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2헌바91, 94(병합) 민법 제1019조 제3항 등 위헌소원
청구인
1. 이 ◯ 문
2. 이 ◯ 춘
3. 이 ◯ 주
4. 이 ◯ 호
5. 이 ◯ 우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신화
담당변호사 박 찬 운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98나16090 대여금청구 (2002헌바91)
서울가정법원 2002브95 상속포기 ( 2002헌바94 )
주문
민법 제1019조 제3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외 대한광업진흥공사는 청구인들의 부(父)인 청구외 이◯순을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대여금청구소송(96가합63927)을 제기하여 소송 진행 중 1997. 2. 20. 위 이◯순이
사망하자 그의 상속인인 청구인들을 상대로 소송수계신청을 하였고, 청구인들은 피고로서 위 소송을 수계하였다.
(2) 청구인들이 위 소송수계에 대하여 알게 된 1997. 9.경에는 이미 위 이◯순의 피상속재산에 관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민법 제1019조 제1항 소정의 고려기간이 경과되었는데, 청구인들은 위와 같은 경우 단순승인을 의제함으로써 피상속채무의 변제책임까지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법률효과가 발생하도록 규정한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서울지방법원 97카기6864)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8. 2. 24. 청구인들에게 대하여 패소판결을 하면서 그 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3) 청구인들은 제1심판결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는 한편(2002헌바91사건의 당해사건인 서울고등법원 98나16090), 우리 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98헌바24 ).
(4) 그런데 우리 재판소는 1998. 8. 27. 청구인들의 위 심판청구가 병합된 96헌가22 등(병합) 사건에 관하여 상속인이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예외없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하는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헌재 1998. 8. 27. 96헌가22 등 판례집 10-2, 339. 이하 ‘종전결정’이라 한다).
(6) 그러자, 청구인들은 서울고등법원 98나16090사건의 소송절차에서 개정민법 제1019조 제3항 및 부칙 제3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02카기
614)을 하였는데, 서울고등법원은 2002. 10. 10. 위와 같은 위헌제청신청과 청구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2002. 10. 24.자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02헌바91).
(7) 한편, 청구인들은 위 (5)항 기재 상속포기신고에 관한 제1심법원의 각하결정에 대하여 항고한 다음( 2002헌바94 사건의 당해사건인 서울가정법원 2002브95), 개정민법 제1019조 제3항 및 부칙 제3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가정법원 2002즈기414), 항고심법원은 2002. 10. 30. 위 항고 및 위헌제청신청을 함께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대법원에 재항고하면서 2002. 11. 11.자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002헌바94 ).
나. 심판의 대상 및 관련규정
(1)이 사건 심판대상은개정민법 제1019조 제3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로서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청구인들은개정민법 부칙 제3항의 위헌여부에 대하여도이 사건 위헌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그러나 청구인들의 주장은 개정민법 부칙 제3항 등의 규정에 따라서 개정민법의 적용을 받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 다음, 입법자가 종전결정에 관련하여 개선입법을 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한정승인만을 규정하고 상속포기를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취지일 뿐이다. 따라서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 것은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에 한정되므로이 부분만을 이 사건 심판대상으로 한다).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제1026조 제1호 및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2) 관련 법률조항
민법 제1019조(승인, 포기의 기간) ①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개정민법 제1026조(법정단순승인)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2. 상속인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
부칙 ③ (한정승인에 관한 경과조치) 1998년 5월 27일부터 이 법 시행 전까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자 중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다가 이 법 시행 전에 그 사실을 알고도 한정승인신고를 하지 아니한 자는 이 법 시행일부터 3월 내에 제1019조 제3항의 개정규정에 의한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다만, 당해 기간 내에 한정승인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헌법재판소는 종전결정에서 “상속인이 귀책사유없이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고려기간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못한 경우에도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은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제23조 제1항, 사적자치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 제1항에 위반된다.”라고 판시하였으므로, 입법자가 이에 관한 개선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한정승인뿐만 아니라 상속포기까지도 상속인의 구제방법으로 규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종전결정의 취지에 반하여 위 고려기간 내에 중대한 과실없이 상속채무가 적극적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승인을 한 상속인 등에 대한 구제방법으로 한정승인만을 규정하고 상속포기를 규정
하지 아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청구인들과 같이 한정승인신고가 아닌 상속포기신고를 한 상속인들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였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의 요지
입법자는 종전결정의 취지에 따라서 소극적 상속재산이 적극적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알지 못하여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고려기간 내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지 못한 상속인들에 대하여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의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제공함으로써 상속인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한 것이고, 청구인들과 같이 개정민법을 소급적으로 적용받는 상속인들에 대하여는 개정민법의 시행일로부터 3월간의 고려기간 내에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의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므로, 이러한 개정민법은 입법자가 그 형성재량 범위 내에서 상속인과 상속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과 법적 안정성 등을 고려하여 위헌성을 제거한 개선입법으로 볼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과 같은 상속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상속인이 민법 제1019조 제1항 소정의 고려기간이 경과된 후에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한 3월의 고려기간 내에 다시 한정승인신고를 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당해 상속인은 피상속재산을 한도로 하는 유한책임(有限責任)만을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포함한 개정민법의 내용은 종전결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19조 제1항 소정의 고려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피상속채무의 변제책임까지 포괄적으로 승계함으로써 발생하는 상속인의 일방적인 불이익 등을 방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
3. 판 단
가. 판단의 순서
입법자는 종전결정에서 지적된 입법형성의무의 내용을 이행하는 개선입법으로서 민법 중 일부를 개정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신설하였으므로 이에 관한 위헌성을 심리함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논점을 순차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종전결정의 의미에 대한 검토
먼저 우리재판소의 종전결정 등으로 인하여 입법자에게 부과된 입법형성의무의 구체적 내용이 어떠한지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2) 개정민법의 적용영역에 관련하여 입법형성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의 여부
다음으로 개정민법이 적용되는 모든 영역에 관련하여 입법자가 종전결정의 취지에 따른 입법형성의무의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였는지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새로운 기본권침해여부
마지막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종전결정에서 심리·검토되지 아니하였던 새로운 기본권에 대한 침해 등이 발생하였는지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나. 종전결정의 의미
(1) 종전결정에 나타난 헌법불합치이유
(가)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의 위헌성여부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의 경우 상속인이 아무런 귀책사유없이 고려기간 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못한 경우에 구제받을 수 있는 아무런 수단도 마련하지 아니한 채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고려기간 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하면 그 이유여하를 묻지 않고 일률적으로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그 의사와 관계없이 상속채무를 전부 부담하게 한 것은 적정한 기본권제한의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로 인하여 상속채권자는 이익을 얻는 반면 상속인만 불이익을 받게 된다. 상속채권자는
일반적으로 피상속인을 신뢰하여 그의 일반재산을 담보로 보고서 거래한 것이지, 그의 사망 후 상속인이 채무를 승계할 것까지를 기대하고서 거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상속인이 귀책사유없이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고려기간 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못한 경우에도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가 상속인으로 하여금 피상속인의 채무를 전부 부담하게 하여 상속채권자만을 보호한 것은 입법목적달성에 필요한 정도 이상으로 상속인의 기본권을 제한한 것으로서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인 피해의 최소성, 공공필요와 침해되는 상속인의 기본권 사이의 균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상속인이 귀책사유없이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고려기간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못한 경우에도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가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제23조 제1항, 사적자치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에 위반된다.
(나)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의 위헌성제거방안과 헌법불합치결정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는 헌법에 위반되므로 원칙으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나, 이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에는 고려기간 내에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한 경우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법률근거가 없어지는 법적 공백상태가 되고, 이로 말미암아 특히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나 상속인이 그 귀책사유로 인하여 고려기간을 도과한 경우에도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확정할 수 없게 되는 법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위헌적인 규정을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임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는 사항이고,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의 위헌성을 어떤 방법으로 제거하여 새로운 입법을 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방안(고려기간의 도과에 관하여 상속인이 책임질
사유가 없는 때에는 단순승인이 아닌 한정승인을 한 것으로 보는 방안, 스위스 민법 제566조 제2항의 규정과 같이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에는 고려기간의 도과로써 상속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하는 방안,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고려기간을 도과한 때에는 상속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일정한 기간 내에 다시 상속의 승인이나 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 어떤 방안을 채택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우리의 상속제도, 상속인과 상속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의 이익, 법적 안정성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므로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지 아니하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한다.
(2) 종전결정이유에 대한 분석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종전결정은 ①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의 경우 상속인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침해적 법률(侵害的 法律)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그 권리침해상황(權利侵害狀況)을 제거하는 ‘단순위헌결정’ 등을 통하여 구제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다음, ②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예외적인 구제방법으로서 ‘사후적 보완입법’ 등을 전제로 한 ‘헌법불합치결정’을 한다고 설시하고, ③ 위와 같은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는 입법방안의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서 상속인이 귀책사유없이 상속채무초과사실을 알지 못하여 고려기간을 도과한 경우 상속인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일정한 기간 내에 다시 상속의 승인이나 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제방법 등을 예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개정민법의 적용영역에 관련하여 입법형성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의 여부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입법자가 종전결정으로 인하여 부과된 입법형성의무의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였는지의 여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는 영역에서 종전결정에서 지적된 상속인의 기본권침해적 상황을 제거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봄이 상당하
다.
(1) 상속인이 귀책사유없이 민법 제1019조 제1항 소정의 고려기간을 도과한 사안에 대하여 구제방법을 제공하였는지의 여부
(가) 우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인이 상속채무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민법 제1019조 제1항 소정의 고려기간 내에 알지 못하여 단순승인하거나 단순승인으로 의제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다시 한정승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기 때문에(이하 ‘특별한정승인’이라고 약칭한다), 개정민법이 적용되는 영역에서는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고려기간이 경과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단순승인이 의제되는 법률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나) 개정민법의 입법기술적 흠결
한편, 입법자는 개정민법 제1026조 제2호 소정의 추가적인 고려기간에 관하여 “제1019조 제1항, 제3항의 기간 내에” 또는 “제1019조의 기간 내에”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구 민법과 동일하게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로 규정하였는데, 이는 입법기술적인 흠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위 입법기술적 흠결에 관련하여 논리적 해석을 통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의 추가적 고려기간 내에 신고된 ‘특별한정승인’의 효력을 인정함으로써[대법원 2002. 11. 8.자 2002스70 결정{공2003. 1. 15.(170), 221}, 대법원 2002. 1. 17.자 2001스16 결정{공2002. 3. 15.(150), 579} 참조] 제1026조 제2호에 의한 단순승인의제의 법률효과를 무조건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으므로, 이러한 입법기술적 흠결로 인하여 입법형성의무의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모든 책임을 포괄적으로 승계함으로써 발생하는 상속인에 대한 일방적인 불이익이 제거될 수 있는지의 여부
(가) 유효한 한정승인이 있는 경우 소극적 상속재산 등이 적극적 상속재산을 초과하더
라도 한정상속인은 상속재산의 한도 내에서 상속채무를 변제할 책임(有限責任)만을 부담하고, 상속인 자신의 고유재산으로 이를 변제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설령 상속인이 중대한 과실없이 민법 제1019조 제1항 소정의 고려기간이 경과된 후에 소극적 상속재산이 적극적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한 3월의 추가적 고려기간 내에 다시 특별한정승인신고를 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그 상속인은 피상속재산을 한도로 하는 유한책임만을 부담하기 때문에 상속인에 대한 일방적인 불이익은 발생하지 아니한다.
(나) 오히려 종전결정에서는 상속인이 귀책사유없이 민법 제1019조 제1항 소정의 고려기간을 도과한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상속인에 대한 일방적 불이익을 제거해야 할 의무가 입법자에게 부과된다고 지적하였을 뿐인데, 개정민법의 경우 위 고려기간 내에 상속인이 상속채무초과사실을 알지 못한 것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이상 다시 특별한정승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상속인을 상대적으로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입법과정을 보면, 우리 입법자는 대법원,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가족법학회 등과 같은 각급 유관기관에 검토요청을 하고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이 종전결정의 취지에 부합하는지의 여부 등에 관하여 다각도로 심의·검토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심의과정에서 각급 유관기관 및 이를 대표하여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들은 위 (1)(2) 기재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이 종전결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점에 대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이를 토대로 하여 입법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신설로 종전결정에서 지적된 관련규정의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1999. 3. 12.자 법제사법위원회 공청회(제202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회의록 제2호), 1999. 12. 17.자 법제사법위원회 상임위원회(제208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회의록 제16호), 2001. 12. 18.자 법제사법위원회 상임위원회(제226회 국회 법제
사법위원회회의록 제2호) 참조}.]
(3)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 등이 적용되는 영역에서는 종전결정에서 지적된(구 민법 제1026조 제2호 등에 의하여 발생하였던) 상속인의 기본권침해적 상황이 효과적으로 제거될 수 있기 때문에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 등을 규정함으로써 종전결정의 취지에 따른 입법형성의무의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개정민법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재산권, 평등권 등에 대한 새로운 기본권침해가 발생하는지의 여부
(1) 청구인들의 주장
청구인들은 종전결정 이후인 1998. 11. 23. 서울가정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하였으나, 입법자가 개선입법을 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한정승인만을 규정하고 상속포기를 규정하지 아니하여 가정법원에서는 신고기간이 도과되었다는 이유로 2002. 4. 16. 위 상속포기신고를 각하하였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경우 피상속채무에 관하여 무한책임(無限責任)을 부담하게 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청구인들의 헌법상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2) 평등권침해에 관한 주장부분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인들의 주장정리
상속인이 중대한 과실없이 개정민법 제1019조 제1항 소정의 고려기간이 경과된 후에 소극적 상속재산이 적극적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안에서, ① 한정승인을 한 집단과 ② 상속포기를 한 집단은 본질적으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한정승인만을 규정하고 상속포기를 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합리적인 이유 없이 양자를 차별하고 있다.
(나) 평등원칙위반의 심사기준
헌법상 평등의 원칙은 일반적으로 입법자에게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평등원칙위반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엄격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에게 허용되는 입법형성권의 정도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의 평등원칙위반여부는 입법자의 자의성이 있는지의 여부만을 심사하게 된다.
한편, 종전결정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한 바와 같이 입법자는 종전결정의 취지에 따른 입법형성의무의 내용을 이행함에 있어서 비교적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행사할 수 있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는 영역에서는 이러한 입법형성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주장은 입법자가 정책적 선택을 하면서 그 재량권을 남용하였다는 취지이므로, 이 사건 평등원칙위반의 주장부분에 대하여는 이른바 ‘자의금지원칙’을 위반하였는지의 여부를 심사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할 것이다.
(다) 심사요건
자의금지원칙의 위반에 대한 심사요건은 ①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는가 하는 차별취급의 여부와, ② 이러한 차별취급이 자의적인가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①의 기준과 관련하여 두 개의 비교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일반적으로 관련 헌법규정 및 당해 법규정의 의미와 목적에 달려 있다. 그리고 ②의 기준과 관련하여 차별취급의 자의성은 합리적인 이유가 결여된 것을 의미한다.
(라) 차별취급의 존재
청구인들의 주장은 중대한 과실없이 민법 제1019조 제1항 소정의 고려기간이 경과된 후에 소극적 상속재산이 적극적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속인들 중 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특별한정승인을 한 집단과 ② 상속포기를 한 집단은 본질적으
로 동일하다는 취지이다.
1) 한정승인제도와 상속포기제도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제도인지의 여부
가) 일반론
나아가 현행 민법이 ‘단순승인’을 원칙적인 상속형태로 규정한 다음, 한정승인의 형태로 상속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속인이 ‘상속재산목록’을 첨부하여 가정법원에 한정승인신고를 해야 하는 요식행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절차법적인 측면에서도 위와 같은 ‘상속재산목록’의 첨부가 요구되지 않는 상속포기신고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나) 실체법적 차이
상속채권자가 상속인을 상대로 하여 상속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2002헌바91사건의 당해사건(서울고등법원 98나16090)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기로 한다.
① 예컨대, 당해소송에서 설령 해당 상속인(피고)이 유효한 한정승인신고를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수소법원은 더 나아가서 상속채무의 존부에 대한 심리를 계속하여야 하고, 만일 상속채무의 존재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고에게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 그 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취지로 원고승소판결을 해야 한다.
② 반면에 피고가 유효한 상속포기신고를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피고는 더 이상 피상속인의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수소법원에서는 상속채무의 존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원고패소판결을 해야 한다. 이 경우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인의 지위는 후순위 상속인에게
당연히 승계되고, 따라서 상속채권자는 상속채무의 이행에 관하여 후순위 상속인에 대하여 청구해야 하며, 만일 그 후순위 상속인이 다시 유효한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상속인 지위는 그 다음 순위에 있는 후순위 상속인에게 순차로 승계된다(상속포기로 인한 상속인지위의 순차적 승계).
다) 절차법적 차이
한편, 한정승인신고의 경우에는 상속재산의 목록을 첨부해야 한다는 점은 상속포기신고와 구별되는 중요한 절차법적 차이라고 할 수 있다(민법 제1030조 참조).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의 ‘특별한정승인신고’의 경우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일반한정승인신고와 달리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적 차이점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① 한정승인신고에 관하여 상속재산의 목록을 첨부하는 의미 등
한정승인은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 상속채무 등을 변제하는 유한책임의 효과를 발생하기 때문에 한정승인신고에 상속재산의 목록을 첨부하는 것은 상속인 스스로 책임재산의 범위를 특정하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한정승인신고를 하면서 상속재산의 목록을 전혀 첨부하지 아니하는 등 상속재산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아니한 경우 가정법원은 그 신고를 수리할 수 없고, 이러한 한정승인신고불수리심판이 확정되면 단순승인의 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상속인이 고의로 재산목록에 상속재산의 기재를 누락하는 경우에는 단순승인으로 간주된다(민법 제1026조 제3항 참조).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상속인이 중대한 과실없이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고려기간이 경과한 다음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경우에 한정하여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신고’가 허용된다는 취지이므로, ‘피상속인의 사망당시 소극재산의 가액이 적극재산의 가액을 초과한다는 점’은 적극적인 법률요건에 해당한다. 따라서 특별한정승인신고에 첨부된 상속재산목록에는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채무초과의 취지가 명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②상속재산의 목록이 첨부되지 않는 상속포기신고와의 비교검토
반면에 상속포기신고의 경우 절차적으로 위와 같은 상속재산목록의 제출은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형식적 심사를 하는 가사비송절차에서 ‘상속채무가 적극적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점’ 등을 비롯한 상속재산에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심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영역에 관한 ‘특별한정승인’과 ‘특별상속포기’의 비교검토
민법 제1019조 제1항에서 한정승인 및 상속포기에 관련하여 ‘해당 상속인이 상속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이내’라는 비교적 단기의 법정기간을 설정한 것은 상속관계가 제3자(후순위 상속인, 상속채권자 등)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상속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법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민법 제1019조 제1항은 상속인에게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예컨대, 상속채무가 적극적 상속재산을 초과하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상속인에게 상속이 개시될 당시부터 상속재산을 승계할 의사가 존재하지 아니한 사안에서는 그 상속인의 의사에 반하여 상속이 강제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또한 그 당시 상속채무가 적극적 상속재산을 초과하는지의 여부 등을 상속인이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에도 위 규정에 따라서 한정승인신고를 함으로써 장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불이익을 미리 예방할 수도 있다. 결국 적극적 상속재산이 소극적 상속재산을 초과함에도 불구하고 상속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서 상속재산의 승계를 스스로 거부하고자 하는 사안 등에 대하여는 일반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인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상속이 개시될 무렵에는 단순승인의 형태로 상속재산을 승계하더라도 최소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가, 나중에 이러한 최초의 주관적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난 사안 등에 적용될 뿐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사안에 적용되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①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 자
체를 거부함으로써 그 상속인의 지위가 후순위 상속인에게 순차로 승계되는 효과를 발생하는 이른바 ‘특별상속포기’를 규정하는 문제와 ② 선순위 상속인의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단지 상속채무의 존부 및 책임재산의 범위 등에 관한 쟁점만을 남기는 ‘특별한정승인’을 규정하는 문제는 전혀 별개의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특별한정승인’만을 인정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 일단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개시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되면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관련된 법률관계가 상속채권자와 당해 선순위 상속인 사이의 문제로 확정되고, ㉯ 만일 당해 상속인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채무초과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사안에서도 후순위 상속인 등에 대하여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특별한정승인신고’만을 허용함으로써 전체적인 측면에서 ‘법적 안정성’에 상당히 기여하는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반면에, ‘특별상속포기’를 인정하는 법체계는 위와 같이 상속이 개시될 무렵에 이루어진 선순위 상속인의 주관적 판단이 나중에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사안에 관련하여 그 선순위 상속인을 상대적으로 두텁게 보호하면서 이로 인한 여러 가지 부담을 후순위 상속인 및 상속채권자 등에게 전가하는 법률효과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마) 소결론
따라서 ‘한정승인제도’와 ‘상속포기제도’는 그 방식 및 법률효과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상이한 제도로 봄이 상당하다.
2) 두 개의 비교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지의 여부
한편 입법자는 종전결정의 취지에 따라서 위와 같은 상속인들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특별한정승인을 함으로써 구 민법 제1026조 제2호로 인하여 발생했던 일방적인 불이익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정책적인 선택을 하였고, 이러한 개정민법이 적용되는 영역에서는 헌법적 차원에서 부과된 입법형성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정민법의 적용을 받는 모든 상속인들의 경우 민법 제1019
조 제1항 소정의 고려기간이 경과된 이후에 ‘단순승인’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상속채무 등에 관한 무한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정에 따라서 특별한정승인신고절차 등을 이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특별한정승인을 한 집단의 경우 민법 제1019조 제1항 소정의 고려기간이 경과된 다음 ‘단순승인’에 관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저지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서 특별한정승인신고절차 등을 이행한 반면에, ② 청구인들과 같은 집단은 이와는 본질적으로 상이한 상속포기신고만을 한 것이므로, 두 집단 사이에 본질적인 동일성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본질적으로 동일’한 ‘두 개의 비교집단’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두 개의 비교집단’에 대한 차별적 취급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마) 평등원칙위반에 대한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행복추구권 및 재산권침해에 관한 주장부분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소정의 헌법소원청구의 경우 청구인들은 헌법재판소법 제71조 제2항, 제43조 제4호의 규정에 따라서 심판대상 법률이 위헌이라고 해석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여야 한다.
그런데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 등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막연하게 주장하고 있을 뿐이고, 그 주장을 청구인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더라도 이러한 주장부분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구체적 위헌성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침해하고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아니한 위 주장부분은 특별히 그 판단을 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4. 결 론
이상의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3. 12. 18.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하경철
주심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성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전효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