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제청법원 서울행정법원(2000아1105)
제청신청인 구○모
대리인 변호사 김정술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2000구14510 수거폐기처분무효확인등
주문
구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3항 제4호 중 게임물에 관한 규정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제청신청인은 울산 중구 성남동 255의 3에서 ‘○○컴퓨터 게임장’을 운영하면서, ‘○○’라는 게임물을 설치하여 영업하고 있는 자이다.
(2)문화관광부장관은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으로부터 게임물 제작업자가 1998. 4. 8. 위 게임물을 ‘램프식’으로 검사받은 다음 이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릴식’게임기로 불법 제조하여 유통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고, 1999. 12. 21. 각 시·도에 게임제공업주 책임하에 ‘릴식 ○○’ 게임물을 2000. 1. 15.까지 자진하여 폐기하도록 조치하고, 위 기한 이후부터는 구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3항 제4호의 규정에 의하여 위 게임기의 기판을 수거·폐기하도록 조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이하 문화관광부장관의 위 행위를 “이 사건 지시”라 한다).
(3)이에 울산광역시 중구청장은 2000. 5. 1. 그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제청신청인 경영의 위 게임장을 단속하게 하여, 그곳에 있던 제청신청인 소유의 ‘릴식 ○○’ 기판 7대를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이라는 이유로, 위 법률조항에 의하여 수거하게 하였다(이하 울산광역시 중구청장의 위 행위를 “이 사건 수거처분”이라 한다).
(4)이에 제청신청인은 2000. 5. 18. 서울행정법원 2000구14510호로 문화관광부장관과 울산광역시 중구청장을 피고로 하여, 우선 문화관광부장관과 울산광역시 중구청장이 함께 이 사건 수거처분을 하였음을 전제로, 주위적으로는 문화관광부장관의 이 사건 지시, 문화관광부장관과 울산광역시 중구청장의 이 사건 수거처분의 각 무효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울산광역시
중구청장의 이 사건 수거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위 법률조항 중 게임물에 관한 규정 부분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고(같은 법원 2000아1105), 같은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4조 제3항 제4호 중 게임물에 관한 규정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규정내용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1) 심판대상조항
법 제24조(폐쇄 및 수거조치 등) ①~② 생략
③문화관광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음반·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을 발견한 때에는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이를 수거하여 폐기하게 할 수 있다.
1.~3. 생략
4.제18조 제5항의 규정에 의한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급분류를 받은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
5. 생략
④~⑥ 생략
(2) 관련조항
법 제18조(등급분류)①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을 유통·시청제공 또는 오락제공을 목적으로 제작하거나 수입 또는 반입 추천을 받고자 하는 자는 미리 당해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2. 생략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등급은 다음 각호와 같고, 등급의 분류기준과 절차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규정으로 정한다. 다만, 게임제공업소에서만 사용하고자 하는 게임물은 제1호 및 제3호의 등급만 분류할 수 있다.
1.전체이용가:연령에 제한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비디오물 및 게임물
2.12세이용가:12세미만의 자가 이용할 수 없는 비디오물 및 게임물
3.18세이용가:18세미만의 자가 이용할 수 없는 비디오물 및 게임물
③영상물등급위원회는 사행성이 지나쳐서 제2항 제1호 내지 제3호의 등급을 부여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게임물에 대해서는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사용불가로 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용불가로 결정된 게임물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유통 또는 오락제공되어서는 아니된다.
④ 생략
⑤누구든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급분류를 받은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을 제작·유통·시청제공 또는 오락제공하여서는 아니되며, 제2항 제3호에 해당하는 비디오물 및 게임물은 연소자에게 유통·시청제공 또는 오락제공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⑥ 생략
법 제24조(폐쇄 및 수거조치 등) ①~③ 생략
④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계공무원이 당해 음반·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을 수거한 때에는 그 소유자 또는 점유자에게 수거증을 교부하여야 한다.
⑤ 생략
⑥제1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게시물의 부착·봉인·수거 기타 처분을 하는 관계공무원이나 협회 또는 단체의 임·직원은 그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를 지니고 관계인에게 이를 내보여야 한다.
2.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
(1)관계행정청은 게임제공업주 등이 게임장에서 사용중인 미등급분류된 게임물 등을 적발한 경우, 우선 게임제공업주에 대하여 그 게임물의 사용중지나 수거·폐기를 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행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고, 직접 게임물을 수거·폐기하는 조치는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경우(게임물 제작업자가 불법게임물을 대량으로 제작하여 유통시키려 하는 경우 등)나 게임제공업주 등이 위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 등에만 보충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도 무방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상 즉시강제의 일종으로서 관계행정청으로 하여금 어떤 게임물이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게임물 등으로 판단되면, 긴급성 등 아무런 제한요건 없이 이를 수거·폐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행정청이 위 규정에 의거 미등급분류된 게임물 등을 막바로 수거하여 폐기해 버리면, 그 수거·폐기조치가 나중에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그 게임제공업주 등이 이를 반환받는 등의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게 되어 게임물 소유자의 소유권이 완전히 박탈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관계행정청으로 하여금 행정목적 달성을 위하여 보다 완화된 기본권제한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기본권제한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2)행정청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거 미등급분류된 게임물 등을 막바로 수거하여 폐기해 버릴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게 되어 그 게임제공업주 등이 소송에
서 그 수거·폐기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어지게 되고, 따라서 사법절차를 통하여 구제받을 길을 완전히 봉쇄당하는 결과가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게임제공업주 등의 헌법상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나. 문화관광부장관의 의견
(1)이 사건 법률조항은 불법게임물의 대량·반복 유통 및 이로 인한 우리 사회의 급속한 사행성 조장 분위기를 차단하기 위하여 부득이 불법유통현장에서 이를 수거함으로써, 게임장을 건전한 생활문화공간으로 육성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기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가진 것이다.
(2)만일 불법게임물을 적시에 수거하지 아니한다면,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농후하고(사진 및 진술만으로는 법정시비가 빈발할 우려가 있음), 불법게임물이 급속히 복제·변조되어 재유통되는 등 단속의 효과를 거둘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법게임물에 대한 불감증의 만연 및 불법게임물 단속으로 인한 벌과금을 감수하면서라도 한탕해보겠다는 심리의 팽배를 초래하여 우리 사회에 사행성이 조장되고, 건전한 사회기풍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불법게임물에 대한 수거조치는 법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불이익을 주어 경각심을 심어주고, 나아가 이들 불법게임물이 시중에 반복 유통되는 폐해를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이다.
(3)준사법적, 준입법적, 집행적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이라 함은 이미 사행성이 농후한 게임물로서, 그 유통을 제한해야 할 시급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이므로, 행정부는 더 이상의 완화된 기본권제한조치로서는 그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급박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부득이한 행정상 즉시강제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국민 전체의 공익증진이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부득이한 행정조치로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4)게임물은 관련 프로그램이 대부분 국내외에서 통용되는 등의 특성상 원상회복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행정소송 이외에도 손해배상 등을 통한 소송상의 구제절차도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게임제공업주 등의 헌법상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
3. 판 단
가. 행정상 즉시강제의 의의 및 한계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문화관광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이 법 제18조 제5항의 규정에 의한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발견한 때에는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이를 수거하여 폐기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어떤 하명도 거치지 않고 행정청이 직접 대상물에 실력을 가하는 경우로서, 위 조항은 행정상 즉시강제 그 중에서도 대물적(對物的) 강제를 규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행정상 즉시강제란 행정강제의 일종으로서 목전의 급박한 행정상 장해를 제거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미리 의무를 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또는 그 성질상 의무를 명하여 가지고는 목적달성이 곤란할 때에, 직접 국민의 신체 또는 재산에 실력을 가하여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
하는 작용이며, 법령 또는 행정처분에 의한 선행의 구체적 의무의 존재와 그 불이행을 전제로 하는 행정상 강제집행과 구별된다.
행정강제는 행정상 강제집행을 원칙으로 하며, 법치국가적 요청인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에 반하고,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큰 권력작용인 행정상 즉시강제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강제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행정상 즉시강제는 엄격한 실정법상의 근거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그 발동에 있어서는 법규의 범위 안에서도 다시 행정상의 장해가 목전에 급박하고, 다른 수단으로는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이어야 하며, 이러한 경우에도 그 행사는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함을 내용으로 하는 조리상의 한계에 기속된다.
나. 재산권의 침해 여부
(1)이 사건 법률조항은 문화관광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이 법 제18조 제5항의 규정에 의한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발견한 때에는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이를 수거하여 폐기하게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게임제공업주 등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그렇다면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활동을 함에 있어 지켜야 할 기본원칙인 과잉금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하여 본다.
(2)법 제18조는 게임물의 등급분류에 관한 규정을 두어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등급분류를 받도록 하고,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제작·유통 또는 오락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바, 게임물의 등급분류제는 게임물의 내용에 따라 이용연령을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생활 및 정서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을 방지하고, 게임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이하 “불법게임물”이라 한다)의 유통을 방지함으로써 게임물의 등급분류제를 정착시키고, 나아가 불법게임물로 인한 사행성의 조장을 억제하여 건전한 사회기풍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쉽게 수긍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게임제공업주에 대하여 먼저 불법게임물의 사용중지나 수거·폐기를 명하지 아니하고 즉시 그 게임물을 수거·폐기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상 즉시강제의 근거를 규정한 것이 위와 같은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하나의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3)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거·폐기에 관한 규정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하나의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침해의 최소성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똑같이 효과적인 방법 중에서 기본권을 보다 적게 침해하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불법게임물에 대한 긴급한 수거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의 요건을 충족시키는지 여부를 본다.
이와 관련하여 행정상 즉시강제란 개념 자체가 본질적으로 긴급성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행정
상 즉시강제의 실정법적 근거를 둠에 있어 긴급성의 요건을 명문화하는 것은 사족(蛇足)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행정청에 의한 즉각적인 수거·폐기를 규정함에 있어 긴급성의 요건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과도한 기본권이 제한이 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 경우 문제되는 것은 과연 행정상 즉시강제의 근거가 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일 뿐이다.
불법게임물을 불법현장에서 즉시 수거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먼저 증거인멸의 가능성이다. 즉, 게임물은 일반적으로 기판의 간단한 조작으로 게임의 형식이나 기능의 변경이 용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적법한 게임물을 불법게임물로 변조하거나 불법게임물을 적법한 게임물로 다시 원상회복시키는 일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게임형식 등을 변조하여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로 영업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라도 즉시 수거하지 않으면 후에 소송과정에서 불법영업을 입증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은 불법게임물의 사행성으로 인한 폐해이다.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물은 사행성이 농후한 게임물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의 경우도 램프식으로 등급분류를 받은 후 릴식으로 변조하거나, 등급분류를 받을 당시의 정액과 배당 및 배팅 기능을 조작하는 등으로 게임물의 사행성을 강하게 변경하는 경우가 많은바, 이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 사행성이 조장되어 건전한 사회기풍을 심각히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불법게임물을 제공하고 있는 게임제공업주에게 그 게임물의 사용중지나 수거를 명하더라도 그 자발적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게임제공업주에게 먼저 게임물의 사용중지나 수거를 명하고 그 불이행을 기다려 직접 수거에 나서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게임제공업주의 불법영업 및 부당이득의 기회를 연장시키는 폐해가 초래될 수 있다.
또한 불법게임물의 복제가능성을 들 수 있다. 게임물은 일반적으로 쉽게 복제가 될 수 있는 특성으로 인하여 대량으로 복제되어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바, 특히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에 대한 변조가 게임물의 제조업자나 유통업자의 단계에서 이루어진 후 게임제공업주에게 공급되는 경우를 상정하여 보면, 불법게임물의 확산 이전에 즉시 수거하지 않으면 그 단속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불법게임물의 수거는 준사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이미 행한 등급분류라는 유권적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서, 불법게임물 여부의 판단에 행정청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없으므로, 행정상 즉시강제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한 개인의 기본권 침해의 여지는 적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이상의 점들을 고려하여 보면, 불법게임물에 대하여 관계당사자에게 수거·폐기를 명하고 그 불이행을 기다려 직접강제 등 행정상의 강제집행으로 나아가는 원칙적인 방법으로는 목적달성이 곤란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설정은 위와 같은 급박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불가피성과 정당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행정상 즉시강제는 그 근거조항이 규정하는 형식적 요건만 충족되면 언제라도 발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행정상의 장해가 목전에 급박한 경우에만 발동할 수 있다고 하는 조리상의 한계를 준수하여야 함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긴급성의 문제와 관련하여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는 보여지지 아니한다.
둘째, 관계공무원의 압류·폐기와 관계당사자에 대한 필요한 조치의 명령을 선택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식품위생법 제56조 제1항 등의 규정에 비교하여 볼 때, 관계공무원의 수거·폐기를 선택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해의 최소성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선택적 규정방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 규정형식상 관계공무원에 의한 즉각적인 수거·폐기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가사 이러한 선택적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행정상 즉시강제는 다른 수단으로는 그 목적달성이 곤란한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발동되어야 한다는 조리상의 한계에 따라 관계당사자에 대한 수거·폐기 등 필요한 조치의 명령을 통하여 목적달성이 가능한 경우에는 관계공무원에 의한 즉각적인 수거·폐기와 같은 행정상 즉시강제의 수단을 동원하여서는 아니될 것이기 때문에, 선택적 규정방식의 채부(採否)는 기본권의 제한 정도와 관련하여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관계공무원의 수거·폐기를 선택적인 것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의 최소성의 요건을 위반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셋째,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거만이 아니라 긴급성과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폐기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불법게임물을 수거하여 폐기할 경우 나중에 그 수거·폐기조치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그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게 되는 점을 고려할 때, 과도한 기본권의 제한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생각건대, 수거한 불법게임물의 사후처리와 관련하여 폐기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경우에 대비한 폐기의 근거규정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실제로 폐기에 나아감에 있어서는 비례의 원칙에 의한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고 할 것이다. 즉, 행정상 즉시강제의 발동은 여러 적합한 수단 중에서도 최소한의 침해를 가져오는 수단을 선택하여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에 의한 제한을 받기 때문에, 만일 수거만으로 행정목적의 달성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폐기까지 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의 위반이 될 것이다.
행정의 실제를 보면, 불법게임물은 불법현장에서 이를 수거하더라도 즉시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물 등의 등급분류 이외에 등급분류의 사후관리에 관한 사항까지 관장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송부되어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인지 여부 또는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과 다른 게임물인지 여부에 관한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으므로, 적법한 게임물이 잘못 폐기되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다.
또한 불법게임물의 유통·오락제공 등은 행정처분(법 제13조 제1항 제9호) 또는 형사처벌(법
제29조 제1항 제6호, 제30조 제5호)의 대상이 되는바, 이에 따라 수거된 불법게임물이 형사소송 등의 소송절차에서 증거물이 되는 경우 등에는 소송종결 전까지는 폐기되지 아니하며, 소송종결 이후에 검사의 지휘를 받는 등의 절차에 따라 폐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폐기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이를 과도한 입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긴급성의 요건을 명시하지 아니하고 있고, 관계당사자에 대한 수거·폐기의 명령을 선택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도 아니하며, 수거뿐만 아니라 폐기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여도, 피해의 최소성의 요건을 위반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불법게임물의 수거·폐기에 관한 행정상 즉시강제를 허용함으로써 게임제공업주 등이 입게 되는 불이익보다는 이를 허용함으로써 보호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라 할 것이다.
(4)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행정상 즉시강제의 허용은 과잉금지의 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등 모든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여지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재판청구권의 침해 여부
제청법원은 행정청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불법게임물을 곧바로 수거하여 폐기해 버릴 경우에는 그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게 되어 그 게임제공업주 등이 소송에서 그 수거·폐기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어지게 되고, 이로 인하여 게임제공업주 등의 헌법상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하므로, 이 점에 관하여 본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재판청구권은 권리보호절차의 개설과 개설된 절차에의 접근의 효율성에 관한 절차법적 요청으로서, 권리구제절차 내지 소송절차를 규정하는 절차법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실현되며, 또한 이에 의하여 제한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상 즉시강제에 관한 근거규정으로서 권리구제절차 내지 소송절차를 규정하는 절차법적 성격을 전혀 갖고 있지 아니하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는 재판청구권이 침해될 여지가 없다.
가사 불법게임물의 즉각적인 수거·폐기로 인하여 그 게임제공업주 등이 행정소송에서 즉시강제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어지게 되는 경우를 상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앞에서 본바와 같은 재산권의 침해 여부가 문제될지언정, 재판청구권이 침해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라.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1)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
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16조는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영장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하면서, 법 제24조 제4항 및 제6항에서 ‘수거증 교부’ 및 ‘증표 제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영장제도를 배제하고 있는 취지로 해석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영장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영장주의가 행정상 즉시강제에도 적용되는지에 관하여는 논란이 있으나, 행정상 즉시강제는 상대방의 임의이행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하명 없이 바로 실력을 행사하는 것으로서, 그 본질상 급박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법관의 영장을 기다려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어떤 법률조항이 영장주의를 배제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을 정도로 급박성이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행정상 즉시강제를 인정하고 있다면, 이러한 법률조항은 이미 그 자체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앞에서 본바와 같이 급박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불가피성과 정당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경우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영장 없는 수거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2)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거에 앞서 청문이나 의견제출 등 절차보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행정상 즉시강제는 목전에 급박한 장해에 대하여 바로 실력을 가하는 작용이라는 특성에 비추어 사전적(事前的) 절차와 친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이유로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수거의 경우 영장주의의 배제가 용인되고, 그 성격상 사전적 절차와 친하지 아니함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일체의 절차적 보장이 배제된다고 볼 것은 아니며,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법절차의 관점에서 일정한 절차적 보장이 요청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법 제24조 제4항은 관계공무원이 당해 게임물 등을 수거한 때에는 그 소유자 또는 점유자에게 수거증을 교부하도록 하고 있고, 동조 제6항은 수거 등 처분을 하는 관계공무원이나 협회 또는 단체의 임·직원은 그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를 지니고 관계인에게 이를 제시하도록 하는 등의 절차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권성,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권성,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과는 달리 행정상 즉시강제의 근거가 되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폐기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문화관광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은……게임물을 발견한 때에는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이를 수거하여 폐기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수거에 관한 규정을 두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폐기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행정상 즉시강제는 사전에 구체적 의무를 부과하고 그 불이행을 기다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의무를 명함이 없이 직접 실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법치국가적 요청인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에 반하고,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큰 권력작용임은 다수의견도 인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행정상 즉시강제는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행정상 즉시강제에 관한 실정법상의 근거를 둠에 있어서도 가능하면 그 허용범위를 최소한도로 하여 규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행정상 즉시강제 중 대물적(對物的) 강제의 근거조항을 설정함에 있어서 그 범위를 수거만이 아니라 폐기까지 확장하는 것이 정당화되려면 그 대상물을 즉시 폐기해야 할 필요성, 즉 폐기 자체의 독자적인 긴급성이 인정되어야만 할 것이고, 그 예로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제31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가축전염병의 병원체에 오염되었거나 오염되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검역물을 발견한 때 또는 공중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검역물을 발견한 때”와 같은 경우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때에는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시각을 다투어 막아야할 긴급성이 있고 폐기에 상당하다고 볼 살처분(殺處分) 이외의 방법으로는 전염병의 퍼짐을 확실하게 막을 적절한 대책을 즉각 시행하기 어려우며 단순한 격리 내지 보관 조치에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게 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대상으로 하고 있는 불법게임물에 관하여 보면, 그 성격상 수거의 긴급성은 인정될 수 있으나, 이를 즉시 폐기하지 않으면 안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생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불법게임물을 불법현장에서 즉시 수거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나, 이 사건의 경우 행정상 즉시강제의 발동을 요구하는 행정목적의 실현은 불법게임물의 수거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행정상 즉시강제의 근거조항에서 폐기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은 규제목적을 넘는 과도한 입법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불법게임물의 사후처리와 관련한 폐기의 필요성에 대비한 근거규정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실제로 폐기를 함에 있어서는 비례의 원칙에 의한 엄격한 제한을 받을 뿐만 아니라, 행정의 실제를 보더라도 불법게임물이 즉시 폐기되는 일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과도한 입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록 비례의 원칙과 같은 조리상의 한계가 존재하고 행정의 실제에서 그로 인한 폐해가 발견되지 아니한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실만으로, 즉각적인 폐기의 길을 열어 놓은 이 조항의 위헌성을 덮을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여전히 위헌임을 면치 못하다고 할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수거뿐만 아니라 폐기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부
분은 피해의 최소성의 요건에 위배되는 과도한 입법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이에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히는 것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주심)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