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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4. 1. 29. 선고 2002헌마788 결정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1조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유 ○ 외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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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황상현 외 2인

주문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2001. 10. 9. 국가인권위원회의 상임위원으로 각 임명된 다음 같은 해 11. 25.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시행과 함께 그 임기가 개시되어 현재까지 동 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은 퇴직 후 2년간 교육공무원이 아닌 공무원으로 임명되거나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한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1조가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공무담임권, 참정권,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2. 12. 1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과 참조조문

(1)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 대상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1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1조(퇴직 인권위원의 공직취임 제한) 위원은 퇴직 후 2년간 교육공무원이 아닌 공무원으로 임명되거나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한 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할 수 없다.

(2) 참조조문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유관사기업체 등에의 취업제한)

①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급 또는 직무분야에 종사하였던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임ㆍ직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전 3년 이내에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규모 이상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이하 ‘영리사기업체’라 한다) 또는 영리사기업체의 공동이익과 상호협력 등을 위하여 설립된 법인ㆍ단체(이하 ‘협회’라 한다)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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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제1항의 경우를 퇴직공직자의 소속부서의 업무와 영리사기업체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의 범위와 영리사기업체의 규모 및 관련 협회의 범위에 관하여는 국회규칙ㆍ대법원규칙ㆍ헌법재판소규칙ㆍ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제2항의 경우 소속부서의 업무범위 등을 정하고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퇴직공직자의 자유와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이하 ‘위원’이라 한다)의 퇴직 후 공직취임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그 임명자격이나 신분보장 등에 있어서 유사하고 직무의 독립성도 요구되는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감사위원, 검찰총장 등 공직자들이 퇴임 후 공직임명과 피선거권에서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 것과 비교할 때 위원을 불합리하고 자의적으로 불리하게 차별대우하는 것이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퇴임한 위원이 교육공무원이외에는 일체의 공직에 취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교육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위원의 정치적 태도와 관계없는 각종 공직이 있음에도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공무담임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

(3)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서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각종 선출직의 피선거권자의 요건과 그 결격사유를 이미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과거의 특정 신분만을 이유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참정권의 과도한 침해이다.

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

의견 없다고 회신하였다.

3. 판 단

가. 적법성 요건에 대한 판단

(1)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 여부

우리 재판소는 기본권의 침해가 장래에 발생하더라도 헌법소원의 심판청구 당시부터 그 침해가 틀림없을 것으로 확실히 예측된다면 기본권 구제의 실효성을 위하여 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하여 왔다(헌재 1992. 10. 1. 92헌마68 등, 판례집 4, 659, 669 ; 1999. 12. 23. 98헌마363 , 판례집 11-2, 770, 780-781 ;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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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2. 2000헌마25 , 판례집 13-1, 386, 398 등).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으로서 임기만료 등으로 퇴직하는 시점으로부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공직취임 제한의 효과를 받게 되므로 그 기본권 침해는 장래의 퇴직시점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청구인들이 위원으로 재직중인 상태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0조에 의하여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및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등 다른 공직에의 취임을 이미 제한받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영향을 퇴직전에 미리 받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위원으로 재직 중에 있고 아직 퇴직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장래의 어느 시점에는 틀림없이 퇴직하게 될 것이고 그 때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받아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게 될 것임은 심판청구 당시에 이미 확실히 예측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현재관련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한다.

(2) 청구기간의 준수 여부

청구기간을 준수하였는지 여부는 이미 기본권침해가 발생한 경우에 비로소 문제될 수 있는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아직 기본권의 침해는 없으나 장래 확실히 기본권침해가 예측되므로 미리 앞당겨 현재의 법적 관련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청구기간 도과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 판례집 11-2, 770, 781 ; 2001. 2. 22. 2000헌마25 , 판례집 13-1, 386, 398).

나. 본안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이 사건 법률조항은 2001. 5. 24.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제정과 함께 동 법에 설치된 조항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이고, 동 법에 의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원장 1인과 3인의 상임위원을 포함한 11인의 인권위원으로 구성되며(제5조 제1항),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인권에 관한 법령ㆍ제도ㆍ정책ㆍ관행의 조사와 연구, 인권상황에 대한 실태조사 등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해 필요한 모든 업무를 다룬다(제19조).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각 위원들은 그 본연의 임무인 인권보장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독립성과 공정중립성을 유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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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인데, 이러한 취지에 따라 위 법은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1차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도록 정하여 그 임기를 보장하고 있으며(제7조 제1항),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하도록 하되, 다만 위원이 신체상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되거나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는 전체 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의한 의결로

만 퇴직하게 할 수 있도록 정하여 위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제8조). 그리고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 정당의 당원,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하여 실시하는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한 자는 위원이 될 수 없고(제9조 제1항), 이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당연히 퇴직하도록 하며(제9조 제2항), 위원 재직중 국회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 다른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교육공무원을 제외한다) 등을 겸할 수 없고(제10조 제1항),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정하여(제10조 제2항) 위원으로서 자격이 없거나 그 업무상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칠 수 있는 인사가 위원으로 임용되거나 위원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위원에 대하여 재직중 신분을 보장하고 국회의원등 선거직 공무원을 포함한 거의 모든 공직의 겸직을 제한하면서도, 더 나아가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위원은 퇴직후에도 2년간 위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한 것은, 중요한 인권 침해나 차별행위가 대부분 국가 혹은 공직자들의 공권력 행사에 의하여 야기되는 것인데 이를 다루는 위원들이 퇴직 후 다른 공직을 맡게 될 것을 희망하여 이에 연연하게 된다면 공권력 담당자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공권력 행사의 대상인 국민들을 위하여 그 인권침해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보호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국회의원등 선거직 지위를 얻기 위하여 정치적으로 편파적인 업무수행을 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것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도 포함되었다고 볼 것이다. 또한 위원이 재직중 공정한 업무처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퇴직 후 바로 특정한 공직을 맡게 될 때에는 새로 맡은 공직과 관련하여 재직 중의 업무수행이 편파적으로 수행되었다는 오해가 야기될 소지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를 미리 없애는 데에도 그 입법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원은 퇴직 후 2년간 교육공무원이 아닌 공무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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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되거나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한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조항에 의하여 위원인 자는 퇴직 후 2년간 교육공무원의 직을 제외한 분야의 모든 공직에 취임할 수 없으며, 위 공직선거법에 의하여 선출되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혹은 대통령 등의 직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는 해당 위원에 대한 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며, 나아가 공직도 직업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직업선택의 자유도 제한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위 기본권들을 제한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부합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3) 과잉금지의 원칙의 위배 여부

(가) 목적의 정당성 여부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독립위원회이고 위

원은 이러한 인권문제를 처리함에 있어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와 같이 위원에게 요구되는 직무수행의 독립ㆍ공정성과 염결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퇴직 후의 공직제한과 공직선거에의 출마를 일정기간 제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위원이 임기 3년을 마치거나 혹은 연임되어 6년을 근무하여 퇴직하고 난 뒤에 자신의 경력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경우, 장래 퇴직하게 될 시점에서 새로운 공직을 임명받는데에 영향력을 가진 국가기관이나 선거 출마를 위한 공천권을 가진 정당 등 기관ㆍ단체로부터 인권문제의 처리와 관련하여 부당한 압력이나 회유를 받고 이에 위원이 굴복한다든지 혹은 위원 스스로 동 기관ㆍ단체의 정책이나 방침에 반대하는 것을 삼가려한다든지 함으로써 위원회가 인권 보호와 향상의 소임을 공정히 다할 수 없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이러한 입법목적은 인권보장의 헌법적 가치에 부합되는 것으로서 정당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 수단의 적합성 여부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과 직무의 공정한 수행은 그 나라의 법률제도와 정치문화수준, 위원장 및 위원을 비롯한 위원회 조직구성원들의 자세, 국민의 인권과 법의식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하여 그 수준이 결정되는 것이고, 개개 위원의 공정하고 독립된 인권 업무의 처리는 최종적으로는 주위의 어떠한 유혹과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위원 개인의 자질과 소신 및 열정에 의하여 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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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되는 것이다. 위원이 공정하고 청렴하게 인권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원의 임기를 정하고 그 임기동안 신분을 보장하는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것까지는 필수적이라고 하겠으나, 여기서 더 나아가 개개의 위원의 특성에 따른 구체적 사정을 무시한 채 위원의 퇴직 후 공직활동을 포괄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반드시 불가결하게 요청되는 것은 아니다. 위원의 업무처리의 공정성과 염결성은 반드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있음으로 인하여 달성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원이 교육공무원직을 제외한 선거직 등 모든 형태의 공직에 진출하는 것을 퇴직후 2년간 불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재직 중 추후의 지위에 연연하기 때문에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위원의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을 축소시키는 효과를 어느 정도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인권위원으로 임기동안 열심히 소신껏 봉직한 다음 그 사회적 평판을 기초로 하여 위원 본인이 원하는 다른 공직으로 진출하는 것이 가능할 때 위원의 이러한 기대는 그 직무수행의 성실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유인책이 될 수도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원이 가질 수 있는 이러한 기대를 전면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오히려 위원들의 직무수행태도를 무기력하게 만들거나, 국민생활에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인권문제를 자의적이고 독선적으로 판단하게 할 위험성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반드시 위원의 직무수행에 긍정적 효과만을 가지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위원의 직무수행의 성실성과 공평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퇴직 후 위원의 공직취임을 제한하는 것은 위원의 직무수행상 공정성과 염결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에 반드시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할 수 없다.

(다) 침해의 최소성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위원의 임기를 법정하고(제7조),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하도록 하여 위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제8조). 또한 국가공무원 법 소정의 공무원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는 물론 정당의 당원이나 공직선거에 후보자로 등록된 자가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제9조), 위원은 국회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이나 교육공무원을 제외한 공무원 등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제10조). 이러한 규정들은 모두 위원의 신분상 불안을 해소하고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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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등 공권력 담당자와의 인적 분리를 통하여 그 지위의 독립성과 업무 처리의 공정성 및 염결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법적 장치 위에 다시 부가된 것으로서 퇴직한 위원이 국회의원등 선거직 공직뿐만 아니라 행정각부의 장ㆍ차관등 정무직 공직으로부터 각 부처에 설치되어있는 각종 연구직

공직에 이르기까지 교육공무원직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공직활동을 하는 것을 일정기간동안 포괄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여기서 금지되는 공직에는 인권보장 업무와의 관련성의 유무나 그 관련의 정도를 가리지 아니하고 교육직이 아니라면 모든 종류의 공직이 포함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기여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동 입법목적의 달성과 관련이 없는 경우에까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퇴직한 위원의 사회적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특히 이를 공직자윤리법상의 퇴직공무원의 취업제한의 경우와 비교해 본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1항은 일정한 범위의 공무원에 대하여 공직 퇴임후 일정한 기간동안 공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사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은 제한하고 있고,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이 있는 때에는 그 제한의 예외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일정한 직무에 종사한 공무원 등이 퇴임 후에 재직중 자신이 취급하였던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리사기업체에 취업하는 경우 과거의 상사, 동료, 부하들이 취급하는 직무에 대하여 정실에 의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많으므로 이를 방지하고, 한편으로 퇴임후 영리사기업체에 실제 취업하거나 취업의 기대 가능성에 대한 보상으로 재직시 동 업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직무를 수행하게 되는 부정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으며, 여기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에 의한 예외를 설정하여 구체적인 경우 지나친 취업제한이 되지 않게 조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직 중의 업무와 퇴직 후 제한되는 업무와의 밀접ㆍ관련성을 요구하지 않으며 그 제한의 범위도 단지 교육공무원의 경우만 예외로 하였을 뿐 전 공직에 포괄하여 미치고 있다. 또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고, 개개의 구체적 경우에 발생할 수도 있는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지나치게 부당한 취업제한을 피하며 구체

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도를 열어두고 있지 않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퇴직 위원이 취임하고자 하는 공직이 인권보장 업무와 전혀 관련성이 없거나 관련성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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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밀접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모두 포괄적으로 그 취임을 제한하고 있으며 또한 구체적 경우에 퇴직하는 당해 위원의 상황을 고려한 판단의 가능성도 전혀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명백히 넘어서서 퇴직 위원의 위 기본권들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상 요구되는 피해의 최소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라) 법익의 균형성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퇴직 후 공직취임을 염두에 둔 위원이 그 영향으로 인권보장의 본연의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하지 아니하거나 정치적으로 편파적인 결정을 함으로써 초래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보장 업무의 공정성과 염결성의 훼손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그에 비하여 이 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사익은 위원에서 퇴직한 지 2년이 되지 아니한 자의 피선거권, 공무담임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 등 개인의 정치적, 경제적 생활에 매우 중요하고 자유로운 인격의 발현을 위하여도 필수적인 기본권들을 행사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공익유지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퇴직한 위원의 개인적 인격, 전문지식과 능력,

경륜 등을 2년간 국가경영에 활용할 기회를 박탈하는 효과를 야기하여 국가적으로는 인재의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또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으로 재직하게 되면 그 이후 공직취임이 제한되는 것을 꺼려하여 유능하고 소신 있는 인물이 위원으로 임명되는 것을 회피하도록 하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오히려 공익에 대한 침해적 효과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직무의 공정 수행의 확보라는 공익달성의 목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법이 따로 정하고 있는 다른 여러 제도적 장치에 의해서도 추구되고 있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달성될 수 있는 공익의 정도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보장업무의 향상이라는 기준에서 볼 지라도 주요한 것이 아니며 오직 부가적 의미를 가질 뿐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목적의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약간의 개연성 때문에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정치적 기본권인 피선거권과 공무담임권 및 경제생활의 기초가 되는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이를 통하여 얻는 공익적 성과가 그 제한이 초래하는 부정적 효과에 비하여 과소하여 양 법익간에 유지되어야 할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현저히 일탈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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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소 결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원의 직무상의 공정성과 염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목적을 가진 것이지만 그 효과와 입법목적 사이의 연관성이 객관

적으로 납득할만큼 명확하지 아니하여 국민생활에 기초가 되는 중요한 기본권인 참정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 수단의 적합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또한 위 기본권 제한으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지 못하였고, 동 피해가 중대한 데 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적 효과는 상당히 불확실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4) 평등의 원칙의 위배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위원이 퇴직한 후 일정 기간 교육공무원을 제외한 공직에 임명될 수 없도록 하고 또한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직무의 공정성과 염결성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한다면,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과 동일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직무상 공정성과 염결성이 요청되는 국가기관의 담당자, 예컨대 법원, 검찰, 경찰, 감사원 등의 고위직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위원과 같은 제한이 가하여져야 할 것이다. 이들 공무원들과는 달리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의 경우에만 퇴직 후 공직진출의 길을 봉쇄함으로써 재직중 직무의 공정성을 강화하여야 할 필요성이 두드러진다고 볼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으므로 위 공무원들과 위원 사이에는 차별을 정당화할만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특히 직무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강조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재판관과 감사원장 등의 경우에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그 퇴직 후 일정기간동안 공직에의 임명을 제한하는 특별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 뿐만 아니라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으로 하여금 퇴직 후 공직취임 등을 제한하도록 규정하였던 유사 법률조항들은 이미 우리 재판소가 모두 위헌이라고 결정

하여 효력을 상실한 바 있다(헌재 1997. 7. 16. 97헌마26 , 판례집 9-2, 72 ; 1999. 12. 23. 99헌마135 , 판례집 11-2, 800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 규정이 유독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에 대해서만 퇴직한 뒤 일정기간 공직에 임명되거나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위원이었던 자만을 차별하는 것으로서 평등의 원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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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위배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 참정권(피선거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고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므로, 재판관 송인준의 다음 5.와 같은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송인준의 보충의견

나는, 다수의견이 밝힌 이유 외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자체도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1) 우리 재판소는 일찍이 “우리 헌법은 민주정치의 실현을 위해 모든 국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국가의사의 형성과정에 참여하고, 국가기관의 구성원으로서 공무를 담임하는 권리와 기회를 갖도록 국민의 참정권을 필수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민이 국정에 참여하는 참정권은 국민주권의 상징적 표현으로서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적 권리의 하나이며 이것은 다른 기본권에 대하여 우월적 지위를 가진다.”라고 밝힌 바 있다(헌재 1989. 9. 8. 88헌가6 , 판례집 1, 199, 208). 피선거권을 포함한 국민의 참정권이 점하는 이와 같은 헌법적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제한하는 법률은 그 목적이 헌법상 허용된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중대한 것이어야 하고, 그를 넘어서 제한을 정당화하는 공익이나 대처해야 할 위험이 어느 정도 명백하게 현실적으로 존재해야만 비로소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할 것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에 대하여 퇴직 후 2년간 교육공무원이 아닌 공무원으로 임명되거나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한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로써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근무한 자의 공무담임권은 일정기간 포괄적으로 제한된다.

이러한 제한을 둔 표면적인 목적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즉 입법자는, ‘주로 국가기관 등의 인권침해행위를 감시하는 기능을 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그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으려면 그 소속 위원들이 각종 국가기관이나 정치적인 집단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인식하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들이 재직하는 동안 퇴직 후 취임할 수 있는 다른 직위에 연연하지 않고 어떠한 국가기관이나 정치적인 세력 및 집단으로부터도 독립하여 그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

하도록 하기 위해 일견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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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법률조항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권침해감시 및 인권구제 기능을 하는 국가기관은 국가인권위원회만이 아니다. 예컨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남녀차별개선위원회, 고용평등위원회, 검찰, 감사원, 법원, 헌법재판소 등도 모두 인권침해행위로부터 개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에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기관 역시 국가인권위원회와 마찬가지로 공정한 업무처리를 위해 상당한 정도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을 것이 요구된다. 특히 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법적 구속력 있는 종국적 판단을 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객관성 및 독립성이 요구되는 정도가 국가인권위원회보다 결코 작지 않다. 실제로 이들 기관의 경우에는 독임제가 아니라 위원회형 합의제 구조를 취한다든지 관계법률로 그 구성원의 신분을 보장한다든지 혹은 제척ㆍ기피ㆍ회피제도를 도입한다든지 함으로써 위와 같은 요구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바와 같은 공무담임권 제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한때 검찰청법에 이 사건 법률조항과 유사한 규정이 있었으나 이에 대하여는 우리 재판소가 이미 위헌임을 선언한 바 있고(헌재 1997. 7. 16. 97헌마26 , 판례집 9-2, 72 이하 참조), 현재 그 어떤 다른 법령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규정은 없다.

반면에,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우에도 독립된 위원회형 구조를 취하고 있을 뿐 아니

라,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정당의 당원인 자,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해 실시되는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한 자 등을 위원 결격자로 규정하고(제9조), 위원이 재직중 국회 및 지방의회의 의원 또는 다른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을 겸직하거나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하는 것을 금하고(제10조), 원칙적으로 위원회의 의사를 공개하도록 하고(제14조), 위원의 제척ㆍ기피제도를 도입하는 등(제38조) 공정성 및 독립성의 확보를 위한 기존의 여러 제도적 장치들을 거의 망라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을 통해 달리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퇴직 후 공직취임 제한’이라는 수단을 국가인권위원회와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경험적 측면에서 보든 그 업무가 차지하는 상대적 비중의 측면에서 보든, 심지어 고도의 객관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와 관련해서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이러한 포괄적 제한 수단을 유독 국가인권위원회와 관련해서 도입해도 좋을 만한 어떤 특별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처럼 업무의 공정성 및 독립성이 요청되는 점에 있어서 국가인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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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가 다른 인권보호기관보다 더 특별할 것도 없고, 그 외에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우 다른 인권보호기관과는 달리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기존의 다른 여러 제도적 장치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어떤 특별한 공익이나 위험이 어느 정도 명백하게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인정할 만한 특수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 이상,

오로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에 대해서만 위와 같은 특별한 제한을 가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실제의도는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3) 이러한 이유로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목적 정당성을 부정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하므로 이에 보충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전효숙(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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