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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3. 11. 27. 선고 2003헌마694 2003헌마700 2003헌마742 결정문 [대통령 신임투표를 국민투표에 붙이는 행위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의 공표행위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명백한 의사결정을 대외적으로 표시한 것에 해당한다.

나.피청구인의 공표행위는 전체로서 일련의 포괄적 절차를 이루고 있는 국민투표 실시라는 커다란 절차의 도입부를 구성하는 것으로서, 그 진지성이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 국민투표안의 공고가 아직 없다고 하더라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피청구인이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임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행위는 위헌이며, 이로 인하여 국민들의 참정권 등의 기본권이 침해된다.

가.헌법은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대의제를 원칙으로 하면서, 헌법 제72조제130조 제2항에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개정안’에 관하여 국민투표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예외적으로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나.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여 피청구인에게 국민투표부의권을 부여하면서, 국민투표의 대상을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으로 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의 ‘중요정책’은 ‘구체적이고 특정한 정책’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대통령의 임기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헌법 제70조나 궐위사유를 한정적으로 규정하는 헌법 제68조 제2항헌법규범에 비추어볼 때,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임여부는 헌법 제72조의 ‘중요정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라. 역사적으로 볼 때 다수의 국가에서 집권자가 국민투표를 통하여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물음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이용한 사례가 허다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헌법제72조의 국민투표의 대상을 명시적으로 ‘정책’에 한정하고 이로써 국민투표가 역사상 민주주의의 발전에 해악을 끼친 신임투표가 되어서는 아니될 것임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마.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이미 지난 선거를 통하여 획득한 자신에 대한 신임을 국민투표의 형식으로 재차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제를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위헌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며, 이로 말미암아 국민이 국민투표를 통하여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국가권력의 행사과정에 정당하게 참여하는 것이 침해되고, 이로써 국민의 한 사람들인 청구인들의 참정권 내지 국민투표권과 정치적 의사표명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가 침해된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헌재 1992. 10. 1. 92헌마68 등, 판례집 4, 659

헌재 1997. 7. 16. 97헌마70 , 판례집 9-2, 131

【당 사 자】

청 구 인 1. 이○식(2003헌마694)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동형

2. 이○만( 2003헌마700 )

대리인 변호사 이민호 외 1인

3. 이○섭( 2003헌마742 )

대리인 법무법인 동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이진우

피청구인

대통령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피청구인은 2003. 10. 13. 제243회 국회 본회의에서 행한 시정연설을 통하여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2003. 12. 15.경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청구인들은 중요정책과 결부하지 않은 채 단순히 신임만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이로 인하여 자신들의 행복추구권, 양심의 자유, 국민표결권, 재산권 등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2003. 10. 15.(2003헌마694), 같은 달 17.( 2003헌마700 ), 및 같은 달 28.( 2003헌마742 )에 피청구인의 위 행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각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이 2003. 10. 13. 제243회 국회 본회의에서 행한 시정연설에서 정책과 결부하지 않고 단순히 신임 여부만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힌 것이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2. 청구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이유

(1) 헌법 제72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을 뿐이지 정책이 아닌 대통령의 정치적 신임 여부는 국민투표에 붙일 수 없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에 위반하여 정책과 결부되지 않은 단순한 신임투표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국민표결권, 선거권, 양심의 자유, 근로의 자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침해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1) 대통령은 단지 자신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묻겠으며 그 방안으로는 국민투표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에 불과하고 재신임투표와 관련하여 투표일 공고 등 투표실시를 위

한 아무런 조치를 취한바 없어 재신임 국민투표 실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장차 그와 같은 국민투표가 실시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태에 불과하므로 공권력의 행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는 그 실시 여부가 확정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장래 실시 여부 또한 불확실한 상태여서 현재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3) 국민이 대통령을 신임하는가의 문제는 헌법 제72조의 국가안위에 대한 중요정책에 해당하므로 재신임 국민투표는 위헌이라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피청구인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문제된 행위가 국민의 법적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법적 규제·형성의 작용이 있는지 아니면 단순한 사실상의 고지나 의견표명에 그치는 것인지, 대외적 효력이 있는 행위인지 아니면 공권력 주체의 내부적 행위에 그치는지, 확정적 행위인지 또는 사전적 준비행위나 계획에 그치는지 등의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헌재 1992. 10. 1. 92헌마68 등, 판례집 4, 659, 66; 헌재 1997. 7. 16. 97헌마70 , 판례집 9-2, 131, 141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피청구인의 행위가 과연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위에서 제시된 바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나.피청구인은 2003. 10. 10. 기자회견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라고 밝혔고 이어 2003. 10. 13. 제243회 국회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면서 재신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요약되는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

“… 저는 지난 주에 국민의 재신임을 받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 이제 불필요한 논란과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재신임의 방법과 시기에 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만 국민투표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법리상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면 현행법으로도 국가안위에 관한 상황을 좀더 폭넓게 해석함으로써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과거 한나라당도 그리고 민주당도 중간평가 또는 재신임을 요구한 바 있으므로 그리고 저의 재신임 선언 이후에 즉시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합의가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재신임에 있어서 어떤 정책을 결부시키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있는 그대로 정책과

결부하지 않고 재신임 여부를 그냥 묻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정치권이나 또는 국민들 사이에서 아울러서 정책에 관한 국민투표의 요구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냥 별개로 묶어서 진행하는 한이 있더라도 재신임 그 자체를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기는 12월 15일 전후가 좋겠습니다. …”(제243회 국회 본회의 회의록 참조)

이러한 피청구인의 국회 연설을 둘러싸고 신임국민투표의 찬반과 위헌 여부에 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위 연설 이후 피청구인이 신임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취한 바는 현재까지 없다.

다.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발언내용 및 이를 전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청구인의 발언의 본의는 재신임의 방법과 시기에 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피청구인의 발언은 정치권에서 어떤 합의된 방법을 제시하여 주면 그에 따라 절차를 밟아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므로 이것은 법적인 절차를 진행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사전 준비행위 또는 정치적 구상이나 계획의 표명일 뿐이다. 피청구인의 발언이 신임국민투표라는 자신의 구상을 실현에 옮길 수 있도록 정치권의 합의를 호소, 촉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만”이라고 한 발언 부분이나 “법리상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면”이라고 한 발언 부분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발언만으로는 장차 신임국민투표가 반드시 실시될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예측할 수도 없다. 정치권에서 합의가 이루어질 것인지 여하에 따라 사정은 다르게 전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청구인의 희망과 달리 정치권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피청구인이 국민투표 실시를 강행할 것인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는 것이다.

무릇 국민투표라는 것은 대통령이 그 대상이 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국민투표안을 공고함으로써 비로소 법적인 절차가 개시된다. 현행 국민투표법을 살펴보더라도, 국민투표는 대통령의 투표안 공고(제49조), 공고된 투표안의 게시(제22조), 국민투표에 관한 운동(제26조), 투표인명부의 작성(제14조 제1항), 투표(제50조), 개표 및 집계(제8장 및 제9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과 공표 및 대통령·국회의장에 대한 통보(제89조), 대통령의 공포(제91조) 등의 순서로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현행 국민투표법에 의하든, 국민투표에 관하여 별도로 제・개정될 어떤 법률에 의하든, 공고와 같이 국민투표에 관한 절차의 법적 개시로 볼 수 있는 행위가 있을 때에 비로소 법적인 효력을 지닌 공권력의 행사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법적 행위 이전에 국민투표의 실시에 관한 정치적 제안을 하거나 내부적으로 계획을 수립하여 사전에 검토하는 등의 조치는 미확정 사항에 대한 일종의 준비행위에 불과하여 언제든지 그 계획이나 내용이 변경되고 폐기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이 된 피청구인의 행위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피청구인이 행한 이 정도의 발언만으로는 국민투표의 실시에 관하여 법적인 구속력 있는 결정이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하여 국민의 법적 지위에 어떠한 영향이 미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비록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서 국회 본회의의 시정연설에서 자신에 대한 신임국민투표를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고와 같이 법적인 효력이 있는 행위가 아니라 단순한 정치적 제안의 피력에 불과하다고 인정되는 이상 이를 두고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할 수는 없다.

라. 결론적으로 피청구인의 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므로 이에 대한 취소 또는 위헌확인을 구하는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

4. 결 론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다.

5.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의 반대의견

피청구인이 2003. 10. 13. 제243회 국회 본회의에서 행한 시정연설에서 정책과 결부하지 않고 단순히 신임 여부만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힌 행위 즉, 신임국민투표계획의 공표행위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이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국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되므로 이 사건은 이를 각하할 것이 아니라 본안에서 이를 심리하여 그 위헌임을 선언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가. 심판청구의 적법성

(1)피청구인의 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가)다수의견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국민투표의 실시를 결정하는 것은 피청구인의 독자적 권한이다. 피청구인은 국회 등 다른 국가기관과의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국민투표안을 공고함으로써 국민투표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스스로의 독자적 결단에 의하여 얼마든지 실시할 수 있는 국민투표의 계획을 피청구인이 국회에서의 시정연설을 통하여 국민 앞에 공표한 것은 국민투표에 관한 단순한 준비행위나 의견표명 내지 정치적 제안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우선 다른 곳도 아닌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정의 지표와 예산안을 설명하는 중요한 시정연설의 기회에,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고자 한다고 공표하고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까지 언급한 것은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그 계획을 그대로 추진할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등과 같은 완곡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의 발언의 전체적 맥락은, 신임국민투표의 허용 여부에 관한 논란이 있지만 헌법 제72조에 규정된 국민투표의 요건을 폭넓게 해석하면 신임국민투표도 가능하므로 이를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피청구인의 결단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고, 실제로 피청구인은 시정연설 이후에도 수차에 걸쳐 국민투표 실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시정연설을 통하여 신임의 확인수단으로서 국민투표를 실시할 의지를 진지하게 천명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피청구인에 대한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는 국회에서의 정치적 합의 또는 동의가 없더라도 피청구인의 의지에 따라 그대로 실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물론 다수의견과 같이 국민투표의 실시 여부가 현단계에서는 불투명하고 불확정적인 상태에 있

다고 보고 이 점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로서는 신임국민투표계획과 같은 중대한 공적 사항을 국회 본회의에서 공표한 피청구인의 행위에 대하여는, 그 내심의 진정한 의도나 정치적 함의에 관계 없이, 이를 일단 그 표시된 대로의 내용을 가진 진지하고 신중하고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전제하여 그 행위의 의미를 법률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대통령 지위의 무게와 책임 그리고 신임국민투표의 중대성에 비추어 온당한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의 공표에 포함되어 있는 부수적인 언급들 즉,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만”이라고 한 것 또는 “법리상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면”이라고 한 것 또는 “합의가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한 것 등의 표현에 진지한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공표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명백한 의사결정을 대외적으로 표시한 것에 해당한다.

(다) 국민투표의 실시는 일련의 단계적 행위들로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절차이다. 시간적 흐름에서 보면 국민투표실시계획의 공표, 정치적인 정지작업, 필요한 경우의 법률개정, 국민투표안의 공고, 국민투표에 관한 운동, 투표인 명부의 작성, 투표와 개표 및 집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과공표, 대통령과 국회의장에 대한 통고, 대통령의 공포 등의 순서로 절차가 진행되는 일련의 모든 법적·사실적 행위들이 모두 하나의 절차에 포괄되어 국민투표 실시라는 하나의 공권력 행사절차를 구성하므로 여기에 포괄되는 각 단계의 행위들은 전체로서 하나의 공권력 행사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개별적으로도, 그 성질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 아닌 한, 각기 그 행위주체에 의한 하나의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 이렇게 볼 때 피청구인의 공표행위는, 전체로서 하나의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 일련의 포괄적 절차인, 국민투표실시라는 커다란 공적 절차의 도입부를 구성하는 것이고, 이것은 피청구인의 공적 권한에 터잡아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이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라)국민투표안의 공고라는 후속절차가 아직 행하여지지 않았다고 하여 계획의 공표행위에 대유(帶有)된 공권력 행사의 속성을 부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단일행위로 공권력 행사가 이루어지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아니하고 다수의 행위가 연속적으로 이어져 하나의 절차를 형성하고 그 절차가 전체로서 하나의 공권력의 행사로서의 속성을 가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그 절차를 구성하는 각개의 개별행위들을 하나의 독립된 단일행위로 평가하여 그 성질을 파악하여서는 그 정확한 의미가 드러나지 아니하고, 그 개별행위들을 전체와의 연관하에 파악하여야만 그 정확한 의미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국민투표계획의 공표는, 그 공표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든 간에, 또한 국민투표안의 공고가 아직 없다고 하더라도, 이것 없이는 국민투표라는 하나의 절차가 시작될 수 없는 것이므로, 적어도 이 사건에서처럼 그 진지성이 인정되는 한도내에서, 이것은 국민투표라는 공적인 절차를 출발시키는 하나의 공권력 행사임에 틀림없다.

결국 국민투표절차를 발동시키는 공권력 행사의 시점을 어느 것에서 찾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관하여 각하의견은 국민투표안을 대통령이 공고한 때에서 이것을 찾는데 반하여 반대의견은 국민투표의 계획을 대통령이 공표한 때에서 이것을 찾는 것이다. 반대의견은 형식보다도 실질을 더 중하게 보는 입장인 셈이다.

물론 견해에 따라서는 피청구인이 계획을 취소, 철회하거나 결심을 바꾸어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문제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렇게 된다 하여도 이러한 사정이 신임국민투표실시계획의 공표 당시에 이미 그 행위에 대유된 공권력 행사의 성격에 소급적으로 무슨 영향을 미칠 수는 없는 것이고 단지 국민투표의 불실시가 확정된다면 이러한 후발적 사정은 그 때부터 공권력 행사의 성격을 소멸시킬 따름이고 이는 헌법재판에 있어서의 권리보호의 이익의 문제로 귀착될 뿐이다.

(2)피청구인의 행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참정권 내지 국민투표권과 정치적 의사의 표명을 강제받지 아니할 자유가 침해될 개연성이 있다.

이 문제는 보다 상세한 검토를 요하므로 항을 바꾸어 뒤에서 검토한다.

요컨대 뒤에 보는 바와 같이 신임국민투표는 위헌이고 이로 인하여 국민의 참정권 내지 국민투표권과 정치적 의사표명을 강제받지 아니할 자유가 침해되는바, 적법요건의 심사단계에서도 청구인들의 주장에 근거하여 이와 같은 기본권 침해의 개연성을 일응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적법하고 따라서 이를 각하할 것이 아니다.

법무부장관은 피청구인에 대한 신임국민투표의 실시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여서 청구인의 기본권이 현재 침해되고 있지 않으므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지만 기본권의 침해 자체는 비록 장래에 발생하더라도 그 침해의 발생이 현재 확실히 예측된다면 기본권구제의 실효성을 위하여 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인바(헌재 1992. 10. 1. 92헌마68 등, 판례집 4, 659, 66; 헌재 1996. 8. 29. 95헌마108 , 판례집 8-2, 167, 175 등),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신임국민투표 실시를 향한 피청구인의 의지가 객관적으로 표출되었고 이로써 국민투표가 실시되어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이 침해될 개연성이 대단히 농후하게 되었다 할 것이므로 기본권 침해의 ‘현재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신임국민투표가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1) 우리 헌법에서의 국민주권의 실현방법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여 국가권력의 기원과 국민주권주의를 헌법상의 기본원리로 선언하면서 한편으로는 국가권력은 국민에 의하여 행사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이 국가권력을 어떠한 방법으로 행사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되는데 ‘국민이 국가의사의 형성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가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는가’에 따라 국민에 의한 국가권력의 행사방법은 직접민주제와 대의제로 나뉘어 진다.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대의제를 헌법은 원칙으로 하면서, 그 제72조 및 제130조 제2항에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개정안’에 관하여 국민투표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예외적으로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2) 헌법에 규정된 국민투표의 법적 성격

우리 헌법은 국민이 직접 국민투표를 제안할 귄리(소위 국민발안권)를 인정하지 않고 다만 헌법 제72조에서 피청구인의 제안에 의하여, 그리고 헌법 제130조에서 국회 또는 피청구인의 제안 및 국회의 의결에 의하여, 정책이나 헌법개정안이 국민투표의 대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국민발안에 의한 국민투표의 가능성, 즉 국민이 직접 국민투표의 대상을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단지 국가기관의 주도 하에서 국가기관이 확정한 정책이나 헌법개정안에 대하여 찬성이나 반대만을 표시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국민투표의 성격은 대의제에 직접민주제를 가미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제약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3)피청구인이 국민의 신임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는 행위의 위헌여부

(가)이 사건의 헌법적 쟁점 및 심사기준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다투고자 하는 것은 ‘피청구인이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임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는 행위가 위헌인지’의 여부이다. 즉, ‘피청구인이 국민에게 그 신임을 묻는 신임투표를 실시할 헌법상 권한을 가지는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피청구인을 비롯한 모든 헌법기관의 권한은 이를 부여하는 헌법상의 수권규범이 있어야만 인정된다. 헌법의 기본구조, 정치적 헌법기관의 구성과 과제 및 권한에 관한 것은 헌법에 의하여 스스로 규율되어야 한다. 즉, 헌법기관의 권한에 관하여는 헌법유보가 적용되기 때문에 피청구인의 국민투표부의권은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헌법 제72조 이외에는 달리 헌법으로부터 도출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의 합헌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심사의 기준이 되는 헌법규범은 피청구인의 국민투표 부의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72조이다.

(나) 헌법 제72조의 ‘중요정책’을 해석하는 지침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피청구인에게 국민투표부의권을 부여하면서 국민투표의 대상을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이 국민주권의 실현에 있어서 대의제를 원칙으로 삼고 예외적으로 단 두 가지의 경우에 한하여 그것도 국민발안을 배제하는 매우 제약적인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헌법 제72조는 예외조항에 해당하며 이와 같은 원칙과 예외의 관계에서 볼 때, 예외에 속하는 규정은 확장적으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되고 축소적이고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또한 헌법규범 상호간의 긴장관계와 부조화현상을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완화시켜 헌법 전체로서의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대의제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구조에 국민투표와 같은 직접민주적 요소를 삽입하는 경우에는 삽입된 직접민주적 요소가 대의제와 조화될 수 있어야 하므로 국민투표와 같은 직접민주적 헌법규범이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 및 법치국가원리와 같은 기본적 헌법원리에 위반되어서는 안된다고 할 것인바 이러한 관점은 헌법 제72조의 해석에 있어서 역시 중요한 지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헌법 제72조의 ‘국가안위’의 개념에 관하여 볼 때, ‘국가안위’는 일반적으로 비상사태를 전제로 한 개념이라는 점, 우리 헌법은 '국가안위'의 개념을 제76조 제2항의 피청구인의 긴급명령권과 관련하여 언급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안위에 관한 사안은 국가비상사태나 그에 준하는 국가의 위기적 상황으로 협소하게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가능하고, 한편으로는 이와는 달리 국가안위의 개념을 보다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 또한 가능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국가안위’의 개념을 굳이 확정적으로 규명해야 할 필요는 없다. ‘국가안위’의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헌법 제72조에 의한 국민투표의 대상은 ‘중요정책’에 국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투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수단의 하나로서 그 본질상 특정한 국정사안에 관하여 국민이 직접 그 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헌법 제72조의 ‘중요정책’은 ‘구체적이고 특정한 정책’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중요정책’ 가운데에 ‘피청구인에 대한 국민의 신임여부’가 포함되는지의 여부

1) 만일 피청구인에 대한 국민의 신임여부가 ‘중요정책’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신임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는 그 효과로서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헌법 제72조가 규정하는 국민투표는 단순히 국민의 의견을 참조하기 위하여 묻는 ‘국민질의’가 아니라 찬반의 결과에 따라 확정적 효력을 가지는 ‘국민투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이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임여부를 국민투표의 대상으로 하여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국민이 불신임을 표시하는 경우에는 국민투표의 효력상 피청구인은 사임하여야 한다. 따라서 헌법 제72조의 ‘중요정책’에 ‘신임여부’도 포함되는 것으로 파악한다면 헌법해석을 통하여 ‘국민투표에 의한 불신임의 경우’라는 피청구인의 사임사유가 하나 더 신설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헌법상 국가원수이며 국정의 최고책임자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헌법은 피청구인의 헌법상 지위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청구인의 임기, 궐위 또는 사고시의 권한대행 및 그 신분에 따른 특권과 의무 등을 스스로 규정하여 피청구인의 신분관계를 명확하게 확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헌법제68조 제2항에서 피청구인이 궐위된 경우를 정하고 있는데 피청구인이 자의에 의하여 스스로 물러나거나 사망하는 경우 외에 타의에 의하여 사임하는 경우를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라고 하여 확정적으로 정하고 있다. 게다가 피청구인의 임기는 5년으로 절대적으로 보장되고(헌법 제70조), 피청구인은 재직중 원칙적으로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으며(제84조), 피청구인은 그 임기중 오로지 탄핵결정에 의해서만 물러나게 함으로써(제65조) 임기중 국민의 신임여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책임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신임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고 국민이 불신임을 표시한 경우 사임하는 것은 피청구인의 임기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헌법 제70조나 궐위사유를 한정적으로 규정하는 헌법 제68조 제2항헌법규범에 부합될 수 없다. 그러므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임여부는 헌법 제72조의 ‘중요정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2)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볼 때 다수의 국가에서 집권자가 국민투표를 통하여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물음으로써, 정치적 혼란을 우려하는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신임의 표시를 하도록 강요하고, 이렇게 하여 표시된 신임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이용한 사례가 허다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헌법제72조의 국민투표의 대상을 명시적으로 ‘정책’에 한정함으로써 국민투표가 역사상 민주주의의 발전에 해악을 끼친 신임투표가 되어서는 아니된

다는 취지를 분명히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라) 소 결

결론적으로, 피청구인은 국민투표를 통하여 자신에 대한 신임을 물을 헌법적 권한이 없는 것이고 따라서 피청구인이 이미 지난 선거를 통하여 획득한 자신에 대한 신임을 국민투표의 형식으로 재차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제를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위헌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피청구인이 특정 정책을 자신에 대한 신임과 연계시켜 ‘불신임의 경우 사임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된 특정정책에 대한 국민의 결정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고 이는 피청구인의 헌법상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헌법상 국민에게 자신에 대한 신임을 국민투표의 형식으로 물을 수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은 위헌적인 행위로서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4) 기본권의 침해여부

피청구인이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임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는 행위는 위헌이라 할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앞서 본 바와 같이 투표자인 국민이 국민투표를 통하여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국가권력의 행사과정에 정당하게 참여하는 것이 침해되고 이로써 국민의 한 사람들인 청구인들의 참정권 내지 국민투표권과 정치적 의사표명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가 침해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참여권으로서의 참정권은 협의 내지 전통적 의미로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광의 내지 현대적 의미로는 정치과정에 참가할 권리의 총체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주권자인 국민이 정당의 설립이나 선거·공무담임·국민투표 등을 통하여 국가권력의 창설과 국가의 권력행사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국정에 정당하게 반영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리 헌법상 피청구인에 대한 신임투표가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인데도 피청구인이 그러한 신임투표를 실시한다면 그 신임투표는 투표자인 국민의 민의를 비민주적으로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적 정당성을 표방하여 권위주의적 정치의 시행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 신임투표는 투표자인 국민이 국민투표를 통하여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국가권력의 행사과정에 정당하게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게 되고 이로써 국민의 참정권 내지 국민투표권과 정치적 의사표명을 강제받지 아니할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이에 반하여 국민투표가 위헌이라 하더라도 투표에의 참여가 강제되지 않는 만큼 이에 불참하면 그만이므로 국민투표권이 침해될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는 일반의 공직선거와는 달리 투표에 불참하는 것이 당해 투표결과와의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 헌법은 정책국민투표에 관한 제72조에서는 의결정족수를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헌법개정국민투표에 관한 제130조 제2항에서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

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제72조의 경우에 유추 적용한다고 할 때, 투표에의 불참은 국민투표의 부결에 귀결될 수 있다. 예컨대, 신임국민투표가 위헌이라는 견해를 가진 국민은 국민투표에 불참하더라도, 국민투표 불참자가 과반수가 되는 순간, 불신임에 투표한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데 이는 피청구인을 신임하기는 하지만 신임국민투표 자체는 위헌이라는 생각에서 찬성투표를 하는 대신 투표에 불참한 국민의 의사를, 불신임의 의사를 가진 것으로, 왜곡할 뿐 아니라 피청구인을 신임하지 않지만 피청구인을 중도퇴진케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에서 투표에 불참한 국민의 의사도, 중도퇴진에 동조하는 의사를 가진 것으로, 왜곡하는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의사의 왜곡을 피하기 위해서는 신임국민투표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투표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투표참가는 자유투표가 아니라 제도에 의하여 강제된, 오히려 양심에 반하는, 투표권의 행사를 의미하고 결국 국민투표권의 침해로 귀결되는 것이다. 나아가 피청구인을 신임하지 않고 신임국민투표도 위헌이라고 생각하지만 피청구인에 대한 불신임이 초래할 국정혼란을 염려하여 찬성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찬성투표를 한 국민의 의사를 피청구인에 대한 진정한 신임으로 간주하게 되는데 이것은 당해 국민의 의사를 이중으로 왜곡하는 것이다.

결국, 헌법에 위반되는 신임국민투표의 시행은 이를 위헌이라 생각하고 당해 투표에 참여하지 아니할 의사를 가진 국민을 그 의사에 반하여 투표를 하도록 사실상 강요함으로써 국민의 자유로운 국민투표권의 행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투표에 참가하는 국민과 불참하는 국민 모두의 진정한 의사를 상당부분 실제와 다르게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의사표명을 강제당하지 아니할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을 갖는다. 피청구인을 신임하지 않지만 중도의 퇴임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위헌적인 국민투표에 부득이 참여하는 국민은 그 정치적 의사의 표명을 사실상 강요당하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피청구인을 신임하면서도 국민투표의 위헌성 때문에 이에 불참하고자 하는 국민은 불참의 경우에 그 의사가 불신임으로 왜곡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위헌적인 국민투표에 부득이 참가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것 역시 정치적 의사의 표명을 사실상 강요당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부의 예에 불과하고 그밖에도 여러 가지 형태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의 표명이 사실상 강제되는 현상이 있게 된다. 이러한 측면 역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는 심판청구를 각하할 것이 아니라 이를 본안에서 심리한 뒤 피청구인의 행한 바 신임국민투표계획의 공표가 갖는 위헌성을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하경철 김영일 권 성(주심)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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