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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3. 5. 15. 선고 2001헌가31 결정문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62조 제3호 등 위헌제청 (동법 제75조)]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제청법원 서울행정법원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2001구23542 직권회부결정무효확인 등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당해사건의 원고인 ○○산업노동조합(이하 “○○노조”라 한다)은 전국의 병원근로자를 조직 대상으로 하는 전국 규모의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 대학교 중앙의료원 소속 병원에 그 지부를 두고 있다. ○○노조는 2001. 4. 25.부터 같은 해 5. 25.까지 ○○대학교 중앙의료원과 2001년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실시하였으나 결렬되었고, 이에 ○○노조는 같은 해 5. 28.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을 하였고,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 실시 안건이 가결되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특별조정위원회는 조정회의를 개최하였으나 노사간에 합의가 성립하지 못하였고, 이에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같은 해 6. 12. ○○노조와 ○○대학교 중앙의료원 사이의 노동쟁의를 중재에 회부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 이에 ○○노조는 같은 해 6. 16. 직권중재 제도가 위헌이며 ○○노조가 파업을 실시하기도 전에 이루어진 이 사건 결정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주위적으로 이 사건 결정의 무효확인을, 예비적으로 이 사건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다.

(2)서울행정법원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62조 제3호 등이 위헌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같은 해 11. 16.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및 관련 규정

(1) 심판의 대상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62조 제3호, 제75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그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62조(중재의 개시) 노동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중재를 행한다.

3.제71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필수공익사업에 있어서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특별조정위원회의 권고에 의하여 중재에 회부한다는 결정을 한 때

제75조(중재회부의 결정) 노동위원회의 위원장은 제7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권고가 있는 경우에는 공익위원의 의견을 들어 그 사건을 중재에 회부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2) 관련규정

법 제2조(정의) 1.∼5. (생략)

6.“쟁의행위”라 함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제62조(중재의 개시) 노동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중재를 행한다.

1. 관계 당사자의 쌍방이 함께 중재를 신청한 때

2.관계 당사자의 일방이 단체협약에 의하여 중재를 신청한 때

제63조(중재시의 쟁의행위의 금지) 노동쟁의가 중재에 회부된 때에는 그 날부터 15일간은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제64조(중재위원회의 구성)①노동쟁의의 중재 또는 재심을 위하여 노동위원회에 중재위원회를 둔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중재위원회는 중재위원 3인으로 구성한다.

③제2항의 중재위원은 당해 노동위원회의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중에서 관계 당사자의 합의로 선정한 자에 대하여 그 노동위원회의 위원장이 지명한다. 다만, 관계 당사자간에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중에서 지명한다.

제69조(중재재정등의 확정)①관계 당사자는 지방노동위원회 또는 특별노동위원회의 중재재정이 위법이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중재재정서의 송달을 받은 날부터 10일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그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②관계 당사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재정이나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재심결정이 위법이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행정소송법 제20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중재재정서 또는 재심결정서의 송달을 받은 날부터 15일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③제1항 및 제2항에 규정된 기간내에 재심을 신청하지 아니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중재재정 또는 재심결정은 확정된다.

④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중재재정이나 재심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관계 당사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

제70조(중재재정등의 효력)①노동위원회의 중재재정 또는 재심결정은 제69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중앙노동위원회에의 재심신청 또는 행정소송의 제기에 의하여 그 효력이 정지되지 아니한다.

②제69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확정된 중재재정 또는 재심결정의 내용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제71조(공익사업의 범위등)①이 법에서 “공익사업”이라 함은 공중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

련이 있거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업으로서 다음 각호의 사업을 말한다.

1. 정기노선여객운수사업

2. 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 및 석유공급사업

3. 공중위생 및 의료사업

4. 은행 및 조폐사업

5. 방송 및 통신사업

②이 법에서 “필수공익사업”이라 함은 제1항의 공익사업으로서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다음 각호의 사업을 말한다.

1.철도(도시철도를 포함한다) 및 시내버스(특별시·광역시에 한한다) 운송사업

2. 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 및 석유공급사업

3. 병원사업

4. 은행사업

5. 통신사업

제72조(특별조정위원회의 구성)①공익사업의 노동쟁의의 조정을 위하여 노동위원회에 특별조정위원회를 둔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특별조정위원회는 특별조정위원 3인으로 구성한다.

③제2항의 규정에 의한 특별조정위원은 그 노동위원회의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중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순차적으로 배제하고 남은 3인 내지 5인중에서 노동위원회의 위원장이 지명한다. 다만, 관계 당사자가 합의로 당해 노동위원회의 위원이 아닌 자를 추천하는 경우에는 그 추천된 자를 지명한다.

제74조(중재회부의 권고)①특별조정위원회는 필수공익사업에 있어서 조정이 성립될 가망이 없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결정에 의하여 그 사건의 중재회부를 당해 노동위원회에 권고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권고는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조정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하여야 한다.

제76조(긴급조정의 결정)①노동부장관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에는 긴급조정의 결정을 할 수 있다.

제77조(긴급조정시의 쟁의행위 중지) 관계 당사자는 제76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긴급조정의 결정이 공표된 때에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하여야 하며, 공표일부터 30일이 경과하지 아니하

면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부칙 제2조(적용시한) 제71조 제2항의 규정 중 제1호의 시내버스 운송사업에 관한 규정 및 제4호의 은행사업(한국은행법에 의한 한국은행은 제외한다)에 관한 규정은 2000년 12월 31일까지 적용한다.

2. 위헌심판제청이유와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1)노동쟁의에 있어서 중재는 쟁의행위에 대한 대상조치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바, 중재로 인하여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재재정에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이 부여되므로, 중재는 임의중재가 원칙이라고 할 것이고, 노사쌍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3자가 직권으로 노동쟁의를 중재에 회부하고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은 노사자치주의와 교섭자치주의에 위배될 가능성이 커 과잉금지의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여야 한다.

(2)쟁의행위에 대한 사후적인 조치로 긴급조정결정 및 강제중재가 가능함에도 별도의 사전적인 조치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근거한 강제중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이로 인하여 중재회부일로부터 15일간 및 중재재정 이후의 기간 동안 어떠한 쟁의행위도 못하게 하는 것은,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사실상 박탈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고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

(3)또한 이러한 중재재정에 대해서는 위법이나 월권에 의한 것일 경우에만 재심신청과 행정소송이 가능하고, 중재재정의 내용의 당 부당에 대해서는 심리대상에서 제외되어, 근로자로서는 단체행동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실상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4)쟁의행위는 전면적 파업 외에도 부분파업 및 피켓팅, 부분적 일시적 직장점거 등 쟁의행위의 방법과 파급효과가 다양한데도,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이루어진 모든 쟁의행위에 대해 그 경위와 경중 등 구체적인 사정을 전혀 살피지 않고서, 중재회부결정이라는 행정처분에 의해 일률적으로 모든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그 위반 시 불법쟁의행위로 간주하여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

나. 노동부장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

(1)직권중재회부 후 15일간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노사간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있으며, 법 제76조의 긴급조정과 직권중재제도는 요건과 기능 등 입법취지에 차이가 있다. 또한 직권중재제도가 적용되는 필수공익사업의 범위는 제한적인 것으로 다른 공익사업 내지 일반사업에 비하여 공익적 성격이 현저히 높고, 필수공익사업에 해당되어도 무조건 직권중재에 회부되는 것이 아니라, 법 제74조, 제75조에 직권중재 회부권고 및 결정의 요건을 명문화하고 엄격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어서 기본권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2)국제노동기구(ILO)도 파업권을 제한할 수 있는 필수적 사업의 범위를 인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필수공익사업의 범위등을 문제삼았을 뿐 직권중재제도 전체를 문제삼지 않고 있다.

(3)우리 노사관계의 현실적 여건 및 대도시에서 아파트 등에 대규모로 집단거주하는 우리 주거여건 등을 고려할 때, 쟁의행위에 대하여 사전적 중재절차를 통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과 과잉금지의 원칙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 제71조에 의한 필수공익사업에서 노동쟁의가 발생한 경우에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권으로 중재회부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직권중재에 회부될 경우에는 그 날로부터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으며(법 제63조), 그 기간내에 중재재정이 확정되면 이는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법 제70조 제2항), 그리고 중재재정은 위법이거나 월권이 아닌 한 재심 혹은 행정소송으로 다투어질 수 없으며(법 제69조 제2항), 동 불복으로 인하여 그 효력이 정지되지 아니한다.(법 제70조 제1항) 이러한 관련조항들의 내용과 결합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필수공익사업에서의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사전에 제한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공익사업체의 근로자들에 대한 이러한 단체행동권의 제한에 관하여 구 헌법(1980. 10. 27. 개정되고 1987. 10. 29. 개정되기 이전의 것) 제31조 제3항은 “국가·지방자치단체·국공영기업체·방위산업체·공익사업체 또는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그 헌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여 두고 있었다. 그러나 현행 헌법 제33조 제3항은 “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어서 공익사업체에 대한 단체행동권 제한의 헌법적 유보를 삭제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구 헌법과는 달리 공익사업장의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헌법상의 개별적 유보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현행 헌법의 해석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법률규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기 위하여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권제한 입법활동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즉 입법의 목적이 헌법과 법률의 체제상 그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입법자가 선택한 방법이 그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효과적이고 적절해야 하며,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똑같이 효과적인 방법 중에서 기본권을 보다 적게 침해하는 방법을 사용하여야 하고,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공익과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하여 양자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하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나. 입법목적의 정당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필수공익사업에 있어서 노사 양측의 극단적인 이해대립과 갈등으로 노사분규가 합의에 의하여 용이하게 타결되지 아니하고 파업이 빈발하면 공중의 일상생활을 마비시키고 국민경제가 붕괴의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노사간 합의 대신 노동위원회의 중재를 통한 쟁의의 해결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공중의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국민경제를 보전하고자 하는 데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공중의 일상생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보전이라는 목적들은 모두 사회질서의 유지와 공공의 복리라는 보다 광범위한 개념의 공익 목적에 포함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열거된 기본권제한사유 중에서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그 입법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하겠고, 이는 헌법상 인정된 정당한 목적임이 명백하다.

다. 방법의 적절성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노동쟁의로 인하여 국민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재화와 용역의 공급이 갑자기 중단된다면 중대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고 국민의 기초적 일상생활이나 심한 경우 그 생명과 신체에까지 심각한 해악을 초래하며 나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상황을 방지하여 공익과 국민경제를 유지할 필요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직권에 의한 중재를 사전에 거치게 하는 것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노동쟁의를 상호간 감정의 대립을 더 이상 격화시키지 아니한 채 합리적 방향으로 신속하고 원만하게 타결하도록 하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효과는 법상 별도로 인정되고 있는 사후적 긴급조정과 중재의 제도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달성되지 못한다. 긴급조정 및 이에 따른 강제중재의 제도는 단체행동권이 행사되어 파업 등이 진행되고 난 이후에만 발동될 수 있으며 이 때에는 이미 국민에 대한 필수서비스가 전면 중단되어 사회기능이 마비되고 난 이후일 것이므로 이미 공익과 국민경제에 대한 중대한 타격이 가하여지고 난 다음의 사후 구제책으로서의 기능을 할 뿐이고 이러한 사후적 제도만으로는 국민생활과 국가경제를 안정시키기에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나 국제노동기구(ILO)의 입장을 보더라도 대부분의 나라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필수서비스의 제공은 어떠한 경우에도 중단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이러한 필수서비스를 중단하는 내용의 파업을 원천적으로 불허할 뿐만 아니라 대체인력의 투입등으로 단호히 대처할 수 있게 하고 있는 바, 파업등 단체행동권의 사전제한의 필요성은 이와 같이 국내외적으로 이미 용인되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노동쟁의를 노동위원회의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함으로써 파업에 이르기 전에 노사분쟁을 해결하는 강제중재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그 방법상 위의 헌법상의 정당한 목적을 추구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합한 수단의 하나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과잉금지 원칙상의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라. 침해의 최소성

(1)이 사건 법률조항은 1997. 3. 13. 전면개정 전의 구법 규정과는 달리 직권중재제도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업의 범위를 모든 공익사업에 미치는 것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그 중에서도 ‘필수’공익사업에 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필수공익사업은 일반적인 공익사업, 즉 단순히 공중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업(법 제71조 제1항)에 해당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나아가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 그 범위가 다시 제한되어 있다(법 제71조 제2항). 즉 공익과 국민경제에 대한 일반적인 밀접성 내지 연관성을 넘어서 공익 내지 국민경제에 대한 위험발생과 침해의 ‘현저성’ 및 ‘대체곤란성’을 더 요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현행법상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강제중재의 대상범위는 구법에 비하여 더욱 축소되어 있는 것이다.

(2)헌법상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최소

화하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필수공익사업에서 직권중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당사자로 하여금 동 중재재정에 따르도록 강제함으로써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 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직권중재제도가 우리나라의 현재의 노사관계 현실에서 사회의 질서 유지나 공공의 복리를 달성한다는 입법목적을 실현하면서 단체행동권에 대한 제약을 최소화하고 있는 제도로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의미의 노사관계는 1960년대 이후 근대화, 공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비로소 형성되기 시작하여, 1970년대까지는 긴급조치 등 여러가지 정치·사회적 상황으로 인하여 노동쟁의의 해결에 있어서 노동관계법의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였으며, 1980년대 중반 이후에 와서야 사회의 전반적 민주화 추세에 힘입어 노동관계법에 따른 근로3권의 행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한 까닭에 우리의 노사관계는 쌍방이 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아니하고 사용자측의 권위적·고압적인 자세와 근로자측의 자치역량의 부족으로 마치 한풀이식의 폭력적 대응이 맞물려 노사쌍방이 극한적인 대립양상을 보이며 심지어 정치적인 투쟁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없지 아니하였다. 우리의 노동관계법이 노사관계에 대하여 다분히 향도적·후견적인 성격의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실의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헌재 1996. 12. 26. 90헌바19 등 판례집 8-2, 729, 758).

한편 우리나라는 대내적으로는 1980년 중반 이후 사회의 민주화 분위기에 따라 노동쟁의의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특히 철도·지하철·교통·통신·병원 등 공공부문에서의 노사분규가 급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전문직 종사자에 이르기까지 집단적 이익을 관철함에 있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미덕으로 하기보다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대립투쟁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경제구조 때문에 날로 치열하여지고 있는 국가간의 무역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산업경쟁력을 부단히 제고하여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노사문화가 열악하고 국민경제가 취약한 상황 하에서 과도한 노동쟁의행위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전반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궁극적으로는 해당 기업의 근로자는 물론 국민 전체의 복지에 오히려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역사와 우리 나라가 처해있는 현실 여건에 대한 올바른 인식 하에서 공익사업체의 노동쟁의에 대한 강제중재제도가 갖는 현실적인 기능 및 효용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1996. 12. 26. 90헌바19 등 판례집 8-2, 729, 758-759).

(3)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직권중재의 대상은 도시철도를 포함한 철도, 수도, 전기, 가스, 석유정제 및 석유공급, 병원, 한국은행, 통신의 각 사업에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인구가 몇몇 대도시와 그 인근지역에 과밀상태로 집중거주하고 있으며 아파트 등 집단주거가 대도시 주거형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주거여건에서 대부분 도시민들의 출퇴근수단인 지하철을 포함하여 국가의 중추적 기간교통망인 철도의 운행은 그 일시적인 중단만으로도 큰 혼란을 야기하며 각종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고, 전기, 수도, 가스 및 휘발유 등 석유류의 일시적인 공급중단만으로도 주민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고통을 안겨주고 모든 산업의 원동력의 공급중단으로 생산은 막심한 차질을 빚을 것이며, 병원의 경우는 일시적인 태업만으로도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함으로써 환자를 비롯한 전체 국민의 생명, 신체,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 또한 중앙은행으로서 통화신용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책임지는 한국은행의 업무마비는 국민경제 전체에 중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어 국민의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이 이러한 정보통신매체에 의존하여 영위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통신사업의 기능혼란은 작금의 소위 ‘인터넷대란’에서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국민생활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같이 태업, 파업 또는 직장폐쇄 등의 쟁의행위가 도시철도를 비롯한 철도·전기·수도·가스·석유정제공급·병원·한국은행·통신 등 필수공익사업에서 발생하면 비록 그것이 일시적이라 하더라도 그 공급중단으로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함은 물론 국민의 일상생활 심지어는 생명과 신체에까지 심각한 해악을 초래하게 되고 국민경제를 현저히 위태롭게 하므로, 현재의 우리나라의 노사여건 하에서는 위와 같은 필수공익사업에 한정하여 쟁의행위에 이르기 이전에 노동쟁의를 신속하고 원만하게 타결하도록 강제중재제도를 인정하는 것은 공익과 국민경제를 유지·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4)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필수공익사업에 관하여 직권중재를 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은 현재의 우리나라 노사문화에 비추어 볼 때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관계당사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마.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한 강제중재제도는 노사 쌍방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국민의 생명, 신체나 건강에 직결되는 필수서비스의 공급이 중단되고 국민경제가 마비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동 제도에 의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다수 국민의 생명·신체·건강등 가장 중요한 개인적 가치를 지닌 법익일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의 유지, 보존이라는 중대한 공익이다. 이러한 공익은 쟁의가 발생한 당해 사업장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행동권의 보장이라는 사익에 비교하여 보아도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양 법익간에 균형도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바. 소 결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필수공익사업에서의 직권중재회부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필수공익사업에서의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으나,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법상 규정한 기본권제한의 방법이 적절하며, 기본권 제한의 정도도 최소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간의 균형도 유지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62조 제3호, 제75조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의 반대의견

가.1997. 3. 13. 노동조합및노동쟁의조정법이 제정되기 이전의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30조가 단

지 ‘공익사업’을 중재회부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었던 데에 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중재회부의 대상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함으로써 그 범위를 보다 좁게 한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록 직권중재의 대상이 되는 사업의 범위가 다소 축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중재회부의 결정이 있게 되면 그날부터 15일간의 쟁의금지기간이 설정되며(법 제63조), 중재재정은 위법이거나 월권이 아닌 한 재심 혹은 행정소송으로 다투어질 수 없으며(법 제69조 제2항), 동 불복으로 인하여 그 효력이 정지되지 아니하고(법 제70조 제1항), 확정된 중재재정 또는 재심결정의 내용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법 제70조 제2항)는 종전의 규정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직권중재절차에 회부된 다음 쟁의금지기간 내에 중재가 이루어지게 되면 다시는 쟁의행위가 불가능해지게 되는 등 직권중재의 회부는 단체행동권의 단순한 사전제한에 그치지 아니하고 쟁의행위의 가능성을 사실상 박탈할 수도 있는 중대한 기본권의 제한이 되는 것이므로, 기본권의 최소침해의 원칙상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직권중재의 절차는 중재의 회부, 중재재정과 중재재정 후의 불복과정에서 모두 기본권의 제한을 충분히 보상하고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실효성이 있고 공정하며 적절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기준에 의하여 판단건대, 우선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함에 있어서 관계 당사자 특히 근로자에게 절차적 보장이 충분히 부여되어야 할 것이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중재회부의 결정과정에서는 근로자가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법상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아니하다.

나아가 중재재정의 과정에서도 충분한 사실조사와 그에 필요한 청문절차 등이 법상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는 등 관계 당사자에 대한 절차적 보장이 미흡하다. 노동쟁의가 발생하였음에도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저지시켜 둔 상태에서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중재재정을 행함에 있어서는, 소송절차에 준하여 관계 당사자들을 소환하여 그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함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용자 및 근로자에 대한 정보요구권, 조사권 등을 충분히 행사하여 노사분규의 원인이 된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제대로 조사한 다음 중재재정이 내려져야 절차적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법 제69조 제2항에 의하면 중재재정에 대한 불복은 중재재정이 ‘위법이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중재재정이 단순히 노사 어느 일방에게 불리하여 부당하거나 불합리하다는 사유만으로는 불복이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관계당사자는 중재재정의 내용이 부당함을 이유로 중재재정에 불복하여 사법심사를 받을 길마저 존재하지 아니한다. 원래 노동쟁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개선에 관한 사항에 대한 다툼이며(법 제2조 제5호) 근로자가 단체행동권의 행사등 쟁의행위를 통하여 추구하는 목적은 결국 근로조건의 개선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중재재정에 대한 불복을 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는 것은, 중재재정이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가지며 직권중재절차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대상물(代償物)로 주어진 제도임을 생각할 때 근로자에게 단체행동권을 포기하는 대신 현저히 불리한 제도를 통하여 노동쟁의를 해결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 된다고 할 것이다. 또 달리 말하면 이는 중재회부과정에서 근로자의 참여가 완전히 배제된 점이나 중재재정과정에서 근로자의 절차적 참여 보장이 미흡한 점과 결합하여 사실상 근로자에게 노동위원회가 임의로 정한 근로조건을 강제로 무조건 수용케 하는 것에 다름아니라고 할 것이며, 이는 근로자에게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33조 제1항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

다.

이렇게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직권중재제도는 그 회부과정이나 중재재정과정, 중재재정후의 불복과정에서 모두 관계당사자의 절차적 참여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아니하여,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대상조치로서 적절하고 충분한 정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쟁의행위는 전면파업 뿐만 아니라, 부분파업, 태업, 부분적·일시적 직장점거, 피켓팅, 준법투쟁 등 그 방법과 행위유형이 다양하므로,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쟁의행위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필수공익사업의 근로자는 여론의 지지를 받기 위하여 극단적인 쟁의행위 방법의 선택을 가급적 자제할 것이기 때문에 공중의 일상생활 또는 국민경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쟁의행위부터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헌재 1996. 12. 26. 선고 90헌바19 등 판례집8-2, 729, 780-781).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르면,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쟁의행위에 대해 그 경위와 경중 등 구체적인 사정을 전혀 살피지 않고서, 중재회부결정이라는 행정처분에 의해 일률적으로 모든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그 위반시 불법쟁의행위로 간주하여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여, 입법목적상 규제하고자 하였던 필수공익사업의 전면적인 파업 뿐만 아니라 앞서 본 가벼운 형태의 모든 쟁의행위를 무차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바, 이러한 제한은 기초적 국민생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보호라는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더라도 과잉된 것으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준수하여야 할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다.이 사건 법률조항상의 직권중재제도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공익적 효과는 필수공익사업의 역무제공을 정상적으로 유지하여 국민의 안전, 건강, 일상생활의 유지등을 지속하는 것인 반면, 이를 통하여 제한되는 사익은 당해 필수공익사업장의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실현이라고 할 것인데, 이와 같은 양 법익을 비교형량하면 일반적으로는 근로자의 권익에 비하여 일반 국민이 향유하여야 할 공익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으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공익은 불합리하게 과도한 정도로 보호되고 있는 반면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행사의 여지는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축소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직권중재제도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과 제한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사익간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양 법익간의 보호의 균형성도 무너져있다고 할 것이다.

라.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록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할지라도, 구체적인 공익침해 여부와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필수공익사업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면서 실효적인 대상조치를 제공하고 있지 않으며, 필수공익사업의 파업 시에 최소한의 필수서비스의 제공을 의무화하거나 대체고용을 허용하는 방법으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덜 침해하면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수공익사업 근로자의 쟁의행위의 범위와 태양과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직권중재의 방법으로 모든 형태의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사실상 박탈하는 것이므로, 기본권제한의 최소침해의 원칙과 나아가 법익균형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주심)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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