 자유를 보다 적게 침해하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이유로 ‘입법자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고려되는 여러 가지의 방법 중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고 가장 적게 침해하는 수단을 택해야 한다’는 내용의 최소침해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4) 법익의 균형성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적 효과가 정당설립 및 가입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데 있다.
이미 위에서 자세하게 본 바와 같이, 정당설립 및 가입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실현되는 공익은 그 효과에 있어서 매우 불확실하다. 반면, 청구인들은 경찰청장 퇴직후 2년동안 정당의 설립 및 가입이 금지됨으로써 모든 형태의 정당활동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더욱 본질적인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의 자유’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이다. 국민 누구나가 자유롭게 정당을 설립하고 이에 가입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목적의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일말의 개연성 때문에 국민의 민주적 의사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정당설립 및 가입의 자유를 금지하는 것은, 제한을 통하여 얻는 공익적 성과와 제한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현저하게 일탈하고 있다고 하겠다.
5) 소결론
헌법은 정당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아니하므로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개입하지 않는다면 중대한 공익이 손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어느 정도 명백하게 드러나는 경우에만, 비로소 민주주의 실현에 있어서 중요한 기본권인 정당설립 및 가입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청장에게 퇴직후 정당의 설립과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재직시 직무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협하는 부정적 효과가 어느 정도 발생할지 확실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의도한 성과 사이에 연관관계가 객관적으로 납득할만큼 명백하지 않다고 할 것이므로 정당의 자유와 같은 원칙적으로 제한될 수 없는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수단의 적합성의 관점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뿐만 아니라, 기본권을 보다 적게 침해하는 방법으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정에 미치는 불리한 효과와 아울러 당사자에게 발생하는 피해가 매우 큰데 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적 효과는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검찰총장의 공직취임금지와 당적취득금지를 규정한 검찰청법 제12조 제4항 및 제5항과 함께 경찰청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1997. 1. 13. 신설한 규정인데, 헌법재판소는 이미 1997. 7. 16. 97헌마26 결정에서 검찰청법의 위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위 법률조항들이 청구인인 검찰총장의 기본권인 공무담임권과 결사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임을 선언한 바 있다.
(3) 평등권의 위반여부
정당법 제6조 제1호 및 제3호는 공무원의 정당설립 및 가입을 금지함으로써 공무원 직무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자 제정된 것이다. 이러한 입법목적에 비추어 정당법 제6조 제1호 및 제3호에 열거된 공무원의 인적 집단과 경찰청장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으로서 같게 취급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유독 경찰청장의 경우에만 재직중 뿐만 아니라 퇴직후에도 2년간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퇴직함으로써 자유롭게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있는 다른 공무원에 대하여 정당의 자유에 있어서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
즉, 정당법 제6조 제1호 및 제3호에 열거된 공무원, 특히 직무의 독립성이 강조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과 감사원장 등의 경우에도 경찰청장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는 점, 1980년 이래 퇴직한 경찰청장 중 퇴직 후 2년내에 정당공천을 통하여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서 선출된 경우가 한번도 없다는 사실에 비추어 경찰청장의 경우에만 퇴직후 선거직을 통한 공직진출의 길을 봉쇄함으로써 재직중 직무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다른 공무원과 경찰청장 사이에는 차별을 정당화할만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유독 경찰청장에 대하여만 퇴직한 뒤 일정기간 정당의 발기인이 되거나 당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4.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청구인 이○명, 이○만의 심판청구부분은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결여되어 부적법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 김○식, 이○영의 정당설립 및 가입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이자 평등원칙에도 위반되는 위헌적인 규정이므로,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주심) 이재화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