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의 각하의견
1.형사소송법 제294조의 2와 같은 법 제223조가 다같이 동일하게 표현한 ‘범죄로 인한 피해자’와 헌법 제27조 제5항의 ‘형사피해자’를 비교하여 볼 때, 두 개념 사이에 차이를 둘 여지가 없다는 점, 더구나 같은 법 제225조에서 형사피해자(또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 이하 ‘범죄피해자’라 한다)의 직계친족 내지 배우자 등을 범죄피해자와 별도의 ‘비피해자인 고소권자’라고 명문으로 규정하는 한편 동조 제2항 단서에서 비피해자인 고소권자와 범죄피해자를 명확히 구별하면서 비록 비피해자인 고소권자라 하더라도 범죄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서는 고소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민사법상의 피해자 개념과 형사법상의 피해자 개념이 반드시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범죄피해자와 비피해자인 고소권자는 엄연히 서로 구분되는 개념이고,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상 재판절차진술권은 범죄피해자 본인에게만 귀속되는 것이며, 예외적으로 고소권을 부여받은 비피해자인 고소권자는 재판절차진술권이 아닌 고소권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2.공권력 행사의 일종인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되었다 함은 범죄피해자가 고소를 하여 공소권행사를 요구하였음에도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재판절차진술권 등의 기본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비록 범죄피해자라 하더라도 고소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다 한들 그것은 범죄피해자의 공소권행사요구에 대한 처분이라 하기 어렵고, 따라서, 고소권을 행사하지 않은 한에 있어서는 ‘해당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서는’ 헌법상의 어떠한 기본권도 침해받은 것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당해 불기소처분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의 청구인적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형사소송법 제223조(고소권자)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피해자의 진술권) ①법원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그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1. 피해자가 아닌 자가 신청한 경우
2. 신청인이 이미 당해 사건에 관하여 공판절차 또는 수사절차에서 충분히 진술하여 다시 진술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3. 신청인의 진술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현저하게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경우
② 법원은 제1항의 규저엥 의하여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신문하는 경우에는 당해 사건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③~④생략
【참조판례】
헌재 1995. 5. 25. 94헌마185
헌재 1998. 8. 27. 97헌마79
헌재 2002. 1. 31. 2001헌마795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강○숙
대리인 변호사 모병철
피청구인 대구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인 대구지방검찰청 2001년 형제60244호 불기소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청구인의 남편 망 김○휴(36세,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01. 3. 24. 17:15 경 경기 37더○○○○호 승용차를 운전하고 경북 성주군 가천면 ○○식당 앞 편도1차선도로를 가천면 화죽리 방면에서 신계·용사리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중앙선침범 운전을 한 과실로 맞은편 차로에서 반대편으로 진행하는 청구외 권○규(남, 42세) 운전의 경북 72아○○○○호 버스와 충돌하여 위 권○규로 하여금 요치 약2주의 경추부염좌상 등을, 위 승용차에 동승하고 있던 청구외 김○백(남, 85세)으로 하여금 요치 약16주의 두개골기저부 골절상 등을, 위 버스 승객인 청구외 이○희(여, 49세)로 하여금 요치 약4주의 안면부 심부열상 등을 각 입게 함과 동시에 위 버스 수리비 6,056,400원 상당을 손괴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야기하였다는 혐의사실에 관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및 도로교통법위반죄로 입건되었다.
나.피청구인은 위 사건을 수사한 후 2001. 6. 26. 피의자인 망인의 사망을 이유로 망인에 대하여 공소권없음 불기소처분 결정을 하였다.
다.이에 대하여 망인의 배우자인 청구인은 망인이 이 사건 사고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임에도 피청구인이 망인을 교통사고의 피의자로 입건한 후 그 사망을 이유로 공소권없음 불기소처분 결정한 것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2001. 8. 22. 망인에 대한 위 공소권없음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
구하였다.
2. 판 단
3.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와 같이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의 각하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4.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의 각하의견
다수의견은 이 사건 사고로 청구인의 남편인 망인이 사망한 것과 관련하여, 청구인이 헌법 제27조 제5항 소정의 재판절차진술권 있는 ‘형사피해자’에 해당하고, 나아가 청구인이 일단 형사피해자의 지위에 있는 한 헌법소원 심판대상 불기소처분 사건의 피의자가 누구인지 여부 또는 청구인이 상대운전자인 청구외 권○규를 상대로 별도의 고소를 제기하였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심판청구를 부적법 각하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청구인이 헌법 제27조 제5항 소정의 ‘형사피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헌법 제27조 제5항은 “형사피해자는 법률에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의 구체적 내용은 이를 법률의 규정에 맡겼고, 이에 근거하여 형사소송법 제223조에서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다.”고, 같은 법 제294조의2 제1항 본문에서는 “법원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여야 한다.”고 각 규정하여 형사피해자로서 재판절차진술권이 있는 자를 고소권자인 범죄로 인한 피해자 ‘본인’으로 한정하였다.
이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294조의 2와 같은 법 제223조가 다같이 동일하게 표현한 ‘범죄로 인한 피해자’와 헌법 제27조 제5항의 ‘형사피해자’를 비교하여 볼 때, 두 개념 사이에 차이를 둘 여지가 없다는 점, 더구나 같은 법 제225조에서 형사피해자(또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 이하 ‘범죄피해자’라 한다)의 직계친족 내지 배우자 등을 범죄피해자와 별도의 ‘비피해자인 고소권자’라고 명문으로 규정하는 한편, 동조 제2항 단서에서 비피해자인 고소권자와 범죄피해자를 명확히 구별하면서 비록 비피해자인 고소권자라 하더라도 범죄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서는 고소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민사법상의 피해자 개념과 형사법상의 피해자 개념이 반드시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범죄피해자와 비피해자인 고
죄피해자 본인에게만 귀속되는 것이며, 예외적으로 고소권을 부여받은 비피해자인 고소권자는 재판절차진술권이 아닌 고소권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2)종래 다수의견에 의하면, 헌법이 재판절차진술권을 독립된 기본권으로 인정한 본래의 뜻에 미루어 범죄피해자의 개념을 반드시 형사실체법상의 ‘보호법익’을 기준으로 한 피해자 개념에 한정하여 결정할 것이 아니라, 형사실체법상으로는 보호법익의 직접적인 향유주체로 해석되지 않더라도 문제된 범죄행위로 말미암아 ‘법률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자의 뜻으로 풀이하여야 하고, 이 사건에 있어서 청구인은 남편의 사망으로 정신적인 충격과 고통 등 헌법 제10조에서 정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할 기본권’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헌법 제27조 제5항에서 정한 법률상 불이익을 받은 범죄피해자의 범주에 속한다고 한다(헌재 1992. 10. 1. 91헌마31 , 판례집 4, 620 참조).
그러나, 다수의견의 취지대로 범죄피해자의 개념을 반드시 형사실체법상의 보호법익을 기준으로 한 피해자 개념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문제된 범죄행위로 말미암아 ‘법률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자의 뜻으로 풀이한다 하더라도, 여기에서 법률상 불이익이라 함은 예를 들어 위증죄의 소송당사자처럼 ‘직접적이면서 법률적인’ 불이익, 즉 적어도 ‘보호법익의 준주체’로서 받는 불이익을 뜻하는 것이지, ‘정신적인 고통’ 등과 같이 ‘사실적이고 간접적인 이해관계’를 포함하는 것으로까지 무리하게 확대해석할 것은 아니다.
설령 다수의견대로 범죄피해자 본인과의 특수관계에 기한 정신적 고통을 범죄피해자 지위인정 여부의 기준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정신적인 고통’이라는 개념 자체가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도대체 어느 범위까지를 ‘정신적 고통을 받은 범죄피해자’로 볼 것인지 여부, 즉 자기관련성 요건을 흠결한 제3자의 고소는 단순고발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는 우리 재판소의 일관된 입장과 관련하여, 예를 들어 위증죄에 있어 소송당사자의 직계친족도 만일 그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면 이를 범죄피해자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 등의 구체적·개별적 판단기준에 관하여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3)비록 청구인이 사망한 범죄피해자의 배우자임을 전제로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에 의하여 비피해자인 고소권자의 지위에 있다 하여도, 거기에서 더 나아가 청구인에게 헌법 제27조 제5항 및 형사소송법 제223조 소정의 범죄피해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범죄피해자 본인과 예외적 고소권자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나. 고소하지 않은 범죄피해자의 헌법소원 적격
한편, 가사 다수의견에 따라 청구인에게 헌법 제27조 제5항 및 형사소송법 제223조 소정의 범죄피해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이 상대운전자가 아니라 청구인의 남편인 망인인 데다가 청구인이 상대운전자를 상대로 별도의 고소를 제기하지 않은 한, 청구인에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권력의 행사(불기소처분)에 관한 자기관련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로 하여금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 한편으로 형사소송법 제223조에서
는 범죄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형사소송 절차에서 범죄피해자에 대한 구제절차로서 고소제도를 두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공권력 행사의 일종인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되었다 함은 범죄피해자가 고소를 하여 공소권행사를 요구하였음에도,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재판절차진술권 등의 기본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비록 범죄피해자라 하더라도 고소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다 한들 그것은 범죄피해자의 공소권행사요구에 대한 처분이라 하기 어렵고, 따라서, 고소권을 행사하지 않은 한에 있어서는 ‘해당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서는’ 헌법상의 어떠한 기본권도 침해받은 것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당해 불기소처분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의 청구인적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2)도시 형사소송법의 명문의 규정을 깨뜨리고 고소하지 않은 범죄피해자라거나 또는 범죄피해자임을 주장한다고 해서 굳이 헌법소원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하는 근거가 어디에서 도출되는 것인지,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 심히 의심스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 결 론
그렇다면, 비록 이 사건 사고로 청구인의 남편이 사망하였다 할지라도 청구인이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 소정의 비피해자인 고소권자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헌법 제27조 제5항의 범죄피해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청구인이 상대운전자 권○규를 상대로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에 의하여 비피해자인 고소권자에게 부여된 고소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이 사건에 있어서 청구인에게는 범죄피해 또는 범죄에 관한 자기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가사 청구인에게 범죄피해자의 지위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청구인이 형사소송법 제223조에 의하여 범죄피해자에게 부여된 고소권행사를 하지 아니한 데다가 청구인의 남편만 피의자로 입건되었을 뿐, 상대운전자는 입건조차 되지 않은 이 사건에 있어서 청구인에게는 공권력행사(불기소처분)에 대한 자기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어느모로 보나 자기관련성 요건을 흠결한 부적법한 청구에 해당하여 각하함이 상당하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